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배우들 모두가 내가 애정하는 배우라 눈에 띄여 봤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주지훈 때문에 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이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좋던지. 그런데 이 영화 2014년도 작품이다. 그때도 나름 지명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난 그냥 인기가 있나 보다 했고, 그 시기에 봤다면 주지훈 보단 지성 때문에 봤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배우니.

 

처음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아무리 주지훈이 나온다지만 범죄나 스릴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영화의 시작도 도대체 이걸 가지고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거지 좀 의문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 영화 잘못된 욕망은 파멸을 낳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라 오히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이를테면 아무리 정없는 모자지간이라지만 엄마가 왜 죽었는지 끝까지 파헤치고, 아무리 친구들이라지만 확실히 응징하는 뭐 그런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건 그냥 암시만 줄 뿐이다. 대신 인철(주지훈 분)을 십분 활용한다. 정말 이 영화는 주지훈이 7할은 살린 영화다. 주지훈은 지신이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나 허세 쪄는 양아치 역할을 잘 하는지. 그러면서도 내면에 인간의 순수함 내지는 친구의 의리가 뭔지도 안다. 

 

친구 즉 현태(지성 분)의 엄마를 죽게 만들고도 마지막까지 그 친구에게 괜찮은 친구로 보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공항 화장실에서 칼을 맞고도 먼 발치의 친구에게 그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다 의자에 앉아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 서늘하면서도 영화사에 남을만한 장면은 아닐까 싶다. 무슨 프랑스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도 같고. 짐승 같은 남자들의 찐한 우정이란 이런 건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중에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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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1-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_@;; 제목 보고 로버트 드니로 나오는 영화 생각했네요(옛날 사람-_-)

stella.K 2021-01-04 18: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로버트 드니로가 나왔었죠.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함 보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2021-01-0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4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1-06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0^

transient-guest 2021-01-09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Good Fellas 생각했네요.ㅎ 한국영화는 요즘 못 보고 지나가는 것이 많습니다. 예전처럼 DVD를 모으지도 않고 극장이 아니면 아무래도 집중이 어렵네요. 언제 다시 영화관에 앉아서 가끔은 본편보다도 더 기대되는 예고편들을 보면서 1-2시간 조용히 즐길 수 있을런지요?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1-01-09 11:26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새해 벽두에 저의 서재도 찾아주시고.
아무래도 바쁘시고 코로나도 있고 극장 가시기가 쉽지 않으시죠?
올해는 모쪼록 코로나가 줄어들어 한결 여유롭게 극장을 다니실 수 있는
날이 오게되길 바랍니다.
그래도 가끔 한국 영화 다운 받아보시구요.ㅎ
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소망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개를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영화 

 

 

아주 가끔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울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땐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라는 감정의 여과를 거치고 싶을 뿐이다. 그러려면 슬픈 영화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그것도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보는 것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어찌하다 보니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두 편 연속으로 보게 되었다. 두 작품 모두 좀 오래된 일본 영화다.

 

<우리 개 이야기>는 알고 봤더니 몇 년 전에 본 영화다. 다시 보니 여전히 재미있긴 하다. 몇 개의 에피소드를 연작으로 엮었는데 웃기기도 하고, 잔잔한 감동도 있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도 볼만하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는 보지 않았다. 어느 집 반려견이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땐 끝까지 다 봤다. 하지만 이번에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 땐 우리 집 다롱이(요크셔 테리어종 수컷)가 건강하고 아직 젊었을 때다. 하지만 지금 다롱이는 많이 늙어서 어느 때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괜히 다롱이 생각하고 감정이입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다롱이는 아직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다. 게다가 저 <퀼>을 먼저 본 지라 견생의 마지막을 두 번씩 연이어 보고 싶지 않았다. 

 

<퀼>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게 정말 잘 찍은 영화다. 감독이 재일교포다. 이 영화는 흔히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지는 골든 레트리버 종의 일대기를 다뤘다. 알다시피 골든 레트리버 종이라고 다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느 개와 다른 양상을 보여야 안내견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이를테면 주인이 불렀다고 해서 우르르 쫓아가면 오히려 탈락이다. 멀뚱멀뚱 뭐야, 왜 그러는데? 해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퀼은 일생동안 세 가정을 거친다. 태어난 집에선 5마리 중 하나로 태어났는데 특이하게도 옆구리 쪽에 새의 날개 모양을 한 얼룩이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주인이 퀼의 이 멀뚱 거리는 특성 때문에 맹인 인내견으로 키워야겠다고 해서 훈련소로 보낸다. 그곳 규정에 따라 퀼은 파피 워커 즉 대리 가정에서 남은 1년을 보내고 첫 생일 날 다시 훈련소로 보내져 훈련을 받는다. 그 후 본격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어느 시각장애자의 가정으로 보내진다. 바로 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슬프다. 그건 퀼뿐만 아니라 모든 개에겐 안 좋은 것 같다.


