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를 너무 많이 보다보면 영화 볼 때 의심이 많아져서 때때로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알게 해주니까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함께 읽기로 한 책을 완독한 기념으로 참치회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먹고 마시며 이 영화를 골랐다. 디즈니 플러스로 봤는데 영화 소개 사진을 보니 <노멀피플>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가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옆에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윈터 솔져>의 세바스찬 스탠!!! 참고로 <윈터 솔져>는 안봤음.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엔딩스 비기닝스>다.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옴. 친구가 썸타는 여자를 꼬시는...잔근육으로 제법 몸도 탄탄해 보이는 매력적인 나쁜 남자로...(이런건 굳이 벗기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나요? 나름 예리함) 아무튼 마일리지 쓰느라 극장에서 봤는데 나중에 OTT에 떠서 집에서 다시 봤다. 그 정도로 좋았다. 아쉽게도 흥행은 못했다. 나중에 이 영화도 왜 좋은지 후기를 올려야지
주인공 노아는 혼자 사는 여성인데 데이팅 앱으로 한 남자를 만난다. 하필 그 남자는 진상이었는데 식사 후 계산 따로 하게 현금을 챙겨오라는 둥 만나기 전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각자 내는 거야 좋지만 굳이 현금을 가지고 오라니 너무 확 깨지 않나. 현금 영수증을 위해서였을까? 도대체 왜...그런데 만나서도 문제는 이어진다. 그는 초면에 옷차림 품평을 하질 않나 자기 이야기만 줄곧 이어가고 남은 음식을 싸가고 식당 종업원에게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좋게 좋게 웃어주며 예의있게 굴던 노아의 표정이 슬슬 굳어져간다. (왜안그렇겠어ㅋㅋㅋㅋㅋㅋㅋ)
나같으면 얼른 빠빠이 하고 집에 갔을텐데 여러모로 기분나쁘고 속이 상해 한 방 먹여 주려 그랬던걸까?
노아는 식당 앞에서 그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우린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영웅본색도 아닌 인성본색으로 바로바로 드러내는 그 사람. 예쁘다 어쩌고 하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노아의 한 마디에 버럭하고 쏜살같이 사라진다. 뿅.....
노아 기분이 어땠을까. 절친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절친은 노아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꼭 남자가 필요하냐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노아를 위로해준다. 함께 운동을 다니는 걸 보니 더 멋진 친구임! 무려 복싱을!!!
친구랑 땀흘리며 운동도 하고 데이트 한 진상남자에 대해 뒷담화하며 기분전환을 했는데 그럼에도 노아는 집에와서 또 그놈의 데이팅 앱에 들어가본다. 하....정신 못차렸어...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이럴 시간에 페미니즘을 공부했더라면 좋았잖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영화니까. 마음을 진정하자. 노아에게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많이 외로워보였다. 그러다가 마트에 갔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건다.
갑자기 난데없이 이거 먹어봤냐고 솜사탕 맛이 난다고. 너무 속이 빤히 보이지만 노아는 진상을 만난 뒤라 더 외로웠고 그래서 솔깃했을지 모른다. 혹시?혹시? 이러면서. 그래서 결국 그 남자에게 번호를 준다. 절친은 당연히 유부남일거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만. 노아가 쓸쓸하단걸 아니까.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한다. 그냥 용기를 좀 내 보라고. 그것이 많은 것을 바꾸어놓는다........
갈라진 두 길이 있었지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
ㅡ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마트남과의 두번째 만남이 이어지고. (노아가 먼저 연락함) 노아는 상대가 레지던트라는 걸 알게된다. 그리고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는데 위험하게도 노아는 자신의 정보를...외로운 사람이라는 개인적인 정보를 첫 만남에 까고 만다. 나는 불안해진다. 이 영화는 스릴러니까. 그리고 진상남이 물론 영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서 이 사람이 더 괜찮아 보이겠지만 이 사람은 결코 괜찮은 사람이 아닐 것이며 정상도 아닐 것임을. 이 영화는 스릴러이므로 나는 알게된다.
