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눈이 내렸다.
올 겨울 처음 내리는 눈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눈을 맞이하는 마음에 설레임이 있는 것이
아직 세상을 향해 마음구석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열려있는 듯 하여
실없이 웃어본다.

주차장 한쪽을 점령한 사람들의 흔적에서
이것 저것 지우고...여백을 골라 담았다.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발자국 처럼 남기에
누군가는 뒷사람을 위해 내 발자국을 잘 찍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큰 뜻을 남기기엔 모자란 부분이 많은 나로서는
뒷 사람을 염려해서 내 발자국을 어떻게 남뎌야 한다라는 생각 보다는
길을 가다 잠시 마음 내 뒤 돌아 봤을 때
스스로의 발자국으로 인해 어지럽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내 마음에 어지러움이 없어야 
뒤를 밟아오는 사람에게도 뭔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게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나무다.
이른 봄 화사한 색깔과 달콤한 향기로
꽃차 한잔을 선사하며 
봄맞이 마음준비를 하게 한다.
아파트 뒷 화단의 
매화나무다.

가지에 눈을 이불삼아 봄을 준비하는 모양이
제법 그럴싸하다.
추운 겨울 무사히 넘겨 
내년 봄에도 
그 호사스런 마음의 여유를 전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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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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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의 작품이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더불어 문학적인 평가 또한 높이 평가 받는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이 꼭 나에게서까지 공감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작품을 보는 시대와 내 생각의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고 저자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작품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일본에서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처음으로 접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대중으로부터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한 소설이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라고 한다.

앞날이 꿈으로 부풀어 있는 청춘의 어느 한 시기를 보내고 가정을 꾸민 버드라는 청년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불쑥 자신의 삶에 파고든 아이로부터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자연사를 핑개로 살해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영원히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수술을 하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드려 함께 살 것인가의 결정, 이것이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버드라는 청년을 통해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 갈등,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갈등의 한 복판에선 주인공 버드는 예전부터 꿈꿔온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실현이 물 건너 간 현실에 대한 암담함, 장애아가 태어난 책임의 여부 등에서 오는 절망감에 빠져 술도 마시고 대학 동기이자 여자 친구인 히미코와 성적 유희에 몰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며 갈등하는 사이 학원 강사라는 직업도 잃게 되고 히미코와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기도 하지만 결론은 아이를 수술하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해피앤딩의 결말이다.

저자는 버드라는 청년을 통해 전쟁 후 인간성 말살이나, 핵무기, 환경오염 등 현대인으로서 결코 벗어버리지 못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그 제시 방법이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일반화 시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이 해피앤딩이라는 것이 바로 저자의 지향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아의 출산이 한 개인에게 충격적인 체험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을 그리고 있는 부분적인 부분에서 여자 친구와의 성적 유희로 보이는 행동이 지나치게 표현되고 있어 오히려 갈등을 해소하는 측면 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나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내가 희망을 버린다면 내 문학과 삶은 전부 부정되고 만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희망을 그려내고 있는 과정에 희망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말이 긍정이라서 이 소설이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삶은 장애를 가진 아이와 늘 함께하는 아버지였고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지키려는 활동, 핵문제에 적극 대처하려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본이의 말처럼 저자의 이러한 사회적 폭력에 맞서는 마음이 곧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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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
뤼디거 샤헤 지음, 박성원 옮김 / 열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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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자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 황당함에 어쩔 줄 모를 때가 있다. 도무지 앞뒤를 재 봐도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때 내 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또 다른 때는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그 일을 할 때도 있다. 이때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임에도 이러한데 세상일이라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일까? 내 마음대로 자유의지로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될까? 내 자유의지라고 하는 것이 온전히 내 의지만일까? 등 무수한 생각의 변화들이 늘 함께한다. 내가 결정하는 일에 이러한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하며 때로는 현명한 선택을 하게도 만들고 때로는 그 선택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를 지배하는 내 마음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마음의 오류]는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이 일으키는 감정에 의해 스스로 규정받는 일에 대해 이를 올바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마음이 갖는 진실의 힘은 무엇이고 그 속에 감춰진 것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지를 알아 이를 극복할 힘을 기르자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감춰진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이 무의식, 두려움, 사고, 욕구, 내적갈등, 정념, 자기기만 등 7가지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저자는 먼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지금 여기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가만히 성찰해 보라고 한다. 그 속에 마음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볼 수 있고 또한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각각의 베일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 혼자서 가만히 실천하면 되는 방법이기에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우와 비교해서 실천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가족 누구와도 함께 해도 좋을 것이다. 자자는 이 지침서를 보다 더 이해하기 쉽도록 인류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인, 종교인, 동서양의 지식인들의 지혜를 빌려 이야기도 전해준다. 또한 부부사이에 일어나는 일, 연인사이에 벌어지는 문제 등 구체적인 예를 통해 우리 주변이나 어쩌면 내가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신이 삶의 어떤 분야에서 ‘깨어나’ 진실을 보게 되면 모든 것이 바뀐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진실의 힘이다.(본문 181페이지)

