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햇살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첫눈이 온다는 소설小雪도 지났지만 아직 가을을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에 화답하듯 포근한 날씨라 다행이다.
볕 잘드는 곳 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만 키우는 나무 밑을 서성인다. 이맘때 쯤이면 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자연의 선물과 눈맞춤하기 위해서다. 도로를 덮은 갈색 나뭇잎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입술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고운 선따라 다소곳이 다문 입술은 도발적인 열정을 넘어선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애틋함의 마음자리 그것과도 닮아 보인다.
꽃이 귀한 시기로 접어들었다지만 꽃보는 마음에 한가할 틈이없다. 꽃이 지니 나뭇잎이 꽃으로 피고 그 잎마져 땅으로 돌아가면 열매가 다시 꽃으로 핀다. 잎지고 열매 떨어지는 것은 다음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는 알림장이나 다름없다. 풀, 꽃, 나무, 열매 무엇하나 허투루 보아넘길 수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계절 산과 들에서 만나는 생명,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난다. 하여, 나는 오늘도 꽃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