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우리 젊은날 (HD텔레시네) - [할인행사]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언젠가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지라 몇 장면만 기억날뿐 스토리는 처음 보는 느낌이다. 

 

나는 80년대 들어서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 작품은 많이 보질 않았다. 바로 이때야말로 한국 영화는 태동기를 거쳐 본격 중흥기를 맞이했는데 왜 그 시절 난 한국 영화에 대해선 무관심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만다라>도 최근에야 처음 봤으니.

 

그때는 국내 영화보단 외국 영화가 좋다는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기술적으로 보나 영상의 세련미가 와화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할 거란 편견이 지배했을 것이다. 사실 지금 봐도 촌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옛 영화는 옛 영화대로 보는 맛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절의 문화를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을 보고 어머나, 저 시절엔 저렇게 풋풋했는데 하며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자조하는 건 또 어떤가?

 

하지만 옛 영화의 백미는 그 배우나 감독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배창호 감독과 안성기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시절 배창호 감독은 이장호 감독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영화 시상식이나 매스컴에서 가장 많이 호명된 감독은 아닐까 싶다. 그 시절 내가 감독에도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이 감독을 눈여겨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감독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으니 어쩌면 감독은 나와 인연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40년 넘은 세월에 다시 보니 아, 이 감독이 얼마나 재능이 있었는가가 눈에 들어 온다. 촬영도 나름 여러 시도도 많이했다. 당시엔 유영길 촬영 감독을 능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감독들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한다면 행운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배창호 감독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렇게 열심히 영화를 찍던 그가 지난 2009년 이후로 필모를 남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병설이 간간히 흘렀던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다 낫지 않았나 보다. 빨리 건강해져서 그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 안성기는 그동안 좀 어정쩡했던 것도 사실이다.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그 어정쩡함이 연기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약간 탁하면서도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는 그런 그의 인상을 배가 시켰다. 하지만 이 배우 정말 열심인 것도 인정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스크린을 지켜오지 않았던가. 뭐든지 열심히 꾸준히만 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 같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그도 잘하는 연기는 있구나 싶다. 배우가 천의 얼굴을 가졌다지만 분명 유독 잘하는 연기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바보스러우리만큼 순진무구한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당시 흔하게 유행하던 검은테 안경을끼고 말이다. 그게 조금은 멍청하게도 보이지만 또 얼핏 채플린을 느끼게도 한다. 아, 이래서 안성기, 안성기 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어렵게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데이트 허락을 받고 저렇게 벤치에 앉아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또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주인공의 어린 딸과 같은 장면으로 구성되는데 보고 있으면 좀 찡한 느낌이 든다.

 

사실 저렇게 생긴 사람이 이성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크로스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사랑은 그 사람이 가진 분위기나 배경, 연애 스킬이 아니다. 성실하면서도 진심을 다한 사랑이란 걸 영화는 끊임없이 말해준다.  

 

시나리오나 영상이나 알찬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독특한  영화 세계를 보여 주는 이명세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각본으로 참여했다는 게 눈길을 끈다.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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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1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그당시 상영관 가서 봤지요. 배창호 감독이 각본도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때만해도 참신하고 재미있게 봤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stella.K 2019-02-17 18:39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 봐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옛 영화는 옛 영화대로 추억과 운치가 있는지라.
최근에 배창호 감독의 영화를 두 편 더 봤는데
이 사람 정말 영화를 잘 만들었더군요.
지금도 영화를 만들려면 만들텐데 건강이 안 좋은가
통 소식이 없네요.
저때 황신혜 진짜 예뻤는데 나이드니까 별로더군요.
보통 그렇긴 하지만.ㅋ

페크pek0501 2019-02-1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극장에서 봤어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 한국 영화가 인기가 없었던 시대라서,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정도였어요.
안성기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며 봤네요.

stella.K 2019-02-18 14:21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전 안성기가 연기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있었어요.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그런데 아예 약간 멍청한 캐릭터니까 오히려 잘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ㅋ

