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를 너무 많이 보다보면 영화 볼 때 의심이 많아져서 때때로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알게 해주니까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함께 읽기로 한 책을 완독한 기념으로 참치회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먹고 마시며 이 영화를 골랐다. 디즈니 플러스로 봤는데 영화 소개 사진을 보니 <노멀피플>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가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옆에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윈터 솔져>의 세바스찬 스탠!!! 참고로 <윈터 솔져>는 안봤음.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엔딩스 비기닝스>다.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옴. 친구가 썸타는 여자를 꼬시는...잔근육으로 제법 몸도 탄탄해 보이는 매력적인 나쁜 남자로...(이런건 굳이 벗기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나요? 나름 예리함) 아무튼 마일리지 쓰느라 극장에서 봤는데 나중에 OTT에 떠서 집에서 다시 봤다. 그 정도로 좋았다. 아쉽게도 흥행은 못했다. 나중에 이 영화도 왜 좋은지 후기를 올려야지







주인공 노아는 혼자 사는 여성인데 데이팅 앱으로 한 남자를 만난다. 하필 그 남자는 진상이었는데 식사 후 계산 따로 하게 현금을 챙겨오라는 둥 만나기 전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각자 내는 거야 좋지만 굳이 현금을 가지고 오라니 너무 확 깨지 않나. 현금 영수증을 위해서였을까? 도대체 왜...그런데 만나서도 문제는 이어진다. 그는 초면에 옷차림 품평을 하질 않나 자기 이야기만 줄곧 이어가고 남은 음식을 싸가고 식당 종업원에게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좋게 좋게 웃어주며 예의있게 굴던 노아의 표정이 슬슬 굳어져간다. (왜안그렇겠어ㅋㅋㅋㅋㅋㅋㅋ)

나같으면 얼른 빠빠이 하고 집에 갔을텐데 여러모로 기분나쁘고 속이 상해 한 방 먹여 주려 그랬던걸까?

노아는 식당 앞에서 그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우린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영웅본색도 아닌 인성본색으로 바로바로 드러내는 그 사람. 예쁘다 어쩌고 하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노아의 한 마디에 버럭하고 쏜살같이 사라진다. 뿅.....





노아 기분이 어땠을까. 절친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절친은 노아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꼭 남자가 필요하냐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노아를 위로해준다. 함께 운동을 다니는 걸 보니 더 멋진 친구임! 무려 복싱을!!!









친구랑 땀흘리며 운동도 하고 데이트 한 진상남자에 대해 뒷담화하며 기분전환을 했는데 그럼에도 노아는 집에와서 또 그놈의 데이팅 앱에 들어가본다. 하....정신 못차렸어...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이럴 시간에 페미니즘을 공부했더라면 좋았잖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영화니까. 마음을 진정하자. 노아에게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많이 외로워보였다. 그러다가 마트에 갔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건다. 




갑자기 난데없이 이거 먹어봤냐고 솜사탕 맛이 난다고. 너무 속이 빤히 보이지만 노아는 진상을 만난 뒤라 더 외로웠고 그래서 솔깃했을지 모른다. 혹시?혹시? 이러면서. 그래서 결국 그 남자에게 번호를 준다. 절친은 당연히 유부남일거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만. 노아가 쓸쓸하단걸 아니까.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한다. 그냥 용기를 좀 내 보라고. 그것이 많은 것을 바꾸어놓는다........



갈라진 두 길이 있었지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


ㅡ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마트남과의 두번째 만남이 이어지고. (노아가 먼저 연락함) 노아는 상대가 레지던트라는 걸 알게된다. 그리고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는데 위험하게도 노아는 자신의 정보를...외로운 사람이라는 개인적인 정보를 첫 만남에 까고 만다. 나는 불안해진다. 이 영화는 스릴러니까. 그리고 진상남이 물론 영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서 이 사람이 더 괜찮아 보이겠지만 이 사람은 결코 괜찮은 사람이 아닐 것이며 정상도 아닐 것임을. 이 영화는 스릴러이므로 나는 알게된다. 




안돼...그만 말해! 노아의 입을 틀어막고 싶지만 그녀는 이 남자가 재밌는데다 아무래도 의사라니까. (의사도 이상한 사람들 있는데... ) 더 신뢰를 하는 듯하다. 결국 대화는 무르익고 상대방도 좀 더 솔직해지자 자리를 옮겨 

한잔 더 하고. 그러다 그녀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 이들은 노아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데 LA갈비와 과일과 이것저것 다양하게 테이블에 있었다. 배달음식들이. 노아가 맛있게 먹으며 당신도 좀 먹어보라고 이집 갈비 맛있다고. 그런데 남자는. 이름이 스티븐이었나? 스티븐은 괜찮다고 너 혼자 다 먹으라고. 자기는 동물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아 여기서 나는 이 영화를 더 볼까말까. 고민했다.ㅠ.ㅠ 동물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다 채식주의자는 아닐터. 이 영화의 제목은 FRESH인데다가 흐름상 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닐테고 게다가 의사야....이 조합은 무섭잖아....이 사람은 사람을 먹는게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그런데 얼마전 <정희진의 공부>에서 카니발리즘에 대해 희진쌤이 이야기한 대목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터부시 하고 혐오감을 갖지만 사실 사람이 동물을 먹는 것 보다 스스로를 먹는게 훨 자연스러운 걸지 모른다고. 음...그래 그걸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었지. 사람들은 당연한듯이 동물들을 잡아먹고 죄의식을 갖지 않으려 갖은 양념을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동물에게는 끔찍한 일이니까. 굳이 먹겠다면 굳이 고기를 먹겠다면 동물을 먹는 것보다 스스로를 먹는게 말이되지 않나하고. 누굴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니까. 쩝...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그냥 영화를 계속 봤다. 뒤에도 영화를 중단하고 싶은 위기는 몇번 더 온다.  




네 번째 만남에서 이들은 여행을 가기로 한다. 스티븐의 제안으로. 올것이 왔구나. 나는 겁이 나기 시작한다. 데이트를 몇 번 해야 함께 여행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네 번째 만남에서는 결코 아니지. 아니야. 하고 내 경우를 생각한다. 두 번째 만남에서 잔 것도 참 거시기 했지만 여행은 신중해야지. 로맨틱한 몇몇 영화에서는 그런 경계를 넘어섰을때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인생은 때로 스릴러이기도 하니까. 어쨌거나 스티븐은 그녀의 술에 약을 탔다. 그리고.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선뜻 이 영화를 고를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나도 추천하기가 참 거시기하니까. 흥미롭고 생각꺼리를 던져 주지만 어딘지 꺼림찍한 면이 있어서. 보다가 힘든 타임이 있었지만 난 끝까지 봤고. 노아는 복수를 하는데 그게 참 적절했고. 그래서 찾아보니 역시 여성감독이었어...이름이 미미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남편도 영화를 좋아하는데 내가 이 영화를 본 다음날 혼자 봐보라고(나는 옆 방에서 떡을 썰지 않고 책을 볼테니 그대는 이 영화를 한 번 보는게 어떻겠냐고 한 거다)둘다 스릴러를 좋아하니까. 취향 아니까. 너는 이 영화의 결말을 반드시 보게 될거라고 장담하면서 틀어줌. 결국 끝까지 다 봄!












