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루몽 4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아버지의 깊은 정
홍루몽의 이야기가 진전 될수록 가보옥을 둘러싼 가씨 집안의 과잉보호가 눈에 들어온다. 귀한 집 자식에 대한 과보호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 전형을 보는 듯싶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는 바로 4권이 아닌가 싶다. 사건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들을 부각시키는 이 소설은 4권에 이르러 수를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머물던 영국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직접 언급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그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4권에서 특히 주목되는 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아버지 가정과 아들 가보옥의 관계다. 이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이라 밖에서 벌린 일이 빌미가 되고 또 형제간의 불화로 심한 곤경에 처해지는 장면이다. 불같이 화를 내는 가정에 의해 곤장을 맞는 장면과 이 사건을 두고 할머니, 어머니를 비롯하여 가보옥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 잘 그려지고 있다. 아들을 향한 안으로만 숨겨지는 아버지의 정과 밖으로 나타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이 보이는 겉모습으로야 차이가 많지만 다들 자식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편, 가보옥과 임대옥 사이에 벌어지는 다툼은 극을 달하며 각자 속내를 짐작하게끔 하고 있다. 둘 사이 밀고 당기는 심리적 상태가 주변에 거쳐하는 습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이 이제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사람들에게 번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습인의 현명한 처사에 왕부인의 배려가 뒷받침하고 있다. 가보옥과 설보채와의 관계는 가보옥의 금과 옥이라는 꿈속 이야기를 통해 운명으로 엮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은연중에 보이고 있다.
3권에 이어 4권에서는 이야기의 주 무대가 가씨 집안으로 한정되고 대관원에서의 아가씨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중심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조금은 넓어진 폭을 보이고 있다. 해당시사를 조직하고 시를 통해 이들의 속마음들이 조심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3권에 이어 본격적인 시를 논할 만큼 성장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씨 집안의 여자 어른들의 일상도 엿보인다. 가진 사람들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단지 가씨 집안의 가풍을 보여주기 위한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알게하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현세에 복을 짓는 것으로 하여 내생에 대한 복을 비는 것이라는 그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대가족과 귀족이라는 체면과 일상에 지칠만한데도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떨어드리지 않고 있다.
긴 호흡이라 홍루몽을 접할 때부터 각오한 마음이지만 지루 할 만하면 사건을 터트려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게 자리 잡는 것이 삽화가 아닌가 한다.
이제 5권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