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햇살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첫눈이 온다는 소설小雪도 지났지만 아직 가을을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에 화답하듯 포근한 날씨라 다행이다.

볕 잘드는 곳 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만 키우는 나무 밑을 서성인다. 이맘때 쯤이면 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자연의 선물과 눈맞춤하기 위해서다. 도로를 덮은 갈색 나뭇잎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입술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고운 선따라 다소곳이 다문 입술은 도발적인 열정을 넘어선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애틋함의 마음자리 그것과도 닮아 보인다.

꽃이 귀한 시기로 접어들었다지만 꽃보는 마음에 한가할 틈이없다. 꽃이 지니 나뭇잎이 꽃으로 피고 그 잎마져 땅으로 돌아가면 열매가 다시 꽃으로 핀다. 잎지고 열매 떨어지는 것은 다음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는 알림장이나 다름없다. 풀, 꽃, 나무, 열매 무엇하나 허투루 보아넘길 수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계절 산과 들에서 만나는 생명,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난다. 하여, 나는 오늘도 꽃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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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일찍 지는 것이 마당에서 함께 바라봤던 그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세번째,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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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텁고 깊고 무거운 기운이 멈춰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애써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곧 구름 밀어낼 바람이 불 것이고 그 사이 햇살은 눈부신 본연의 빛을 발하리라. 우리 살아오고 살아갈 모습 그것과도 같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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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 문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이른 잠을 깨운다. 푸르러 더 까만 밤하늘에 넉넉한 달빛이 가득하다. 새벽의 고요함이 달빛과 어우러진 모월당慕月堂 뜰을 서성이기에 충분하다.

달무리가 깊다고 벗을 청하기엔 이른 시간이기에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만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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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붉다'라는 말로는 다 담아내지 못할 강렬함이 있다. 노오란 꽃에서 나온 열매라고 상낭하기엔 너무도 붉다. 어찌 그 속내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서둘러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따스함을 전하더니 늦은 가을 보는 이의 가슴에 다시금 꽃으로 붉은물을 들인다. 산수유가 1년 중 가장 고혹적인 모습일 때다.


산수유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줄기가 오래 되면 껍질 조각이 떨어진다.


꽃은 3~4월 노란색으로 잎보다 먼저피고 우산모양으로 작은 꽃들이 뭉쳐 조밀하게 달린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4개이다.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8월부터 익기 시작하여 10월에는 빨갛게 익는다. 열매는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그대로 달려있다.


가을의 붉은 열매와 이른 봄날의 노란 꽃으로 1년에 두 번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산수유는 신선이 먹는 열매로 알려질 정도로 좋은 약제로 쓰였다. '영원불멸의 사랑'이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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