ㅡ보너스 이야기ㅡ



두 배우 촬영중 캐미가 역시 좋았던지.(영화 보면서도 잘 어울린다고 느낌) 이런 사진들이 돌길래 퍼옴.

촬영장 밖에서도 만났다고. 그나저나 세바스찬 스탠에게는 여친이 따로 있다는데. 배우들은 이런 영화를 찍다보면 '연애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텐데 참 위험한 직업인듯. 연인에게 말이지요.ㅎㅎ



촬영중




무슨 일이야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거야. 이건 찐이잖아. 이 바보같은 자세 이건 진짜진짜

웃기다는 온 몸의 증언! 그는 잘생긴데다 잔근육이 제법 있는데다 (영화에서 벗고 반듯이 누워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가슴이........) 이렇게까지 웃기다고????




이건 촬영장 밖에서 따로 만난 사진이라는데...



저렇게 추리닝 입고 나온다는거 둘이 좀 친하다는건데. 스탠의 자세도 참 개구진ㅋ

프로파일러는 아니지만 연애 프로파일러적 관점에서 스탠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결론도출




   


이다혜의 <아무튼 스릴러> 책이 빠지면 섭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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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10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데이팅앱 그만 보고 페미니즘 읽자, 여자들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엔딩스 비기닝스>가 흥미로울 것 같아요. 이쪽이 제 취향일 것 같습니다. 저는 이걸 메모메모..

청아 2023-02-10 16:52   좋아요 2 | URL
아아 역시 다락방님👍
이 영화에 대해 썼지만 추천하고 싶은건 그 영화예요ㅋㅋㅋㅋㅋ

데이팅앱 친구가 했었는데 진짜 위험하더라구요. 그 친구에게 다행히 나쁜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이상한 일들은 좀 있었어요

제 공허함의 상당 부분은 페미니즘으로 해소 되었어요. 인간이므로 공허는 아직 남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인생의 참 재미를 위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ㅋㅋㅋ

잠자냥 2023-02-10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엥?! 세바스찬 스탠! 못생겼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줄거리를 보다가 보니까, 저 마지막의 참치회 예사로워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인간의 몸뚱이를 잘라놓은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청아 2023-02-10 16:56   좋아요 3 | URL
흠 은근히 잠자냥님 애인이 더 잘생겼다는 뉘앙스가 풍기는걸요?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어떤 분이실까 몹시 궁금해집니다.ㅋㅋㅋ
저에겐 스탠 몹시 섹시하게 느껴지는~♡
안그래도 그런 의도로 참치회 사진을 올렸는데 차마 그렇게 쓰진 못함요ㅋ
대신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잠자냥 2023-02-10 17:29   좋아요 2 | URL
엥 아니에요! ㅋㅋㅋㅋ 그저 스탠이 못생겼다는 것일 뿐입니다!

페넬로페 2023-02-10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볼지 안볼지 상당히 고민이 되는데요~~
제가 생선회를 좋아하지만 참치회는 그닥 땡기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동물을 먹는게 끔찍한 것이 아니라 이슬람 사원 들어서는 거 반대한다고 옆에서 신나게 돼지고기 구워 먹는게 더 혐오스러워요 ㅠㅠ

청아 2023-02-10 18:08   좋아요 3 | URL
저도 참치회 보다는 광어를 더 좋아해요ㅋㅋㅋㅋ 연어는 사랑하고요ㅠㅠ

아 이슬람 사원 옆에서... 그 뉴스 봤는데 참담하더군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지. 심지어 아이들도 몇몇 보였는데 어른들이 그런 행동을 아이들 앞에서 한다는 것도 기막힌 일입니다. 아이들은 배운대로 할텐데 그 화살이 본인들에겐 오지 않을꺼라 믿는거죠. 그렇지 않을텐데!

Yeagene 2023-02-10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미미님 ㅠㅠ 영화가 끌리진 않지만 미미님 설명듣다보니 어느새 빠져들었는데 이렇게 끊으시다니요!ㅎㅎ
궁금하긴 하지만 저는 그냥 안볼 것 같아요.안볼랍니다....ㅠㅠ

청아 2023-02-10 20:17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썼지만 몇몇 부분들을 꼭 언급하고 싶었을 뿐 직접 보시라고 추천할 수는 없었어요ㅠㅠ 흐아...

그러나 예진님 뒷부분을 궁금해 하시다닛ㅋㅋㅋㅋㅋ

저도 그런 마음 때문에 영화 결말까지 닿았겠구나 싶네요.
예진님 제 느낌상 영화 보심 끝까지 보실것 같아요ㅋㅋㅋㅋ조심하세요🤭

새파랑 2023-02-10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영화감독? ㅋ

미미님 글을 보고 남자주인공 사진을 보니 좀 범죄형(?)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ㅋ

아 참치회 땡기네요. 전 최애 음식이 참치입니다~!!

청아 2023-02-10 20:20   좋아요 2 | URL
이 배우가 반전 연기를 좀 잘하더라구요ㅋㅋㅋ
착한줄 알았는데 나쁘고
평범한줄 알았는데 아니고ㅋ

참치회 맛있었어요. 새파랑님 최애가 참치군요! 저는 연어예요!!

persona 2023-02-10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이팅앱 만남웹사이트 소재로 한 이야기들 무서워요. 흐 할런 코벤 미싱 유였나 클레어 매킨토시의 아이 씨 유였나. 읽고 잠이 안 왔던 기억이 있어요. 더 안 들어도 의사 쪽 무서운 사람일 거 같네요. 그나저나 미미님 스토리텔링 진짜 오싹오싹한 가운데 뾰로롱 하고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게 있네요.

청아 2023-02-10 23:26   좋아요 2 | URL
그쵸! 워낙 뉴스에서 비슷한 사건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더 겁나기도 하고요. 영화 보다 책으로 읽으면 훨 무섭겠네요. 뭐든 글자로 읽으면 더 디테일해서 배가 되니까요.ㅎㅎㅎ 찾아보니 <아이씨유>가 데이트광고 이야기네요? 두 권 다 흥미로워 보여서 담았어요^^*
페르소나님 칭찬 너무 기분좋은데요!!🤭

단발머리 2023-02-11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감독 이름 미미, 가 젤 감동 포인트에요ㅋㅌㅋㅋㅋㅋ 우아, 결말 궁금한데 못 볼 거 같아요. 쩝…. from 스릴러 아예 못 보는 1인

청아 2023-02-11 11:15   좋아요 1 | URL
참 예쁜 이름이죠ㅋㅋㅋㅋㅋㅋ 근데 감독님 이름과 달리 잔인한 면이ㅠ.ㅠ 단발머리님 스릴러 못보신다니 적절하게 끊길 잘했네요😉

책읽는나무 2023-02-11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데이팅앱으로 만난 사이!
와...벌써 무섭습니다ㅜㅜ
읽으면서 왜 데이팅앱을 통해서까지 남자를 만나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나 남자를 못 믿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울 남편은 자기 빼고 이 세상 남자들 믿지 마라고 하던데...저는 당신도 못 믿겠다! 라고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남편의 세뇌덕분에 남자를 믿지 못하는 그런 면이 좀 있어요ㅋㅋ
스탠 촬영밖 사진은 제가 봐도 스탠이 살짝 의도적인 것 같습니다. 몸이 앞으로 기울었고, 과한 동작으로 여자의 환심을? 애인도 있다면서!!
이래서 남자를 더 못 믿게 되나요?ㅋㅋㅋ
그나저나 미미님과 동명이인의 여성 감독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동물고기는 먹지 않는다!!!!
왠지 섬찟!!!!