퀼은 임무수행을 위한 이 세 번째 가정에서 생을 마쳐야 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오히려 퀼이 주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이쯤 되면 서서히 눈물이 비어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퀼이 착하게 살아온 보상인지 퇴역 후 다시 떠나 온 두 번째 가정으로 보내져 거기서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보기에 따라선 눈물샘이 제대로 폭발해 주최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언제 어느 때 볼 것인지 선택을 잘해야 한다. 울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 어찌나 슬프던지 본지 며칠 지났는데도 그 잔상이 남아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한다.  


그걸 보면서 오래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올 때 차마 데리고 오지 못한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생각이 났다. 그 개는 정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종견이었다. 딱히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도 이미 한 번의 파양을 겪고 온 터라 여간해서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사람과는 눈도 안 마주치고 어디든 구석으로만 숨고 싶어 했다. 그래도 마음을 열 때까지 마냥 기다렸다. 그러고 보면 잡종견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못해도 한 달은 족히 넘었던 것 같다. 일단 주인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는지 완전히 마음의 문을 열 고부턴 주인의 기척만 났다 싶으면 방방 뛰고 한바탕 난리를 피웄다. 딱히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어서 정을 많이 주지도 않았다. 그런 걸 6, 7년쯤 키웠던 것 같다. 


그 사이 IMF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 집을 팔아야 했다. 이사를 가면 이 녀석을 데리고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러려면 단독주택을 구해야 하는데 시골로 가면 모를까 수중에 쥔 돈 가지곤 서울에서 그런 집을 구한다는 건 꿈같은 일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을 산 사람이 집을 새로 지을 목적으로 사긴 했지만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으니 전세 기간 2년을 더 살아도 좋다고 해서 더 살았다. 녀석에겐 천운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2년 동안은 녀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우리로서도 잘된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참 무책임한 동물이다.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사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궁하면 통한다고 고맙게도 인천에 사는 막내 이모네가 마당이 있으니 데려가 키우기로 했다. 개를 보내기로 한 날 이모와 이모부가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왔다. 끌려가는 녀석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나는 내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좋은 주인 만나 가는 것에 위안을 삼으려 했지만 그거야 내 생각일 뿐 녀석은 또 파양 당하는 것으로 알 테니 그 배신감이 어땠을지 인간이 참 죄가 많다 싶었다.


녀석이 없는 마당을 보며 잘 있겠거니, 잘 살겠거니 했다. 그런데 녀석의 운이 그것 밖엔 안 되었던 걸까, 그렇게 이모네로 간지 하룬가 이틀 만에 이모가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개가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 즉시로 이모네를 갔고 녀석이 옛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 혹시 어디 숨어 있다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하루 종일 머플러를 흔들어 가면서 찾았다고 한다. 옛 주인의 냄새를 좀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한 나름의 방책이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찾았지만 그땐 개장수가 아직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던 때라 모르긴 해도 그들에 의해 붙잡혔을 거란 추측만 했다. 이모는 준비도 없이 개부터 데려 오는 게 아니었다고 자책했다. 뒤늦게 이제 목줄을 사다가 해 줘야지 했단다. 그런데 지하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음식 배달을 시키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대문이 살짝 열린 틈을 타고 탈출했다는 것이다. 녀석은 어떻게든 이 집만 탈출하면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욱 아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신이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건 인간을 위해 개를 만드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쪽에선 개의 조상은 늑대고 오랜 세월 녹대를 길들여 온 사람이 개를 만들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어떤 게 맞든 그 모두는 어쨌든 개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개를 어떻게 대해 왔을까 생각하면 할 말이 없다. 본의 아니게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하니 말이다. 개를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키우지 않는 것이 맞다. 인간이 쳐해진 운명에 따라 개의 운명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마땅한 주인을 만나지 못해 버려지고 안락사당하는 개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개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우리나라가 어느샌가 모르게 반려견을 키운다는 명목하게 외래종에 점령당했다는 걸 알았다. 예전에 우리 잡종견은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개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시골은 좀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많던 잡종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무래도 서울은 점점 마당이 사라지고 있으니 그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혹시 본 사람이 있다면 제보 바란다.      


