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 새로운 사회 편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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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알라딘에 "명견만리"라는 책 제목이 뜨는 것을 보는 순간, 개에 관한 책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명견만리"를 내용은 모르고 명견이 만리를 간다고 해석을 했던 것이다. 책을 보면서 도대체 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가 싶어서 혼자 이불킥을 수도 없이 날렸던 기억이 있다.


  살다보면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한다. 내 기억에 남는 굵직한 사건은 알파고였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를 두고 이젠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다, 사회가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라는 말들이 봇물터지듯 흘러나왔다. 초등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나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데 방과후 수업으로 코딩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살짝 빠졌었다.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서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가르친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가르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무척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쫓아가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시각은 어쩌면 과거에 더 이상은 필요없는 시각이 될 수도 있다. 정치도, 직업도 남북관계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간다. 그런데 그런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과거에, 지금까지의 모습에 얽어 맨다면 우리의 인새잉 어떻게 바뀔지는 말 안해도 분명하다.


  요즘 청와대 앞을 지나가면서 답답할 때가 많다. 태극기 부대를 봐도 답답하다. 시대적인 상황이 이렇게 바뀌는데 그분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때려잡자 빨갱이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말하고, 비핵화를 만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과연 통일을 원하기는 하는가 의문이 든다. 반대쪽에서 집회를 하는 노조의 집회를 봐도 답이 안나온다. 그들이 그렇게 외치는데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가? 그들의 행동방식 또한 여전히 과거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동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외치면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연한 사고를 가지라고 말하다. 조금더 멀리보고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갈라파고스 군도가 아니다. 


  사족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가지는 생각은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들이 이상하리만치 호흡이 짧다는 점이다. 시선을 멀리 가지라고 말하지만 책의 구성 자체는 시선을 멀리 가질 수가 없다. 짧은 분량 안에 많은 것들을 구겨 넣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은 지식 e 시리즈를 참고한 것 같지만 지식 e 시리즈가 보여주는 여운이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책을 읽는 트렌드가 바뀌어 간다는 것인데, 이렇게 투덜대는 나도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서 꼰대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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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와 소외 한국언론정보학회지식총서
최선욱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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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대량으로 보급되었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정보의 혁명이랄 수 있는 시기를 지나왔다. 1인 미디어 시대, 어디에 있든지 SNS로 접속되는 시대를 살고있다. 세계의 어디에서든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삽시간에 모든 사람들이 그 일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외롭다.

 

  밤에 울리는 "카톡"소리에 잠을 깨기가 어려번! 그러나 여전히 나는 외롭다. 페북으로, 그리고 인스타로 여러가지 소식을 접하지만 그 소식은 피상에 그칠 뿐이다. 그 안에서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데 그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 정말 외롭지 않을까? 외롭기 때문에 오히려 더 SNS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밥을 먹으면서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나의 모습을 보면서 관계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 책인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정말 행복하니? 외롭지 않니?"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되는데 그 내용은 한없이 성글다. 내용의 한계 때문이리라. 아주 짧은 지면에 그렇게 구겨 넣은 수없이 많은 학설들과 이야기들이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주워 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는 저자에게 묻고 싶다. "지금 이 일이 행복합니까?"

 

  접속해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

 

  그 질문을 보면서 답을 적고, 저자에게 묻는 나는 지금도 SNS에 접속해 있다.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걸지만 내 말을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SNS를 끊으면 외롭지 않을까? 선뜻 대답할 수 없어서 오늘도 나는 페북에 접속하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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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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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시창!

 

  제목부터가 마음이 짠하다. 한창 꿈이 많을 청년의 때에 그들이 처한 현실이 시궁창이라니.

 

  사노라면 언젠다는 좋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겠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날이 새는 판자집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예전에 축가로 많이 불렀던 노래다. 그런데 요즘은 이 노래를 부르기가 쉽지 않다. 청년들에게 괜히 이 노래를 불러줬다가 돌을 맞지나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들도 꿈이 많고, 밝은 미래를 계획할텐데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현실은 시궁창과 같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눈물나겠는가? 그들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서 그저 눈물만 글썽인다. 째째하게 군다고, 아무런 생각 없이 산다고, 미래의 성공만 꿈꾼다고, 눈만 높다고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미 새파랗게 젊은 것이 한 밑천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괜시리 미안해진다. 이 책이 나오지 6년이 넘었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선 것도 아닌데, 이미 신문으로 봤던 기사들인데 문득 낯설게 느끼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그들을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마트에서 일하다 죽은 청년, 용광로에 떨어져 죽은 청년 등등 그들의 삶을 보면서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던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지고 내 삶이 바빠서 그들을 잊고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누군들 그들을 위로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그들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는 부제가 눈에 자꾸 걸린다. 마음에 아프게 와서 박힌다. 누구보다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일텐데, 같이 눈물 흘려줄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것이 오늘날 그들이 처한 현실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자신의 삶을 시궁창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부제를 살짝 비틀어 보았다. 대한민국이 그들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아무런 공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위로 받은 자격이 있다는 말로 바꾸어 보았다. 그들을 향해 위로의 손길을 뻗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고 해도 함게 울어줄 마음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들을 일으켜 줄 손이라도 뻗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내어 줄 것이 없다고 해도, 그냥 내게 있는 것만이라도, 함께 울 수 있는 가슴만이라도 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글을 쓰고 취재를 하는 동안 비가 왔다는 저자의 말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 용광로의 쇳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기계로 만들어져서 어딘가에서 깎이고 마모되고 있지 않을까? 이것이 청년들의 삶일 것 같아서, 고통받는 약자들의 몸부림이고 눈물일 것 같아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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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청년실업 100만 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
조성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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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이 말을 고려해보면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삼포 세대를 넘어서 오포 세대, 그리고 N포 세대가 되어 버린지 오랜 청년들에게 과연 미래는 있는가? 이 책이 나온지 10년이 되어가지만, 그래서 저자 조성주 씨가 벌써 40이 넘은 시대가 되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답은 없다.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팍팍해졌다. 난 97학번이다. 조성주씨가 염두에 두고 책을 썼던 그 세대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IMF를 겪었고, 친구들 중에 많은 녀석들이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그 당시는 보통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대였는데, 이상하게 내 주위에는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하는 녀석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이유가 등록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배들은 쉬위하고, 놀고 대학생이라고 했다. 그렇게 놀고 시위를 해도, 놀면서 공부를 하고 학점이 좋지 않아도 취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알던 대학은 학점에 목숨거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부에 목숨을 걸고, 도서관에 박혀있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그 때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보태고, 책을 샀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었다. 당시 임금이 지금보다 높지 않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내 기억에 3천을 받는 아르바이트는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했으니 말 다했다.) 등록금이 싸서였다. 그것도 많이 로른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에 비하면 쌌다. 어느날 한 학기 등록금이 500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하다. 우골탑이 아니라 인골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대학생들이 자조섞인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자신들이 "등골 브레이커"라고 한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고등학생들이 그렇지만 당시는 대학생들이 그랬다.