청아 2023-02-11 11:2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온라인상에 각종 범죄가 기승이다보니 데이팅앱도 두렵긴 마찬가지죠!
여성들은 남성을 못믿고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을 또 미워하고...그러면서 이용하고...(영화 뒷부분이 딱 그래요)
저희 남편도 그런식으로 말해요 나무님ㅋㅋㅋㅋㅋㅋㅋ
나무님 보시기에도 스탠이 좀 그렇죠? ㅋㅋㅋ이 영화 워낙 끔찍한 소재를 다루다보니 영화를 본 후에
둘이 알콩달콩하는 저 모습 보니까 충격이 좀 누그러지기도 하더군요.

고기는 먹지 않아. 하고 말했다면 아 비건이나 채식주의자구나 했겠지만
굳이 ‘동물고기는‘ 먹지 않는다니 아....ㅋㅋㅋㅋ 웃기면서도 무서웠던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예상이 맞았던!!!!!

독서괭 2023-02-11 13:11   좋아요 2 | URL
뜨아아악 너무 궁금했는데 안 봐도 되겠습니다 으으으 무셔..:ㅠㅠ

청아 2023-02-11 13:43   좋아요 2 | URL
무서워들 하시니 왜이리 기분 좋지요?ㅋㅋㅋㅋㅋㅋ

가필드 2023-02-11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미미님 영화평이 더 재미있어여
의미있는 참치회사진에 극소심녀는 😅😅영화는 그냥 미미님 평으로 대체하렵니당
데이트앱보단 페미니즘 👏👏

청아 2023-02-11 13:40   좋아요 2 | URL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가필드님~♡
뒷부분 워낙 충격적이어서 더 이상 사진도, 설명도 할 수가 없었어요
영화 절반 정도를 제가 생략한 것ㅋㅋㅋㅋㅋ
페미니즘은 공허를 채워주고 세상 많은 의문점들에 답을 준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안전합니다.ㅋㅋㅋㅋㅋ😆


2023-02-1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2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2-1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린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시퀀스 저도 인스타에서 짤로
봤습니다.

무슨 영화인가 했는데 미미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쪼이게 맹그는 기술이 탁월했
습니다. 찾아 보고 싶더라는...
근데 무선 건 싫은데 -

청아 2023-02-15 18: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이 영화 코믹한 면도 있어요!
굳이 구분하자면 무섭다기보다는 괴이한?
그런 영화입니다.

착취당함의 끝판왕이라고 할지...
주제 자체가 하나의 은유같기고 하고요.
추천하기에도 조금 찝찝하지만
요정도의 언급은 하고 싶은 영화였어요^^*

DYDADDY 2023-02-19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다 보았는데 생각을 정리하다 글이 늦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을 빼면 저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고객이 왜 모두 나이든 남성이었을까라는 부분이었습니다. 나이대를 생각해보면 전쟁을 겪은 세대(최소한 베트남전)라는 것인데 과연 그들이 전쟁에서 무엇을 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의 제목 그대로 그들이 혼란 상황 속에서 했을 일들이 끔찍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쓰지 못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를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 2023-02-19 22:53   좋아요 2 | URL
몇몇 장면들, 스토리 때문에 감상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 주시고
감사해요 대디님*^^* 네! 뒷부분의 그런 지점들이 현실에서 대상화,상품화되는 여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평범한 오락 영화로 보기에는 의미심장한 요소들이
좋아서 기괴했음에도 글로 남겼는데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기분좋네요ㅋㅋㅋㅋ

편안한 밤 되세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챘다. 이미 사태가 치명적인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여기서 중립적이라 함은 그 방향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ㅡ<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





저항은 봉기나 도망, 사보타주보다 더 미세한 형태를 띨때도 많았다. 예를 들어 저항 중에는 읽고 쓰는 능력을 은밀하게 습득하기, 그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 같은 것도 있었다. (...) 루이지애나 나체즈에서는 한 노예 여성이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야학'을 운영하면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가르쳐 수백 명을 '졸업' 시키기도 했다. P.55




백인 교사였던 프루던스 크랜들은 자신의 학교에 흑인 소녀를 받음으로써 인종분리에 맞섰다. 캔터베리 주민들은 크랜들이 더 많은 흑인 학생들을 모집하려하자 비품 판매를 거부하고 의사는 진료를 거절했으며 약사들은 약을 주지 않았다 여러차례 방화 시도도 잇따랐다. 워낙 당시 그녀의 저항이 상징적이었기 때문에 당국에 의해 체포 명령이 내려졌지만 크랜들은 패배가 아닌 승리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백인 여성들은 노예제 반대 운동을 후원하고 참여하며 착취와 억압의 현실에 대해 배우고 권리의 중요성에 눈뜨게 된다. 그림케 자매는 흑인해방투쟁과 여성해방투쟁이 불가분의 관계란 사실을 알았다. 




반면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을 비롯한 여성 권익 운동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관련성을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다. 여성참정권 운동 내부에 인종주의가 싹을 티웠다. 1900년 열린 열 번째 창립기념일에서 여성클럽총연합은 친인종주의적이었다. 그들은 보스턴여성시대클럽에서 보낸 흑인 대표를 배제했던 것이다. 이들의 선택이 당시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폭력의 주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1890년대는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린치가 횡행했고 흑인 남성들은 폭도들에 의해 잔인하게 목숨을 잃었으며 흑인 여성들은 강간의 표적이 되었다. 





백인 여성운동가들이 인종주의와 손잡지 않았다면, 대신 흑인 여성단체와 연대하고 인종주의에 대항해 싸웠다면 흑인들의 권리도 여성의 권익도 더 빨리 나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된 선택은 인종주의가 백인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는 사실과 달라보이는 각 사회 문제의 연관성에 대한 몰이해는 위태로운 주장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즉 당시 위선적인 진보운동은 실은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긴밀하고 인종주의가 여성차별과도 얽혀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흑인 여성들은 여성차별 뿐만 아니라 인종주의와도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다. 이런 차이는 훗날 재생산권과 가사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어진다.  