이 책 [마음의 오류]는 조용하게 나 스스로를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장점이 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거나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를 성찰 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을 계발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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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강명관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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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일상의 편안함과 가족의 행복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나라의 안정과 밝은 미래의 희망을 찾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며 풀리지 않은 모순이나 개인적인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람들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고자 하는 마음속에는 현실에서 찾지 못하는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럴 때 찾아보는 것이 옛사람들의 살아온 흔적이며 그들의 마음을 담고 있는 글이다. 옛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어 그 속에서 교훈을 얻고 내 미래를 밝혀줄 실마리를 찾아보는 위안을 삼곤 한다. 

그렇게 찾아본 옛글에는 그들의 높은 사상과 학문에 대한 지향이 드러나는 글도 있고 소소한 일상을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글들도 있다. 대게 내가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 글들은 옛 사람들의 정치적, 사상적, 학문적 이상을 높이 표현한 글들보다 사사로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잡문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따스한 가슴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속내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글에 마음이 더 간다는 말이다. 그러한 글을 읽을 때면 현실의 자신 역시 민망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처럼 수즙은 미소를 지어보곤 한다. 굳이 옛글을 찾아 읽는 남다른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는 [시비是非를 던지다] 이후 다시 접하는 저자 강명관의 글모음이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눠 세상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굳이 순서를 지켜 읽어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실에서 자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있을 때 옛글의 한 부분을 실마리 삼아 이야기를 꺼낸다. 그 이야기에는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뤄지고 있으며 지극히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한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의 속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는 글들이기에 저자에 대한 정겨움마저 일어난다.

저자는 옛글을 통해 글 속에 담긴 속뜻을 살피는데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들면 조선시대 소학이 집권 양반세력의 체제유지에 필요한 사상적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이나 춘향전이나 심청전이 열녀나 효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본질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이라고 선정된 일부 목록이 어떤 이유에서 선정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무턱대고 누군가가 선정한 도서목록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또 한편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저자의 글에 대한 인식부분이다. 논문이나 소위 말하는 격이 있는 글과 일상생활을 담은 글인 잡문에 대해 글을 담는 그릇이 다르다고 글 속에 담긴 내용까지 차이가 이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형식과 내용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에는 동의하나 글 담는 형식에 치우쳐 내용도 미미한 글들이 우대받는 현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옛글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나 배격은 지양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저자의 옛글을 통해 오늘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따스한 가슴으로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기에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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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1-0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강명관 교수의 책이군요. ^^
역사는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만 가치있다는 말을 자주들 쓰는데, 옛글도 마찬가지겠지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내것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서툰 사람이다.
지금 내 손안에 있어
잠시 나와 함께 있는 것이라는 마음이기에
무엇하나 그다지 아까울 것도 없다.

나름 책을 읽어오며
이런 저런 인연으로 나에게 온 책이 제법 되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주곤했다.
그래도 쌓이는 책이
거실 양쪽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중으로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모 사이트에서 독서의 달인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기에 참여했다.
1년에 100권 읽기 도전이라고 한다.
어제까지 189권이였으니 올해 200권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중 일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책도장이라는 선물을 준단다.
그 책도장이 도착했다.

도장이라는 것이 원래
무엇이 내것이라는 확인를 하는 도구이기에
읽고 있는 책에 도장을 찍는다는 것이
내 안에 가득한 욕심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필요할까 싶었다.
재미 삼아 찍어본 책도장에 내 이름 석자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닐수도 있겠다 싶은
간사한 사람마음이 금방 드러난다.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책에
이 도장을 찍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새롭게 만나는 책에는 찍어보고 싶다.
나와 인연이 다 되어 혹 다른 사람에게라도 간다면
그 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흔적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마치 책장을 넘기다 먼저 읽었던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듯...그렇게 만나지는 인연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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