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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다.

당대 유명한 배우를 부모로 뒀고(물론 둘 다 고인이 됐지만), 그에 대한 후광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인기를 구가했을 때도 난 그가 뭐가 좋은 지를 잘 알지 못했다. 물론 특유의 카리스마에 뭔지 모를 우수가 섞여있는 인상이긴 하지만 그나마 <모래시계>의 인기 때문이었을까? 그때 조금 그의 존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후 오랫동안 이렇다할 작품없이 TV나 스크린에서도 거의 잊혀진 것 같았다(물론 간간히 예능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지만).  

 

하긴 뭐, 연예인이 '한결 같이 변한없이'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인기 탈런트니, 배우도 한때 잘 나갔으면 그것 가지고 버티고 가늘고 오래 가는 법 아닌가. 그러다 최근 S 본부에서 하는 <대박>에서야 비로소 난 그를 재발견하는 중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그 태생이 모호하긴 하다.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정극에서 한참 빗나가 보인다. 흔히 말하는 퓨전과 판타지를 잘 결합한 사극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범상치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에서는 없을 것 같은 비정상인을 그린다. 하긴, 오늘 날 산에 호랑이가 살 거라고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도 옛날엔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런 줄 알 뿐이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 신통력을 발휘하고, 시위 먹인 화살을 맨 손으로 붙잡고, 1대 17로 싸워 백전백승을 하고. 이랬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초현실적 드라마를 못 마땅해서 안 볼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직까지는 봐 줄만해서 보고 있기는 한다. 

 

그 아직까지 봐 줄만해서 봐주는 것중에 무시 못할 건, 아니 전부일지도 모를 요인엔 바로 숙종으로 나오는 최민수가 있어서는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내가 조금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등장인물이 정상은 아니라고. 비범이라고 하면 거기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지만 여긴 그런 게 없다. 그냥 그런 인물이 있으면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최민수가 연기하는 숙종 역시 정상적여 보이지는 않는다. 즉 일반에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아무리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임금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총애했던 신하의 딸을 특유의 신통력(?)으로 알아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임금이 한때 여인의 치마폭(장희빈)에 놀아 났다고는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긴, 이 드라마에선 장희빈을 사랑하는 숙종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후에 영조가 되는 연잉군에게 양위하는 숙종이다. 하지만 순순히 넘겨 주지는 않을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궁궐엔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이 임금이 되야한다는 파와 되어선 안 된다는 파가 팽팽히 맞섰을 것이고, 정말 연잉군이 임금의 재목인지 확신 내지는 마지막까지 시험해 보겠다는 대의명분이 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숙종은 그 옛날 장희빈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의 숙종과는 엄청 다르다. 전자의 숙종은 정말 나는 새라도 떨어 뜨릴 것 같다. 하지만 옛날 이미숙이 장희빈을 맡았을 때 유인촌이 맡았던 숙종은 그저 우유부단에 조강지처를 미워하는 캐릭터였을 뿐이다. 그러나 숙종이 실제로 어땠는지 누가 숙종에 좀 더 가까운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최민수의 숙종 역이다. 

 

애초에 드라마는 연잉군 역을 맡은 여진구와 그의 배 다른 형 백대길이 주가 되는 구도지만 아직 이들에게 크게 기대할만하진 않고(사극은 역시 연륜의 드라마다), 숙종의 최민수가 나오면 뭔가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때 몇회째던가? 숙종이 약에 취해서 반쯤은 맛이 간 얼굴로 연잉군에게 양위를 받겠느냐는 질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놀랍던지. 임금이 뽕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때부터 난 최민수를 다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임금이 아무리 만인지상 일인지하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모르는 게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시청자로서 불만을 가질 법도 한데 그한테 만큼그런 것이 없고 오히려 그것이 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만든다. 겉으로는 한없이 망가져 보이는 듯 한데 그의 눈빛만큼은 살아 있어 모든 것을 꿰뚫는다.