북부의 자본가들이 남부의 경제를 식민화하면서 린치는 가장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테러와 폭력을 동원해서 흑인을 점점 늘어나는 노동계급 내에서 가장 야만적인 착취의 대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자본가들은 이중의 이익을 향유 할 수 있었다. 흑인 노동의 초과 착취에서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하고, 고용주를 향한 백인 노동자들의 적개심은 누그러들 것이기 때문이다. 린치에 찬성하는 백인 노동자들은 필연적으로 실제로는 자신을 억압하는 백인 남자들과 인종 연대의 태도를 취했다. P.290




흑인 남성에 대한 '강간범 신화'도 마찬가지였다. 조작된 강간 고발은 폭도들에게 흑인 남성에 대한 '살인면허'와 동시에 흑인여성에 대한 '강간면허'를 주었다. 폭도들이나 폭력에 눈 감은 사람들은 외면했지만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는 경제적 착취의 바탕이 되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젊은 남성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보수와 연대하게 하려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불의에 눈 감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와 관련이 전혀 없을 거라는 판단이다. 또는 그들을 돕다가 내가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저항해야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불의에 대한 무언의 긍정이다. 과거의 시행착오는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냐고. 




듀보이스, 아이다 B.웰스 , 프레더릭 더글러스 , 소저너 트루스 , 프루더스 크랜들, 루시 파슨스, 프랜시스 E. W. 하퍼,등 수많은 사람들은 용기를 내 싸웠고 서로가 서로의 연결고리가 되었고 역사가 되었다.  



 

우리가 비판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는가 ㅡ 나혜석




"여성적" 읽기 실천에서는, 텍스트가 읽히는 "순서"와 "질서" 뿐만 아니라 독자와 텍스트 간의 거리도 철저히 사유되어야 한다. 시선은 텍스트가 관점을 안팎으로 드나들 때 끊임없이 집중되고 또 집중되어야 한다. (...) 텍스트가 읽혀야 하는 곳은, 근접한 곳도 아니요, 거리를 두고서도 아니다. 바로 그 둘의 조합에 있다.  ㅡ <엘렌 식수> 이언 블라이스. 수전 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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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9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미미 님. 이번 도서 1등이신듯 합니다.
쉽지 않은 내용인데 읽느라 고생하셨고요. 저는 미미 님 덕분에 <카스트>도 주문했답니다. 그것도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같아서요. 그런데 저는 <여성,인종,계급>오늘 시작했는데, 거기에 이 책이 언급되더라고요. 주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이 다 차별할 때 나는 그 차별하는 자의 편에 서지 않겠다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생겨나는걸까요? 저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때마다 ‘나도 그럴 수 있었을까?‘ 를 스스로 묻곤 하는데 ‘그렇다!‘는 대답이 금세 나오진 않더라고요. 용기는 필요하고 용기는 중요하지만, 그러나 누구에게나 용기가 찾아들진 않는것 같아요. 용기를 갖는 것도 용기이겠지요.

저는 아직 이 책을 읽기 전이고,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어떤식으로 생겨나거나 바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눈앞의 문제를 보고 바꿔나가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다른 계급(인종, 성별등)의 차별까지 두루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 번에 그 멀리까지 그렇게 더 넓게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요. 그러니까 제 경우에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동물권은? 환경은? 난민은? 가난한 사람은? 이라고 묻는 것이 과연 더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요. 그건 제가 아마도 정희진 쌤이 해제에서 언급하신 ‘심지어 이런 페미니스트들도 있다‘ 라는 쪽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차차 생각을 정리하고 또 가급적 글로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청아 2023-02-09 18:00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이렇게 또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독후감 쓰고 책을 다시 펼쳐보니 앤절라 Y.데이비스의 삶도 투쟁 그 자체였네요!
<카스트>는 화가님 페이퍼에서 보고 주문했어요.^^*

이런 용감한 사람들의 자취를 읽고나면 가슴이 뛰어서
자제하려고 해도 거창하게 쓰게 되는데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는 인용한 내용에 있는 것처럼 ‘저항의 미세한 형태‘에 조금이나마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음 다행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책들이 계속 알아가려고 하는 의지에 동력이 되는 건 분명하다고 느낍니다.ㅎㅎㅎ

아! 백인 여성단체 리더들의 다소 충격적인 일화들이 담겨 있어요. 초반에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가 이후 인종주의적 태도를 분명히 하더라구요. 시작은 ‘여성참정권‘을 쟁취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는데 상황이 달라지는.... 데이비스가 이런 과거들을 굳이 드러냄으로써 강조하려는 게 뭘까 읽으면서도 고민했어요. 어쩌면 여성주의가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더 폭넓은 시각을 가져야 함을 반증했단 생각이 들고요. 그런 면에서 참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자기반성, 문제의식이야말로 가치 지향적이라고 느껴져서요.

다락방님은 댓글마저 생각의 물꼬를 틀어주는 힘이 담겨있네요. 어떤 글을 써주실지 기다려집니다.

persona 2023-02-09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Dry September 떠오르네요. 윌리엄 포크너의 여러 소설을 좋아하고 흑인 인권 관련 책은 좋아하는 책들이 꽤 있는데, 제가 영어권 흑인에 대한 인권과 동일하게 다른 데에서도 인권의 편인지는 모르겠어요. 특정 나라, 특정 종교의 개인적인 친구들은 좋아하는데, 그들의 종교나 국가가 저와 입장이 다르면 그들과 국가/종교의 차이를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연대하기도 부족한데 배신감을 느끼면 바로 여적여를 들먹이며 화를 내기도 하고요. 여혐, 남혐이 가끔 저에게 동시에 일어나기도 해요.
그래서 인권 공부와 체화가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들었네요. 좀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다 싶어지네요.
좋은 페이퍼 감사드립니다.

청아 2023-02-09 19:41   좋아요 3 | URL
이 책에도 윌리엄 포크너가 한 번 언급됩니다. 포크너의 단편 제목이겠죠? 아휴...복잡한 문제 같아요.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저도 그래요 페르소나님! 읽을 때마다 반성하고요. 그러면서
또 실수하고 또 깨우치고.ㅎㅎㅎ 그래서 작가들은 모든 문제에 대해 자기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하나봐요.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다 매사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들이 따라주어야 입장이란게 세워지니까
그런거겠죠? 글에서 그런 관점들이 은연중에 다 드러나기도 하고요.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해요*^^*

persona 2023-02-09 21:36   좋아요 1 | URL
네. 강간범 신화라고 하니까 생각이 났어요. 거기서도 백인 여성과 관련한 소문만 믿고 진상을 따지지도 않은 채 백인남성들이 흑인만 일방적으로 끌고가 죽여요. 근데 죽고 나서의 진상 묘사를 보면 열불나고 속터지죠.
덕분에 이런 저런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3-02-09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미님의 독서능력은 다락방님급입니다~!! 차별받는 사람끼리 서로 힘을 합지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ㅡㅡ

청아 2023-02-09 21:47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은 독보적인 분이고 저는 그냥 따라공부하는 팔로워입니다^^*
네! 성차별과 인종주의가 서로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는걸 인식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인종주의가 그만큼 강했던 것 같아요.
당시 문제들은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꼈어요. 물론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겠죠.

