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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봄비 마냥 오더니 겨울밤 깊어가도 봄 밤 마냥 포근하다. 인적 드문 채마밭 둘레길은 가로등에 기대어 속내를 드러낸 안개가 주인마냥 자리잡았다.

깊어갈수록 더 밝아지는 겨울밤이 참으로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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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리던 겨울비는 그쳤나 보다. 언듯 격자문 너머로 밝은 달빛이 스며드는 것이 저절로 몸을 일으키게 된다. 깊은밤 흘러가는 구름 사이를 유영하는 달이다. 어느새 품은 많이도 줄었지만 여전히 밝다.

어찌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고 탓할 수 있으랴. 얻어온 빛일지라도 자신을 밝혀 주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참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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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0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2016년도 거의 다 지나가네요^^: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진無盡 2016-12-30 08:44   좋아요 1 | URL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슴가득 온기로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오래된 의문 하나'
2500년 전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활동하던 시대부터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 답을 구해온 이래 지금까지 그 물음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뒷걸음질 한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정말 인간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발전하고 진보한다는 말을 믿지 않은 지도 오래다. 인간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다. 역사는 늘 쳇바퀴처럼 돈다. 어리석음이 어리석음을 낳고, 우둔은 우둔을 반복한다. 젊은 시절에는 언젠가 좋은 때가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그때가 좋았지'만 남았다. 후회는 기습당한 군대처럼 한발 늦고, 미망은 안개처럼 앞을 막는다. 타성의 미세먼지는 주위를 애워싸 벗어날 수가 없다."


정민 교수가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서문 중 일부다. 이런 생각은 나 혼자 자신을 자책하며 하는 생각만이 아니라는데서 위안은 삼을 수도 있지만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같은 글에서


"옛날이 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묵직한 말씀의 힘은 시간을 뛰어 넘는다. 인간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므로 그때 유효한 말은 지금도 위력적이다."


라고도 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가둔 미명未明에서 벗어날 단초도 제시한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을 그대로 안고 오늘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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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푸르름이 빛나는 것은 햇빛 때문만은 아니다. 때를 알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줄 아는 계절이 함께 있기에 더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죽은 나무가 터를 내어주고 적당한 습기에 온기마져 도움을 주니 더욱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사람사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기에 내가 빛나기 위해서는 내 안에 다른 이들이 들어올 틈을 내어주고 더불어 빛나고자 하는 마음의 넉넉함이 있어야 한다. 너와 내가 더불어 빛날 수 있는 전재 조건이다.

볕이 좋은 겨울날, 그 무엇도 홀로 빛나는 것이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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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곳 볕은 따사롭고 짧은 머리카락을 살며시 건드리고 지나가는 바람은 온기마져 담았다. 심술궃은 겨울날의 오후가 이렇다고 북쪽 산을 넘어 품으로 파고드는 바람을 다독여줄 여유는 없다.

간신히 옷깃을 여미고는 하늘 바다에 풍덩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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