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인도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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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하면 떠오르는 대로 10가지만 대답해 보자.

 

   1. 마힌드라 - 쌍용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나 친숙한 이름이다. 나도 쌍용에 관심이

                      꽤나 있기 때문에 인도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랐다.

 

  2. 카스트제도 -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분류되는 카스트 제도는

                        인도할 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항목이다.

 

  3. 신도버린 사람들 - 아웃 오브 카스트! 달리트에 관한 책으로 저자 또한 달리트이다.

 

  4. 발리우드 - 할리우드에 비견되어 성장한 인도의 영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5. 힌두교 - 인도의 대표적인 종교이다.

 

  6. 소 - 인도사람들이 소를 숭배하고,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이다.

 

  7. 마하트마 간디 - 인도에 관해서 이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8. 갠지스강 -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강!

 

  9. 굽타 왕조 - 인도의 고대 왕국 중에 가장 유명한 왕조이다. 마우리아 왕조로 불리우며,

                      왕조의 창건자 찬드라 굽타의 이름을 따서 굽타 왕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10. 깊은강  - 일본 작가 엔토 슈사쿠의 책! 이 책을 통해서 인도를 처음 저밯게 되었는데

                    결론은 깜깜하다는 것이다.

 

  인도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들을 10가지 뽑아 보았다. 간단하게 설명을 달았는데 어느 것은 알면서 간단한 설명을 단 것도 있지만 어느 것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을 할 수 없어서 저 정도만 기록해 놓은 것도 있다. 한번 종이를 펴 놓고 시도해 보길 바란다. 당신은 도대체 인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이 기록한 인도에 관한 10가지는 무엇인가? 아마도 저기에 BRICS가 들어가지 않겠는가? "깊은 강"을 떠 올리는 사람은 거의 드물 것이며, 세계사를 착실하게 배운 사람은 아마도 세포이 항쟁이나, 영국의 식민지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현재의 인도에 대해서 많은 부분들이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2위의 인구 대국, 세계에서 수위로 꼽는 IT 강국, 파키스탄과의 신경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보라면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서는 청산유수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인도에 대해서만큼은 이렇다고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아시아에 속해 있는 나라이고, 한국의 쌍용차를 인수할 정도로 가까이 들어와 있는 나라인데 정작 우리는 그 가까이 들어와 있는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도를 흔히 신화의 나라, 신비한 나라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록 잘 알지 못하니 여전히 신화로, 신비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세계사 시간에 한번 배우고 지나가는 세계의 국가 가운데 하나 정도로만 알고 있지 않은가? 아마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라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보다는 인도가 훨씬 더 멀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러한 인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인도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다. 처음 읽는 역사 시리즈의 특성상 자세하게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수준과 양의 한계 때문에) 간략하게 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인도에 관한 책 중에 이만한 책을 찾아볼 수 없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인도를 막 여행하고 온 다음에 이 책을 기록했다고 하니, 책의 내용이 의외로 디테일한 면이 있는 것도, 생생한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이 책은 흔히 지나가기 쉬운 근현대사를 꽤나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어떤 운동들이 있었으며, 마하트마 간디 외에 어떤 지도자들이 있었고, 어떤 당들이 어떤 정치적인 이해를 통하여 결합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적고 있으니 오늘날의 인도를 이해하는데 꽤나 도움이 될 것이다.

 

  중고등학생들, 혹은 인도를 여행해야 하는데 시간상 자세하게 공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읽어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은 나처럼 자신의 잉력(인력이 아니라 잉력이다. 잉여의 힘!)을 역사에 쏟아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처음 읽는 일본사를 타겟으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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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중국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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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기억하는가? 56개 소수 민족의 아이들이 자기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오성홍기를 들고 나와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신화를 보여주었던 퍼포먼스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 퍼포먼스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유인즉 당시 소수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온 아이들이 전부 한족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모두 공연단 소속의 한족출신 아이들이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중국에서는 행사시 소수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은 관행이라는 말로 발뺌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팜플렛에 이 아이들을 소개하면서 모두 소수민족으로 소개했다는데에 있다.