새파랑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길요!

페넬로페 2023-02-10 00:05   좋아요 2 | URL
미미님,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정말 탁월하십니다~~
이 책 읽고 싶어졌어요^^

청아 2023-02-10 06:59   좋아요 3 | URL
아직 요약 정도밖에 할 수가 없어서 부끄럽네요^^;
계속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이 책 정말 재밌어요 페넬로페님! 역사 공부도 되고 오늘날 미국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렇게 훌륭한 여성들이 잔뜩 있는데 여성위인전의 목록이 참 빈약하다고 느낍니다. 갈수록 나아지겠지만요^^*

은오 2023-02-10 07: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미미님!!! 이 페이퍼도 미미님도! ㅠㅠ 나혜석 책 담아갑니다💕

청아 2023-02-10 10:30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은오님💕
저도 은오님 좋아하는거 아시죠?*^^*

scott 2023-02-10 14:20   좋아요 2 | URL
저도🖑두분 모두 💖ㅅ💖

은오 2023-02-10 15:19   좋아요 2 | URL
헤헤 저도요>< 💖ㅅ💖

책읽는나무 2023-02-10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아직 책을 시작도 안 했지만, 조금씩 가닥을 잡게 되는 것 같아요.
인종차별을 받는 흑인들이라 서러운데, 여성들이라면 더더욱 힘든 삶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중의 차별이어 그 설움과 고통이ㅜㅜ
과거의 시행착오는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냐는 문장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나라면? 정말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자신있게 대답하기가 어렵고, 주춤해지게 됩니다. 그래도 정신적 무장을 해서, 선을 위해 행동하려면 많이 알아가는 게 답이겠죠?
많이 읽어 볼 필요가 있어요.
미미님의 글을 통해서두요^^

청아 2023-02-10 16:05   좋아요 2 | URL
무거운 내용들이지만 읽기에는 수월하실거예요. 흑인 여성들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단걸 이 책 읽으며 절감했어요. 페미니즘 내부에도 각자의 다양한 삶이 있는데 대의를 따르다보면 그 안에서도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의견은 또 갈리겠죠. 어떤 면에서 부분적으로 실패의 이야기기, 치부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을 짚어주어 앞으로의 나갈길을 밝혀주는 느낌이었어요. 읽어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무님 나무님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실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
 


     


  

  천 명의 폭도보다 더 두렵게 느껴졌던 파슨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려본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떤 형태였고, 그녀의 눈빛은 어떤 빛을 뿜어내고 있었을까. 기사와 시를 발표했다면 파슨스는 시도 썼다는 말인가. 평생을 강인함으로 무장해야만 했던 고단한 삶을 산 사람의 시란 어떤 것이었을까.


루시 파슨스 (Lucy Parsons)


미국 노동운동 연대기에서 때때로 이름이 등장하는 몇 안 되는 흑인 여성 중 한 명이다. 대개는 *헤이마켓(1886년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서 진행 중인 노동집회에 폭탄이 터지면서 사상자가 발생한 일을 말함) 의 순교자 앨버트 파슨스의 '헌신적인 아내'라는 단순화된 정체성으로 표현된다. 자신의 남편을 가장 호전적으로 옹호한 인물 중 하나였지만, 남편을 옹호하고 복수를 하고자 했던 충실한 아내이자 성난 유족에만 그치지 않았다. 파슨스는 60여 년에 걸쳐서 노동계급 전체를 저널리즘적인 방식으로,그리고 선동적으로 변호했다. 



1877년에 사회주의 노동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수년간 이 아니키스트 조직의 신문인 <소셜리스트Socialist>에 기사와 시를 발표하면서 시카고여성노동자연합에서도 조직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 파슨스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출중한 노동계 지도자이자 선도적인 아나키즘 지지자로 알려졌고, 명성이 높아지자 너무나도 빈번하게 탄압의 표적이 되었다. 



"(모든 도시에서) 마지막 순간에 강당의 문이 그녀 앞에서 폐쇄되었고, 형사들이 회의실 구석마다 서 있었고, 경찰은 그녀를 쉬지 않고 감시했다." 심지어 남편이 처형당할 때마저도 루시 파슨스와 두 아이들은 시카고 경찰에게 체포당한 상태였다. 파슨스를 체포한 경찰 중 한 명은 "저 여자가 천 명의 폭도보다 더 두렵다"라고 논평했다. 


            루시 파슨스1886년  (위키피디아)






     

            보스턴에 있는 서점 '루시 파슨스 센터'

    

출처 https://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996225.html

   


  



'디얼리 빌러비드(참으로 사랑하는)'라고 한 목사의 말(사실 목사가 한 말은 그게 다였다)을 전부 아기의 묘비에 새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중요한 한마디만을 새겨넣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현 체제에서 우리는 착취와 수탈의 새로운 얽힘, 그리고 정치적 주체화의 새로운 논리와 만난다. 종속적 피수탈 예속민과 자유로운 피착취 노동자를 확연히 가르던 과거의 분할 대신에 연속체가 등장한다. 한쪽 끝에서는 무방비 상태의 피수탈 주체의 무리가 증가하는 반면에, 다른 쪽 끝에서는 착취만 당하는 주체인 보호받는 시민-노동자 계층이 감소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새로운 등장인물, 즉 수탈과 착취를 동시에 당하는 시민-노동자가 자리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유롭지만 너무도 취약한 상태인 이 새 등장인물은 더 이상 주변부 주민이나 인종적 소수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표준적 존재가 된다. p.104


착취와 수탈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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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8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낸시 프레이저의 저 책 장바구니에 담아뒀는데 미미 님 서재에서 만나네요!! 사야겠어요.
그리고 저도 그런 여자가 되고 싶어요. 천 명의 폭도보다 더 무서운 그런 여자요. 우리 그런 여자가 됩시다, 미미 님. 미미 님과 제가 그런 여자가 된다면 이천 명의 폭도보다 더 무서워지겠죠.

청아 2023-02-08 15:14   좋아요 2 | URL
<여성.인종.계급> 속 이 글이 좋아서 홍보하려고 함께 넣었는데 저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저도 그런 여자가 되고 싶어요. 다락방님은 충분히 그런 여자가 되실 수 있고
그런 여자들을 늘리고 조직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시다 생각합니다. 그럼 남성중심 사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겠죠?!!🤭

다락방 2023-02-08 15:41   좋아요 2 | URL
저 미미님께 땡투하고 주문했습니다. 부자되세요!! ㅋㅋㅋㅋㅋ

청아 2023-02-08 15:51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2023-02-08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3-02-08 18:28   좋아요 2 | URL
네!! 이 책 여러 관점에서 필독서라고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스콧님ㅎㅎ🙆‍♀️

늘 그랬지만 교과서보다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내용들이라 흥미진진해요. 최근에 번역되었군요?!

