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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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학문과 아취를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

삶의 근거지를 대도시에서 한적한 시골마을로 옮기며 가장 신중하게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서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조그마한 한옥의 구조에서는 내가 가진 책을 어떻게 정리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책을 정리할 겸 서재를 마련하기로 했다. 마당 한 켠에 직사각형의 구조물을 만들고 세 벽은 책을 둘 수 있는 공간으로 나머지 한 면은 밖이 훤히 내다보이게 유리창으로 만들었다. 아직 이름도 얻지 못한 서재이지만 한쪽에 책상하나 두고 나머지는 비워둔 열린 공간이다. 서재 주인의 허락도 없이 햇볕도 달빛도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나만의 꿈을 꾸고 실현해갈 터전으로 삼고 있기에 만족스런 공간이다.

 

이런 서재를 만들고자 했던 직접적인 이유는 옛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이 서재라는 공간에서 학문과 지향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가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조선 후기 백탑파로 일컬어지던 무리들의 사람 사귐의 중심이 바로 그들의 서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을 보았기에 서재 갖기를 더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모른다. 서재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들었던 조선후기 선비들의 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모아 서재와 서재 주인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 있다.

 

박철상의 서재에 살다가 그 책이다. 저자 박상철이 주목하는 조선후기는 북학의 시대로 소중화 사상에 물들어 있던 사상적 경향성이 청나라와 청나라를 통해 유입되는 서양 사상과 과학기술 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조선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더불어 이러한 사상적 변화는 선비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재를 중심으로 선비들 간의 교류를 통해 취미와 풍류, 그리고 우정을 나눴던 모습이 그것이다.

 

홍재 정조(이성), 담헌 홍대용, 연암산방 박지원, 팔분당 이덕무, 사서루 유득공, 정유각 박제가, 여유당 정약용, 소재 신위, 일속산방 황상, 백이연전전려 조희룡, 완당 김정희ᆢ. 등 저자 박철상이 조선 후기를 살았던 쟁쟁한 학자이지 선비였고 문화예술인이었던 24인을 서재를 중심으로 그들의 학문, 삶 등을 살펴본다.

 

조선후기 지식인의 서재를 탐방하며 첫머리에 정조 왕을 살피는 의미가 제법 크게 다가온다. 저자가 주목하는 조선 후기에서 북학과 정조 왕을 빼두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 규장각을 중심으로 한 호학군주 정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참으로 많으며 조선 후기를 대표한다라고 할 만한 선비들 중 정조 왕의 후원이 있었기에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여, 그 첫머리에 정조 왕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의 집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좁쌀만했지만, 그의 서재에는 온 세상이 들어 있었다황상의 일속산방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북학과 연행의 시대였던 19세기를 살았던 선비들의 학문과 일상의 중심이 되는 "서재는 학문과 아취를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였다." 조선시대 지식인은 서재의 이름을 호로 삼아 그 안에 평생을 기억하고자 했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담은 공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했던 지식인의 주된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서재 이름의 의미와 그 서재 주인의 이야기가 중심인 이야기지만 조선 후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비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조선후기를 이해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특히 홍대용, 박제가, 김정희로 이어지는 청나라 지식인 옹방강과 완원의 교류가 당시 조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피는 것도 이 시기를 이해하는 한 축으로 작용한다.

 

시대가 변해 이제 서재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조선 후기를 살았던 지식인들에게 서재가 갖는 의미가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질없는 바람일까? 변화의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으로서 그들의 삶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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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가난한 시인의 서재 조수삼 이이엄 편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조수삼의 이이엄에서 장혼의 이이엄으로 넘어가 조수삼은 사라지고 장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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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6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면이 바다인 우리 나라에서 삼면이 지혜의 바다인 곳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 언젠가는 저도 그런 서재를 가질 수 있을까 꿈꿔봅니다.(음. . 얼마 전 알라딘 중고 매장에 몇 십 권. . 괜히 팔아치웠나?^^;)
서재 이름은 지으셨나요? 빛이 드나들고(설마 비는 안드나들겠죠?ㅋ), 유리창을 열면 바람도 드나드나요? 가끔 조용히 별빛도 스미겠지요?^^

무진無盡 2015-01-16 23:47   좋아요 0 | URL
덕분에ᆢ알라딘 중고 매장에서 가끔 책 구입하곤 합니다.
아직도 이름 짓지 못하는 것은 뜻이 확고하지 않거나 욕심이 과하거나 일거에요 ㅠ
새소리, 달빛, 간혹 잠자리도 들어옵니다. 그러나 아직 부르고 싶은 이 청하지 못했습니다

나비종 2015-01-16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진!지. . 하셔서. . ㅎㅎ
(하아~ 이런 비루한 개그를ㅡㅡ;)
천천히 자연과 벗하며 지내시다보면 그 빛깔에 맞는 이름이 떠오르시겠죠^^ (춘수 오빠의 꽃이냐며ㅎㅎ^^;)

무진無盡 2015-01-17 00:01   좋아요 0 | URL
허~~
그렇지요 제가 ^^
안개비가 눈으로 바뀌어 오시는 풍경이 좋은밤입니다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고 있습니다 ㅎ

나비종 2015-01-1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다보는 곳은 온통 아파트 불빛 뿐ㅡㅡ;
리치 오빠의 `헬로~` 들으면서 상상하니, 맘이 화해지는 느낌입니다. 안개비가 눈으로 바뀌어 오시는 풍경이 좋은 밤이라니. . ^^

무진無盡 2015-01-17 00:14   좋아요 1 | URL
얼마전까진 저도 아파트 불빛 속에서 살았지요. 이곳에서 세번째 겨울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산과 들에서 만나는 벗들이 있어 더 좋은 곳입니다.
종종ᆢ혼자 놀기의 진수를 전해드리리다 ^^

해피북 2015-01-17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젤 좋아하는 백탑파들이 있다니 당장 읽어보고 싶네요 정민교수님 책으로만 읽다가 다른분의 혜안을 들어보려니 기대도 되구요 ㅎㅎ

무진無盡 2015-01-17 21:23   좋아요 0 | URL
조선후기를 주름잡았던 선비들의 이야기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