카스피 2019-02-21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80년대까지 한국 영화는 외화 쿼터제를 위해 적당히 만들때라서 사실 좋은 작품이 없던것이 사실이에요.당시는 한국영화 4편을 만들면 외화 1편을 수입할 권리를 줄떄여서 영화 제작사들이 많은 돈을 투자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tv에서 영화감독이 말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stella.K 2019-02-23 15:14   좋아요 0 | URL
헉, 전 그 얘긴 처음 듣습니다. 그랬군요.
전 그저 단순히 외화 수입하면 우리 영화가 잠식된다고
해서 쿼터제를 실시한 줄 알았더니.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 영화가 더 발전할 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네요.
지금 우리나라 영화 잘 만들고 있잖아요.
그걸 그 시절 쿼터제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요?
쿼터제 때문에 머리 깎고 했던 걸 생각하면...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잘 생긴 사람이 워낙에 많은 세상이고 그에 따라 잘 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도 많은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조인성이 그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할 때만해도 그도 그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이럭저럭 그도 연기 인생 20년을 바라보지 않을까? 그러는 동안 나름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못하는 거라도 만 시간만 들이면 전문가가 된다는데 이 만 시간의 법칙이 그도 비껴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연기에서의 만 시간은 그냥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하다. 20년을 바라보면서 연기가 늘지 않는다면 연기 인생을 접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인 양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의 조인성은 자신이 맡은 역을 나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높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조금 보다가 여차하면 보는 것을 그만 두려고 했다. 게다가 내가 늘 문제를 제기해 왔던 감독 각본 영화다. 물론 나 하나 감독 각본 영화에 목소리를 높인다고 변할 우리나라 영화계가 아니라는 것쯤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래도 관객으로 그런 소리 하나 못 내서야 관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요즘 연거푸 그런 영화를 봐 왔던터러 불평조라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나쁘지 않았다. 이미 많은 리뷰어들이 전쟁씬을 칭찬하던데 그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지나친 CG 티는 이젠 뭐라고 할 수도 없겠지? 슬로모션 등 여러 기법 등을 사용해서 나름 우아하면서도 잔인하게 잘 보여줬다.

 

<안시성>의 한 장면

 

하지만 유난히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양만춘으로 분한 조인성의 검게 그을린 피부다. 평소 남자치고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조인성이 일부러 까맣게 태웠을 리는 없고 분장의 덕을 본 것 같다. 스틸컷이 없어서 그런데 거의 엔딩에 다다르면 양만춘이 힘겹게 신궁을 이세민을 향해 조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까맣게 그을리다 못해 온통 얼굴을 뒤덮은 주근깨(?)가 보이는데 참 인상적이다. 화살은 이미 다 떨어졌고, 양만춘도 하도 화살을 쏴 손바닥 피부가 다 까져 피가 나올 정도다. 게다가 팔도 아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1차 조준을 하려다 멈춘다. 그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겠지. 가장 믿거라 하는 부하를 잃었고, 여동생도 죽었다. 더구나 수세는 열세다. 자신이 잘못하면 안시성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고구려의 신이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 신궁으로 이세민을 죽일 수 있을 거라 믿고 다시 한번 활시위를 장전한다. 그리고 그건 정확히 이세민의 눈을 맞췄다.

 

양만춘이 장군으로 열세의 군대를 이끌고 2만의 당나라 군대를 이길 수 있었던 건 힘이 좋아서만도 아니다. 전략을 잘 세웠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으로부터 신망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만춘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이세민은 그에게 이길 수 없었고, 3년 뒤 죽으면서도 고구려 군대와는 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니 새삼 놀라웠다. 우리나라는 옛날 고리짝 때부터 이웃 나라 눈치를 보며 사느라 피곤하게 살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짓밟혀 나라로서의 형체도 없을 것만 같은데 꼭 이렇게 죽을 듯 죽을 듯하면서도 죽지 않는다. 그게 오늘 날까지도 이른다. 참 희안한 나라다. 그게 조선 시대도 아닌 무려 고구려 시대 때에도 보여진다.