 

실제로 저 뽕을 맞는 아니 피우는 장면은 작가의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숙종이 그랬다고 한다. 그라면 피웠을 테지만 드라마에선 담배 피우는 장면이 금지됐기 때문에 시녀를 시켜 태우는 장면으로 전환한 거란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정사에 임하는 장면도 고증에 의한 것이고. 그런 그의 준비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런데 며칠 전 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영화를 영화전문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보면 최민수가 노숙자로 잠깐 등장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노숙자다.

                    

 

             

처음엔 너무 초췌하다 못해 더러워 보기기까지 한다. 그래서 개 조차도 좋아할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차츰 착하고, 해 맑은 동심을 닮은 노숙자 연기를 그는 완벽히 소화해 냈다. 모르긴 해도 여기서 빛을 발해 S 본부 사극 입성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또 모르긴 해도 <대박>에서의 그의 인기에 힘입어 초반에 잠시 나왔다 사라지기로 했는데 역할 분량이 늘어난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이런 수식어는 신인에게나 해당되는 말처럼 되어버렸는데, 최민수는 정말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앞으로 TV에서든 영화에서든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저 영화는 정말 완벽한 동화다. 보고나면 씁쓸하게 그런 일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냥 잠시 동화에 취해 보고 싶다면 봐도 좋을 것 같다. 별점은 3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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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인가요..최민수가 노인네 폭행했다고 언론에서 떠들었던 사건.....사실이 전혀 달랐죠.그런데 그에게 어느 언론 하나 그에게 사과한 적이 없었죠.

stella.K 2016-05-11 14:38   좋아요 1 | URL
헉,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노인 폭행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하여간 우리나라 언론 무례한 건 뭐 말해 뭐하겠습니까?ㅉ

cyrus 2016-05-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격이나 평소 행실이 괜찮았으면, 최고의 배우로 거론되었을지도 몰라요. 돌출 발언, 행동 때문에 연기력이 묻히는 케이스죠.

stella.K 2016-05-11 14:40   좋아요 0 | URL
이제 마음을 고쳐 먹었나 보지.
그의 사람됨은 잘 모르겠고,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임에 틀임없이.
지금이라도 잘 돼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으면 한다.ㅋ

yamoo 2016-05-1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수...인간은 정말 알쏭달쏭한 사람이지만, 연기는 나름 알아줘야 하는 배우 같습니다. 전 요즘 드라마를 거의 안 봅니다만,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몬스터>. <태양의 후예>보다 3배는 더 재밌는 거 같다는^^

그나저나 스텔라 님의 이런 티브 리뷰, 아주 좋습니다! <몬스터>도 부탁드려도 될른지~ 제가 요즘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라서욤^^;;

stella.K 2016-05-12 19:25   좋아요 0 | URL
헉, <몬스터>가 좋은가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것 같긴하지만
1회 본방을 사수하지 못해 계속 못 보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기대 만땅인 드라마 2편이 첫방을 시작하는지라
몬스터를 언제 보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보게 된다면 꼭 리뷰해 올리겠습니다.^^
 

요즘 <태양의 후예>가 난린데, 난 이 드라마가 송중기 하나빼면 볼게 뭐가 있나 싶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는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는 송중기 때문에 본다는 주의였는데, 어제는 이젠 송중기도 안 되겠구나 싶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시청자와의 교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역할상 등장인물이 울 때 시청자도 울컥하고, 등장인물이 웃을 때 시청자도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작 때부터도 그랬지만 지금도 보면 등장인물과 시청자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감정이입이 안된다는 말이다. 괜히 진지하고, 괜히 엄숙해지려고 하고. 뭐 대단한 정의의 사도, 휴머니스트인 양하고 있는데 이건 송중기 하나로 면죄받을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드라마 초반 때 강모연이 매스컴에서 뜨자 병원 이사장이란 놈이 잠깐 보자고 하곤 이사장 방에서 강모연의 옷을 벗기려고 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걸 똑똑한 강모연이 보기 좋게 차버리긴 했지만 드라마에 그런 에피소드를 넣으려 했다는 게 제작진이 시청자의 수준을 너무 낫게 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을 울리면 시청자들도 울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뭔가 희롱당하는 느낌이랄까?  

