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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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눈물 나는 우리들 이야기

감춰질 것이 없는 세상처럼 보인다. 소위 인터넷이라고 하는 도구에 의해 사람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세상이다. 다만, 언제쯤 드러나는가 하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역으로 감추고자 하는 욕망이 거세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너도 나도 적당한 포장술로 자신을 감추고 산다.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러운 세상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사회 지도층이라고 자위하는 사람이거나 정치인들일수록 그런 경향은 짙어진다.

 

이런 사회에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SNS공간에서나 일상의 삶에서나 사회적 불의 앞에 타협을 모르는 거리현장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은 투명해 보인다. 물론, 그 역시 적당한 포장술에 의해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겠지만 그것 자체로도 투명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저절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남덕현, 그의 첫 번째 책이 충청도의 힘이다.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리는 부제를 달았다. 이 부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살만큼 살아온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꾸미지 않고도 웃음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생을 알 만한 사람들에게 권한다고 하니 그에 비길만한 내용으로 채워졌으리라 기대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삐질삐질 웃음이 베어난다. 참고 있기가 버거울 정도로 수시로 넘친다. 하지만 그냥 웃음이 아니다. 웃는 게 마냥 웃는 것만은 아님을 확실하게 일러주고 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보통의 입담들이 아니다. 굳이 인생을 알 만한 사람들에게 권한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

 

월전리 노인회장이자 뼛속까지 충청도스러운 장인어른, 서울살이를 마치고 내려와 처가살이를 자처한 머슴 사위가 펼치는 한판 승부에다 충청도에서 살아가는 방앗간 사장님, 시장 상인들, 버스에서 만난 노인들, 고물상, 이발소, 버스 정류장 등이 이야기의 배경이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핵심인물들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만나는 생생함이 드러난다.

 

굳이 왜? 제목이 충청도의 힘일까? 충청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저자 남덕현의 처가살이가 그곳이어서 붙은 이름이지만 내용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포괄하기엔 부족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인생 별거 있간디?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지" 이 말이 가진 의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읽고 웃으며 눈물 흘릴 이야기들이다.

 

그의 두 번째 책, 슬픔을 권함을 먼저 접했다. 진솔함이 무기인 이야기 속에 흠뻑빠지며 단숨에 읽었는데 그의 글이 가진 힘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일상의 삶이 그데로 드러나는 현장에서 발로 가슴으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기에 글의 진정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웃다보면 웃음 속에 깃든 슬픔까지 알게 된다. 착함을 선해야 한다는 것을, 삶의 지혜를 굳이 강요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진정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해학, 남덕현의 글이 가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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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독 오독 뭐 즐거울 거리...
 

'4월의 숲'

4월의 숲은 아우성이다. 우선 새들의 활기찬 울음이 숲을 지배한다. 이른바 사랑의 계절인게다. 그 소리 따라가다간 길잃기 쉽상이다.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릴뿐이다.

숲에 들어서면 땅만본다. 어디에 무엇이 있어 눈맞추자고 할지 모르니 쉴새없이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다. 오늘 눈인사한 벗들이다.


호제비?

깽깽이풀

복수초

남산제비

현호색

산자고

중의무릇

현호색

솜나물


이곳엔 제비들의 고향인가? 온갖 제비꽃들 천지다. 준비없이 만난 깽깽이풀의 안내 받으며 보수초도 만난다. 중의무릇이라고 우기고 싶은 녀석도 만났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지 뭐^^. 현호색도 가지가지에 산자고에 솜나물까지. 호사도 그런 호사가 없는 4월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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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3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곱기도..그럴 수 없이..곱네요.^^

무진無盡 2015-04-13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고운 모습 보려구 산으로 들로 디닌답니다^^

[그장소] 2015-04-13 00:16   좋아요 1 | URL
그러신 듯~ 그러니 여기서 저 고운 것들을 만나고 있는 것일 테고요.
사진 찍으러 다니는 분들이 상당한 가봐요.
특히나..저 여린 것 들 찾아서요.
야생화.

무진無盡 2015-04-13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부로도 가지만 산에 간 길에 관심있게 보면 하나씩 보여서 휴대폰으로 담는거에요^^

[그장소] 2015-04-13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대폰..^^어려운 케논학도는 아니셨군요.ㅎㅎㅎ뭐든 어때요.거기 갔고.
만났고. 찍었음..되는거지..야생화 하면 어렵게 생각한 제가 바보였어요.^^

무진無盡 2015-04-13 00:30   좋아요 1 | URL
요사이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ᆢ^^
그냥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들풀도 무척이나 예쁘더라구요. 야생화라고 특별한건 없어요.

