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에서 하는<전쟁과 평화>를 보고 있다.
처음에 볼 때는 영국 BBC가 만들었어도 나름 러시아풍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기왕이면 언어도 러시아어였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그런데 이거 보면 볼수록 내용만 <전쟁과 평화> 원작을 가져왔다뿐 영국 그대로란 생각이 든다. 지명만 모스크바고, 설경만 러시아를 암시할 뿐 모든 건 엣 영국풍 그대로다. 건물이고 패션이고. 문득 영국넘들 정말 영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선점해서 영화에선 자국의 문화를 한껏 폼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러시아는 뭐하나 원작을 살려서 러시아풍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고 아쉽다.이걸 두고 문화의 토착화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래도 이 작품 정말 우아하게 잘 만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욕할 기분은 안든다. 전쟁씬도 폼나고. 제작비 엄청 들였을 텐데 이 대작을 만들어낸 그들의 저력이 부럽다.
오히려 욕먹는 건 KBS였다. 기껏 더빙해 놓고 정작 방송은 원어로 했다. 그러면서 더빙한 것으로 보고 싶으면 셋톱박스에서 음성다중으로 설정해 놓고 보란다. 세상에 이런 바보 같고 해괴한 방송이 어디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 반대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그렇게도 우리말 더빙을 내보낼 자신이 없었나? 그래서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항의를 했는가 본데 듣지도 않고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내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배우 참 마음에 든다. 피에르 베주호프 역을 맡은 폴 다노란다.
처음 봤을 땐 다소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정이가는 게 역할을 나름 잘 소화해내는 것 같다.
방송은 이제 1회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