 

군대 파견부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건 뭐 나름 신선하긴 하지만 이런 작품도 냉전 시대와는 격세지감이다. 예전같으면 적군과 아군의 구도였겠지만 지금은 악당과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다. 전쟁은 재난으로 바뀌고 그속에서 피어나는 전우애를 그렸다.

 

나름 연출력은 인정할만한데 중간중간 보여지는 송송 커풀을 비롯한 연애씬은 오히려 재미나 감동 보단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마 모르긴 해도 두 작가가 엄청 싸우면서 이 드라마를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드라마가 보통 16부작이고 보면 앞으로 4회 정도가 남은 것 같은데 무엇을 가지고 채우고 마무리할 건지 오히려 한숨이 나온다. 잘 키운 배우 하나 열 드라마 부럽지 않다는 걸 송중기가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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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4-01 15:00   좋아요 1 | URL
그럴 것 같아요. 솔직히 대삿발 하나로 이끌어 가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나머지는 정말 대충 설정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이걸 한류상품이라고 과대포장하는 건 좀 심하다 싶더군요.
송중기 생각하면 아쉽긴 하지만 이쯤에서 접어야하지 않을까
해요. 정 아쉬우면 후에 인터넷으로 볼까 합니다.ㅠㅋ

페크pek0501 2016-04-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젊은 여성들이 열광하며, 송중기가 잘 생겨서 그 드라마가 재밌다고 하더라고요...ㅋ

stella.K 2016-04-04 16:47   좋아요 0 | URL
아유, 전 그게 참 그렇더라구요.
이야기는 문제가 많은데 이름값으로 그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거요.
송중기도 송중기지만 김은숙 작가가 좀 유명한데
솔직히 이 드라마는 좀 그래요.
연출이나 송중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구요,
작가 둘이 말아 먹었다는 생각밖엔 안 들어요.
우리끼리야 그럴수있다고 쳐도 한류상품이라고 수출하는 건
좀 거시기하더군요.

yamoo 2016-04-0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사를 듣가 보면 그냥 티브를 꺼버리게 되더라구요...
이 은숙 작가는 정말 저와는 맞지 않는 거 같아요...대사를 어케 그따구로 쓰는지...아오~

stella.K 2016-04-06 10:54   좋아요 0 | URL
앗,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그동안 뭐하다 이제 오셨습니까?
이런 글 써 놓고 기다렸는데...ㅋㅋ
저도 김은숙 작가는 소화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끝까지 본 건 몇편 되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부턴 안 보려구요.
비가 나온다는 `돌아와요 아저씨`를 다시보기 서비스로 볼까 생각중입니다.
비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이게 원작 드라마라서.
철도원 쓴 일본 작가...
영상은 우리나라 드라마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용이 좀 그렇기도 하죠?ㅋ

참, 시간되시면 <베이비 시터>함 보세요.
물론 내용은 야무님이 그다지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
연출이 정말 장난아니더군요. 조여정 때문에도 볼만하고.
조여정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무림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어 조기종영했단다.

원래는 그 드라마가 끝나면 박신양이 나오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방영할 모양인가 본데, 두 주 정도 비게 되었나 보다. 

 

단막극으로 유명한 KBS가 그 시간 4부작 <베이비 시터>란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난 원래 드라마를 쓴 작가가 누구냐를 보고 시청 여부를 판단하곤 하는데, 이 작품의 작가가 누군지 잘 모르겠는 거다. 최효비 작가라고 하는데 알고 봤더니 재작년 단막 드라마 공모에서 당선한 신예다.

