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심술쟁이가 있어요 벨 이마주 110
클레어 알렉산더 글.그림, 류미진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유치원에 다니는 루시와 토미의 이야기다. 루시는 유치원에서 그림을 무척 잘 그려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토미는 그런 루시에게 질투심이

생겨 루시를 괴롭힌다.

 

 

토미는 미술시간에 일부로 물을 엎질러 버리고, 하원길에 만들기를 빼앗아 버리는가 하면 동화책을 찢어버리고, 그림을 구기고 연필을 부러뜨려 루시를 힘들게 한다.

루시는 자신을 괴롭히는 토미때문에 하루 하루 시묵룩해져만  엄마에게 말하는게

두려워 표현하지 못한다.

 

 

 

망가진 케이크를 가지고온 루시를 통해 토미가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조용히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지만, 이 모습을 본 루시는 너무 너무

무섭고 걱정이되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걱정을 한다. 다음날, 유치원 앞에 도착

한 루시는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표현하지만 엄마는 그런 루시를 꼬옥 껴

안아주며 선생님이 잘 돌봐주실꺼라며 다독여준다.  교실로 들어간 루시는 의외로

토미가 한껏 풀죽어 수업시간에도 놀이시간에도 혼자만 있는 모습에 안도하게 되지만

한편으론 그런 토미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

 

돌아온 미술 시간, 루시는 토미에게 다가가 멋진 그림이라며 자신에게도 한 장 그려

달라는 이야기를 용기내어 전하고 토미는 그런 루시를 바라보며 그동안 심술궃게 굴어서 미안했다는 용기를 내어 본다.

 

 

이 동화를 읽으며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회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잘못된 아이를 부모가 나서서 '저 아이는 나쁜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주는 것 보다 곁에서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큰 상처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지켜봐주고 지지해주는 일이 훨씬 중요한 일임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괴롭히는 친구가 있다면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 그 행동이 나쁜 일임을 알지 못해서 그런것이라 타이르며 이런 상황에 처했을때 주저하지 말고 말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자주 이야기 나누고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느낀다. 따뜻한 색감이 읽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줘서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은 동화라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 튼튼곰 3
이수영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다가 도서관이란 사실을 잊고 웃음을 터트릴뻔 했다. 이수영 이란 작가님은 어쩜 이렇게도 특징을 잘꼬집어 그림에 담아 놓으셨는지 우습기도 하고 어른들에게 따끔한 질책을 보내는 이야기가 싫지않아 빌려오게 되었다.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축축 쳐진 세명의 단란한 가족은 텔레비젼을 너무나 사랑한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텔레비젼을 시청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반복적인 생활에 익숙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루는 가족들.

 

하지만 여전히 텔레비젼을 좋아하는 가족이기에 저녁식사 시간에도 티비에서 눈을 뗄줄 모르며 집앞에 나타난 고릴라도 몰라보는 정말 티비 없인 못사는 가족들이다.

 

 

그러던 어느날 리모콘 쟁탈전에 엄마 아빠는 심각한 몸싸움을 시작하다가 그만 텔레비젼을 고장내어 버리는 사건이  터지고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쇼파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배경으로 사용한 그림이 어째 많이 보던 그림이라 웃음이 났다.

 

 

 

그동안 텔레비전을 보느라 집안일에 소홀했던 아빠는 조금씩 엄마의 일을 도와주기 시작하고 책을 보기도 하다가 상자를 치워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재밌는 놀이를 생각해 낸다. 

 

 

 

 

그동안 텔레비젼만 보느라 놀라달라던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던 아빠는 티비가 고장난 틈에 아이와 신나는 놀이를 시작하고 엄마도 동참하며 아빠 때려잡기? 놀이를 시작한다. (그동안 아빠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듯 아이보다 더 신이난 엄마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질뻔한 것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읽었다.)

 

 

 

 

함께 맛있는 밥도 만들어 먹고, 밤에는 텐트를 치고 손전등 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림이 진행될수록 이 가족의 다크서클이 사라진 모습 참  인상적이다.