[그장소] 2015-04-13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말예요.저만해도 휴대폰카메라에 의지하며 살다시피 하거든요.
페북에서 눈을 버린 모양 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도 탈입니다.
요즘은 꿩의제비 많이 찍으시더라고...^^

무진無盡 2015-04-13 00:35   좋아요 1 | URL
페북하세요? 어떻게 친구신청하면 되나요? ^^

[그장소] 2015-04-13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예.^^잘 하진 못하고요.뭘로 찾지요.이름으로 찾나요?잠깐요..페북닉넴은 그가 모르는 장소 거든요.사람찾기를해본적없어서..

2015-04-13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4-1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쪽에서도 연동이 되는 걸로 아는데..따로 들어가 지내요.^^ 영타 이름이었어요.^^
제가 신청할게요.
 
혼이 담긴 시선으로 -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
고도원 지음, 조성헌 그림 / 꿈꾸는책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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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도 그렇다. 김태주의 풀꽃이라는 시다. 제목처럼 풀꽃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님을 누구나 안다. 삶의 주인공인 나 스스로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그렇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본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스로의 성찰이 갖는 긍정적 기능에 주목하여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희망배달부라는 아침편지의 발행인 고도원이 그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라는 부제를 단 혼이 담긴 시선으로라는 책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혼을 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고도원은아침편지350만 명의 가슴을 깨우고. ‘깊은산속옹달샘에서 치유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그의 신간 혼이 담긴 시선으로는 지난 10여 년간 깊은산속옹달샘의 다양한 명상 및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 아침편지 독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인생의 질문과 답변 중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40여 편을 선별하여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있거나 참여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고비에서 한번쯤 묻게 되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 삶을 보다 용기 있게 꾸려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자는 이야기를 담았다.‘천천히 그러나 충만하게’, ‘사랑은 위험한 서커스다’, ‘혼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 ‘당신이 곁에 있기 때문에’, ‘꿈의 씨앗을 심기 위해서’, ‘마음의 숲에서 나를 만나다’, ‘그리고 천 년의 꿈으로등으로 구분한 모두 여덟 가지 주제를 다룬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가 정작 하고싶은 마음은 머리말에 다 담았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머리말에서 수백 번의 셔터를 눌러도 혼이 담기지 않으면, 단 한 장의 사진도 건질 수 없다! 우리의 인생도, 우리의 사랑도, 우리의 꿈도!” 모두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 혼을 담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도원의 말을 빌리자면 마음을 담는다는 것이다.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마음을 기울여 말하고 혼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사랑이 담긴 손을 건네는 순간 세상은 빛이 나고 저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는 것이다.

 

인생의 고비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함께한다. 어느 시기 특정한 때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지금 나의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제시하며 그 답을 찾아간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문자답(自問自答)만이 답일까? 대부분의 문제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무든 문제를 개인에 귀속시킨다는 점에선 모두를 긍정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반영물이라는 것이다. 하여, 사회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결합하여 사고할 때 보다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담은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볼 때 가능해진다. 앞만 보고 뛰어가는 일상에서 가끔은 멈추어 숨을 고르고 어디로 가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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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열정 사이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제법 많다. 온 가족이 크게 감동을 받았던 어거스트러쉬를 비롯하여 비긴어게인’, ‘원스’, ‘피아니스트등 스토리와 음악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감동을 주는 영화가 주목받는 것은 어쩜 당연하리라 본다.

 

그렇다면 최근 영화 위플래쉬는 어떤가? 스토리와 음악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기는 뭔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기본 스토리는 천제적 음악성은 아니지만 노력에 의해 세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한 학생 앤드류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하는 교수 플렛처와의 마찰로 학교를 그만두고 이후 무대에서 교수와 함께 최고의 연주로 화해한다는 정도가 아닌가 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영화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다. 아주 처절하게 지휘자의 의도된 음악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온갖 폭압 앞에서도 음악의 완성을 위해 플렛처의 의도대로 따라간다. 그것이 전부인양 말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였던 베토벤바이러스가 연상되긴 하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극단으로 몰아간다.

