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기생충>이 된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는데 이 작품을 보니 과연 그럴만도 하다 싶다. 솔직히 <기생충>은 작품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이 작품과 비교하면 이 작품이 월등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왜 아카데미는 <기생충>에 작품상을 수여했을까. 하긴 이 영화는 작품상만 안 탔다뿐이지 주요 부문을 석권하지 않았나. 그렇게 따지자면 나름 공평했다고 봐야할까?
이 작품 정말 스산하게 잘 만들었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긴 하지만 원 톱의 영화다. 한 명의 주인공이 임무를 완료할 때까지 이처럼 실존적이고 카메라가 끝까지 추적하는 영화 방식이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큰 스크린에서 봤다면 엔딩 때 일어나 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지난 주일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설민석의 말에 의하면 발발 직후 전염병이 확산해서 세계1차 대전은 흐지부지 끝난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을 이긴 게 전염병이라니. 전염병 이길 장사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