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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청년실업 100만 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
조성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4월
평점 :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이 말을 고려해보면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삼포 세대를 넘어서 오포 세대, 그리고 N포 세대가 되어 버린지 오랜 청년들에게 과연 미래는 있는가? 이 책이 나온지 10년이 되어가지만, 그래서 저자 조성주 씨가 벌써 40이 넘은 시대가 되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답은 없다.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팍팍해졌다. 난 97학번이다. 조성주씨가 염두에 두고 책을 썼던 그 세대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IMF를 겪었고, 친구들 중에 많은 녀석들이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그 당시는 보통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대였는데, 이상하게 내 주위에는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하는 녀석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이유가 등록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배들은 쉬위하고, 놀고 대학생이라고 했다. 그렇게 놀고 시위를 해도, 놀면서 공부를 하고 학점이 좋지 않아도 취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알던 대학은 학점에 목숨거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부에 목숨을 걸고, 도서관에 박혀있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그 때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보태고, 책을 샀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었다. 당시 임금이 지금보다 높지 않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내 기억에 3천을 받는 아르바이트는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했으니 말 다했다.) 등록금이 싸서였다. 그것도 많이 로른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에 비하면 쌌다. 어느날 한 학기 등록금이 500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하다. 우골탑이 아니라 인골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대학생들이 자조섞인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자신들이 "등골 브레이커"라고 한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고등학생들이 그렇지만 당시는 대학생들이 그랬다.
매번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청년문제에 대한 말은 나온다. 그렇지만 해결책은 안나온다. 청년 의원을 뽑는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구상한다 말은 많이 하지만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 시립대 등록금을 반값 등록금으로 만든 것 외에는 없다. 여전히 등록금은 높고, 그것은 마치 대학생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고 취업하는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유명하신 가카께서 요즘 청년들의 눈이 높으니 눈 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한지 10년이 되었다. 이젠 더이상 낮출 눈높이도 없다. 더 치열해진 경쟁, 그로 인해 부족해진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 정의를 외치면서 비정규직을 꼼수를 쓰는 사람으로 무시한다. 청년 실업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허덕이면서도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는 조성주 씨가 이 책을 썼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청년들은 절망의 트라이앵글에 갇혀서 허덕댄다. 그리고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간다. 재기 발랄한 청년의 상징은 사라진지 오래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10년 전에 쓴 이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가장 눈물나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자. 아프니가 청춘이라고 하지 말고, 짱돌 들라고 하지도 말고, 눈높이 낮추라고도 하지 말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자.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질 때 태어난 내 아이들이 10살 11살이다. 또 다시 같은 시간이 흐르면 내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 그때에도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하게 읽힌다면 그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