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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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의 작품이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더불어 문학적인 평가 또한 높이 평가 받는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이 꼭 나에게서까지 공감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작품을 보는 시대와 내 생각의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고 저자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작품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일본에서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처음으로 접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대중으로부터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한 소설이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라고 한다.

앞날이 꿈으로 부풀어 있는 청춘의 어느 한 시기를 보내고 가정을 꾸민 버드라는 청년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불쑥 자신의 삶에 파고든 아이로부터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자연사를 핑개로 살해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영원히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수술을 하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드려 함께 살 것인가의 결정, 이것이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버드라는 청년을 통해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 갈등,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갈등의 한 복판에선 주인공 버드는 예전부터 꿈꿔온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실현이 물 건너 간 현실에 대한 암담함, 장애아가 태어난 책임의 여부 등에서 오는 절망감에 빠져 술도 마시고 대학 동기이자 여자 친구인 히미코와 성적 유희에 몰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며 갈등하는 사이 학원 강사라는 직업도 잃게 되고 히미코와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기도 하지만 결론은 아이를 수술하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해피앤딩의 결말이다.

저자는 버드라는 청년을 통해 전쟁 후 인간성 말살이나, 핵무기, 환경오염 등 현대인으로서 결코 벗어버리지 못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그 제시 방법이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일반화 시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이 해피앤딩이라는 것이 바로 저자의 지향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아의 출산이 한 개인에게 충격적인 체험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을 그리고 있는 부분적인 부분에서 여자 친구와의 성적 유희로 보이는 행동이 지나치게 표현되고 있어 오히려 갈등을 해소하는 측면 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나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내가 희망을 버린다면 내 문학과 삶은 전부 부정되고 만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희망을 그려내고 있는 과정에 희망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말이 긍정이라서 이 소설이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삶은 장애를 가진 아이와 늘 함께하는 아버지였고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지키려는 활동, 핵문제에 적극 대처하려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본이의 말처럼 저자의 이러한 사회적 폭력에 맞서는 마음이 곧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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