안그래도 조금전까지 운동하며 정희진님 팟캐스트 들었어요*^^*

페넬로페 2023-02-08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루시 파슨스의 남편이 백인이었고 노동운동으로 처형되었군요~~
천명의 폭도보다 무섭기 위해 루시 파슨스는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삶을 살았을지~~
대단한 여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것이 거꾸로 가고 있고요 ㅠㅠ

청아 2023-02-08 18:31   좋아요 3 | URL
네!! 페넬로페님!
안그래도 저 이 책 읽으며 우리나라의 상황이 자꾸만 겹쳐지더라구요.ㅠㅠ

이제는 뭐 서울시장까지
답답한 정치를 보여주고 있네요.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아웅...

책읽는나무 2023-02-09 0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여자가 천 명의 폭도보다 더 두렵다!
그런 말을 들을 정도의 그 이면엔?...가히 그녀의 능력과 그에 따른 고충을 짐작키 어렵습니다.
서점까지 있고.... 정말 대단한 여성입니다.

청아 2023-02-09 08:59   좋아요 2 | URL
네 나무님! 게다가 이런 여성들이 다수 책에 등장합니다. 공포도 그렇지만 용기도 전염되나 봅니다. 위협과 테러에도 거침없이 자기 길을 가는 사례들 인상적이었어요! ^^*
 


   




여성 권익 운동의 지도자들은 남부 흑인들의 노예화와, 북부 노동자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시스템을 통해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초기 여성운동에는 백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백인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조차도. 많은 여성들이 노예제 폐지 운동을 지지했지만 노예제 반대 의식을 여성 억압에 대한 분석 속에 통합하지는 못했다. p.115



이 세계에 관련성이 없는 게 있기는 할까?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이해하는 모든 환경과 시스템, 물질과 비물질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겉보기에 평범하게 회사생활 잘 하던 사람이 어느새 도박에 중독되고 다단계 사기를 당하거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건 그 과정, 이유, 나름의 사정이 있다. 링컨 대통령이 1863년 노예해방 선언을 하고도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I Have a Dream'이란 연설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어도 2020년에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깔려 숨진데에는 그만한 과정이 있었다. 링컨의 공화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이 될 수 있었던 이유와도 긴밀히 연결된 구조적인 이유가.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남부 흑인들의 혁명적인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북부의 자본가들이 남부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뒤ㅡ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던ㅡ공화당은 남부 흑인들의 선거권을 체계적으로 박탈하는 작업에 가담했다.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19세기의 가장 명민한 흑인해방 지지자였음에도 자본가에 대한 공화당의 충성심을, 그리고 이들에겐 흑인 참정권에 대한 초기의 요구만큼이나 인종주의가 쓸모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평등권협회 내 흑인 참정권을 둘러싼 논란의 진정한 비극은 참정권이 흑인들에게 거의 만병통치약 같은 역할을 하리라는 더글러스의 입장이, 어쩌면 여성참정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인종주의적 완고함을 부추겼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P.142



노예 해방이 선언된 이후에도 흑인들은 그들을 옭아맨 사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노예제를 모델로 한 재소자 임대 제도는 지주들과 상인들에게 큰 이익을 남겼고 때문에 흑인들은 빚을 지며 숨을 거둘때까지 노역에 시달려야만 했다.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같은 노역을 하거나 백인 가정에서 가사 노동을 하며 성적 착취에도 시달려야만 했다. <'노예시장'에서 고용되고 나면 여자들은 힘겨운 하루치 노역을 마친뒤 자신들이 예정보다 더 오래 일했고, 약속보다 더 적게 받았고, 현금 대신 옷가지를 받아야 했고, 인간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착취당했음을 깨닫곤 한다....이들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로지 돈이 절박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P.154> 





흑인 여성들에게는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 여성들, 미국 백인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생산직, 사무업무 등에서 일할 기회가 없었다. 아주 드물게 기회가 있더라도 인종적 편견으로 오래지 않아 물러나야만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서야 그들은 가사서비스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 대표였던 수전 B.앤서니는 여성참정권 운동에 남부 출신의 백인 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레더릭 더글러스를 밀어냈고 역시 여성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인종주의에 굴복했다. 그 시기(1894년) 남부에는 합법적인 인종차별 체제가 들어섰고 린치가 횡행했으며 10년간 수백 수천의 집단살인이 일어나기도 했었는데 이것은 거기 눈 감고 동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성,인종이 얽힌 역사는 이렇게도 뼈아픈 진실들이 담겨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와중에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의 자매애는 빛났다. 목숨을 걸고 흑인들의 교육에 헌신한 백인 여성들도 있었으니까. 부정적인 일들도 긍정적인 일들도 이 일은 저 사건에 자양분을 제공했다. 이 선택은 저 선택에 근거를 마련해 주었고 정당화가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익, 구조적 문제와 인종주의, 편견등이 막강한 힘의 논리와 저항의 싸움 속에서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해자의 사형 선고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예측하는 기준은 가해자의 정체가 아니라 희생자의 인종이다. 사법 정의를 외치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사형 사건에 관한 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조지아의 범죄자들은 피해자가 흑인일 때보다 백인일 때 사형 선고를 받을 확률이 11배 높았다. 이런 결과는 인종과 사형제도의 관계를 다룬 연구를 진행한 모든 주에서 그대로 반복되었다." P.302 이저벨 윌커슨.카스트



   



안타깝게도, 계급 구분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그 이상 나아갈 수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해, 계급 구분이 사라져야 한다는 바람은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그런 바람은 전혀 효력이 없다...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거의 모두가 계급 구분 덕분에 형성된 결과물이다...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뒤바꾸어, 결국에는 이전의 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P.230 .<폭력이란 무엇인가> 중 <위건부두로 가는 길>의 조지오웰 인용


 페미니즘의 자기 확장은 필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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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07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스트에 저런 내용이 담겨 있군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또 흑인 과잉진압 사건이 일어나서 미국이 또 한바탕 뒤집어졌네요.
성평등이 우선이냐 인종간의 차별에 대한 철폐가 더 우선이냐 이 문제에 당시 사람들도 많은 설전을 벌였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부분을 읽고 계셔서 반갑네요^^

청아 2023-02-07 13:50   좋아요 2 | URL
인종주의의 뿌리깊음을 실감했네요. 미국에서 초기 여성운동이 이렇게나 혼란스럽고 모순으로 가득했다니 배우는게 많은 책입니다. 당연하기도 합니다만 미국은 인종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네요. 미국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여행가기 두려운 나라예요.