두 영화 모두 개가 정말 애잔하고 사무칠 정도로 사랑스럽다. 울고 싶은 날 있으면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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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1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드라마 소설로 눈물을 흘리지 않은데 강쥐나 멍멍이가 주인공이면 심장이 뒤흔들려요. 키웠던 개를 두번 하늘나라로 보낸이후 두번다시 품속에 강쥐를 안아주질 못합니다. 잡종견 지능 엄청 높은데 ㅋㅋ 외래견이 늘어난건 펫샵 오너들이 프리미엄을 더 받을수 있어서라고 ,,토종이 좋은데 ^ㅎ^

stella.K 2020-12-11 20:56   좋아요 0 | URL
아, 그 이유도 있겠네요. 프리미엄. 거기다 서울은 마당이 점점
없어진 이유도 있다고 끝까지 우기고 싶은.ㅋㅋ

많은 사람이 스콧님과 같은 이유에서 다시 안 키운다고 하죠.
하지만 이제 개의 수명도 많이 늘었고,
쓰진 않았지만 저도 다롱이 이전에 말티즈를 15년 가까이 키우고
천국 보내줬는데 키우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 때문에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하는데 좀 심하신가 봐요. 아웅~
개는 키워 본 사람만이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반려 가정을 찾지 못해 버려지는 개를 생각하면 말이죠.
저는 능력만 되면 다롱이 이후에 더 키워보고 싶긴한데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가 없네요.

아, 정말 토종 잡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ㅠㅠ


hnine 2020-12-11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는 정말, 사람이 주지 못하는 것을 주는 생명체 같아요.
어릴 때 위에 말씀하신 잡종견과 십년 이상 한집에 살다보니 그야말로 한 식구였어요. 그 개가 명을 다하고 죽자 아버지께서 산에다 갖다묻어주시고 가끔 묻은 곳에 가보기도 하셨지요.
주인 없는 개 안락사 시키는 문제는 정말 아니라고 봐요. 인간이 무슨 권리로 살아있는 동물을 맘대로 죽일수 있는걸까요.

stella.K 2020-12-12 19:49   좋아요 1 | URL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의 아버지도 살아생전에 개를 참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그때는 반려견이란 인식이 없던 시절이라
h님 아버님처럼은 못하셨습니다.

진짜 안락사 문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안락사를 안 시키면 폭증하는 개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도 하니.
끝까지 책임지는 의식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cyrus 2020-12-1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보다 시골에 잡종견이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시골 개들은 보신탕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stella.K 2020-12-12 20:50   좋아요 0 | URL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근데 어느 때가 되면 씨가 말라서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할 날이 올 것 같아. 참 우리나라는...ㅠ

페크pek0501 2020-12-12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슬픈 글을 쓰시다니...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연말로 마음이 편치 않은 때인데요...

그리고 스텔라 님이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지 않은 게 이상하네요. 이번 해에 글을 적게 올리셨나요?

stella.K 2020-12-12 19:57   좋아요 2 | URL
ㅎㅎ 미안해요. 저 영화 정말 보지 마세요.ㅠ

전 안 될 줄 알았어요. 갈수록 게을러져서 쓴 게 몇편 되지도 않아요.
선물이 좋으면 열심히 썼을 것 같은데 딱히 꼭 받아야겠다는 의지도 없고.ㅋ

희선 2020-12-13 0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은 사람을 기다리는 개 《하치 이야기》도 무척 슬퍼요 그런 개가 많은가 봐요 어쩌다 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먼 곳에서 살던 집을 찾아간 개도 있다고 하지요 개는 사람한테 마음을 다 주는데 사람은 그러지 못하죠

이 글 보는 것만으로도 슬프네요 함께 살던 개를 떠나 보내는 사람 마음도 무척 아프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0-12-13 11:49   좋아요 2 | URL
맞아요. <히치 이야기>도 있었죠.
저도 본 것 같긴한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보면 기억이 날 것 같은데...ㅠ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계속 돌봐주고 싶은데
저희는 다롱이가 우리가 돌봐줄 수 있는 마지막으로 반려견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의 어머니도 이미 노령이시고, 저도 개를 전적으로 돌볼만큼
아주 건강한 편은 아니라 앞으로 다른 개를 맡아 키울거란
장담을 못하겠어요. 개는 정말 돌봄이 필요한데...ㅠ
 

오랜만에 사브리나를 봤다. 사춘기 때 처음보고 그간 본 기억이 없으니 거의 백만 년만에 봤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1954년작이니 거의 로코의 원조는 아닐까. 