 

 텔레비젼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가 오자 아이는 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동화지만 동화를 덮어도 눈에 선한 뒷 이야기들 (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이 놀아주고 함께 했을 시간들)에 흐믓한 미소를 갖게 한 책이다.

 

요즘은 밥상머리 교육이 참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어린시절만 해도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생활에 관련된 꾸중도 듣고 이야기도 들으며 지냈던 시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한 가정의 식구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밥 시간도 때에 따라 달라서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도 없다고 한다. 때론 함께 모여도 서로다른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티비를 시청하면서 대화의 단절이 생긴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서로 오해가 생기고 아이들의 인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오늘부터라도 텔레비젼(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을 끄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밥을 먹고 또 함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일들 (짧게 한 시간만이라도) 계획하고 함께 한다면 아이에겐 어떤 시간보다도 소중한 추억의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3-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스마트폰을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이 나오는 `스마트폰이 사라졌어요!`라는 동화가 나올거라 예측해봅니다. ^^

해피북 2015-03-11 19:22   좋아요 0 | URL
앗!! 정말 그런 동화가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본격적인 추리소설에 빠져들기 전에 세계3대 추리소설로 손 꼽히며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애거서 크리스트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2번째 권인데, 1번 ' 빛이 없는 동안'은 단편으로 구성되어진 내용이 심리적인 소설로 비춰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2권을 읽으며 왜 3대 추리소설로 손꼽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패팅턴발로 떠나는 12시 40분 기차에 각기 다른 사연의 편지를 받은 인물들이 '병정 섬'을 향해 몸을 실고 있었다. 웨그레이브 판사, 베라 클레이슨, 필립 롬바드, 에밀리 브렌트, 맥아더 장군, 암스트롱 박사, 앤더시 매스턴(초반엔 토니 매스턴이라 잘못 표기해 헷갈리기도 했다), 블로어와 로저스 부부까지 총 10명의 사람들이 오웬이라는 사람의 초대에 의해 병정섬 별장으로 몰려 들었다.

 

소설의 초반에 소개되는 등장 인물들이 마치 잘 짜여진 카메라의 동선에 의해 비춰지는 듯 묘사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였는데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초반에 소개되어 혼란스런 느낌도 들었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을 초대한 인물들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타난 과거로부터의 어떤 잘못된 장면들을 짧은 회상으로 넣은 부분에서 작가가 독자를 속이기 위해 쓴 트릭일까, 아니면 이 소설의 전체적인 맥락을 푸는 열쇠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어 단숨에 읽게 되었다.

 

병정섬에 도착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초대한 '오웬'이란 인물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그는 쉬이 나타나지 않고 곧이어 측음기에선  낯선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섬에 초대된 10명의 사람들이 법의 힘이 미치지 않는 살인죄를 범한 살인자로써 이 별장안에 기소가 되었음을 알리며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는다. 곧이어 남매를 차에 치어 죽였던 앤더니 매스턴이 첫번째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하루만에 로저스의 아내가 두번째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며 알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만 간다.

 

모든 방에 걸려있는 병정섬이란 독특한 시가 죽음을 예고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더이상 믿지 못지고, 함께 있는 사람들 중에 살인자가 있을꺼라 짐작해보지만 아무도 그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다. 계속된 살인으로 극도로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은 점차 서로를 의심하며 함께 행동하기에 이르지만, 함께 있던 순간에도 살인은 계속 되며 끝내 범인이 밝히지 못한채  10명의 사람들이 모두 다 죽음으로써 소설은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후 부터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나머지는 남겨둔다.

 

살인이 일어날때마다 장식으로 놓여졌던 열개의 꼬마 병정 인형이 하나씩 사라지는 묘사는 소설의 긴장감을 높이며 한 명의 사람씩 살해되어 가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는 의문들이 흡입력있게 이어져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은 초반의 스토리에  비해 호소력이 떨어져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사건을 풀기위해 등장하는 경찰이 사건의 순서를 되짚는 부분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1920년대에 씌여졌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5-03-09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며 꼬인 원제의 문제는 기억조차 되지않을 만큼... 나는 이책이 주는 공포가..상당히 생생함을.. 미스터리.추리 .스릴러등 많이봤는데 잔혹극도 상당히 봐왔는데 이게 뭔데 ..그러나.. 반전이 ?
모르겠다.
내용을 알면서도 아주 나중에야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왔으니..나도 그걸 뭐라 불러야 하는지..