                                             

 

처음엔 조금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1회에서 끝내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중간에서 안 보거나 하려고 했다. 오, 그런데 웬걸, 의외로 재밌고 흥미로웠다.

 

도대체 얼마만에 본 치정 드라마인가? 그것도 KBS에서 19금을 달고 하는 것이다. 치정 드라마가 다 그렇듯, 내용은 간단하다. 굴러 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다가 (점잖은 용어는 아니지만) 피박 쓴다는 뭐 그런 내용. 여자 그것도 조강지처가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연기 잘하는 조여정을 통해 재대로 보여 줄 모양인가 보다. (지금까지는 2회를 했고, 다음 주에 마지막 2회를 할 거다.)

 

치정 자체는 추잡하긴 하지만 치정 드라마는 정말 볼만하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재대로 건드려주지 않는가? 이런 드라마 근래에 잘 보지 못했다.내 기억엔 몇 년 전, 김수현 작가가 쓰고, 김상중과 김희애가 나왔던 무슨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이후 처음은 아닌가 싶다. 치정 드라마에 여자끼리 따귀 오고가고, 머리끄덩이 잡는 거야 일종의 법칙이긴 하지만, 그래서 보지 않겠다면 선택은 존중은 해 주겠다만 그건 좀 드라마를 볼 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김수현 드라마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 본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연극을 보는 것 같아 끝까지 봤다. 바로 그때의 그 흥분이 이 드라마에서도 살아나는 것이다.

 

19금 영화라면 남녀가 홀라당 다 벗고 침대에서 구르는 장면이 나왔겠지만, TV는 역시 좀 다르긴 하다. 그런 것 없이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더구나 공영 방송이고 보면. 난 그저 공영 방송에 비약적인 발전에 박수를 쳐 주고 싶은데 사정은 또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시청자 소감 보니 난리도 아니다.

 

나 같이 드라마가 흥미롭고 좋다는 반응도 없지는 않지만, 공영 방송의 타락을 개탄하면 이게 뭐냐고 호통을 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서 사람의 의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안 변하려면 안 변하는 거구나 싶다. 솔직히 나도 30년 전에 이런 드라마를 했다면 개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랑과 전쟁>은 20년 전부터 방영했으면서, 이 정도 수위 가지고 골든 타임 시간에 편성했다고 난리를 치는 거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진짜 벌가벗고 침대를 구르는 장면이 한 장면이라도 나왔으면 말을 안한다. 원래 상상이 실제로 보는 것 보다 강렬할 때가 있다. 그들은 상상하는 게 실제로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요는 청소년의 정서를 해친다는 거겠지.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이 뭘 보고 지내는지 알고나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기가 안 보면 내 자식도 안 보는 줄 아는가 보다. 오히려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더 문제라는 걸 모르는 걸까?

 

그게 아니면 스토리가 개 같다는 둥, 배우의 연기가 발이라는 둥. 솔직히 난 드라마가 아무리 좋아도 시청자 소감 같은 건 보지도 않는데, 이번에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어떤 논리도 없이 그냥 비난을 위한 비난을 쏟아내는 걸 보고 시청자 소감 같은 건 한 번이나 보지 두 번도 못 보겠다 싶었다. 마음에 안 들면 끄거나 다른 방송 보면 되는 거지 도대체 그딴 말이 뭐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 드라마가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사가 너무 절제가 되다보니 붕 떠버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에 신인 배우가 나오던데 연기 못하는 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꽤 노력을 하는 것 같고, 이미지가 나름 부합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최선의 선택 같아 보이진 않지만, 캐릭터도 재대로 이해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 무조건 방방 뛰는 배우 보단 차리리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영상이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모 기자는 PD의 연출을 저 유명한 영화 <화양연화>에 비유하곤 했다. 나 역시도 거기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이 드라마에 아무리 비난이 쏟아져도 연출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사람이 없던 것 같다. 그만큼 정말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엔딩 때 흐르는 노래가 한번 들었는데도 귓가에 맴돈다. 언젠가 들어 본 음악을 다시 리메이크한 건지 잘 모르겠는데 정말 좋다. 좀 쓸쓸하긴 하지만. 게다가 뭐 연기 잘하는 조여정이 그나마 살리고 있으니 못해도 중간은 하지 않을까? 어쨌든 파격적이고 논란이 될만한 작품은 작가나 연출가가 역량을 키우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좋은지 나쁜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고 훗날 재평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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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3-1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밌겠는걸요. 언제 방송하는 건가요?

