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매화


춘설헌(春雪軒) | 임보

춘설헌(春雪軒) 큰 주인은 어디를 가고
춘설헌(春雪軒) 빈집엔 바람만 가득
입춘절(立春節) 무등산 저녁 차밭엔
춘설차(春雪茶)만 춘설(春雪) 속에 타고 있어요


눈 속의 매화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니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눈 속의 산수유


경인년 춘설(春雪)

서걱이는 마음을 알아주는 듯
까만 밤을 하얗게 덮는 눈이 내렸다.

긴 겨울 모진 시간을 견디어
이제서야 세상을 향해 조금씩 열리는 마음이 미처 피기도 전에
서릿발에 살갓이 찔리듯 심장으로 파고드는 기세가 매섭다.

아직 견디고 버텨야 할 무게도 감당치 못하는데
볏겨진 살갓에 생채기를 더한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말에 위안 삼아 본다지만
버겹기만 한 세상이다.

눈발따라 눈으로 보는 세상은 가려지고
종종거리는 발걸음 따라 가다 멈춘 곳이면
임보의 춘설차 향기 머무는 
선한 세상이 있을까?

애써 선인들의 춘심을 빌려야지만
그 마음에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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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4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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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깊은 정
홍루몽의 이야기가 진전 될수록 가보옥을 둘러싼 가씨 집안의 과잉보호가 눈에 들어온다. 귀한 집 자식에 대한 과보호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 전형을 보는 듯싶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는 바로 4권이 아닌가 싶다. 사건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들을 부각시키는 이 소설은 4권에 이르러 수를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머물던 영국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직접 언급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그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4권에서 특히 주목되는 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아버지 가정과 아들 가보옥의 관계다. 이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이라 밖에서 벌린 일이 빌미가 되고 또 형제간의 불화로 심한 곤경에 처해지는 장면이다. 불같이 화를 내는 가정에 의해 곤장을 맞는 장면과 이 사건을 두고 할머니, 어머니를 비롯하여 가보옥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 잘 그려지고 있다. 아들을 향한 안으로만 숨겨지는 아버지의 정과 밖으로 나타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이 보이는 겉모습으로야 차이가 많지만 다들 자식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편, 가보옥과 임대옥 사이에 벌어지는 다툼은 극을 달하며 각자 속내를 짐작하게끔 하고 있다. 둘 사이 밀고 당기는 심리적 상태가 주변에 거쳐하는 습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이 이제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사람들에게 번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습인의 현명한 처사에 왕부인의 배려가 뒷받침하고 있다. 가보옥과 설보채와의 관계는 가보옥의 금과 옥이라는 꿈속 이야기를 통해 운명으로 엮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은연중에 보이고 있다.

3권에 이어 4권에서는 이야기의 주 무대가 가씨 집안으로 한정되고 대관원에서의 아가씨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중심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조금은 넓어진 폭을 보이고 있다. 해당시사를 조직하고 시를 통해 이들의 속마음들이 조심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3권에 이어 본격적인 시를 논할 만큼 성장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씨 집안의 여자 어른들의 일상도 엿보인다. 가진 사람들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단지 가씨 집안의 가풍을 보여주기 위한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알게하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현세에 복을 짓는 것으로 하여 내생에 대한 복을 비는 것이라는 그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대가족과 귀족이라는 체면과 일상에 지칠만한데도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떨어드리지 않고 있다.

긴 호흡이라 홍루몽을 접할 때부터 각오한 마음이지만 지루 할 만하면 사건을 터트려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게 자리 잡는 것이 삽화가 아닌가 한다. 
이제 5권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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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3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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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에 담아내는 마음
홍루몽의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언제 어떤 사건을 등장시켜 주인공들의 심리적 상태의 변화를 그려내나 하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장편이기에 책을 대하는 마음에 느긋함이 있지 않고서는 따라가기 힘든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3권 역시 주 무대는 가씨 집안으로 중심인물인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가 중심에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의 성격이 조금씩 명료하게 들어나고 있고 그들 간의 힘의 역학관계가 미묘하게 그려진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과 사라짐이 반복되어 그려지며 소설에 힘을 보테고 있다.