 

  중국이 이렇게 외국의 따가운 눈초리와 비웃음을 사면서도 왜 소수민족 아이들이라는 위장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일까? 아주 사소한 일같지만 그 근원을 따져 들어가면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동북공정과 서남공정과 그 맥이 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우리 나라는 이게 말이나 되냐라면서 감정적인 대응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이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할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왜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는가? 중국의 생존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기억하는가? 오늘날 중국의 영토를 만들어 놓은 민족이 누구인지? 중국은 역사 이래로 지금 중국의 영토를 자국의 영토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중원이라고 일컫는 지역이 한족의 땅이라 생각했다. 춘추 전국 시대에는 초나라가 강남 지역을 요와 금, 원, 청을 거치면서 만주와 요동이 중국의 영토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오늘날 중국은 자신들이 소수 민족으로 전락시켜버린 만주족에 의해서 영토를 얻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만주와 요동이라는 영토가 굴러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획득한 영토는 지금까지 대 일본 전쟁과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 전쟁에 의해서 그렇게 큰 고민없이 중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그렇지만 냉전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는 문제가 약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소수민족들은 자기들의 뿌리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한족에 의한 여러가지 핍박과 침탈은 그들로 하여금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우루무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구르족의 독립 운동이라든지, 티벳의 달라이 라마의 외교전은 중국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몽골과 한국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몽골족과 조선족은 중국이 안고 있는 큰 부담이다. 56개의 소수 민족 중에서 두개라고 하지 말자. 그 중에 어느 하나만 독립해서 나간다면 그것은 소수민족 이탈을 도미노처럼 물러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용광로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것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인위적이라는 것이다. 문화와 문물의 교류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융합은 문명을 발달시키지만 오늘날 중국이 행하는 것과 같은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융합은 부작용을 불러오기가 딱 좋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를 다채로운 문화의 용광로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중국의 근현대사, 특히 장제스와 마오쩌둥의 대결과 협력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그것고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중국사에서 이러한 시도조차 없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중국의 명칭고 중국의 본토 발음에 가깝게 적고 있는 면도 높이 살만 하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다채로운 문명의 용광로라는 부분에서 과거의 자연스러운 것고 오늘날의 인위적인 것을 나누고, 각 소수 민족의 독립 운동에 관한 내용까지 다루었다면 중국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처음 읽는 중국사이지만 어디까지나 한족의 중국사가 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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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미국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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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우파에게는 “우방, 혈맹국가”로 좌파에게는 “제국주의, 오만한 패권주의자”로 불리는 미국! 한국 근대사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신미양요를 통하여 처음 접촉하게 된 미국은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넘어가는 순간에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고, 광복과 동시에 미군정을 시작하여 우리나라를 38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누었다. 반민족특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일제의 기득권층을 그대로 기용하였으며, 6.25에는 응원군으로서 참전하였다. 군사독재 정권을 승인하여 이 땅에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김대중을 풀어주라는 압력을 넣기도 하였다. 미순이 효선이 사건, FTA, 광우병, 핵우산, 조기 유학, 원정 출산 등등 한국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하기가 불가능한 곳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동경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심지어는 어린 나이에 조기 유학을 가지만 정작 미국에 대하여 아는 것은 쥐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껏 안다고 하는 것이 아파치, WWF, 헐리우드, 미군 정도일까? 

  제대로 된 미국사에 관한 책 하나 추천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미국사에 대하여 딱딱하게 쓰지도, 그렇다고 날림으로 쓰지도 않았다.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미국사 교과서라고 하면 제대로 된 평가이려나?  

  미국 건국의 아버지 필그림 파더스에서부터, 서부개척, 남북전쟁, 1 ? 2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깊이 들어가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다 다루고 있다. 전문서적으로서는 부족하겠지만 “처음 읽는 미국사”라는 타이틀에 충실하다. 역사 교과서이긴 하지만 어느 개인이 쓴 것이 아니라 전국 역사교사 모임이라는 단체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간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려 최대한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의 비정상적인 우파에게는 빨갱이 도서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미국에 유학을 가거나 혹은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것도 아니고 나처럼 미국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개론서로서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에 대하여 한 가지 생각해 본다. 아무리 모든 것을 끌어다 붙여도 미화할 수 없는 미국 특유의 오만함 말이다. 자기만이 옳고 정의라는 이 오만함은 미국의 건국사 곳곳에 나타난다. 흑인에 대하여, 원주민에 대하여, 그리고 외국에 대하여 미국은 자기가 정의라는 오만함,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 미국이 세계에서 욕을 먹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루이지애나 주인은 에스파냐, 프랑스, 미국으로 바뀌었지만, 다른 아메리카 땅과 마찬가지로 루이지애나 또한 조상 대대로 살던 원주민들의 땅이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도 땅값을 치르지 않았다. 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프랑스인들과 미국인들은 원주민들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들의 땅을 팔고 또 샀다. 원주민들은 마치 그 땅에 살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처럼 취급되었던 것이다.
  이후 프랑스로부터 사들인 원주민의 땅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몰려갔다. 원주민들은 오랜 세월 살아왔던 자신들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야 했다. 미국의 땅은 그렇게 커져 갔다.(P.150)  