stella.K 2016-03-18 13:01   좋아요 0 | URL
월, 화요. 보고 싶으시면 인터넷으로 보세요. KBS요.^^

cyrus 2016-03-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태양의 후예`가 대세 아닙니까? ^^

stella.K 2016-03-18 18:21   좋아요 0 | URL
ㅎㅎ그렇긴 하지. 그런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송중기가 대센거지.
이야기 자체는 뭐 훌륭한 건 아냐. 대사는 좋지.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베시가 나름 긴장감이 있어 좋더군.^^

무해한모리군 2016-03-1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만 보고 오 이거 미드같겠다고 생각했는데 영상미가 있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에 몰아봐야겠습니다.

stella.K 2016-03-18 18:23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십니까?
미드 보단 영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좋더군요. 기회되시면 한 번 보세요.^^
 

내가 요즘 나름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마담 앙트완>이다. 뭐 <시그널> 보다 못하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임상심리학이란 독특한 소재를 두고 한예슬과 성준의 옥신각신 사랑 싸움을 보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한때 심리학에 심취했던 내가 지금은 왜 그리 관심이 뚝 떨어진 걸까? 회의가 들면서 극중 성준이나 장미희의 배역이 눈에 들어오긴 한다. 특히 성준의 공간이.

 

하긴, 마담 앙트완의 공간 어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공간이 있나? 카페와 연구소가 함께 있는 건물 외관은 이름에도 걸맞게 프랑스 어느 건물을 묘사한 것도 같다.

 

 하지만 내가 또 눈여겨 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배미란 역의 장미희다.

사실 어찌보면 한예슬이나 성준이 타이틀롤이긴 하지만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도 장미희가 눈에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솔직히 난 젊은 날의 장미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연기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특히 그 목소리와 대사가 가식 덩어리라고 생각되서 별로였다.

 

하지만 한동안 TV를 떠나 있다 다시 복귀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도 차츰 보고 있으려니 예전에 단점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나이들어서도 저렇게 교양있고, 조신하고, 우아함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보통은 아줌마의 동의어는 펑퍼짐. 뭐 이런 거 아니었나? 그런데 이렇게 나이들어서도 고상함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될 것이고.

 

이 드라마의 특징은 바로 이거다. 장미희를 앞세워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아들 같고 조카 같은 남자 아이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더구나 그 남자아이가 성격상 너무나 싹싹하고 잘한다. 그런데 그 자상한 성격이 중년의 여성에겐 이성적으로 끌리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다고 제 3자들이 더 날뛰겠지만 여기선 오히려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삑사리나는 분위기다. 물론 배미란은 고상과 품위를 유지해 선을 뛰어넘지 않을 것이며 혼자 좋아할 것을 다짐한다.

