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매화


춘설헌(春雪軒) | 임보

춘설헌(春雪軒) 큰 주인은 어디를 가고
춘설헌(春雪軒) 빈집엔 바람만 가득
입춘절(立春節) 무등산 저녁 차밭엔
춘설차(春雪茶)만 춘설(春雪) 속에 타고 있어요


눈 속의 매화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니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눈 속의 산수유


경인년 춘설(春雪)

서걱이는 마음을 알아주는 듯
까만 밤을 하얗게 덮는 눈이 내렸다.

긴 겨울 모진 시간을 견디어
이제서야 세상을 향해 조금씩 열리는 마음이 미처 피기도 전에
서릿발에 살갓이 찔리듯 심장으로 파고드는 기세가 매섭다.

아직 견디고 버텨야 할 무게도 감당치 못하는데
볏겨진 살갓에 생채기를 더한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말에 위안 삼아 본다지만
버겹기만 한 세상이다.

눈발따라 눈으로 보는 세상은 가려지고
종종거리는 발걸음 따라 가다 멈춘 곳이면
임보의 춘설차 향기 머무는 
선한 세상이 있을까?

애써 선인들의 춘심을 빌려야지만
그 마음에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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