솔직히 보면서 욕 좀하려고 했다. 아무리 완벽한 작품이라도 흠은 있게 마련이니. 흠이라면 백인만 나오는 영화라는 정도랄까. 오늘 날로 보면 큰 흠이긴 하다. 안 그래도 트럼프 땜에 백인우월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지 않은가. 내가 알기론 감독이 백인우월주의자로인 걸로 알고 있다. 어찌나 부를 자랑하던지. 자가용만 7대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근데 영화 자체로 보면 매력적이긴 하다. 프랑스 샹송 <장미빛 인생>을 변주하면서 적절히 잘 사용했다. 또한 그 노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뜻의 노래가 아니었다. 유리잔이 장미빛이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본 거라나 뭐라나. 그래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장미빛 인생이다. 사랑하는 나날처럼 장미빛 인생이 어디있겠는가. 게다가 오드리 헵번의 머리는 한때 유행을 했다. 또한 그녀가 입고나온 옷은 지금 봐도 굉장히 세련됐다. 벌써 70년 가까운 영환데도 말이다. 이 영화를 흑백으로 봤다는 게 좀 아쉽다. 나중에 컬러로 복원됐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영화가 문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사브리나는 부잣집 운전 기사의 딸이다. 어쩌자고 주인집 바람둥이인 둘째 아들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순진한 처녀라니. 자기는 가난한 운전 기사의 딸일뿐이라고 자학하기 일보직전이다. 게다가 첫째 아들을 연기했던 험프리 보카트는 사브리나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멍청이다. 나중에 동생이 파리로 다시 떠나는 사브리나를 잡으라고 말하자 그제야 그럼 그래볼까 하며 꽁지가 빠지게 쫓아가는 모양새라니.

 

영화에선 바람둥이 보다 절도있고 진중한 험프리 보가트가 더 진실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나중에 결혼하면 아내를 외롭게 할 가능성이 많은 타입이다. 아니 사랑해서 결혼해 주고 옷 사 주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해 주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여자를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가끔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는 말에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고 다소 철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말이 정답이긴 하지 않는가. 결혼하고도 끝까지 사랑해 줄 남자는 멍청한 첫째 아들 보다 바람둥이 둘째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냐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그건 그렇다.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삶이다. 사랑과 안락한 삶이 최고의 결혼이겠지만, 차선으로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사랑은 없지만 안락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 그나마 낫고, 사랑도 안락한 삶도 보장 받을 수 없는 결혼이 가장 최악일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상대의 눈에 띄려면 멋을 부리라고 부추기도 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람은 예쁘고 잘 생긴 것만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는다. 예쁘고 잘 생긴 것만큼 옷도 잘 입고 지성도 뛰어나야 한다. 주인집 두 아들을 보라. 그나마 사브리나가 프랑스 최고의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금의환양 하니까 그때야 발정난 개처럼 주위를 어슬렁 거리지 않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 같긴하다. 그래도 좀 아쉽긴 하다. 그런 것 없이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것을 보면 사람 좋아하는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냥은 좋아할 수 없는가 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지켜보길 바란다. 그녀가 걸을 때 얼마나 안정되면서도 우아한 보폭으로 걷는지. 거의 체조선수급이다. 배우는 만들어지는 거라고 분명 그 걸음걸이는 그냥 걷는 것이 아닐 거라고 본다. 오드리 헵번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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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12-01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드리 헵번은 발레리나가 되려고 했는데, 키가 커서 발레를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발레를 해서 걸음걸이가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선

stella.K 2020-12-01 15:43   좋아요 2 | URL
아, 그랬군요. 저도 그 생각은 했어요.
하긴 1950년대니 체조 보단 발레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긴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체조 선수를 연상했던 건
나중에 오드리 헵번이 큰 아들의 집무실을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엉덩이가 생각 보다 크고 걸음걸이가
힘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발레는 아니겠구나 싶었죠.ㅋ

레삭매냐 2020-12-02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드리 헵번의 <사브리나> !

오드리 헵번 나오는 영화는
오로지 <로마의 휴일> 밖에는
모르는 닝겡이네요.
그나마도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걸음걸이 주목하겠습니다.

stella.K 2020-12-02 19:17   좋아요 0 | URL
ㅎㅎ 어렸을 때 봤을 땐 그냥 오드리 헵번이
좋아서 자세히 안 본 것 같습니다.
첫번째 볼 땐 그저 스토리에만 치중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놔서.
<로마의 휴일>도 다시 봐야하는데...

scott 2020-12-02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드리 첫번째 남편과 연애할때여서인지 사브리나에서 미모가 절정!이였던것 같아요 ㅎㅎ

stella.K 2020-12-02 20:47   좋아요 0 | URL
헉, 그런가요? 모르시는 게 없군요.^^
근데 첫째 남편이 누군가요?
 