 

난 아직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상대를 좋아해 본적은 없지만 나도 살아가다 한 20살쯤 나이 차이나는 상대를 좋아하면 어쩌나 은근 걱정할 때가 있다. 그쯤되면 사랑은 육체의 영역 보단 영혼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자기 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이 또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결혼의 적령기가 없어지고 독신의 기간이 늘어나면 인간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라벤더의 연인>을 개봉관에서 본적이 있었다. 난 그저 그렇게 봤는데 같이 보러간 일행 중 남자 아이가 오히려 눈물 짓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아니 저렇게도 감수성이 풍부하다니.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변태라고는 이름짓고 싶지 않다.  그냥 영혼의 충돌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에 눈이 있던가? 분별력이 있던가? 분명 사랑하는 영혼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은 경우 안타깝고 애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랑은 가급적 안하면 좋겠지만 하게 되더라도 응원은 못할망정 쉽게 변태라고 단정 짓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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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희는 어느 드라마에 나오면 캐릭터가 비슷해요.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외모와 복장을 `복사하기 붙여넣기`하는 것 같아요. 항상 조신하고, 교양 있는 중년 여성으로 나오죠. ^^;;

stella.K 2016-03-06 11:19   좋아요 0 | URL
결국 그게 트레이드마크 아니겠어?
앙드레 김 패션이 똑같은 것처럼.
근데 그게 요즘엔 아주 나쁘지 않게 보인다는 거지.
그 조근조근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남자들 삭신이 녹지 않냐?ㅋㅋ

yamoo 2016-03-1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드라마 리뷰를 읽어 내려 가면서, 이 드라마는 뭐네 대한 거쥐? 라는 궁금증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순간..

장미희를 앞세워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아들 같고 조카 같은 남자 아이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

이라는 한 줄로 샥 정리가 됐습니다. 아~~주 진부하지만 볼 만한 드라마라 생각합니다. 마담 앙트완..지금 하는 태양의 후예보단 재밌겠죠? 2회까지 보구서 걍 덮었습니다. 대사들이 너무 오글거려서뤼~

마담 앙트완은 한번 역주행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리뷰 아~주 좋습니다!ㅎ

stella.K 2016-03-10 12:38   좋아요 0 | URL
ㅎㅎ 아, 장미희의 에피소드는 곁다리구요,
한예슬과 성준이 주죠.
전 한예슬이 사람들 점 봐 준다면서 검은 부채 펼쳐서
보는 게 영 좀 거시기하긴 한데
사랑을 심리학이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적어도 드라마에서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걸
작가가 했다는 게 전 마음에 들더라구요.
중간중간 여러 임상심리 사례도 보여주고.
시청률이 신통치는 않지만 전 그렇고 그런 연애 통속극 보다 좋은 것 같아
보고 있습니다.

태양의 후예는 확실히 야무님 같은 남자분은 싫어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여심 저격 드라마인 것은 확실합니다.
송중기가 죽여주죠.
아마 송중기도 일생 이런 역할 다시는 못 맡지 싶지 말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16-03-1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잘 지내시죠?

<마담 앙트완>이란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저는 요즘 주말드라마밖에 안 봐요.
<라벤더의 연인>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군요. 장미희 드라마처럼 간략히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말이죠. 연상이나 연하 중 선택하라고 하면 연상을 택하겠어요. 40대 여인이 20대 청년을 사랑하는 건 응원해 주고 싶기보단 말리고 싶고 연민이 생길 것 같네요. 아픈 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요.
차라리 40대 여인이 60대 남자를 사랑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연하 남자는 그런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사랑을 하려면 존경하는 마음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연하를 존경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 아닌가요? 몇 살 아래도 아니고... 이건 저의 경우에만 해당해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랑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가령 외모에만 끌린다든지 해서만 사랑의 세계로 들어서는 게 불가능할 것 같거든요. 호감을 가질 순 있어도요.
물론 저의 경험 부족으로 생각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겠지요...
남들이 관심 가질 만한 소재를 잘 택하셔서 쓴 것 같아요. 재밌게 읽었어요. ^^

stella.K 2016-03-11 13:1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래요. 젊었을 땐 연하가 좋다 싶었는데 나이들고 나니까
연상이 좋은 것 같더라구요.
근데 남자라는 동물을 존경하기는 이제 가면 갈수록 어렵지 않나요?ㅋㅋ

