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앞에서도

제 모습

생긴 대로,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

조선 18세기 말~19세기 초, 종이에 수묵담채, 간송미술관

 

옛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그 속에 담고 있는 상징을 읽는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두 마리의 게가 갈대를 붙잡고 있다. 게와 갈대 무슨 사연이 있어 그림에 같이 등장하는 것일까? 그것도 두 마리의 게와 함께 말이다. '게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 즉 해탐노화도'는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그려주는 그림이다.

 

오주석의 설명에 의하면 갈대 로()의 옛 중국 발음은 나귀 려()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나귀 려는 원래 임금이 과거급제자에게 나누어주는 고기 음식을 뜻하는 것이란다. 그 뜻이 발전되어 전려(傳驢) 또는 여전(驢傳)이라고 하면 궁중에서 과거급제자를 호명해서 들어오게 하는 일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물은 것은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에 모두 합격하라는 뜻이요 꼭 붙들고 있는 것은 붙어도 확실하게 붙으라는 의미다.

그뿐이랴? 게는 등에 딱딱한 껍질을 이고 사는 갑각류이니 그 딱지는 한자로 갑이 된다. 즉 게의 껍질인 갑은 천간(千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의 첫 번째이니 바로 장원급제를 의미하는 것이다.”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김홍도는 한발 더 나아간다.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

"바다 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화제를 그럴듯하게 써놓았다. 과거에 붙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붙은 다음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왕 앞에서 쭈뼛거리지 말고, 천성을 어그러뜨리지 말고, 되지 않게 앞뒤로 버정거리며 이상하게 걸을 것이 아니라, 제 모습 생긴 대로 옆으로 모름지기 옆으로 삐딱하게 걸을 것이다"라는 의미다. 횡행개사(橫行介士)는 게의 별칭인데 게는 말 그대로 옆으로 횡행한다는 말이고 개사는 강개(慷慨)한 선비란 뜻이다.

 

요즘 정치현실에 딱 맞는 정문일침(頂門一針)이다. 그렇다면 요사이 정치인들은 어떨까? 권력이 무엇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 권력 앞에서는 사람의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일까? 출사표를 던질 때의 마음은 어디가고 자신의 목소리도 없다. 대의도 명분도 없이 오직 자신이 속한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벌이는 비굴한 모습도 부끄러운지도 모른다. 옛사람들의 출사 하는 마음가짐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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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7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 기행이군요.오늘은..!^^
시제는 니 맘 잘 닦아라..(너무 건너 뛰나요? 아니죠?!^^)
오늘은 경제.정치. 두루 두루..아..예술까지..

무진無盡 2015-01-18 22:06   좋아요 0 | URL
누구든 삶은 다 예술입니다~ㅎ

나비종 2015-01-18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 그림은. . `시`와 같은 것이군요.
설명이 갑입니다.^^

무진無盡 2015-01-18 22:06   좋아요 0 | URL
옛그림만 그러겠어요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모든 것이 다 시 아니던가요? ^^

[그장소] 2015-01-1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음....삶은....계란.
삶은....걸레....
무진 님 눈이 예쁘군요..^^

이 넘의 더러운 세상..에잇! 아름다워!!

이런건 아니고요!
ㅎㅎㅎ
농 인거 아시죠?

무진無盡 2015-01-19 15:18   좋아요 0 | URL
그렇게라도 애쓰지 않으면 더 힘들잖아요 ^^

[그장소] 2015-01-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무진? 애쓴다...할때..그..무진!!^^

무진無盡 2015-01-19 15:23   좋아요 0 | URL
없을무, 다할진ᆢ이면 어떻게 해석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