안돼...그만 말해! 노아의 입을 틀어막고 싶지만 그녀는 이 남자가 재밌는데다 아무래도 의사라니까. (의사도 이상한 사람들 있는데... ) 더 신뢰를 하는 듯하다. 결국 대화는 무르익고 상대방도 좀 더 솔직해지자 자리를 옮겨
한잔 더 하고. 그러다 그녀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 이들은 노아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데 LA갈비와 과일과 이것저것 다양하게 테이블에 있었다. 배달음식들이. 노아가 맛있게 먹으며 당신도 좀 먹어보라고 이집 갈비 맛있다고. 그런데 남자는. 이름이 스티븐이었나? 스티븐은 괜찮다고 너 혼자 다 먹으라고. 자기는 동물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아 여기서 나는 이 영화를 더 볼까말까. 고민했다.ㅠ.ㅠ 동물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다 채식주의자는 아닐터. 이 영화의 제목은 FRESH인데다가 흐름상 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닐테고 게다가 의사야....이 조합은 무섭잖아....이 사람은 사람을 먹는게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그런데 얼마전 <정희진의 공부>에서 카니발리즘에 대해 희진쌤이 이야기한 대목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터부시 하고 혐오감을 갖지만 사실 사람이 동물을 먹는 것 보다 스스로를 먹는게 훨 자연스러운 걸지 모른다고. 음...그래 그걸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었지. 사람들은 당연한듯이 동물들을 잡아먹고 죄의식을 갖지 않으려 갖은 양념을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동물에게는 끔찍한 일이니까. 굳이 먹겠다면 굳이 고기를 먹겠다면 동물을 먹는 것보다 스스로를 먹는게 말이되지 않나하고. 누굴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니까. 쩝...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그냥 영화를 계속 봤다. 뒤에도 영화를 중단하고 싶은 위기는 몇번 더 온다.
네 번째 만남에서 이들은 여행을 가기로 한다. 스티븐의 제안으로. 올것이 왔구나. 나는 겁이 나기 시작한다. 데이트를 몇 번 해야 함께 여행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네 번째 만남에서는 결코 아니지. 아니야. 하고 내 경우를 생각한다. 두 번째 만남에서 잔 것도 참 거시기 했지만 여행은 신중해야지. 로맨틱한 몇몇 영화에서는 그런 경계를 넘어섰을때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인생은 때로 스릴러이기도 하니까. 어쨌거나 스티븐은 그녀의 술에 약을 탔다. 그리고.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선뜻 이 영화를 고를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나도 추천하기가 참 거시기하니까. 흥미롭고 생각꺼리를 던져 주지만 어딘지 꺼림찍한 면이 있어서. 보다가 힘든 타임이 있었지만 난 끝까지 봤고. 노아는 복수를 하는데 그게 참 적절했고. 그래서 찾아보니 역시 여성감독이었어...이름이 미미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남편도 영화를 좋아하는데 내가 이 영화를 본 다음날 혼자 봐보라고(나는 옆 방에서 떡을 썰지 않고 책을 볼테니 그대는 이 영화를 한 번 보는게 어떻겠냐고 한 거다)둘다 스릴러를 좋아하니까. 취향 아니까. 너는 이 영화의 결말을 반드시 보게 될거라고 장담하면서 틀어줌. 결국 끝까지 다 봄!
ㅡ보너스 이야기ㅡ
두 배우 촬영중 캐미가 역시 좋았던지.(영화 보면서도 잘 어울린다고 느낌) 이런 사진들이 돌길래 퍼옴.
촬영장 밖에서도 만났다고. 그나저나 세바스찬 스탠에게는 여친이 따로 있다는데. 배우들은 이런 영화를 찍다보면 '연애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텐데 참 위험한 직업인듯. 연인에게 말이지요.ㅎㅎ
촬영중
무슨 일이야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거야. 이건 찐이잖아. 이 바보같은 자세 이건 진짜진짜
웃기다는 온 몸의 증언! 그는 잘생긴데다 잔근육이 제법 있는데다 (영화에서 벗고 반듯이 누워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가슴이........) 이렇게까지 웃기다고????
이건 촬영장 밖에서 따로 만난 사진이라는데...
저렇게 추리닝 입고 나온다는거 둘이 좀 친하다는건데. 스탠의 자세도 참 개구진ㅋ
프로파일러는 아니지만 연애 프로파일러적 관점에서 스탠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결론도출
이다혜의 <아무튼 스릴러> 책이 빠지면 섭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