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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베레 - 베트남 전쟁과 그린베레의 전설 ㅣ KODEF 안보총서 11
로빈 무어 지음, 양욱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미제국주의자가 미화한 역사 소설 그린베레(The Green Beret)
베트남 전쟁(Vietnam War)은 미국이 일으킨 침략전쟁이었다.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Gulf of Tonkin Incident)을 조작한 미제국주의자들은 본격적으로 침략전쟁을 일으켰고, 대략 8년간의 전쟁 기간 동안 수백만이나 되는 동남아시아인들을 무차별 학살했다. 그러나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기 전에도 미국은 남베트남 문제에 개입하고 있었는데, 이는 바로 미군사고문단 이라는 형식으로 남베트남 정권을 돕는 방법이었다.
미국의 존F케네디 정권때부터 베트콩에 맞서 남베트남에서 군사활동을 전개했던 미군사고문단은 1963년이 되어 대략 11000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이들은 남베트남 정권을 지키기 위해 물적, 인적 지원을 아낌없이 했다. 미국의 존F케네디가 남베트남에 미군사고문단 형식으로 지원했던 부대들 중에는 특수부대가 존재했는데, 그 부대가 바로 초록색 베레모로 상징되는 ‘그린베레(The Green Beret)’다.
미국의 특수부대 그린베레의 기원을 따지자면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태평양 전선에서 많은 활약을 했던 미국의 첩보기관인 전략 사무국(OSS)은 미군 비정규전 전문가들을 추축국 후방에 침투시켜 저항세력을 양성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태평양 전쟁 시기 중경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와 협력했던 미국의 기관이 바로 OSS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OSS는 해체되었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미군은 또 다시 비정규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미군은 한국전쟁 기간 동안 북한 침투를 위한 특수부대를 만들기도 했었다.
1952년 미국에서 창설된 제10 특수전단은 미 육군 특수 부대의 시대를 열었다. 이 특수전단은 주로 공수부대나 전직 전략사무국 파견요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 특수부대는 서독에서도 활동했었고, 그 외의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배치되었다. 1960년대 초 미국에서 존F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특수부대는 급속도로 규모가 커졌고,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베레모 착용이 허용되면서 그 특수부대는 ‘그린베레’가 되었다.
케네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창설된 미국의 그린베레는 냉전 시기 여러 곳에 배치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베트남이었다. 남베트남에 군사고문단 형식으로 배치되었던 그린베레는 응오딘지엠 정권을 지키기 위해 부패하기 짝이 없는 남베트남군을 물적, 인적으로 지원했고, 라오스와 베트남 중부고원지대에 들어가 소수민족들을 가지고 군대를 조직했다. 라오스에서는 반공산주의 감정이 심했던 몽족(Hmong)을 이용했고, 베트남 중부고원지대에선 몽타냐르족(Montagnard)으로 대표되는 브루족(Bru)이나 에데족(Ede) 같은 산악소수민족들을 이용했다. 그들이 바로 그린비레가 계획한 CIDG 군대(비정규 민병대라고도 함)로 거듭났다. 물론 이 군대는 제국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할대로 이용당하다가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버려진다. 아무튼 그린베레는 베트남 전쟁 시기 남베트남군을 지원했던 미국의 특수부대였다.
베트남 전쟁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미국의 작가 로빈 무어(Robin Moore)가 집필한 그린베레를 읽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몇 달 전 인종차별주의자인 존 웨인(John Wayne)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반공영화 그린베레(The Green Beret Film)를 감상하였기에 이 책의 내용이 어떨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읽는 내내 반공주의자들의 저급함과 수준 낮은 역사관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그린베레의 무용담 뿐만 아니라 전쟁의 비극을 다룬 책이며, 베트남 전쟁 반전론자들이 책도 제대로 안 읽고 미화물이라 비판한다”고 말하며 반전주의자들을 비웃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필자가 한마디 하자면, 반전주의자들이 이 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책의 내용이 시작부터 끝까지 제국주의 침략자인 그린베레의 미화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남베트남에서 자생적으로 창설된 베트콩들이 왜 세계최강의 미국 군대에 맞서 싸웠는지는 생각지 못하는 역사적 몰이해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국의 민족해방과 독립을 위해 싸우는 해방 전사들을 마치 아무런 민간인들이나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다니는 존재로 묘사하는데, 영화 그린베레가 보여줬던 베트콩 악마화랑 다를 게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남베트남에 주둔한 미군이 무슨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처럼 나오는데, 역사 왜곡의 극치다. 저자 로빈 무어는 그린베레의 필요성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그린베레 부대원과 베트남 여성의 러브 스토리, 그린베레 부대원과 몽족 여성의 러브 스토리 그리고 그린베레 부대원과 몽타냐르족 여성의 러브 스토리 따위를 넣는데, 이런 가상의 러브 스토리는 단순히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국의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한 선동일 뿐이다.