 

  매번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청년문제에 대한 말은 나온다. 그렇지만 해결책은 안나온다. 청년 의원을 뽑는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구상한다 말은 많이 하지만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 시립대 등록금을 반값 등록금으로 만든 것 외에는 없다. 여전히 등록금은 높고, 그것은 마치 대학생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고 취업하는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유명하신 가카께서 요즘 청년들의 눈이 높으니 눈 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한지 10년이 되었다. 이젠 더이상 낮출 눈높이도 없다. 더 치열해진 경쟁, 그로 인해 부족해진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 정의를 외치면서 비정규직을 꼼수를 쓰는 사람으로 무시한다. 청년 실업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허덕이면서도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는 조성주 씨가 이 책을 썼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청년들은 절망의 트라이앵글에 갇혀서 허덕댄다. 그리고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간다. 재기 발랄한 청년의 상징은 사라진지 오래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10년 전에 쓴 이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가장 눈물나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자. 아프니가 청춘이라고 하지 말고, 짱돌 들라고 하지도 말고, 눈높이 낮추라고도 하지 말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자.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질 때 태어난 내 아이들이 10살 11살이다. 또 다시 같은 시간이 흐르면 내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 그때에도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하게 읽힌다면 그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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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자본주의 - 자본주의를 모르면 자본주의에 당한다!
마토바 아키히로 지음, 홍성민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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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하다.

 

  가카 시절이라면 감히 읽지 못할 책이다. 일단 책이 빨갛다. 빨간색은 빨갱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종북적인 책이다. 다음으로 감히 자본주의를 위험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가? 자유민주주의라 함은 곧 자본주의이니 이 책은 읽으면 안된다. 또한 이 책은 자본론 연구자가 기록한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절대로 읽으면 안된다. 아마도 10년 전만 해도 감히 읽지 못할 불온 서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저 웃자고 해본 말이다. 너무 무시무시하게 생각하지 마라. 내용은 그렇게 무시무시하지 않으니 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왔을 법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맹신하는 자본주의의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공산주의와 싸워서 승리한 자본주의, 미국을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세운 자본주의, 그리고 공산권 국가들마저도 도입하고 있는, 북한마저도 따라가는 자본주의!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과연 자본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책은 자본주의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패배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것처럼 느껴지는 마르크스에 대해서 오늘날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자본주의의 독성을 자본자가 아니라 그 매커니즘에서 찾고 있다. 이 말을 나름대로 이해해보자면 자본주의의 목적은 축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자본주의를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는 자본가를 배불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 자본자도 자본에게 부림을 받는 존재일 뿐이다. 자본은 자신의 덩치를 불리기 위하여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본자를 이용한다. 이것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라는 것이다. 요즘 지나다니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와 민노총의 시위를 자주 보게 되는데 저자의 시각에 의하면 이러한 것들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들은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으로 달려가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최소한 이 점에서만큼은 동의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 속에서 그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반공이데올로기와 IMF, 신자유주의를 지나면서 한국에서는 자본주의가 기묘하게 이식되어 버렸다. 자본주의의 시작, 여기에 대한 저항, 그리고 무엇인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를 제압한 우리의 영원한 동맹이자 은인인 천조국 미국에 의해서 도입된 자본주의는 마치 일제에 대한 승리가 자본주의 때문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6.25를 통하여 우리 나라는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의 구도로 미끄러져 갔다. 잘 살아보세, 잘 살게 해주겠다는 구호 하나면 모든 것들이 용납되는 시대를 잘면서 오로지 자본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그 자본에 의해서 사회가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로 몰아봍이면서 "자본주의=자유주의=민주주의"라는 기묘한 등식으로 철지난 매카시즘을 주장한다. 많이 배우면 자본주의의 윗자리에 앉게 될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1년에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쏟아 부으면서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에 가려고 한다. 대입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이러한 현상들을 심화시켰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자본주의를 이대로 둘 것인가?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고 있는데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물론 그가 딱히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질문을 던져준 것만으로도 그는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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