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풀'
다시 '삐비' 꽃 피는 시절이 왔다. 모내기 하는 논에 새참 이고 들고가는 논둑에 하얗게 피어 춤추던 그 삐비다. 어린 이삭을 씹어 단물을 빨아먹던 어린시절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풀이다. 은백색 비단털로 둘러싸인 벼꽃이삭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들이나 산기슭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삐비, 띠풀의 전라도 사투리다. 모근, 백모근, 여근, 지지근이라고도 하며 이삭을 백모화라고 부른다.
'삐비껍질'의 그 삐비를 말한다. 속살은 이미 파 먹었기에 껍질만 남은 쓸모 없는 삐비를 비유로 인간관계에 적용한 사례다. 존재감을 무시당할 때 "내가 삐비껍질로 보이냐?"라는 말에 등장하는 그 삐비다.
띠풀은 다양한 용도로 일상에 사용했다. 지붕을 덮는 재료로도, 도롱이, 소쿠리와 같은 일상용품에도, 제사상의 모사기에도, 뿌리는 약으로도 쓰였다. 무논에서 거머리 물어 피가 나는 곳에 붙이면 지혈이 되기도 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이 시골마을에 정착하며 하나씩 새롭게 다가온다. 그 가운데 이 삐비도 있다. 당시로는 귀한 껌대신으로 애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