 

 

음악학교 교수의 광기가 불러오는 음악은 어떨까? 완벽한 박자와 리듬을 연주하면 감동받을 수 있을까? 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음악은 어쩌면 자유로운 영혼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광기에 의해 열정이 나타나는 것 역시 긍정적일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 열정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표현하는데 최고의 방법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음악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감동이다. 그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열정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열정은 광기와는 다른 무엇이 있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꼭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연주를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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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영화소개를 봤었는데..공통적 의견은 모두다 일인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글쓴이와 나의 의견일 지도 모르겠다. 발레리나의 못난 발과 김연아의 발과 그런 것들을 보며 동기부여는 좋지만...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을 위해 최고가 아니면 안되는가..하는 건 다른 얘기라고 보고 말이다. 음악으로 천재.미술로의 천재.글에서의 천재적임..일인자가 현위치를 알려주는 기준이나 지표는 될 수있어도 아무도 즐기지 못하는 일인자의 위치란..무슨 의미를 지닐까... 우선 본인부터 괴롭기만하다면 그 위치..던져버리라..이 영화의 주제는 그것이 아닌지.

무진無盡 2015-04-0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 위플래쉬가 어거스트러쉬나 비긴어게인과 다른점이 바로 거기에 있는 듯ᆢ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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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속 매화가지와 전화 속 달은 같은 마음이다

손편지가 사라진지 한참이나 되었다. 내 학창시절 때만해도 펜팔이라는 것이 있어 손편지로 사귐이 가능한 시절도 있었다. 시절이 변했으니 편지글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것은 당연하다 여기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운 것은 그 손편지에 담았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모양은 달라져도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은 있다.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거의 자유로운 SNS라는 도구가 있어 손편지를 대신해서 즉각적으로 마음을 전달하고 그 반응을 확인한다. 손편지와 SNS의 차이를 좋고 좋지 않음을 떠나서 그래도 손편지에 담았던 그 정성과 마음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옛사람들은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마음속 정회를 털어놓아 기약 없는 만남을 대신했다그리운 벗이나 가족, 연인사이 이런 편지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나눴다. 시간을 담보로 한 편지에는 그 담보한 시간만큼 애틋한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던 편지는 대개 두벌을 썼는데 하나는 상대에게 보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수하였다고 한다. 또 편지에 서린 상대의 음성은 물론이거니와 종이에 남은 필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 편지만을 따로 묶어 작은 책자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 연유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옛사람들의 편지글이 많다. 이 책 한시 러브레터는 바로 그런 편지글에 주목하여 그 속에 담았던 시를 선별하고 옛사람들의 마음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고려 후기 문인인 이규보를 포함하여 조선 시대에 편지로 주고받은 한시들을 모아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들을 곁에서 들려주듯 풀어놓았다

 

국화꽃에 꽂혀 있는 벗의 시, 병들고 가난하더라도 함께 늙어 가요, 대지팡이를 보낸 뜻,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내용상 구별하더라도 딱히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벗, 가족, 부부, 연인 등 그들 사이에 주고받았던 편지글 속 마음 나눔이 중심이다.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메

 

매창의 시다. 매창과 유희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주고받은 사랑의 노래만으로는 다 알지 못하는 무엇이 있다.

 

기약하고 어찌 이리 돌아오지 않나요

뜰에 핀 매화도 지려하는데

문득 들려오는 가지 위 까치 소리에

부질없이 거울 보며 눈썹 그려 봅니다

 

그 마음 이옥봉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밤 매화 피니 나무에 봄이 가득

매화 가지 껶어 들고 멀리 그리움 전하고파

강남에서 보냈을 역사는 언제나 찾아올까

만발한 꽃 바람에 지니 정겨운 사람 몹시도 그립네

 

가을날 매화가지 하나를 시와 함께 보내온 이에게 김창협이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동색이리라.

 

여기에 더하여 책 읽기를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유희춘(柳希春)과 술맛과 풍류를 아는 그의 아내 송덕봉(宋德峯)이 주고받은 시, 호연한 기상으로 고을 원님과 친정 오라버니들에게 돈을 꾸는 편지를 쓴 김호연재의 시뿐 아니라 절친한 벗 사이에, 귀양 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신임하는 임금과 신하가 주고받은 편지시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옛사람들에게 편지는 이렇듯 그 속에 담은 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은유적으로 전하지만 결코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부럽다. 일생생활을 꾸려가는 모습은 오늘날과는 다르지만 그들의 사람 사귐의 내용과 방법이 부럽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편지 속에 꺾은 매화 가지를 보내는 예사람의 마음과 달이 떳다고 전화해 주는 현대인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게 내용을 더 풍부히 해서 사람 사귐에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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