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자본주의 - 자본주의를 모르면 자본주의에 당한다!
마토바 아키히로 지음, 홍성민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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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하다.

 

  가카 시절이라면 감히 읽지 못할 책이다. 일단 책이 빨갛다. 빨간색은 빨갱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종북적인 책이다. 다음으로 감히 자본주의를 위험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가? 자유민주주의라 함은 곧 자본주의이니 이 책은 읽으면 안된다. 또한 이 책은 자본론 연구자가 기록한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절대로 읽으면 안된다. 아마도 10년 전만 해도 감히 읽지 못할 불온 서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저 웃자고 해본 말이다. 너무 무시무시하게 생각하지 마라. 내용은 그렇게 무시무시하지 않으니 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왔을 법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맹신하는 자본주의의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공산주의와 싸워서 승리한 자본주의, 미국을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세운 자본주의, 그리고 공산권 국가들마저도 도입하고 있는, 북한마저도 따라가는 자본주의!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과연 자본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책은 자본주의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패배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것처럼 느껴지는 마르크스에 대해서 오늘날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자본주의의 독성을 자본자가 아니라 그 매커니즘에서 찾고 있다. 이 말을 나름대로 이해해보자면 자본주의의 목적은 축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자본주의를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는 자본가를 배불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 자본자도 자본에게 부림을 받는 존재일 뿐이다. 자본은 자신의 덩치를 불리기 위하여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본자를 이용한다. 이것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라는 것이다. 요즘 지나다니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와 민노총의 시위를 자주 보게 되는데 저자의 시각에 의하면 이러한 것들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들은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으로 달려가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최소한 이 점에서만큼은 동의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 속에서 그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반공이데올로기와 IMF, 신자유주의를 지나면서 한국에서는 자본주의가 기묘하게 이식되어 버렸다. 자본주의의 시작, 여기에 대한 저항, 그리고 무엇인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를 제압한 우리의 영원한 동맹이자 은인인 천조국 미국에 의해서 도입된 자본주의는 마치 일제에 대한 승리가 자본주의 때문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6.25를 통하여 우리 나라는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의 구도로 미끄러져 갔다. 잘 살아보세, 잘 살게 해주겠다는 구호 하나면 모든 것들이 용납되는 시대를 잘면서 오로지 자본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그 자본에 의해서 사회가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로 몰아봍이면서 "자본주의=자유주의=민주주의"라는 기묘한 등식으로 철지난 매카시즘을 주장한다. 많이 배우면 자본주의의 윗자리에 앉게 될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1년에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쏟아 부으면서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에 가려고 한다. 대입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이러한 현상들을 심화시켰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자본주의를 이대로 둘 것인가?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고 있는데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물론 그가 딱히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질문을 던져준 것만으로도 그는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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