 

조연들의 연기가 나름 좋다. 조금 더 양만춘의 싸움 전략을 자세히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냥 아쉬운데로 만족하기로 했다. 조인성이 영화든 TV든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나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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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트콤 <논스톱>의 조인성이 지금처럼 톱스타가 될 줄 정말 생각 못했어요. 그땐 꽃미남이 유행했던 시절이라 조인성은 꽃미남 스타로 알려졌던 기억이 나네요.

stella.K 2019-02-11 18: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꽃미남은 사실이지만
난 별로 끌리지 않더라구.
남자나 여자나 조각은 별로야.
난 조인성이 몇년 전에 노희경의
<괜찮아 사랑이야>인가? 거기서부터 좀 눈에 들어오더군.ㅋ

서니데이 2019-02-1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이 조인성이예요? 저정도면 거의 포청천 수준인데요.;;
벌써 20여년에 가까워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인성씨는 사진을 보면 멋있더라구요.
stella.K님, 오늘도 날씨가 차갑습니다.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stella.K 2019-02-11 18: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서니님 처음으로 저를 웃기셨어요.
포청천.ㅋㅋㅋㅋㅋ
그 정도는 아니구요. 암튼 야성미 물씬 나는 건 사실이어요.

오늘은 날씨가 풀린다고 했는데 어제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더군요.
이맘 때가 늘 그렇긴 하지만 봄이 오려나 하다가 쏙 들어가버렸어요.
내일은 풀리겠죠?^^

후애(厚愛) 2019-02-1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인성인 줄 몰랐습니다.^^;;
검게 그을린 피부로 나오니 정말 못 알아봤습니다.ㅋ
다른 배우인 줄 알고 모르는 사람이네... 했거든요.
분장이 대단합니다.
속았어요. ㅋㅋㅋ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시간 되세요.^^

stella.K 2019-02-14 18: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기미 같은 걸텐데 점을 하나씩 찍었을 리는 없고...
그런데 저렇게 검테 타고보니 흰 이가 더 도드라져 보이지 않습니까?ㅎㅎ

페크pek0501 2019-02-1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인성 팬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의외라고 하는 건 저는 잘 모르겠어서...ㅋ

stella.K 2019-02-14 19:16   좋아요 0 | URL
ㅎㅎ 뭐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죠.
무엇보다 반듯하잖아요. 지금까지 스캔들 하나 없이.
저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괜찮은 거 같아요.^^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

 

엄유나 감독이 누군가 했더니 <택시 운전사>를 만든 감독이다. 지금까지 난 그 두 편의 감독이 각각 다르며 당연 남자라고 생각했다. 근데 동일 인물이었고 여자였다. 더구나 시나리오도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잘 썼다. 반가우면서도 은근 질투가 났다. 물론 반가움이 더 크지만. 여자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 굵은 작품을 연속해서 두 개씩이나 만들다니 대단하다 싶다. 변영주나 임순례 감독이 우리나라 여자 1 세대 감독이라면 엄유나 감독은 2 세대쯤 되지 않을까? 아무튼 여자 감독 만세다. 

 

올해가 3.1 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되고보면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한 작품이 올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어찌보면 이 영화는 한글날 같은 때 나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영화는 다분히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애국주의를 깨우기에 충분한 영화이기도 하다.