 이 영화를 보는 마음은 남다르다. 우선 추억의 영화다. 옛 영화를 보면 왜 그리도 애틋하고 아련해지는지. 1998년 산이다. 출연한 배우도 이젠 노년으로 접어 들었다. 특히 영화속 김 캐리의 풋풋함과 유머러스한 연기란 참...! 

 

처음 봤을 당시에도 좀 충격적이다 싶은 게 있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세월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해 보인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렇게까지 완벽한 쇼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니까 가능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의미하는 것에서 우리는 뭔가 조정 받고 있다는 묘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요즘 각 방송국마다 보여주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이 영화의 오마주라고 보면 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컨셉과 동선을 보며 킬킬대고 웃다보면 TV가 사람을 바보 만들지 싶다. 그뿐인가, 우린 감시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영화는 이걸 더불어 꼬집어 주고 있다. 허위만이 진실이란 묘한 역설이 성립되는 느낌이다.

 

솔직히 올초 코로나가 터졌을 때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혹시 뭔가에 조정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날씨와 기후도 조작한다는 말이 있던데 말이다. 누군가 코로나의 아비규환으로 몰아넣고 킬킬대고 웃으며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의심을 했더랬다. 물론 지금은 그 보다는 인류가 언젠가 치르게 될 재앙을 치르고 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긴 하지만 그런 상상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어딜 갈 때마다 QR 코드를 찍어야 하는 것도 뭔가 편치마는 않고. 

 

그런데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님께선 이걸 꼭 나쁘게만 보지 않고 있어서 좀 의외이긴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디스토피와와 유토피아 동시에 보고 있는데 지금 유럽의 통제 불능의 상황을 보면 세계는 디스토피아로 갈수도 있고, 비교적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는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를 보면 유토피아로 갈수도 있다고 했단다. 결국 통제만이 살 길인가 싶기도 한데 그것을 꼭 나쁘게 보지마는 않는 것 같았다. 이를 달리 보면 서로를 위한 마음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즉 내가 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나 역시도 피해 받지 않으려는 그 통제 가능함이 유토피아로 갈수도 있다나 뭐라나. 그렇게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뭐 영화도 나중에 해피엔딩 아닌가. 아, 나의 팔랑귀란...

 

아무튼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허리우드의 시스템이 부럽기도 했다. 그나저나 감독 아저씨는 요즘 뭐하시는지 모르겠다. 지난 2010년 이후 필모가 없는 걸 보면 은퇴하고 놀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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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06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로나19로 3차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느낌도 들더군요.

stella.K 2020-11-06 19:21   좋아요 0 | URL
다들 그 얘기하죠.
지금은 또 그냥 덤덤하네요.
첨엔 진짜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저 빨리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기생충>이 된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는데 이 작품을 보니 과연 그럴만도 하다 싶다. 솔직히 <기생충>은 작품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이 작품과 비교하면 이 작품이 월등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왜 아카데미는 <기생충>에 작품상을 수여했을까. 하긴 이 영화는 작품상만 안 탔다뿐이지 주요 부문을 석권하지 않았나. 그렇게 따지자면 나름 공평했다고 봐야할까?

 

이 작품 정말 스산하게 잘 만들었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긴 하지만 원 톱의 영화다. 한 명의 주인공이 임무를 완료할 때까지 이처럼 실존적이고 카메라가 끝까지 추적하는 영화 방식이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큰 스크린에서 봤다면 엔딩 때 일어나 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지난 주일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설민석의 말에 의하면 발발 직후 전염병이 확산해서 세계1차 대전은 흐지부지 끝난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을 이긴 게 전염병이라니. 전염병 이길 장사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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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06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그 무엇도 심사위원이 무얼 중요시했는가 하는 게 문제라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stella.K 2020-11-06 19:18   좋아요 1 | URL
그런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작품상은 좀 의외였거든요.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겠죠. 한류 때문일수도 있고.
암튼 전 전쟁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기생충> 때문에 본 것도 있고 더빙으로도 볼 수 있어서
본 것이기도 해요.
자막 읽는 게 갈수록 귀찮아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