영국부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희봉의 남편 가련의 외도를 눈감아주며 위기에서 구해주는 평아나 가보옥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며 바른길로 가기를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습인의 모습도 있지만 조그마한 이권이나 질투심에 의해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에 사람 관계에 얽힌 이해관계는 늘 사건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홍루몽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보옥의 아버지 가정의 소실 조씨나 그의 아들이 가환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과정에서 희봉이나 가보옥에게 복수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3권에서 드디어 주인공 가보옥과 임대옥의 사랑이 시작됨을 알려주고 있다. 서로 마음에 있지만 애써 다른 심정을 내보이며 늘 다투는 모습은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청춘의 마음을 담았다고도 보이지만 지루하게 이끌어 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설보채와의 관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가보옥의 여전한 투정이나 임대옥의 소심한 성격 사이에 늘 충돌이 일어나고 그들을 바라보는 보채는 한발 물러서 관조하는 입장이다. 이들의 본격적인 사랑이야기는 언제쯤에나 전면에 등장할지도 궁금하다.

홍루몽은 권문세도가의 생활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상에서 잔치가 빠지지 않고 그 잔치에서 매번 연극을 즐기며 시문을 외우고 작성하는 것들이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가씨 집안의 자제가 겪어야 했던 심리적 부담감은 가문과 조상을 생각하며 늘 못마땅해 아버지 가정과 가보옥의 모습으로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고전이나 우리나라의 고전 속에는 시와 그림들이 늘 등장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담고 그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시의 용도가 놀랍게 활용되고 있다. 홍루몽 역시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이렇게 시를 짓고 외우는 속에 사람 마음을 은근하게 담아내는 매력이 좋아 보인다. 
4권엔 무엇을 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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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2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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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을 잡아가는 인물들
홍루몽의 작가로 알려진 조설근은 어떤 인물일까? 이렇게 유례없을 정도로 읽히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공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며 궁금해진다. 조설근은 중국 청나라 때 정백기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성품이 활달하고 술을 좋아하며 시화에 능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이름이 점이고 자는 몽환이며 호가 설근이라고 한다.

홍루몽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공간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출발하여 주인공 가보옥의 탄생과 성장을 그려나간 1권에 이어 2권에는 영국부와 녕국부의 가씨 집안으로 무대를 좁혀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우선 가씨 집안의 풍습과 살림살이의 모습을 여러 사람들의 죽음과 경사를 통해 꾸며나가고 있다.

녕국부 며느리의 가경의 생일을 맞아 잔치가 벌어지고 이 틈을 노린 가서라는 젊은이가 영국부의 살림을 맡아 하고 있는 며느리 왕희경에게 음심을 품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대범하고 강단 있게 큰 집안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희경에게 곤혹을 당하며 가서는 죽음을 맞이한다. 가서의 죽음을 통해 욕정에 눈이 먼 사람의 최후를 보여주고 있다. 가경 또한 알지 못하는 병으로 죽게 되는데 이때 희경이 장례에 따른 녕국부 일을 맡아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여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가경의 장례길에서 가보옥은 북정왕을 만나 염주를 선물 받으며 첫 대면을 하고 있다.

가씨 집안의 경사로 가보옥의 누이 원춘이 궁궐 봉조궁의 가비로 간택되어 입궁하고 가씨 집안에서는 귀비가 집에 왔을 때 머물 공간인 대관원을 만든다. 가보옥은 아버지 가정과 대관원을 둘러보며 정자나 건축물에 편액과 대련에 쓰일 이름과 시구를 짓는데 함께하며 그동안 공부한 것에 대해 점검받는다. 평소 여자애들과 어울리고 공부에는 담을 쌓고 산다며 나무라는 아버지지만 웃어른들과 시구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통해 어느덧 가보옥의 성장한 모습을 대견해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귀비가 된 원춘 역시 영국부를 방문하는 날 늘 염려하며 마음 쓴 가보옥의 성장한 모습에 대견해한다.