 

 

모국어를 못 쓰게 하면 얼마만에 잊게될까? 주인공 유정환(윤계상 분)의 아버지 유완택(송영창 분)이 한때는 지식인으로서 일본이 모국어 말살 정책을 펼칠 때 저항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일본에 무릎꾾고 친일하는 것을 보고 유정환이 아버지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왜 그러냐고 묻자 아버지는 우리가 글자를 깨우치고 지식을 쌓으면 나라가 해방될 줄 알았는데 조선어를 쓰지 못한 세월이 30년이고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30년. 한 세대다.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30년 동안 모국어를 쓰지 못했다면 잊힐만도 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새삼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독립을 이루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30년 되는 세월에도 우리 모국어를 잊지 않은 것은 분명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저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민족 어학회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말을 연구했던 것을 일본 경찰에 의해 하루아침이 잃어버리게 되었다. 얼마나 허망하고 마음이 무너졌을까? 하지만 조갑윤 같은 사람이 사본을 남겼을 줄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예감이 맞아 신난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필히 사본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본 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더구나 삼엄한 시절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선조들은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 애를 썼는데 오늘 날 우리 언어는 너무 많이 오염되고 그것도 부족해서 영어 식민화를 하지 못해 안달 나 있는 것을 볼 때 과연 저분들이 보면 얼마나 한숨을 지을까? 좀 좋은 언어를 써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식민지로 살다가 독립을 했다고 해도 민족 언어를 보존한 민족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는 마당에 우리는 모국어를 홀대하지는 않았는지 이런 영화를 보면서 일본을 혐오하기 전에 이 생각부터 먼저했으면 좋겠다.

 

김판수리는 인물이 실제했을까 영화 관람 땐 좀 의아했는데 실제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라를 지킨 사람들 결정적일 때 힘을 발휘한 사람들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거나 그 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영화는 그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준다. 

 

이 영화는 유해진과 윤계상 투 톱의  영화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유해진을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그런만큼 연기로 보나 존재감으로 보나 훌륭하다. 잘 생긴 배우들의 전성 시대는 이제 한물간듯 하다. 못 생긴 배우와 빛나는 조연의 영화가 더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이상적인 영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바람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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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0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모이>를 봤어야 하는데 놓쳤어요. 이제 여기선 개봉관 상영은 끝났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때 봐야겠어요.
어떤 방송에서 엄유나 감독이 게스트로 초대되어 인터뷰 하는 걸 듣고 알았지요. 택시운전사를 만든 감독이라는 것이요.

stella.K 2019-02-07 13:33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여자 감독들 영화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응원해 주고 싶더군요.
꼭 한번 보세요.^^

비연 2019-02-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극장에서는 못 봤지만 어디서든 봐야겠다 싶어요.

stella.K 2019-02-07 13:36   좋아요 0 | URL
올해 한글날 같은 때 해 줄 것 같긴한데 말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살짝 아쉽긴 한데
그래도 볼만 했어요.
우리말을 아껴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윤계상이 멋있게 나오긴 하는데
유해진의 빛에 좀 가려진 것 같고.
너무 자세히 쓰면 재미없겠죠?ㅋㅋ

서니데이 2019-02-0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보다 <극한 직업>이 더 보고 싶었지만, 둘 다 아직 보지 못했어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고 오늘도 2.8 독립선언일이라고 하니까, 이 영화도 좋은 시기에 관객을 찾아온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stella.K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따뜻한 금요일 되세요.^^

stella.K 2019-02-09 14:09   좋아요 1 | URL
2.8 독립선언 하루 지나서 이 댓글을 씁니다.ㅋ
오늘도 여전히 춥네요.
그래도 그동안 안 추운 걸 생각하면 춥다고 징징대면
안 되겠죠? 이 추위가 지나고나면 봄을 얘기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해가 좀 길어져서 좋은 것 같구요.
비나 좀 더 내렸으면 좋겠는데 조만간 오겠죠?
<극한 직업>은 재밌을 것 같은데 천만 관객이 들 정도는
아니라고 하기도 하던데 암튼 둘 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주말되시길.^^
 

                                        

                      

감독: 마츠타니 미츠에

 

 

이런 다큐멘터리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라는데 내가 왜 몰랐을까? 내가 예전만큼 최신 개봉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유명하고 돈될 것 같은 영화만 집중 홍보하는 시스템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아도 어떤 관객이 영화를 골라 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영화를 골라주는 세대에 살고 있다고 개탄하던데 그러고 보면 내 탓만은 아닌 것 같긴하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보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동안 타샤 튜더는 책으로만 소개됐지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타샤 튜더가 국적이 미국인만큼 자국의 어느 감독이 만들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어쩐지 일본 감독이 만들었다니 약간 묘한 감정이 들긴하다.