네! 성평등,인종,계급 문제가 얽혀 있다는걸 이해하는건 너무나 중요한 것 같아요. 화가님 따라 저도 열심히!^^*

2023-02-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2-07 2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월의 책 정말 좋네요. 올려주신 인용문도 좋고요, 미미님 글도 좋아요. <카스트>라는 책에도 관심이 가고요.
저도 얼른 시작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먼 산)

청아 2023-02-07 20:47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님! 이번책도 너무 좋아요!! 미국 역사의 가슴뛰는, 또 아픈 순간 순간들이 머리에 그려 집니다.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늘 욕심만...ㅋㅋㅋ어찌될지 모르겠어요(먼산 저도ㅋ)

베터라이프 2023-02-07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미미님. 다름이 아니고 혹시 오프라인에서 여성주의 독서모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서 여쭤 봅니다. 페미니즘 관련 독서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찾고 있는데 마땅치가 않네요 ㅜㅜ

청아 2023-02-07 21:44   좋아요 3 | URL
네 안녕하세요 베터라이프님! 아쉽게도 오프라인에서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ㅎㅎ 알라딘 들어왔다가 여성주의 1위 마니아인 다락방님의 글을 읽고 매달 한 권씩 읽는데 참여하고 있어요. (2년차 미미^^) 다락방님이 엄선한 책들 지금까지 다 훌륭했습니다. 베터라이프님 혹시 관심 있으시면 7월까지 예정된 책들 목록이 있으니 살펴보시고 언제든 함께 읽으시죠! 읽고 리뷰쓰시면 되는데 같이 읽는 다른 분들 글 읽으며 오프라인 만큼 풍성한 독서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https://blog.aladin.co.kr/fallen77/14307694 꼭 매달 읽으셔야할 강제성도 없는데 저는 여태 너무 좋아서 한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ㅎㅎㅎ

가필드 2023-02-08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여성 인종 계급 ‘ 여성들의 자매애가 빛난다는 글을 보니 예전 영화
헬프가 생각나네요

청아 2023-02-08 12:33   좋아요 1 | URL
헬프가 그런 내용이었군요!! 궁금했는데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가필드님 화사한 수요일 보내시길 바래요~♡
 


  





그러므로 나는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들보다 이미 죽은 이들이 더 복되다 하였으며, 그러나 그들 모두보다 태어난 적이 없는이, 그리하여 태양 아래 범해진 사악한 일들을 보지 못한 이가 더 복되다 하였노라. 

                                                                                     ㅡ전도서 4:2ㅡ3 P.277



팬데믹을 거치며 인간이란 종족이 지구에 해를 입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거라 생각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팬데믹,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와 식량위기등 전 세계인이 함께 목도하는 난제들이 지금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계층 간의 분열과 갈등을 극대화하는 국내 정치상황은 확실히 '살맛나는 세상'과 거리가 있어보인다. 마침 이럴때 이 책을 읽어 한편으로는 심증에 논리적인 확증이 더해진 기분이라 위로가 되고 한편으론 답답함도 더해졌다. 답답함은 오늘 공기 탓인 것도 같아 미세먼지 정보를 찾아보니 WHO 기준 권고치 초과라고 나온다. 요즘은 US기준으로 이런 상황도 빨강이 아닌 초록으로 표시된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이런 방식이 먹힌다는 게 씁쓸하다. 이렇듯 우리는 심리적, 환경적 이중 고통 속에 놓여있다. 








넷플릭스 <러브,데스,로봇> 시즌 3에 '아이스 에이지'란 이야기가 있다. 한 커플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헌 냉장고를 발견한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오래된 성에 사이로 인류를 닮은 미니어처가 그 안에 있고 문명의 시작과 끝이 빠른 화면처럼 그 안에서 진행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실제 역사와 닮아 있어서 과거로부터 현대로 이어지자 이들은 감격한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미래까지 이어지는데 그러나 그 결과는 전쟁으로 인한 인류 절멸이었다.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몇십 년 전부터 WHO와 FAO가 후진국들에 가서 설명하고 피임법들을 교육시킨 결과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은 이미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인구증가율은 낮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모집단 규모 자체가 너무나 커져버렸기 때문. 10억에서 20억 인구가 되기까지 약 100년이 소요되었다면 60억에서 70억으로 느는데 약 12년 밖에 안 걸렸다. 전체 규모가 큰 상태이므로 인구증가율의 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즉 10억에서 사람이 느는 것과 70억에서 사람이 느는 규모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섬에 아무도 사는 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만일 존재했더라면 그 섬에 거주했을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슬퍼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화성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향유할 수 없었던 삶에 관해 그런 잠재적인 존재를 위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애석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들의 고통은 유감스러워하지만 부재하는 쾌락을 유감스러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64



인류의 역사와 그 해악을 인간의 입장이 아닌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슬프게도 답은 더욱 명확하다.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생각할 필요도 없게끔 그저 낳는 것이 기본값인 것처럼 유도하는 이 전 지구적 힘은 어디에 그 원천이 있을까? 농경사회나 산업 부흥의 필요에 의한 이유뿐일까? 나는 농경사회 이후로는 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결되었을 거라 짐작한다. 자본주의의는 이익을 위해 수많은 소비재를 생산해야 했고 그걸 위해서는 그걸 만들어낼 인력과 그걸 구매할 인력이 필요했다. 인류 문영은 더 편리함과 풍족을 과거에 비해 이루었음에도 끊임없이 이익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과 여기에 구조적으로 얽힌 사람들로 인해 벗어나기 힘든 자본축적의 굴레안에 들어서 있다. 때문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만큼 소비해야 한다. 낙천주의 성향(낙천편향)은 그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에 맞물려 사람들의 기본 정서로 자리 잡아 이 시스템을 유지시킨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태어날 수밖에 없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우리가 왔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는 것이다. 

젊은이가 그 모든 어리석음과 함께 세상을 떠날 때

누가 악 아래에서 비틀거리지 않는가? 누가 그 악에서 탈출하는가? ㅡ 소포클레스 p.41




사람들이 그렇다고들 하니까 그저 별생각 없이 나도 거기 동의했던 일들을 생각한다. 미심쩍을 때도 많았지만 그냥 그렇다니까 나도 그렇다고 하는 게 편했고 소속감을 주었던 것도 같다.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건 내 삶의 옵션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는 경외심 섞인 반감이 들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죄인처럼 살았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좀 더 명확하게 고민했다면, 미심쩍은 것들을 파고들었다면 그런 시간이 훨씬 줄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갖는 방법을 뒤늦게나마 알았다. 그리고 의문을 가져야만 하는 것들이 꽤 많다는 사실도 따라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심없이 부여받은 낙천주의 성향에 대해 의문을 갖게된다. 그리고 세상이 많은 불행한 일들과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거기에서 완전히 예외인 사람은 ㅡ누구나 동의하겠지만ㅡ 거의 없다. 그 사람의 부나 사회적 지위, 계층에 상관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제각각의 수많은 난관에 어떤 식으로든 매번 부딪히게 되니까. 데이비드 베너타는 그 정도와 대응 방식에 상관없이 쾌락과 고통으로 분류했을때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논증한다. 서론에서 상당히 명쾌하게 핵심을 전달하는데 가능한 여러 반박에 논리적으로 근거를 대느라 일부 내용이 꽤 어렵게 느껴졌다. 흥미가 있다면 서론이라도 읽어보고 가능하다면 저자가 말하는 주요 파트를 추가로 읽어보는게 도움이 된다. 늘 그렇듯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쇼펜하우어의 견해에 의하면 삶이란 갈구하고 의지하는 끊임없는 상태, 즉 불만족의 끊임없는 상태이다.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얻는 일은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새 욕구를 곧 낳는다. 갈구가 끝이 난다면 그 결과는 지루함, 즉 다른 종류의 불만족(dissatisfaction)일 것이다. 갈구(striving)는 삶의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기를 멈출 때야 비로소 갈구하기를 멈춘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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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2-0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가 가는 곳마다 기존에 살던 종의 절멸이 뒤따랐다는 이야기를 <사피엔스>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인구 자체가 너무 커져버려서 12년만에 60억에서 70억이라니...무섭네요.
인구가 줄어야 지구가 살텐데 참 미래가 암담합니다.
아이 많이 낳는게 애국하는 거라는 말 참 싫습니다. 다 돈 때문이지요. ㅠ


