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꽃

교태를 모르는 강인한 생명

石竹花 석죽화

世愛牧丹紅 세애목단홍

裁培萬院中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수지황초야

亦有好花叢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색투촌당월

香傳隴樹風 향전롱수풍

地偏公子少 지편공자소

嬌態屬田翁 교태속전옹

패랭이꽃

세상 사람들은 붉은 모란꽃만 좋아하여

뜰 안 가득 심고서 가꾼다네.

누가 알까. 이 거친 들판에

또한 예쁜 꽃떨기 있는 줄을.

빛깔은 마을 연못에 잠긴 달에 어리비치고

향기는 언덕 나무를 스치는 바람에 전해 오네.

땅이 외져 찾는 공자 드무니

아리따운 자태를 촌로에게나 부치네.

-정습명. 동문선 권9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아홉 번째로 등장하는 정습명(鄭襲明, 1096~1151)의 시 "石竹花 석죽화"다.

패랭이꽃은 전국의 산기슭의 풀밭, 냇가의 모래땅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분홍색 꽃이 줄기 끝에서 하나씩 핀다.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꽃잎이 술처럼 갈라지는 것을 술패랭이꽃이라고 한다.

패랭이꽃이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옛날 낮은 신분의 역졸이나 보부상 등이 쓰던 패랭이와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어로는 석죽화, 지여죽이라고 하는데 바위틈에서도 잘자라며 줄기가 대나무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의 시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김홍도나 강세황 등이 그린 초충도에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만큼 친숙한 꽃이었다는 반증이리라.

사진 속 패랭이꽃은 술패랭이꽃이다.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찾지 못하여 올해 초가을에 찍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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