 

그동안 책으로 너무도 잘 알려져서 설명이 필요없을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나 역시도 그녀의 책은 읽지 못했다. 그녀는 동화 작가 겸 삽화가로 유명하다.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그림을 그렸고, 자연주의자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카메라가 그녀의 주방을 보여주는데 좀 놀랐다. 현대식 주방 기구가 하나도 없다. 얼핏 보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서양 부엌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집이 자랑하는 건  정원이다. 넓은 정원에 각종 꽃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특별히 정원이라고 해서 꾸민 것도 없다. 그저 꽃 자체만을 가꾸며 산다. 꽃에게 최소한의 것만 해주고 나머지는 저희들끼리 어울리며 있으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를 좋아해 직접 키우기도 한다.

 

그것들을 돌보고 가꾸는데도 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쓴다. 뭔가 모르게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엔 박경리 작가나 이효재 씨가 생각이 난다. 박경리 작가도 살아생전 밭을 가꾸고 글 쓰는 일에만 전념했다고 하고, 아기자기하게 사는 건 이효재와 닮았다.

 

그런데 역시 삶은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다. 그녀는 활달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녀는 큰 오빠가 사고로 죽은 후에 부모님의 상의 끝에 태어났다고 한다. 어찌보면 어떠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삶은 또 얼마만한 짐을 지는 것일까?

 

명문가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수학에 조예가 깊고 어머니는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녀는 어머니를 닮았다. 아버지가 아인슈타인, 에머슨, 소로우 같은 당대 석학들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하니 알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지적인 분위기의 집안이라고 해도 그녀가 9살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어머니와는 예술에 대한 관심만 물려받았을 뿐 나머지 정서적인 부분은 별로 닮지를 않았나 보다. 부모가 이혼할 때 그녀는 어머니를 따라가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나중에 그녀는 어머니의 친구에게 맡겨졌는데 다행히도 집안 분위기가 좋고 그녀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기반이 거기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엔 장수하는 노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녀는 지난 2008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는데 장수했다. 그녀가 그렇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그녀는 후회나 미련을 남기지 않은 삶은 살았다. 마음 먹은 일은 꼭 이루고 살았다고 본인의 삶을 그렇게 말한다. 또 그만큼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교계에 진출하지 않으므로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렸는데 그렇다고 그걸 후회해 본적은 없다고 했다. 그런 걸 보면 사람 사귀는 것 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중시여기고 사람들 속에 있으므로 활력을 얻는 사람이 있다. 요는 사람은 자기 타고난 심성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타입이 어떠하며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영화는 정말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영화다. 한번쯤 아니 몇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통한 소확행을 원한다면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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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01-21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과천에는 ˝타샤의 책방˝이라는 작은 서점이 있어요. 아날로그적 감성 물씬한 마을 사랑방이지요? 저도 추천해주신 다큐도 보아야겠네요

stella.K 2019-01-21 15:29   좋아요 0 | URL
헉, 정말이어요? 몰랐네요.
저는 서점을 다녀봤자 중고샵만 다니는지라 부럽네요.
저 사는 곳이랑은 좀 거리가 있어 일부러 가기는 그렇고
기회되면 한 번 가 봐야겠네요.
영화 좋더라구요. 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거의 영업 멘트로군요.ㅋㅋ

cyrus 2019-01-2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살고 싶은 곳, 자신만의 장소나 공간에서 살아가면 외부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잖아요. 아주 단순한 삶의 방식이 오래 살 수 있는 비결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stella.K 2019-01-21 19:38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 2008년도에 찍은 필름이더라구.
그후 몇년 있다 돌아갔는데 작고한 나이가 92세던가?
옛날 노인 치고는 장수했지.
요즘 같았으면 거의 백세쯤 살지 않았을까?
암튼 나름 즐겁게 사셨던 것 같아.^^