해피북 2015-03-11 19:24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엔 읽을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읽고 난 후에 쓰려고 하는까 왜이렇게 소름이 끼치던지요 ㅎㅎ 결말이 정말 아쉬운 소설이였어요. 요즘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들이 참 많아서 인지 크게 반전이라고 안 느껴지더라구요^~^

[그장소] 2015-03-1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는곳마다 약간씩 달라서인지..번역차..라는거겠죠?
이름을 잘못 적는 등의 경우..전체적인 맥락으로 항상 보게되니 오탈자..이런건 사실 전 잘 안봐요. 거슬릴 때도 있겠지만..
그야..터무니 없는 책일 경우..그렇고..
이 아가사의 책은..지날 수록 새삼 돋는 무서움이 있다는거죠..홈즈시리즈엔 기암성만..그런 무서움이..있었고..나머진 너무많이 울궈져 ㅎㅎㅎ
역시 추리.미스터리의 여왕은 아가사 ~^^

해피북 2015-03-11 19:43   좋아요 0 | URL
옷 그렇군요 저는 이번이 두번째로 읽은 책이였는데 일번 보다는 훨씬 재밌게 읽었어요 아가사의 매력도 알겠구요 혹시 추천해주고 싶은 번호 있으심 알려주세요 ㅋㅋ

[그장소] 2015-03-11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덫이 몇번이죠? 10번이후인거같은데
..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시절엔 서른이란 나이에 접어들 무렵이면 모두 결혼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서른을 넘겨도 결혼하지 못한 총각 처녀들은  '노'라는 딱지가 붙어 노총각, 노처녀란 타이틀을 가슴에 달고 시시때때로 수덕거리는 가족과 친적들로 부터 갖은 수모를 견뎌야만 했다. 내 시절엔 나도 결혼을 제법 늦게한 셈이라 은근한 걱정과 눈치를 한몸에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부터 서른은 꼬마 수준에 불과했다. 이제 서른을 맞은 사람에게 '노'처녀 '노'총각이란 표현을 쉬이 갖다 붙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거기다 경제 불황까지 겹쳐 캥거루족, 삼포세대, 사포세대니 하는 온갖 신조어로 청춘들을 희롱하고 조롱하는 세상이 되었다. 장성한 자식이지만 경제능력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거나,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천명관 저자의 책 『고령화 가족』을 통해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였다.

 

언젠가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도 이런 사회현상이 낯설지 않다. 사와무라 시로라는 70세를 맞은 아버지와 사와무라 노리에 라는 69세의 엄마 그리고 사와무라 히토미 라는 40세의 딸의 평균 연령 60세. 장성한 자식이 출가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면서 그려지는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는 일본 만화가 미스다 미리의 책이다.

 

아버지의 나이 70. 어느새 삶보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진 나이에 스스로 영정사진을 준비하는 모습과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며 도전하려는 모습을 교차시킨다. 삶과 죽음에 순응하며 살아있는 동안에 스스로의 삶을 꾸준히 가꿔나가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엄마 나이 69세. 여전히 질투심 많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소녀 같은 순수함에 엄마도 사랑을 알고, 그리움을 알고 자식이 늘 함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갈등하는 순박한 마음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히토미에겐 결혼, 인생, 직장이란 이야기들이 변주된다. 자신처럼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들과 만나 꼴불견 직장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발렌타인데이에 서로 초콜릿을 교환하거나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사주거나 결혼에 대한 인생관들의 이야기들로 40대만의 문제들을 세세히 그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고, 어릴적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부모님들에 대한 단상들을 읽으며 오묘한 끌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엔 특별히 강하거나 묵직한 선을 넣지 않았다. 정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 한번쯤 부딪쳐 봤을 순간들의 이야기가 일상의  무뎌진 감정들을 일깨운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 인생, 부모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스라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제목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법정스님의 추모 주기에 맞춰 출간하려던 최인호 작가님의 그리운 마음이 담긴 책이다. 오랫동안 <샘터>에서 연재했던 두 분의 인연으로 <샘터>400회를 맞아 최인호 작가님이 묻고 법정스님이 답하신 대담집을 묶어 펴내게 되었는데 출간 준비중 지병이 악화되어 작고하신 최인호 작가님의 사연과 절묘하게 어울어져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서문에서 최인호 작가님은 자신은 묻고 법정 스님의 대답을 기록 했기에 대담집이라 했지만, 서로 허물없이 나누는 대화속엔 인생의 풍화를 견디며 삶속에서 길어 올린 통찰들이 깊고도 진한 사향처럼 전해진다.

