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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쑥부쟁이'
가을 들판에 무수히 피는 꽃들을 정확히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안도현의 시 '무식한 놈'이다. 매년 가을이면 한번씩은 찾아보며 미소 짓는 시다.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섬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등 꽃쟁이 눈에도 구분이 어려운게 쑥부쟁이들이다. 물론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구분이 비교적 쉽다.


개쑥부쟁이는 쑥부쟁이의 한 종류로, 쑥부쟁이와 거의 비슷하다. 가지를 많이 쳐서 꽃이 핀 모습도 훨씬 풍성해 보이고, 잎의 톱니가 훨씬 더 뚜렷하고, 꽃이 진 뒤 봉오리에 털이 송송 나 있고, 꽃받침잎이 뒤로 까지는 것 등으로 구분되는 쑥부쟁이와의 구별은 쉽지가 않다.


흔하게 보여 그 이쁜 모습을 놓치기 쉬운데 쑥부쟁이는 누가 봐주지 않아도 묵묵히 가을을 넉넉한 풍경에 특별한 수를 놓고 있다. 쑥부쟁이의 꽃말이 '평범한 진리'라 이와 비슷한 이미지가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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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
계절의 변화의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연한 자주색 꽃잎에 노랑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정식 명칭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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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가을 숲은 빛의 천국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에 온기로 스미듯 달려드는 가을볕의 질감이 대상을 더 빛나게 한다. 황금빛을 빛나는 들판이 그렇고 요란스러운 단풍이 그렇다. 그 가운데 꽃보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짙은 청색의 색감이 주는 신비로움이 특별하다. 먼 하늘로 땅의 소리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세워둔 종모양의 꽃이 줄기끝이 모여 핀다.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뜻이다. 그만큼 약재로 유용하게 쓰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초꾼이 아니기에 이쁜 꽃일 뿐이다. 가을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꽃이다.


아름다운 꽃에는 유독 슬픈 꽃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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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
뒷산 닭의난초가 피는 계곡에 보고 싶은 꽃이 있어 발걸음을 한다. 숫잔대 보러갔더니 멀리만 돌다 정작 가까이 있는 꽃은 때를 놓쳤다. 지금 피는 꽃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도 아쉬움은 쉽게 떨치지 못한다. 산길을 벗어날 무렵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곱게 빛나는 꽃을 만났다.


하늘색 꽃이 종 모양으로 줄기따라 줄줄이 달렸다. 암술머리는 길어 꽃 밖으로 나와 나 잔대라고 표시하고 있다. 가을 하늘을 닮았는지 짙은 하늘색의 색감 유독 좋다.


유사종으로 잎이 넓고 털이 많은 것을 털잔대, 꽃의 가지가 적게 갈라지고 꽃이 층층으로 달리는 것을 층층잔대를 비롯하여 숫잔대, 당잔대, 두메잔대, 둥근잔대 등 종류가 많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약초꾼에게는 약재겠지만 꽃쟁이에게는 천상 꽃으로만 보인다. '은혜'라는 꽃말은 약효로부터 유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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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벗을 얻을 수 있다면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나오는 글이다.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에서 이글에 언급한 벗의 예를 다음의 경우로 이야기 한다.

"김시습의 매화와 달, 성수침의 소나무, 허난설헌의 난초와 눈, 최북의 붓, 정약용의 차, 정철조의 돌, 이긍익의 명아주 지팡이, 유금의 기하학, 서유구의 단풍나무, 김정호의 산, 이규보의 거문고와 시와 술, 허균의 이무기, 박제가의 굴원의 초사, 이덕무의 귤과 해오라기와 매화"

*대부분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다. 어찌 사람 사이 벗의 이야기를 하면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과 같은 예를 찾지 않은 것일까. 나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 사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해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떤이의 벗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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