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시조를 지은이가 '매화'라는 기생이라고 했다. 그 복잡한 속내야 어찌다 짐작이나 할까마는 오늘 "춘설이 난분분하니" 그 정취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납월 홍매로 유명한 금둔사를 찾았던 날도 꾸물거리는 날씨에 꽃은 납월을 훌쩍하났는데도 필동말동 하더라. 돌 위에 떨어진 꽃 한송이를 사이에 두고 서쪽하늘만 보았다.

그 정취라는 것도 순전히 내 마음 내키는대로다. 난분분 하는 춘설을 탓하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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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고 긴장하며

설레고 주춤거리는

노루귀의 봄나들이에 동참한다.

첫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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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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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겹으로 쌓여야 깊어진다. 그 쌓여서 두터워지는 사이를 건너지 못하는 게 보통이라서 누군가는 아프고 외롭다.

이쯤에서라도 멈추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갈망은 끝이 없는지라 제 발로 수렁으로 들어가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을 모른다.

당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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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1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예쁘다!
 

月下情人 월하정인

뭐지? 이 묘한 분위기는ᆢ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장면을 분명히 봤는데ᆢ? 가물거리기만 했다. 잠시 후 머리를 스치듯 떠오른 생각이ᆢ

아, 맞다 "월하정인"

月沈沈夜三更 월심심야삼겨

兩人心事兩人知 양인심사양인지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의 마음에 깃든 일은 두 사람 만이 알겠지

화사한 색감, 절묘한 장면 포착에 사람들의 은근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기가막힌 재주를 가진 이가 조선시대 화원 혜원 신윤복이다. '혜원전신첩'에 담긴 그의 그림 모두는 은근한 미소를 동반한다.

숲에서 본 변산바람꽃 한쌍이 신윤복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월하정인'의 그 분위기를 빼다박은 듯 닮았다. 지켜보는 이에게도 스미듯 번지는 은근한 마음이다. 닮은듯 다른듯 하지만 무르익은 은근함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결국 '월하정인'을 그리던 신윤복의 그 마음 아닐런지.

다정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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