페크pek0501 2019-01-22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저도 동의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고단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어요. 때로는 사람보다 책이 더 위로가 될 때도 있고요. 남들이 다 추구한다고 해서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자신 스타일대로 살면 될 것 같아요.

stella.K 2019-01-22 13:56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기운을 받고 즐거운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혼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저는 사람들고 함께 있어 즐겁고 기운을 받을 때도 있지만
부대낄 때도 많아 결국 혼자있는 게 좋을 때가 더 많더군요.
그 비율이 6:4나 7:3 정도되는 것 같아요.ㅎ

서니데이 2019-01-2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샤 튜더는 일러스트를 많이 그리기도 했지만, 저 사진도 동화 속 한 장면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저런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건 힘들겠지요.
stella.K님, 따뜻한 금요일 보내세요.^^

stella.K 2019-01-26 16:52   좋아요 1 | URL
영화 한 번 보세요. 이건 정말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어렸을 때는 부엌이 정말 불편했습니다.
마루를 거쳐 신발을 신고 턱이 높은 부엌을 오르고 내리면서
음식을 만들었거든요. 지금도 시골집 가면 그런데가 있더군요.
그래도 그 시절엔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엔 상상하기도 싫죠. 어떻게 살았나 싶고.ㅠ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더군요.
이번 추위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나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봄이 기다려져요.^^

그런데 서니님 스마트폰으로 댓글 다셨나 봅니다.
일러스르...ㅋㅋㅋ

2019-01-26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9-01-26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꼭 봐야겠어요^^

stella.K 2019-01-27 14:36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으네요.
네. 꼭 보세요.^^
 
고고 70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신민아 외, 최호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조승우가 점점 더 좋아진다. 나이들수록 그의 연기는 농익어 간다. 그래서 늦게나마 그가 출연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찾다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처음엔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모르는 영화니 좋을지 안 좋을지를 모르겠는 거다. 게다가 무려 10년 전 영화다. 그의 필모를 찾아 봤더니 2000년 <춘향전>에서 이몽룡으로 나왔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영화를 본 것도 같다. 그땐 저런 신인 배우가 있는가 보다 했을 것이다. 그 후 8년 동안 연기를 쌓고 이 영화에 출연을 했다. 그도 지금 얼추 40 줄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의 그의 연기가 노련미라면 저때는 좀 더 열정적이었구나 싶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담보로 한다. 뮤지컬 영화가 그렇고, 비록 같은 계열의 영화는 아니지만 <원스>도 그렇다. 그런데 이 영화 음악을 소재로 했음에도 별로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70년 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때 어떤 가수와 밴드가 인기가 있었는지 2008년도를 사는 젊은 관객들이 알 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가물가물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데블스'란 밴드가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는 밴드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룹 사운드라고 했다. 영화를 보니 정말 있었던 것도 같다. 적어도 그렇게 믿게 되는 건, 이들을 둘러 싼 배경이다. 그 시절 대연각이나 대왕 코너의 화재 사건이 있었고, 풍기 문란이라고 해서 장발을 단속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은 통행 금지를 이유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나이트 클럽에서 밤새도록 노는 문화도 단속 대상이었다. 그뿐인가? 대마초 단속하고, 멀쩡한 곡들이 금지곡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나의 그 어린 날 있어왔던 일이었다. 그러니 그 가운데 정말 '데블스'라는 그룹 사운드가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건 그런 그룹 사운드 보단 '봉봉 사중창단'과 '블루벨스'라는 역시 사중창단이 인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시절이 좀 우습긴 했다. 물론 나도 장발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강제로 잘릴 사안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나이트 클럽에서 노는 걸 풍기 문란하다고 모는 것도 우습다. 금지곡을 선별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고 보면 그 시절도 어지간히 보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그건 당시의 최고 지도자의 취향을 반영할 때가 많다. 그 시절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다. 그의 독재도 독재지만 가부장이 팽배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단속이 있었다는 건 왠지 가부장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문화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그 시대 젊은이들에게 웬지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영화가 종반에 들어서면 전경들(?)이 해체됐다 다시 뭉친 데블스가 리사이틀 공연을 가질 때 공연장에 최루탄을 투척한다.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그때도 멤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경우에도 우리들의 젊은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계속 공연을 이어가고 보컬의 상규(조승우)는 어디서 호스를 끌어 와 물을 뿌리며 그 역시 계속 노래를 부른다. 그게 참 뭔지 모르게 찡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클리셰 같기도 한데 싫지가 않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지 않는가. 우리가 그때 놀지 않으면 언제 놀아 보겠는가. 

