#시_읽는_하루

아득하면 되리라 

해와 달, 별까지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박재삼의 시 '아득하면 되리라'다. 인위적으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기에 속타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으랴. 냉수 한 사발 들이마시고 진정된 마음으로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본다. 그 손 잡을 나와 같은 이가 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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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저, 강영옥 역, 더숲


나무에 주목하는 겨울이다. 숲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겨울 숲에 드는 이유다. 나무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시간이며 나무를 보는 시각을 달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무의 언어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나무의 시선에 따라가며 그들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나무'와 함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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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는 나무와 함께해온 시간이다

1년 열 두 달산들꽃을 보러 다니면서 당연히 함께 보는 것이 나무다그렇게 몇 년을 다니면서 이미 익숙한 나무가 있는 반면 매년 새롭게 만나는 나무들이 늘어난다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가 보이는 것처럼 이름이나마 이미 알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있다.

 

그렇게 만나온 나무들이지만 나무를 보는 관점은 생물학적 접근이 주를 이룬다주로 꽃 필 때를 중심으로 꽃의 특징과 나뭇잎이나 수피 나아가 수형을 보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주를 이룬 까닭이다이러한 시각으로 나무를 보는 곳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특히나무의 특성 자체를 넘어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온 시간에 주목하게 된다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석의 나무의 시간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어 흥미롭다그는 우리니라에서 목제산업이 한창이던 때 나무시장에 뛰어들어 40여 년간 지구 100 바퀴를 돌아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무의 이야기를 전해준다김민석은 강원도 홍천의 괴짜목수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의 가구에 반해 자신의 집 가구를 전부 바꾸고 이를 계기로 내촌목공소의 고문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의 시간에는 나무를 중심에 두고 자연 지리적 특성에서 역사문학건축예술과학 등 전반에 걸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호크니에게 배운 나무보는 법비틀스 노르웨이의 숲의 가구세익스피어와 뽕나무에르메스의 사과나무 가구롤스로이스 속에서 나무 찾기천마도와 자작나무버들가지를 꺾는 이유레바논 국기에는 삼나무가 있다골프 우드의 유래는 감나무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김민석의 나무의 시간에 등장하는 나무들로는 뽕나무자작나무호두나무단풍나무티크플라타너스,보리수피나무사과나무배나무 등과 같은 활엽수에서 소나무잣나무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에 미대륙열대우림에서 북유럽과 일본 등의 나무들이 총망라되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무 인생을 살아온 저자 김민석의 이야기는 나무가 나무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시간을 쌓아온 이야기들이다그 속에는 관행으로 통용되지만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현존하는 것과 편견 속에서 나무를 바라볼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문제제기도 놓치지 않고 있다인류 문명과 괘를 같이해온 나무 이야기를 통해 놓치지 않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부러 겨울숲을 찾는다옷을 벗어버린 숲에는 오롯이 나무들의 시간으로 민낯의 나무를 볼 수 있다꽃과 잎이 아닌 수피와 수형을 보면서 나무의 다른 시간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여기에 나무의 시간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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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손에서 놓았던 것을 다시 들었다. 소리가 날까? 하는 염려가 없던 것은 아닌데 막상 망설임을 걷어내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관대를 들어 끼우고도 입술에 물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손가락이 기억하는 움직임을 따라 조심스럽게 숨을 불어 넣었다. 아? 잊고 있었던 소리가 나온다.

조심스럽게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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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처마 밑이 휑하다. 
한겨을 찬바람과 포근한 햇볕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안으로 안으로 단맛을 품었다가 고이 내어주는 곶감을 만들지 못한다. 겨우 이 모양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매년 겨울이면 들고나는 때를 맞춰 한두개씩 빼 먹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눈으로 보는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더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감의 색감이 주는 맛 또한 결코 놓칠 수 없기에 곶감을 건다. 이 두가지도 감을 깎아서 처마 밑에 내다거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지만 이것도 핑개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나누는 정情이다. 보는 맛과 먹는 맛에 대한 기억으로 입맛을 다시며 상상이 더해지는 동안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그 미소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몹시 크다.

"한개 먹어도 되요?" 몇번을 말성이며 조심스럽게 건네는 그 한마디에 들어 있는 속깊은 정을 나누고자 함이 곶감을 만드는 궁극적 이유였다.

잘려서 식품건조기 속으로 들어간 감 조각으로는 결코 흉내도 낼 수 없는 그 맛을 올해는 누리지 못하게 생긴 것이다. 이제는 아쉽고 안따까움으로 고스란히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막막함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할까.

아..., 내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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