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비난초
만남은 특별했다. 첫만남의 기억은 오래가기 마련지만 어떤 만남은 쉽게 잊혀진 반면 어떤 만남은 각인되듯 남겨진다는 것을 안다.

기억 때문에 수많은 꽃을 내 뜰 구석구석에 들였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꽃이 지고난 후 다시 시간까지의 여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되었다.

꽃 마음을 얻어와 그 꽃이 피었으니 꽃마음으로 돌려놓은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그것이야말로 꽃이 씨를 뿌려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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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보았다. 다시 볼 요량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이 바람에 흔들린 나뭇잎에 사라져버린 빛이다. 언제 다시 올지몰라 꼼짝하지 못하고 눈여겨 보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기다림이 늘 안타까운 이유다.

머물러 있음이 소중한 것은 시간이 지난 후 그 자리가 빛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빛남을 찾으려해도 다시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하여,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함을 배운다.

빛이 내려앉은 순간, 그토록 간절했던 소망을 비로소 불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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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울밑에 선 봉선화야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봉선화는 꽃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아 봉선화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봉숭아라고도 한다. 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인다고 해서 '染指甲花 염지갑화', 규중 여인들의 벗이라고 하여 '閨中花 규중화'라고도 한다.

이름이 붙여진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히 들어와 오랫동안 사랑받던 꽃이다.

아직도 시골마을을 가더라도 골목길 담장 밑에는 무리지어 핀 봉선화를 볼 수 있다. 손가락에 물들이진 않더라도 여전히 사랑받는 꽃이다.

여름동안 뜰 한구석에 봉선화가 피고 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열매를 달고 익으면 씨앗을 멀리 보낼 준비가 끝난 것도 있다. 내년에도 그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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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란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기고 주변 산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컷다. 뒷산은 보고 싶었던 야생화들이 제법 많은 종류가 있어 사시사철 궁금한 곳이기도 했다. 산들꽃을 찾아다니게 하는 출발점이 된 곳이다.

골짜기 능선 등을 살피며 구석구석 발자국을 남기던 중 산능선 솔숲 바위 아래 낯선 꽃을 만난 것이 이 사철란과의 첫만남이었다. 그후로 늦여름 산행길에 한두 개체씩 봐오던 것을 다른 곳에서 매년 무더기로 만난다.

화려함은 없다. 그저 수수한 모습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긴 꽃대에 여러개의 꽃이 한방향으로 핀다. 입술모양의 꽃부리가 특이하다.

제주도와 울릉도 및 전라남도 도서지방에서 나는 상록 다년생 초본이라는데 내륙 깊숙한 지리산 자락 숲에서도 발견 된다. 사철란과 비슷한 종으로는 붉은사철란과 털사철란, 섬사철란, 애기사철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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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

초등학교 담장 아래
무리 지어 핀 보랏빛 꽃무리
저 맥문동 꽃을 보면
그리움이 왜 보랏빛인 줄 알것도 같다

그늘 속에 숨어 피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 은은한 보랏빛
그대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먼저 뜨거워지는
내 그리움도

보랏빛이었으면 정녕 그러했으면

*백승훈 시인의 '맥문동'이다.
무슨 말을 더 보텔까. 그저 보기만 해도 아득해지는 가슴 다독이며 숨죽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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