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동아리에서 2021년 현대미술 책 읽기를 시작했다. 텍스트는 『발칙한 현대미술사』. 저자 윌 곰퍼츠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한 아트 디렉터이자, 예술전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생동감 넘치게 글을 썼다.
인상주의 또는 후기 인상주의부터 시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그는 뒤샹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유명한 소변기가 미국 ‘독립미술가협회’에 출품된 계기와 배경과 반응들을 다루고 있다. 인상파로부터 시작해서 입체파와 미래파,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흔적을 남긴 뒤샹은 개념미술의 큰 분기점을 마련한 예술가이다. 과거의 주류 예술이 고집하던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예술을 찾아나서는 현대예술의 중심에 있는, 뒤샹을 첫머리에 둔 것은 의미가 있다.
2장부터는 다시 인상주의로 시작하여 후기 인상주의로, 원근법과 형태를 무시하고 주관적인 색채를 사용한 세잔으로, 세잔으로부터 마티스의 야수파로, 브라크· 피카소와 입체파로, 다시 미래파로 역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현재(2008년)의 미술로 마치고 있다. 주의(~ism)가 생겨난 사건과 화가들의 우정와 경쟁, 당대 화상들, 전시회 등의 에피소드를 쉽고 흥미 있게 전달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가끔 영국식 유머에 입 꼬리가 올라간다는 것, 아쉬운 점은 도판이 많지 않아서 찾아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고 재미있는 설명 때문에 인터넷이나 다른 책에서 찾아보는 것이 그렇게 수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함께 병행해서 읽은 책이 여러 권이다.
먼저 전영백의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은 현대미술사의 큰 획을 긋는 전시와 화파(~ism)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부제처럼 ‘이즘을 만든 전시’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19세기 프랑스 「앙데팡당」과 「살롱 도톤」으로부터 「베를린 분리파 춘계전」, 「국제 다다 페어」, 유명한 현대미술관들 MoMa나 Tate 등의 전시와 정기출판물도 소개되고 있다. 전시회 사진과 당시 전시회에서 화제를 일으킨 작품들과 도록들, 기사들을 볼 수 있다. 현대미술의 역사를 전시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긴요한 책이다.
“1913년에 개최된 《아모리쇼》 이전에 유럽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소개한 곳이 ‘291갤러리’다. 사진작가 스티글리츠는 1905년에서 1971년까지 뉴욕 5번가 291번지에 갤러리를 운영하였다. 그는 291 갤러리에서 중요한 모던차트 전시를 기획하여 마티스, 세잔, 피카소, 뒤샹 등 유럽 작가들의 전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했다. 대표적으로 1908년 《로댕》을 시작으로 하여 1908년과 1912년에 《마티스》, 1911년 《세잔》, 1912년과 1914년에 《피카소》 그리고 1915년 브랑쿠시를 개최하였다.……
그는 《아모리쇼》의 전시를 위해서도 미술품을 빌려주는 등 이 역사적 전시가 개최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249p, 알프레드 스티글리와 291갤러리,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전영백)
다음으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중『인상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체계 있는 미술사 공부를 위해 필요하다. 깊이 있는 미학적인 설명과 그림을 읽는 사유가 추가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위의 책들과 겹치는 내용들도 있지만 동시대의 경향과 철학, 전망, 과거의 미술이 미친 영향도 설명하고 있다. 도판도 충실하게 담겨 있어서 진지하게 공부하기에는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어렵지만 진중권의 『현대 미학강의』도 병행한다면 더 진지해질 수 있다.^^ 가끔 나는 왜 이렇게까지 파고 있나 자신에게 의아할 때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병인가 하여’ 하던대로 한다.
아직 조금밖에 읽지 못했지만 조주연의 『현대미술 강의』도 읽고 있다. 말 그대로 강의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개론서로 쓰일법한 구성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중 현대미술에 해당하는 3권(인상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 부담스럽다면 이 책 한권으로 읽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현대미술은 화가의 주관적인 형태와 색채를 표현함으로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세잔이라고 한다. 고갱과 야수파, 입체파에 영향을 준 거장 세잔을 읽기 위해 전영백의 『세잔의 사과』를 읽고 있다. 세잔의 작품을 읽는 사상가들의 통찰을 담고 있다. 크리스테바의 멜랑콜리, 프로이트의 성, 바타유의 에로티즘, 들뢰즈, 라캉, 메를로퐁티, 베르그송이 각각 읽어낸 세잔을 설명하고 있다. 항상 경험하지만 한 작품에 담긴 많은 의미들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목록의 책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은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한 작품을 부분으로 나눠서, 디테일하게 작업과정과 색채 형태의 의미들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나타난 세잔의 영향과 원시주의, 그리고 아직은 미미하지만 입체주의의 태동을 설명하고 있다. 분석해서 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서 감상보다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공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말 왜 샀나 싶은 책은 『현대미술 글쓰기』다. 예술을 전공하거나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안내서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미술관련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 항상 느끼는 언어와 표현의 결핍을 보완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 샀다. 정말 욕심이었다는 생각이다. 대략 살펴보니 ‘아트라이팅’뿐 아니라, 비평을 읽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모두 병행해서 함께 진도를 나가고 있다. 전공자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데 미술책을 사들이고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최근에 추가한 『뱅크시』도 있다. 아마도 <아트 오브 뱅크시>에 맞춰 기획된 책인 듯하다.
내가 발표할 챕터는 이렇게 정리한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