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루어 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댔다. 이 뉴스를 처음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설마"였다. 얼마나 첨예한 문제였는데 그렇게 극적으로 타협이 됐다니 도대체가 이해가 안되었다. 게다가 만장일치라니...

 

  17년만의 노동 개혁이라고 연일 떠들어 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또 정권 빨아주기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뉴스를 검색해 본다. 아니나 다를까 무슨 라임도 아니고. 국방위하면 김광진이 나오듯이 중요한 이슈에는 박근혜가 나온다. 오죽하면 노사정을 치면 박근혜가 연관 검색어로 나오겠는가?

 

  무엇인가 이상하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노사정 합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웃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한국노총 대표, 한국경총 대표, 위원장 등 5인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민노총은 없다. 민노총이 이적단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디에도 민노총은 없다. 또한 야당도 없다. 아무리 야당이 삽질당이라지만 그래도 명생이 제 1야당인데 걍 무시했나 보다. 이렇게 중요한 한쪽 모서리를 배제시키고 해놓은 노사정 합의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쟁점이 되었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이 없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를 해고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안은 없다. 그저 현행 법안에서 그런 해고는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만 말한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부당해고가 넘치는 마당에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임금 피크제 또한 문제다. 그 어디에도 기본 소득을 올리겠다는 말은 없다. 그냥 아버지 월급 깎아서 아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정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가정이 제대로 경제 활동을 영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연배가 있으신 분들의 논리는 이것이다. 보리고개를 너희들이 아느냐, 그 어려운 시절도 애국심으로 버텨봤고, 잘 살아보겠다고 버텨왔다, 요즘 것들은 배가 불러서 그런다. 맞는 말이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살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오늘날에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미 아버지 세대와 자녀 세대는 생각의 구조와 기준이 다르다. 과거에는 하루 세끼를 먹고 살면 됐지만, 이제는 외식도 해야하고, 자녀들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 사교육이 문제라고? 그러면 전통처럼 아예 사교육을 막던가? 물론 그 시절에도 돈 많은 사람들은 사교육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버지 월급 깎아서 아들에게 준다? 국민이 원숭이도 아니고, 이 무슨 조삼모사냐?

 

  노사정 위원에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그 흔한 미생이나, 송곳도 보지 않았나 보다. 노사정 위원회에 참여하신 분들이라면 최소한 이 책 정도는 정독했어야 하지 않을까? 리얼한 노동의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송곳이라는 제목이 의미 심장하다. 낭중지추라고 뛰어난 사람은 주머니 속에 넣어놓아도 삐져 나온단다. 그런데 삐져나오는 것이 뛰어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합리한 상황도 삐져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해도, 조삼모사로 속일지라도 언젠가는 삐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덮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러면서도 정권의 단호한 결의를 찬양하고,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한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기업에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언제가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이 주머니를 삐져 나오면 그것은 주머니를 소유한 사람의 허벅지를 찌르게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머니를 더 큰 것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다. 그 순간이 온다면 아마도 송곳을 부러뜨리려고 할 것이다. 주머니로 싸면 싸였던 존재들이 무슨 대단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품고 이번에는 부러 뜨리려고 하겠지? 노동 문제는, 분배 문제는 최소한 사용자의 도덕성에 요구해서는 안된다. 강제성을 띠고 있는 법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민노총에서 반대를 할 것이라면, 가장 먼저 이 책을 노사정 위원회 앞으로 한권씩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보내든지. 현실을 알아야 답을 찾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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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9-16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열해서 통치하는 수책이 결실(?)을 맺는 순간입니다. 정말 개같은 시절에,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득세해서 계속 이 모양이군요. 그래서 전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표를 준 사람들 심리가요.

saint236 2015-09-16 10:33   좋아요 0 | URL
그 또한 분열시켜서 통치하는 방법이겠지요. 표를 준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은 통치하는 자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