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무림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어 조기종영했단다.

원래는 그 드라마가 끝나면 박신양이 나오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방영할 모양인가 본데, 두 주 정도 비게 되었나 보다. 

 

단막극으로 유명한 KBS가 그 시간 4부작 <베이비 시터>란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난 원래 드라마를 쓴 작가가 누구냐를 보고 시청 여부를 판단하곤 하는데, 이 작품의 작가가 누군지 잘 모르겠는 거다. 최효비 작가라고 하는데 알고 봤더니 재작년 단막 드라마 공모에서 당선한 신예다.

                                             

 

처음엔 조금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1회에서 끝내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중간에서 안 보거나 하려고 했다. 오, 그런데 웬걸, 의외로 재밌고 흥미로웠다.

 

도대체 얼마만에 본 치정 드라마인가? 그것도 KBS에서 19금을 달고 하는 것이다. 치정 드라마가 다 그렇듯, 내용은 간단하다. 굴러 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다가 (점잖은 용어는 아니지만) 피박 쓴다는 뭐 그런 내용. 여자 그것도 조강지처가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연기 잘하는 조여정을 통해 재대로 보여 줄 모양인가 보다. (지금까지는 2회를 했고, 다음 주에 마지막 2회를 할 거다.)

 

치정 자체는 추잡하긴 하지만 치정 드라마는 정말 볼만하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재대로 건드려주지 않는가? 이런 드라마 근래에 잘 보지 못했다.내 기억엔 몇 년 전, 김수현 작가가 쓰고, 김상중과 김희애가 나왔던 무슨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이후 처음은 아닌가 싶다. 치정 드라마에 여자끼리 따귀 오고가고, 머리끄덩이 잡는 거야 일종의 법칙이긴 하지만, 그래서 보지 않겠다면 선택은 존중은 해 주겠다만 그건 좀 드라마를 볼 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김수현 드라마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 본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연극을 보는 것 같아 끝까지 봤다. 바로 그때의 그 흥분이 이 드라마에서도 살아나는 것이다.

 

19금 영화라면 남녀가 홀라당 다 벗고 침대에서 구르는 장면이 나왔겠지만, TV는 역시 좀 다르긴 하다. 그런 것 없이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더구나 공영 방송이고 보면. 난 그저 공영 방송에 비약적인 발전에 박수를 쳐 주고 싶은데 사정은 또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시청자 소감 보니 난리도 아니다.

 

나 같이 드라마가 흥미롭고 좋다는 반응도 없지는 않지만, 공영 방송의 타락을 개탄하면 이게 뭐냐고 호통을 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서 사람의 의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안 변하려면 안 변하는 거구나 싶다. 솔직히 나도 30년 전에 이런 드라마를 했다면 개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랑과 전쟁>은 20년 전부터 방영했으면서, 이 정도 수위 가지고 골든 타임 시간에 편성했다고 난리를 치는 거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진짜 벌가벗고 침대를 구르는 장면이 한 장면이라도 나왔으면 말을 안한다. 원래 상상이 실제로 보는 것 보다 강렬할 때가 있다. 그들은 상상하는 게 실제로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요는 청소년의 정서를 해친다는 거겠지.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이 뭘 보고 지내는지 알고나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기가 안 보면 내 자식도 안 보는 줄 아는가 보다. 오히려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더 문제라는 걸 모르는 걸까?

 

그게 아니면 스토리가 개 같다는 둥, 배우의 연기가 발이라는 둥. 솔직히 난 드라마가 아무리 좋아도 시청자 소감 같은 건 보지도 않는데, 이번에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어떤 논리도 없이 그냥 비난을 위한 비난을 쏟아내는 걸 보고 시청자 소감 같은 건 한 번이나 보지 두 번도 못 보겠다 싶었다. 마음에 안 들면 끄거나 다른 방송 보면 되는 거지 도대체 그딴 말이 뭐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 드라마가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사가 너무 절제가 되다보니 붕 떠버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에 신인 배우가 나오던데 연기 못하는 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꽤 노력을 하는 것 같고, 이미지가 나름 부합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최선의 선택 같아 보이진 않지만, 캐릭터도 재대로 이해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 무조건 방방 뛰는 배우 보단 차리리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영상이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모 기자는 PD의 연출을 저 유명한 영화 <화양연화>에 비유하곤 했다. 나 역시도 거기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이 드라마에 아무리 비난이 쏟아져도 연출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사람이 없던 것 같다. 그만큼 정말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엔딩 때 흐르는 노래가 한번 들었는데도 귓가에 맴돈다. 언젠가 들어 본 음악을 다시 리메이크한 건지 잘 모르겠는데 정말 좋다. 좀 쓸쓸하긴 하지만. 게다가 뭐 연기 잘하는 조여정이 그나마 살리고 있으니 못해도 중간은 하지 않을까? 어쨌든 파격적이고 논란이 될만한 작품은 작가나 연출가가 역량을 키우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좋은지 나쁜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고 훗날 재평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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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3-1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밌겠는걸요. 언제 방송하는 건가요?

stella.K 2016-03-18 13:01   좋아요 0 | URL
월, 화요. 보고 싶으시면 인터넷으로 보세요. KBS요.^^

cyrus 2016-03-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태양의 후예`가 대세 아닙니까? ^^

stella.K 2016-03-18 18:21   좋아요 0 | URL
ㅎㅎ그렇긴 하지. 그런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송중기가 대센거지.
이야기 자체는 뭐 훌륭한 건 아냐. 대사는 좋지.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베시가 나름 긴장감이 있어 좋더군.^^

무해한모리군 2016-03-1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만 보고 오 이거 미드같겠다고 생각했는데 영상미가 있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에 몰아봐야겠습니다.

stella.K 2016-03-18 18:23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십니까?
미드 보단 영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좋더군요. 기회되시면 한 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