청아 2023-02-05 22:45   좋아요 2 | URL
<사피엔스>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죠!^^* 인구증가가 이렇듯 무시무시한데 출산률 낮다고 돈 주는거 참 그렇더라구요. 이미 낳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3-02-06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놈의 사피엔스가 이제는 사피엔스를 멸종시킬거 같죠. 전 지구적 위기를 내 힘으로 막을 수는 없을거 같고 우리 애들보고는 너희는 애 낳지마라 하고싶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힘든 주장을 저렇게 과감하게 하는 책은 궁금하네요. ^^

청아 2023-02-06 08:31   좋아요 1 | URL
전쟁 무기가 갈수록 정밀하게 발달하고 국가간 군비경쟁속에 방산업체가 호황을 누리니 다 죽자는 건가 겁이 납니다. 우리나라도 무기 팔아 큰 재미를 봤다고 하더군요? 도서관에서 서론만 읽어보셔도 꽤 재밌으실거예요. 더 얇게 마무리할 수 있는 책이었는데(대히트를 쳤을수도) 반박을 예상하고 펼친 논리가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예시 올리려다 깜빡함요.^^

난티나무 2023-02-06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북플에 올라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미미님 글 보니 더 궁금해져요.^^

청아 2023-02-06 08:35   좋아요 1 | URL
뒷부분이 좀 어려워서 그렇지. 서론이 재미있고 저자가 하려는 말의 핵심이 거의 다 담겨있어요.^^ 서론을 읽게되면 뒷부분이 궁금해서 안읽수가 없지만 철학적인 설명이랄까 난해한 부분 때문에 몇번 저 안드로메다로...ㅋㅋㅋㅋㅋ

은오 2023-02-06 0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로 갈수록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만 훑는 건지 머리 터지겠네 하면서 읽었던 ㅋㅋㅋㅋㅋ 사실 태어나지 않는게 낫고 인생은 고통으로 점철되어있다는 건 이 책 읽기 전에도 절감하던 것들이었는데, 이걸 남이 정교한 논증으로 펼쳐주니까 읽는 쾌감이 있더라고요. 정말 다들 읽어봤으면 하는 책!

청아 2023-02-06 08:42   좋아요 4 | URL
저도 최근에는 삶이 고통이라고 느꼈지만 그래도 역시 사는 것이 죽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걸랑요.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낙천 편향이었더라구요? (예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만) 그 근거는 불명확한데도 말이죠. 꽤 논리정연해서 재밌었고 저도 지적쾌락을 느꼈어요.^^ 그래서 서론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홍보중입니다.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뭐야 왜 나보다 먼저 읽었어요? (화를르르르르륵… 주말에 논거 반성 중) 그럼 전 이만 책일그러 갑니다!!!!

청아 2023-02-06 08:4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쟝쟝님 글 보고 그날 바로 저도 도서관으로 달려간ㅋㅋ(사실 빠른 걸음으로 걸었...)
헌사도 서론도 너무 재밌어서 돌아오는길에 읽었어요. 나머진 집에서 띄엄띄엄. 살까말까 고민입니다^^

그레이스 2023-02-06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도서의 방점은 헛됨일까요? 아님 헛되지 않게 사는 법에 있을까요?
모든 영화를 누린 솔로몬이 말년에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허무에 시달렸다는데 깊은 사유를 하게 하네요.
인구절벽!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으로 덧입혀지고 연결된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도 있겠네요.

청아 2023-02-06 10:51   좋아요 3 | URL
오~글쎄요. 직접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말씀하신 시각으로도, 또 읽을 때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느껴질듯 합니다.
일단 전도서가 너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안그래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전체를 읽고 나면 저 문장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요? ^^*

가필드 2023-02-06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상업주의와 인구의 감소라는 부분이 이렇게 긴밀하게 짜여진 교묘한 구조 공허해지네요

청아 2023-02-06 13:08   좋아요 2 | URL
오래간만에 제대로 현실직시를 한 기분이예요. 읽고 나서 좀 우울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저는 이왕 태어난김에 하던대로 삶의 가치를 계속 찾으려고요. 그렇지만 가필드님 이 책 서론은 열렬히 강추입니다!! 비관적인데 논리적이고 웃기기도해서 어쩐지 뇌가 섹시해지는 기분을 느끼실거예요~^^♡

독서괭 2023-02-0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제목만 봤을 때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미미님 소개글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얼마전에 80억 돌파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생산에 필요한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말이예요. 휴..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청아 2023-02-06 13:13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전 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문제가 많다는걸 다들 목도하고 있어도 변화는 힘들듯 합니다. 괭님 읽어보고 싶으시다니 기분좋네요~♡ㅎㅎㅎ😆
서론 아주 재밌습니다. 뒷부분도 뼈때리는 내용 곳곳에 있지만 철학적으로 논리를 펼치는 글이라 어려운 구간이 다수예요.

페넬로페 2023-02-06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이 책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어요. 혹시 역설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나오는 것 같네요~~
이런 문제들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기능적으로만 볼수도 없고 ㅠㅠ
인구절벽이라 그러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전쟁 나서 어떤 집단에서 사망률이 높아져도 이 지구는 지켜진다는 사실이 씁쓸해요 ㅠㅠ
ㅠㅠ의 계속, ㅠㅠ~~

청아 2023-02-06 17:18   좋아요 3 | URL
노인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60세 이상 무임승차에 대해 설문조사도 했더라구요. 이제는 72세 정도는 되야 노인이라고들 생각한대요. 한창 일해야 할 젊은 세대가 부족해지니 거기맞게 변화가 이어질듯해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어 무섭기도 하고요.

최재천 교수가 인구과잉으로 식량난이 몇십년 안에 온대요.
이건 최재천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고 학계에선 일반화된 예측인것 같아요. 이런 일들을 초래한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지 걱정하며 읽었어요.ㅠ.ㅠ

희선 2023-02-08 0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하기도 하는군요 없으면 없는대로 살기도 하는데... 알면 모르던 때로 돌아가기 어려울지도... 바이러스 아니면 인류 자신이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금이라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청아 2023-02-08 11:25   좋아요 2 | URL
네! 냉정하게 인간의 해악을 생각해보는 계기였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 삶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났기를 바랍니다.

오늘 바람이 불어 그런지 오후부터 공기가 나아진다니
희선님 맑은 하루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