 

그런데 난 그 젊은 날 저렇게까지 놀아보지 못했다. 그저 독서하고 음악 듣는 거나 방해 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지 않으면 늙어서 못 논다. 노는 것을 탄압 받으면 더 반항적이 된다는 걸 그 시절 데블스도 이 영화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그건 정말 맞는 얘기다. 사람은 놀 때 놀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늙어서 놀고 싶어도 못 논다. 몸이 따라주질 않는 것이다.

몇 장면이 인상적인데 그 중, 데블스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때 보컬을 맡은 상규가 공연하다 절정에 다다르면 꼭 여자 관객 하나를 무대에 세우고 지금은 돌아가고 없는 어머니를 부르며 불쌍한 표정을 한다. 그게 여자들에겐 모성 본능을 자극하며 공연의 열기를 최고조로 몰아가지만 멤버들 사이에선 갈등 요인이 된다. 특히 기타를 치는 만식이 비위를 건드리는 요인이 된다. 여자들에겐 모성 본능을 자극할만한 것이 같은 남자들에게는 갈등 요소가 되는구나 웃음이 나왔다. 사실 데블스는 두 개의 밴드가 합친 팀으로 기타를 치는 만식이 합치기 전에 자신도 나름 리더였다. 그것을 필요에 의해 보컬인 상규에게 양보했으니 어지간히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또 한 장면은, 장발 단속에 유치장 신세를 지게된 멤버들이 내친김에 누가 대마초를 피웠는지 고문 받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멤버들이 풀려나 간 곳은 공중목욕탕. 고문의 흔적으로 등이고 엉덩이고 시뻘건  상처가 보이는데 온탕에서 냉탕을 옮겨가면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으로 바꾸는 장면이 나온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결국 그게 리사이틀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왠지 모르게 꽤 인상적이다. 젊은 날의 희망은 그 무엇으로도 꺾지 못하는가 보다.

어쨌든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다. 좀 늦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주목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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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1-1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발 단속하던 시대에 제일 웃긴 것은 여성들 미니스커트 단속이었죠. 무릎에서 몇 센티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어요. 치마가 너무 짧으면 안 된다는 것이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요? 단속 경찰이 길이를 재기 위해 자를 갖고 다녔다고(제 기억에 따르면) 어느 신문에서 본 것 같거든요.
어이없음의 시대를 살았어요, 우리가...

stella.K 2019-01-14 13:34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도 그 얘기가 나와요.
남자는 장발. 여자는 미니스커트.
70년대 고고라는 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말하면서 그 시대 문화사가 나오죠.
금지곡 리스트도 좀 웃겼구요.
암튼 이 영화 꽤 오래 전에 개봉된 건데 이제 본게 좀 미안하더군요.
기회되면 언니도 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