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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평점 :
사람 사귐의 진정성을 본다
우리나라 어린이 동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이오덕과 권정생이다. 이 두 분의 마음 나눔은 조선후기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를 비롯한 백탑파들의 사람 사귐의 맛과 멋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아련하고 따스하며 애잔하고 마냥 부럽기까지 한 벗을 향한 두 분의 마음 나눔, 나도 누군가에게 이 두 사람의 마음이고 싶다.
이오덕(925년~2003년)은 교사로 아동문학가로 우리 말 운동가로 평생을 아이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온 삶을 아이들과 함께 산 사람, 이오덕이다.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의 작가인 권정생(1937년~2007년)은 가난하게 살면서 아프고 가난한 아이들 곁에 있겠다고 했다.자신이 쓴 ‘이야기’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 사람이자 아이들의 동무 권정생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73년 1월, 이오덕 선생님이 권정생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때부터 이오덕 선생님이 작고한 2003년까지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 받았다. 이오덕의 나이 마흔여덟이었고, 권정생은 서른여섯이었다. 권정생 선생이 일본에서 조국 한국의 품으로 귀국 후 병든 몸으로 동화를 쓰며 어려운 일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연민과 작가 권정생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료이자 친구이며 서로에게 스승과도 같은 존재로 꾸려져 간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날씨와 음식에 약값, 연탄값, 건강문제 등과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로부터 삶을 꾸려가는 아려움, 작품활동, 서울과 지역 문단의 현황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편지를 통해 함께 나눠간다. 나이 많은 이오덕 성생님이 이끌어가는 측면이 있어 보이지만 일방적인 이끔은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외가 있는 한국으로 온 권정생은 외로운 일상은 꾸려가고 있었다.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동화를 쓰며 살아가는 모습과 작품이 이오덕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권정생의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가 함축된 이야기로 읽힌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모음집인‘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는 2003년 한길사에서 발행한'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가 절판되고 난 후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사연이 희귀도서로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이 아닌가 싶다. 그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아져 출판사 양철북에서 새롭게 발간했다. 더불어 손편지를 그대로 옮겨 묶은 특별부록까지 제작한 마음에 따스한 박수를 보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동은 어디에서 올까? 이 두 사람의 사귐에서 그 근본을 본다. 평생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하며, 내게 그런 사람이 있는가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