가장 기가 막혔던 파트는 어떤 가톨릭 여성인 린의 스토리인데, 이 파트는 베트콩과 북베트남에 대한 심각한 악마화로 얼룩져 있다. 그 파트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베트콩에게 가족을 잃은 가톨릭 신자인 린이 베트콩 장교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그린베레를 본 사람은 이 내용이 영화에서도 나온다는 걸 알 것이다. 저자 로빈 무어는 소설에서 무슨 베트콩을 마을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존재로 묘사했는데. 진실을 말하자면 실제 전쟁에서 그런 짓을 했던 것은 게릴라를 토벌했던 연합군 측의 모습이 그러했다.
저자 로빈 무어는 자신이 이 책에서 ‘남베트남의 부정부패’를 거리낌 없이 고발했다고 서문에 밝혔다. 물론 책에서도 남베트남군의 부패상이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로빈 무어는 그것만큼 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정통성 문제와 분단 원인이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즉 로빈 무어는 남베트남군이 왜 부패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뿌리가 누구인지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들이 프랑스군에 있었던 사실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으며, 베트남 인민들이 왜 호치민과 공산당을 지지했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우리는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베트남에서 열심히 싸웠다.”와 같은 무용담만 읊었다. 이것은 베트남 전쟁에서 왜 베트콩들이 그린베레와 같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서 싸웠는지를 가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로빈 무어의 역사 소설 그린베레는 미군에 대한 무한한 미화와 베트콩에 대한 악마화로 가득차 있다. 쉽게 말해 반공주의자가 저지르는 역사 왜곡의 전형적인 사례다. 책의 마지막을 보면 “이제 우리는 계속해서 공산군을 압박해야 한다. 이제 공산군은 하노이 주변에 A팀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 것이고, 호치민은 새로운 평화 협정을 요구해올 거다. 우리는 힘으로만 대화할 거다. 지금 우리가 싸우는 것은 새루운 형태의 전쟁이다. 승리와 패배 같은 건 없다. 협상이 시작되면 어느 쪽이 상대를 굴복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라는 대사로 끝을 맺는데, 전형적인 반공주의자의 생각을 반영해준다.
베트남 전쟁을 지극히 미국의 시각으로만 바라본 책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중에 이 책의 저자 로빈 무어에 대해 좀 찾아보았다. 그는 하버드 대학 출신에 아버지 밑에서 호텔 경영을 했던 전형적인 미국 부르주아였다. 1960년대 그가 쓴 피델 카스트로 관련 책이 있는데, 그 책 제목이 바로 ‘대가를 치러야 할 악마(The Devil To Pay)’다. 정말이지 반공주의가 극에 달한 인물이다. 이런 뒤틀린 역사관을 소유한 인물이니 미국의 침략전쟁인 베트남 전쟁을 미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전쟁을 공부해본 필자로선 로빈 무어의 저급한 역사관이 한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그린베레에 대해 얘기하겠다. 로빈 무어 책에서 나온 그린베레는 매우 정의로운 존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베트남 전쟁 시기 그린베레는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을 벌였는데, 그게 바로 ‘피닉스 작전(Phoenix Program)’이다. 피닉스 작전을 통하여 그린베레를 비롯한 미국 특수부대는 무고한 민간인 27000명을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베트콩으로 몰아 학살했다. 따라서 그린베레는 베트남 전쟁에서 잔인하기 짝이 없는 제국주의 침략자들이었다. 이런 그린베레의 침략은 베트남에서 멈추지 않았다. 저자 로빈 무어는 맺음말에서 “우리는 인류가 대참사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아프리카의 폭군이든 발칸의 독재자든 중국의 인권 침해자든 누구를 상대하든 간에 단호한 국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루돌프 럼멜과 같은 네오콘들이 가진 극단적인 제국주의 사상과 하등 다를 게 없는 관점이다. 그린베레가 참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엄연한 미제국의 침략전쟁이다. 그런 침략전쟁은 벌인 미국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책 저자 무어가 미화한 베트남 전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가 베트남 전쟁을 통해 알아야할 것은 제국주의 침략자 그린베레의 무용담이 아닌, 그들에 맞서 투쟁했던 베트콩과 같은 민족해방투사들의 이야기와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