라벤더의 연인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청년이 어느 섬마을에 표류해요.
근데 거기에 늙은 두 자매만 사는 집에서 몸이 회복될 때까지 있는데
그동안 두 자매가 동시에 청년을 사랑하던가?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청년과 같은 또래였다면 로맨틱 코미디가 됐을 텐데
나이듦의 위대함이란 그런 것 같아요, 열정적인 사랑을 가슴에만
간직하고 있다는 것.
극중 장미희도 그렇게 하죠. 그게 또 나름 보기가 나쁘지 않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우린 나이든 여자와 젊은 남자와의 사랑을 상상하는 수준이
어떤지 알 것 같지 않습니까?ㅎㅎ
 

 

KBS1에서 하는<전쟁과 평화>를 보고 있다.

처음에 볼 때는 영국 BBC가 만들었어도 나름 러시아풍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기왕이면 언어도 러시아어였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그런데 이거 보면 볼수록 내용만 <전쟁과 평화> 원작을 가져왔다뿐 영국 그대로란 생각이 든다. 지명만 모스크바고, 설경만 러시아를 암시할 뿐 모든 건 엣 영국풍 그대로다. 건물이고 패션이고. 문득 영국넘들 정말 영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선점해서 영화에선 자국의 문화를 한껏 폼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러시아는 뭐하나 원작을 살려서 러시아풍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고 아쉽다.이걸 두고 문화의 토착화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래도 이 작품 정말 우아하게 잘 만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욕할 기분은 안든다. 전쟁씬도 폼나고. 제작비 엄청 들였을 텐데 이 대작을 만들어낸 그들의 저력이 부럽다.

 

오히려 욕먹는 건 KBS였다. 기껏 더빙해 놓고 정작 방송은 원어로 했다. 그러면서 더빙한 것으로 보고  싶으면 셋톱박스에서 음성다중으로 설정해 놓고 보란다. 세상에 이런 바보 같고 해괴한 방송이 어디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 반대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그렇게도 우리말 더빙을 내보낼 자신이 없었나? 그래서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항의를 했는가 본데 듣지도 않고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내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배우 참 마음에 든다. 피에르 베주호프 역을 맡은 폴 다노란다.

처음 봤을 땐 다소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정이가는 게 역할을 나름 잘 소화해내는 것 같다.

 

방송은 이제 1회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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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2-2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톨스토이 원작의 <전쟁과 평화>라는 영화를 티브이에서 봤어요. 같은 영화는 아닐 것 같아요.
그 영화에서 나폴레옹의 말이 우스꽝스럽고 인상적이었죠. ˝뭐 전쟁이 이래?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다니...˝ -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의심스럽지만... ㅋ

실제로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보면 시시해서 `뭐 경기가 이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야구 중계가 빠진 경기는 그랬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라디오를 가지고 와서 야구 중계를 들으면서 경기를 보더라고요. ㅋ

stella.K 2016-02-25 13:30   좋아요 0 | URL
오래 전 98년돈가 영화로 만든 작품이 있더라구요.
저는 요즘 영화 보단 드라마를 더 선호하는 쪽이라
6부작이란 게 좀 아쉽더군요.
그래도 이걸 보고나면 책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야구를 볼 줄 몰라요.
아마 제가 살아생전엔 이걸 알 것 같지가 않아요.ㅎㅎ

푸른기침 2016-02-2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인사입니다.^^
곧 봄이라는 녀석이 슬그머니 올 것 같군요.
이쁜 봄 맞이 하시고요^^

stella.K 2016-02-25 18:05   좋아요 0 | URL
아, 푸른기침님! 잘 지내시죠?
고맙습니다.
님도 좋은 봄 맞이하시길...!^^

yamoo 2016-02-2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걸 따운 받아야 겠군요! 전 옷밖에 눈에 안 들어 옵니다...얼른 받아 봐야 겠어요..ㅎ

stella.K 2016-02-26 19:00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전짜 우아해요.
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화의 집대성이랄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