또한 2권에서는 가경, 가서와 할아버지, 글동무 진종과 그의 아버지, 보옥의 아버지 등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다뤄지고 있다. 가경의 죽음으로 당시 권세가의 장례절차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죽음이라는 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임도 느낄 수 있다. 글동무 진종의 죽음에서 저승사자들이 가보옥을 이미 알고 있고 그가 이후 어떤 인물일지 암시하는 대목에서는 가보옥의 이후를 암시하는 인상이다.

주인공 가보옥은 아직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할머니를 비롯한 집안 여자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철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대옥, 보채와의 애정구도가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1권에 비해 이야기의 무대가 가씨 집안으로 좁혀진 점에서나 가닥을 잡아가는 이야기 흐름이 있어 훨씬 쉽게 읽혀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과 다른 낯선 분위기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저자의 특유한 다음을 기대하시라는 이야기에선 웃음이 지어진다. 12권에서 2권까지 읽었지만 긴 이야기의 내용들이 어떻게 전개 될지 점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 소설이 갖는 매력일 것이다.
3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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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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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의 긴 여정으로 출발(홍루몽 1)
책은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이 무엇이냐에 따라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의 차이를 나타내곤 한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숫한 문학작품들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아 읽혀지고 그 운명을 이어가는 것은 바로 그 속에 담긴 사람의 마음에 시대를 불문하고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 속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길 그것이 책을 읽는 마음의 근본이 아닐까 싶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의 문학작품에 비해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경향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고전은 그리 익숙하지 않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서양화가 바로 현대화라는 우리의 현대사와도 그 맥락이 같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편향성이 동양 고전 뿐 아니라 우리의 고전에도 소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동양고전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가 홍루몽이다.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에 실제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석두기, 금옥연, 금릉십이차, 정승록, 풍월보감 등 이렇게 한 작품에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 작품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만리장성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홍루몽의 진가를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홍루몽은 조설근의 작품으로 중국 청나라 때인 1754년 필사본이 나온 이래 수많은 간본과 속작을 만들어 낼 만큼 인기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18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하면서 사회, 문화, 정치적 상황을 비롯하여 남녀 간의 애정문제 등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등장인물만도 500여명이 넘는 방대한 이야기며 80여회가 넘는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기에 이야기의 흐름을 쫒아가는 것만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1권은 중국의 고대신화 여와보천에서 출발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 가보옥이 성장해 가는 과정이 중심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보옥의 출생의 근거를 제사하고자 등장하는 여와보천은 다소 혼란스러운 출발처럼 보이지만 읽어갈수록 그 가닥이 자연스럽게 잡혀간다. 당시 금릉의 양대 명문가 집안인 영국부와 녕국부의 사이에 인적 구성이 매우 복잡하지만 그러한 가문에서 출생한 가보옥의 이후 행보를 짐작해 가는 배경들이기에 흥미를 더해간다. 신화 속의 옥구슬을 물고 태어난 가보옥은 집안의 기대와는 상반되지만 행동으로 가족들의 시원찮은 시선을 받지만 뭔가 비범함을 간직한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점차 몰락해 가지만 그 위세를 여전히 떨치고 있는 가씨 집안 틈바구니 속에서 성장하며 사람을 사귀고 꿈속에 나타난 선녀의 가름침 속에 운우지정도 나누지만 자신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도 못하는 아둔함도 그려진다.

1권까지는 주인공 가보옥의 탄생 그리고 이후 벌어질 행보를 예상하게 하는 배경을 그려내기에 소설을 읽어가는 순간순간 느끼는 극적인 재미보다는 이후를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복잡한 사람관계를 알 수 있도록 가보옥의 집안 가계도와 책의 말미에 있는 등장인물사전을 빈번하게 찾아보는 수고가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중간 중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삽화가 있어 등장인물들을 상상하는 보너스도 있다. 
12권 중 이제 2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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