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나름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마담 앙트완>이다. 뭐 <시그널> 보다 못하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임상심리학이란 독특한 소재를 두고 한예슬과 성준의 옥신각신 사랑 싸움을 보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한때 심리학에 심취했던 내가 지금은 왜 그리 관심이 뚝 떨어진 걸까? 회의가 들면서 극중 성준이나 장미희의 배역이 눈에 들어오긴 한다. 특히 성준의 공간이.
하긴, 마담 앙트완의 공간 어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공간이 있나? 카페와 연구소가 함께 있는 건물 외관은 이름에도 걸맞게 프랑스 어느 건물을 묘사한 것도 같다.
하지만 내가 또 눈여겨 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배미란 역의 장미희다.
사실 어찌보면 한예슬이나 성준이 타이틀롤이긴 하지만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도 장미희가 눈에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솔직히 난 젊은 날의 장미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연기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특히 그 목소리와 대사가 가식 덩어리라고 생각되서 별로였다.
하지만 한동안 TV를 떠나 있다 다시 복귀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도 차츰 보고 있으려니 예전에 단점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나이들어서도 저렇게 교양있고, 조신하고, 우아함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보통은 아줌마의 동의어는 펑퍼짐. 뭐 이런 거 아니었나? 그런데 이렇게 나이들어서도 고상함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될 것이고.
이 드라마의 특징은 바로 이거다. 장미희를 앞세워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아들 같고 조카 같은 남자 아이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더구나 그 남자아이가 성격상 너무나 싹싹하고 잘한다. 그런데 그 자상한 성격이 중년의 여성에겐 이성적으로 끌리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다고 제 3자들이 더 날뛰겠지만 여기선 오히려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삑사리나는 분위기다. 물론 배미란은 고상과 품위를 유지해 선을 뛰어넘지 않을 것이며 혼자 좋아할 것을 다짐한다.
난 아직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상대를 좋아해 본적은 없지만 나도 살아가다 한 20살쯤 나이 차이나는 상대를 좋아하면 어쩌나 은근 걱정할 때가 있다. 그쯤되면 사랑은 육체의 영역 보단 영혼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자기 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이 또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결혼의 적령기가 없어지고 독신의 기간이 늘어나면 인간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라벤더의 연인>을 개봉관에서 본적이 있었다. 난 그저 그렇게 봤는데 같이 보러간 일행 중 남자 아이가 오히려 눈물 짓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아니 저렇게도 감수성이 풍부하다니.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변태라고는 이름짓고 싶지 않다. 그냥 영혼의 충돌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에 눈이 있던가? 분별력이 있던가? 분명 사랑하는 영혼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은 경우 안타깝고 애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랑은 가급적 안하면 좋겠지만 하게 되더라도 응원은 못할망정 쉽게 변태라고 단정 짓지는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