  미국 땅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이주민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들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위에 인용한 구절처럼 투명 인간 취급하였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무시하고 쫓아낼 수 있는 존재로 여길 뿐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인디언 이주 정책이 시행되었고, 여기에 반대하여 자기 종족의 문화를 지키려는 많은 인디언 영웅들이 나타났다. 미국의 주류들(백인들)은 러시모어 산에 그들의 영웅을 조각하고 영원히 기억하기를 바랐지만 인디언들의 영웅은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버렸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러시모어 기념조각을 바라보는 블랙힐즈에 인디언의 영웅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이 만들어 지고 있는데, 미 정부의 지원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관광수입과 크레이지 호스 재단의 이익금만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들은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러시모어 산과 마주보고 있는 곳에 말이다. 원래 러시모어 산이 있는 블랙힐즈는 인디언들의 성지로 숭배되는 곳이었지만 금이 발견되면서 인디언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백인들이 차지한 곳이라고 한다. 이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전사한 수우족의 추장이 크레이지 호스라고 한다. 크레이지 호스는 러시모어 산에 조각되어 있는 4명의 대통령과는 다른 것을 의미힌다. 4명의 대통령이 영광스러운 미국을 의미한다면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은 미국의 오만함과 패자의 설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의 영광이란 것은 때론 원주민을, 흑인을, 여성을, 이민자들을 짓밟고 세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미국이기에 미국은 더 나은 곳을 향하여, 인간이 인간다운 곳을 향하여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음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 아닐까? 

  그러나 미국은 전혀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오만하고, 여전히 이기적이다. 흑인을 차별하고, 원주민을 보호 구역이라는 미명하에 감옥에 가두어 둔다. 자신들의 삶만이 문명이라고 하면서 다른 이들의 전통을 파괴한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중동을 공격하고, 자기들의 군대를 십자군이라 지칭한다. 원주민을 사냥하듯이 세계 곳곳의 약자들을 사냥하고, 자원을 사냥한다.  

  이런 미국 속에서 크레이지 호스가 응시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희망일까, 절망일까? 미국의 영광일까, 아니면 쇠락일까? 자본일까, 양심일까? 우리는 그를 어떻게 응시해야 하는가?

  또한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핏대를 세워가며 편을 드는 한국에서 우리는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에서 무엇을 봐야할까? 패자의 설움인가, 아니면 당당하게 기억되고 있는 원주민의 자부심인가? 자본주의의 오만함인가, 아니면 역사와 현재 속에 살아 있는 양심인가? 크레이지 호스에 대한 평가는 일단 뒤로 미루고 그의 당당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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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일본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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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교과서 논란이 거세다. 우편향이니, 좌편향이니 온갖 시비가 난무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교과서를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는 것이야 무엇이 문제가 있으랴만은 바르게 서술된 내용도 특정한 목적에 맞추어서 왜곡하려하니 그것이 문제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있다. 과거에는 더 공공연하게 과거를 특정한 목적에 맞추어서 왜곡했고,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우리가 배워왔던 것들이 역사적인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질의 일들이다. 가령 과거에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나, 국화 옆에서의 미당 서정주 같은 시인이 친일파 중의 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함은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아니겠는가?

 

  왜 역사 교과서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수정하려고 하는가? 자기들의 역사적인 주장을 위해서라면 전문 서적을 내는 방법도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서적을 내는 방법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아이들이 들여다 보기도 지긋지긋해 하는 역사 교과서인가? 그것은 교과서가 가지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는 대체로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내용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대략적으로 다룬다. 교과서의 목적은 역사적인 사안들을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가르쳐 주기 위함이 아니요, 국가와 민족이라는 특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관을 주입하기 위함이다. 바른 역사관이라는 말도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만약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왜곡되고 수정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그 교과서의 주장을 일반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것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미화가 교과서를 통하여 이루어졌고, 그 결과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교과서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은 비단 우리 나라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과거 가해자였던 일본의 후쇼사 교과서는 너무 유명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도 교과서 이름과 출판사 이름을 왠만한 한국 사람들이 알 정도이지 않은가? 반대로 한국에서 이번에 문제가 되는 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인데 일본에서 나오는 평이 한국판 후쇼사 교과서라고 한다. 아마 일본 사람들에게도 한국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교학사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겠는가?

