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역사는 나무와 함께해온 시간이다
1년 열 두 달, 산들꽃을 보러 다니면서 당연히 함께 보는 것이 나무다. 그렇게 몇 년을 다니면서 이미 익숙한 나무가 있는 반면 매년 새롭게 만나는 나무들이 늘어난다.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가 보이는 것처럼 이름이나마 이미 알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있다.
그렇게 만나온 나무들이지만 나무를 보는 관점은 생물학적 접근이 주를 이룬다. 주로 꽃 필 때를 중심으로 꽃의 특징과 나뭇잎이나 수피 나아가 수형을 보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주를 이룬 까닭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나무를 보는 곳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나무의 특성 자체를 넘어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온 시간에 주목하게 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석의 ‘나무의 시간’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우리니라에서 목제산업이 한창이던 때 나무시장에 뛰어들어 40여 년간 지구 100 바퀴를 돌아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무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김민석은 강원도 홍천의 괴짜목수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의 가구에 반해 자신의 집 가구를 전부 바꾸고 이를 계기로 내촌목공소의 고문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의 시간’에는 나무를 중심에 두고 자연 지리적 특성에서 역사, 문학, 건축, 예술, 과학 등 전반에 걸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호크니에게 배운 나무보는 법, 비틀스 ‘노르웨이의 숲’의 가구, 세익스피어와 뽕나무, 에르메스의 사과나무 가구, 롤스로이스 속에서 나무 찾기, 천마도와 자작나무, 버들가지를 꺾는 이유, 레바논 국기에는 삼나무가 있다, 골프 우드의 유래는 감나무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김민석의 ‘나무의 시간’에 등장하는 나무들로는 뽕나무, 자작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티크, 플라타너스,보리수, 피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등과 같은 활엽수에서 소나무, 잣나무, 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에 미대륙, 열대우림에서 북유럽과 일본 등의 나무들이 총망라되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무 인생을 살아온 저자 김민석의 이야기는 나무가 나무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시간을 쌓아온 이야기들이다. 그 속에는 관행으로 통용되지만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현존하는 것과 편견 속에서 나무를 바라볼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문제제기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인류 문명과 괘를 같이해온 나무 이야기를 통해 놓치지 않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부러 겨울숲을 찾는다. 옷을 벗어버린 숲에는 오롯이 나무들의 시간으로 민낯의 나무를 볼 수 있다. 꽃과 잎이 아닌 수피와 수형을 보면서 나무의 다른 시간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여기에 나무의 시간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