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그리고 석유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곳곳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마케팅 열풍이다. 미국의 소비가 집중된다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따서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름만 거창하지 대단할 것도 없다. 오히려 눈가리고 아웅식의 얄팍한 상술로 인해 소비자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을 해도 해외 직구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는 시대에 기업들의 마인드는 여전히 해외 여행이 금지되었던 박정히 대통령 시절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수가 살아날 리가 있는가? 물론 내수라고 부를만한 건덕지도 없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살아나는 것은 언강생심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지켜보면서 역시 우리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어릴때만 해도 돈벌어서 저축해야 한다, 그것이 애국하는 일이다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요즘은 소비하는 것이 내수 경길르 진작시키는 일이니 돈을 많이 써라 권한다. 얼마전 안상수 씨가 시장으로 있는 창원시에서 10만원 더 쓰기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이런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한 세대당 10만원씩 더 쓰자는 내용이다. 살다살다 저금하자는 운동이 아니라 돈을 더 쓰자는 운동을 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소비를 권하는 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얼리아답터라는 신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워블로거와 파워 블로거지라는 이들도 등장했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다른 측면들이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하나로 모아진다. 사람들에게 지름신이 강림하도록 뽐뿌질을 한다는 것이다. 창원시의 논리에 따르면 이들은 진정한 애국자이리라...

 

  소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생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소비를 통하여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원죄이리라.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피치못할 소비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특이한 소비 패턴이 한 가지 더 있다. 꼭 필요하지 않지만 편하기 위해서, 혹은 효율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치품으로 시작된 소비들도 시간이 지나가고 사회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필수불가결한 소비로 인식되곤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다는 상상을 해보라. 젊은이들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숨을 쉬듯 당연한 것이다. 이것들은 소비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폰으로 갈 것인가 안드로이드로 갈 것인가의 대상이다.

 

  이렇게 소비는 사치품에서 일반화의 과정을 거쳐서 필수품으로 그리고 미덕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 책에는 소금과 모피같이 필수품에서 시작한 상품들도 있고, 보석과 향신료와 같이 사치품으로 시작하여 필수품으로 그리고 미덕의 대상으로까지 발전된 상품도 있으며,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가치가 재발견된 석유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부터 필수품으로 시작한 소금과 모피는 현재에는 가치가 많이 하락되었고, 보석과 향신료는 절정에서 약간 내려온 정도이며, 석유는 절정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소비재도 수명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소비가 계급을 확인시켜 주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비재들은 인류의 역사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향신료가 신대륙 발견의 직접적인 원이이 되었고, 석유가 중동의 근현대사를 결정했으며, 서방에 대한 특히 미국에 대한 이슬람의 뿌리 깊은 적개심, IS의 근원이 되었다는 점들을 살펴보면 소비 패턴과 소비의 대상이 인류의 문명을 얼마나 크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을 바꾼"이라는 제목은 적절한 것이다. 다만 저자가 말한대로 다섯가지 상품은 선택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운 것은 유대인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저자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모든 것들은 유대인들이 만들어 놓은 판이라는 느낌을 준다. 소금과 모피에서는 뜬금없이 고구려를 말하면서 한국이 고대에 패자가 되었던 이야기를 하더니, 보석과 향신료, 석유로 들어가서는 이 모든 일의 큰 손들은 유대인들이며, 그들이 이렇게 큰 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대인들의 역사적인 고난에 기인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아마도 그가 유대인 이야기나, 세 종교 이야기같은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새로운 상품을 언급할 때마다 유대인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것을 읽고 있는 나는 프리메이슨류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가볍게 심심풀이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인문학적으로 대단한 소양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고 읽는다면 꽤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