 

  역사를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왜곡하는 것도 불사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역사도 아닌 타인의 역사, 그것도 과거 가해자였던 일본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안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한국 사람에게 일본은 증오의 대상이요, 쪽바리인데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지고,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접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처음 읽는 일본사"가 책을 풀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본에 대한 편견과 피해의식,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왜곡되고 우리에게 학습된 과거의 역사관들을 벗겨내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 않겠는가?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이러한 불가능에 도전한 것만큼은 높이 쳐줄 수 있다. 그들의 이러한 도전은 헛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꽤 유의미한 작억이라고 하겟다. 이 책은 역사 교과서 논란과 더불어서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하는 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도 역시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웠나보다. 자신들이 어려서부터 학습되어져 왔던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의식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다보니까 오히려 더 그러한 굴레데 같힌 것은 아니겠는가?

 

  이 책은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단편적으로 늘어 놓은 것은 아마도 왜곡된 역사관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이들은 자신들이 탈피하고자 하는 역사관에 갇히는 것이다. 코기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코끼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처럼 자신들이 벗어나고자 의식했던 그 역사관 때문에 그들은 일본사를 서술 함에 있어서 자유가 구속받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역사는 해석의 문제일텐데 해석을 제외하고 역사적인 내용들을 늘어놓기에 급급한 책의 구성은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역사 서술이 특정한 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한계가 드러난다. 천황과 무사와 상인이 일본사를 만들었는가? 물론 그들이 일본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맞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이 역사의 모든 사안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덴노와 천황과 상인이 아무리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 간다고 할지라도 그 일을 이루어가고 반대하고, 때로는 뒤집기까지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백성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책 어디에도 이런 백성들의 모습은 없다.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자칫 역사를 영웅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러한 영웅을 기다리는 역사관에 정당성을 주게 될 뿐이다. 마치 경제 대통령 MB를 기다리고, 반인반신이신 박정희 대통령님의 따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오해할까봐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이 잘못 씌여졌다는 것은 아니다. 왠만한 책보다 훨씬 더 낫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읽히면 좋을 법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이 높아서인지 아쉬운 부분을 조금씩 적어본다.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하자면 "나는 다음에도 이러한 시리즈가 나오면 또 사볼 것이다."라는 말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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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근세
기시모토 미오 지음, 노영구 옮김 / 와이즈플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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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인을 읽다가 발견한 책이다. 동아시아의 근세라는 제목에 혹해서 책을 구매했다. 배송된 책을 보면서 "어?"라는 말을 했다. 왜 이리 얇은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그래도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책을 열었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근세로 말할 수 있는 시대를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 각자가 말하는 근세라는 것은 다르다는 저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세를 규정하자면 근세의 특징을 무엇으로 잡아야할 것인가?


  물자와 사람의 이동이 빠르게 일어나고 빈번하다는 것을 그 특징으로 잡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주제로 잡았던 물품들도 무역이 아니라면 그 중요성이 한것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주제는 가볍지 않다. 은이 어떻게 남미와 유럽, 중국, 한국, 일본을 아우르게 되었는지, 담배는, 그리고 고구마는, 무기는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그렇게 무지막지한 이동을 했는가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의 시선이 어느샌가 전지구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물자의 광활하고 빈번한 이동을 너무나 간략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이동만 말해도 쉽지 않을 것이며, 두 개 혹은 세 개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이동 또한 이 정도의 분량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은을 들자면 은은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생산이 되고, 이것이 대량으로 생산되게 된 이야기는 일본에서만 보자면 전국 시대의 이야기, 채굴 기술의 발전과 같은 것들을 같이 이야기해햐 하며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의 두께는 한 주제만 가지고도 훨씬 더 두거워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성실성이 부족하던지, 아니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간략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섰다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든지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세계사를 움직인 다섯가지 힘이라는 책이 이러한 주제를 조금더 효과적으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코에이의 대항해 시대와 자꾸 겹쳐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여튼 왠지 속은 기분이 드는 것은 기분이 약간 거시기 하다. 오랫동안 책을 멀리 해서 그런지 책을 보는 안목이 많이 약해진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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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문룡 2019-02-0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검색을 하다가 이 책에 달린 서평이 있어서 댓글을 남깁니다.
해당 책은 아마 1998년 야마카와 출판사에 출간 되었던 문고판 東アジアの「近世」의 책을 번역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서 책도 엄청 얇게 되어있어요. 세계사 시리즈로 나오는 것이라 말하자면 일반 대중을 위한 다이제스트판 이라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연찮게 발견하여 뒤늦은 댓글을 달게 되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aint236 2019-02-0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개인적으로 다이제스트판은 좋아하지 않는데. 보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