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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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삼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아침 기상 나팔이 울리면 5분 후에 사열대 앞으로 집합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처음 전투복을 입는 처지에 5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고작 5분으로 무엇을 하라고 그러는가라는 불평이 가득하다. 5분은 모포를 개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 끈을 조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그렇게나 실감되었던 적도 없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 5분이 정말 길게 느껴진다. 기상 나팔이 울림과 동시에 일어나서 2인 1조로 모포를 개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는다. 여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어슬렁 거리면서 사열대 앞으로 집합한다. 훈육장교가 매일 하던 5분이면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는 뻥이 꽤나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5분의 가치에 대해서 인식하고 살아온 것이.

 

  저자는 지식채널 e의 제작자였다. 내가 꽤 감동받았던 시리즈들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자리를 옮겨서 뉴스타파에서 5분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뉴스타파를 보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여전히 그는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인문학적인 부분들을 다루던 것들이 이제는 주로 사회적이고 정책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5분의 중요함에 대한 그의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그 치열함이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그의 삶이 존경스러워진다. 다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이 아닌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내는 5분,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간보다 짧은 그 5분이 우리의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알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정보만을 진실이라 생각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우리들에게 그는 심각한 도전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짧다고 생각하는 그 5분이 사실을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당신을 인식하고 살아가는가?

 

  이 도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저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5분이라는 결과물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최소한 그의 말과 견해가 옳은지 그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애는 써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의견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반대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듣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면서,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신은 이 사람만큼 5분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고민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너무 거창한 것들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게 주어진 5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5분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아닌 5분이라면,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5분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그것도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서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쓸데없이 황금펀치나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애쓴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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