 

 

행복과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족과 인연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나에게 이르는 길은 무엇이며, 참 지식과 죽은 지식은 무엇인가, 고독, 베품과 용서 와 용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총 11개의 화두로 구성되었다.

 

 

모두다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이였지만 특히나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앤디 앤드류는 '미움이란 자기 자신이 독약을 먹고 상대방이 죽기를 기다리는 일이다『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생각을 빌려 행복이란 자신에게 보약을 먹이고 건강한 삶을 기대하는 일이 될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보약이될 행복은 쉬이 오지 않으며 쉬이 찾을 수 없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테니. 그런데 법정 스님은 행복이란 '자기 자신'에게 있다며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신다.

 

 

불일암이란 암자에서 홀로 기거하시는 스님은 새벽마다 찾아온 기침 때문에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새벽마다 찾아오는 기침에 화가났지만, 기침 덕분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차를 한 잔 마시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음을 행복하다 이야기 하셨다. 그러니 모든 행복은 밖에 있는게 아니라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면 행복이되고 불행으로 받아들이면 불행이 된다 이야기 하신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것을 갖고도 만족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이야기처럼 작은것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낄때 비로소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중국 선사 중 한 명인 바보 스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주인공아 주인공아 속지 마라, 속지 마라"라고 외친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인데 대부분 세속적인 것들에 이끌려 조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떤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히 되돌아 보게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탐욕, 편견, 위선,들이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진실로 소중히 지켜야 하는 진아(眞我), 나의 진면목을 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슬러건으로 가족들을 시시때때로 괴롭혀온 나이기에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는 깊은 성찰을 갖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과 고독을 즐길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삶이 무뎌진 사람이기에 인생을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외로움은 스쳐가는 마른 바람과 같은거라서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여러 쾌락적인 환경에 숨어 인생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회피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에게 가장 큰 불안이자 고통이 될 테니. 하지만 고독과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순간 한뼘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상처가 깊던 마음에 연고가 되어 위로를 전해준다.

 

 

 

 현 시대를 진단한 대표적인 이야기로 간디의 '우리를 파괴하는 일곱가지 증상'이 인상적이다. 일하지 않고 얻은 재산, 양심이 결여된 쾌락, 성품이 결여된 지식, 도덕이 결여된 사업,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원칙이 없는 정치, 희생이 없는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터져나오는 끔찍한 사건사고들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이야기들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생각들로 가족간에, 친구간에 타인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들,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생산해내는 기업들로 사회는 더욱 침체되어가고 불합리하며 불안정한 시대 속에 놓여졌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 할때 불변하는 본연의 자세를 잃지 말고 스스로 깨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지성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다독인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말처럼. 스스로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퍼 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는 지성인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길 마음속에 담아 보았다.

 

 

.모든것을 달관하신 법륜스님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소홀히 살았다는 이야기라며 누구나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생명의 현상이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결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그 말씀처럼 스님은 평안하게 열반하셨을까.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셨던 최인호 작가님은 지금쯤 스님을 만나셨을까. 만나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실까. 성찰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못내 더 들려주실 이야기들이 궁금하고 아쉽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나지 못한 시간들도 아쉽다. 지금이라도 한 권씩 찾아 뵈며 방황했던 시간들을 다잡아야 겠다.

 

주님 저에게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 일 수 있는 평온을 주소서.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p169 - 폴그로델의 기도

신념 덕담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저보고 그러시더라구요 " 최선생 이 세상에서 제일 먼 여행이 뭔지 아시오?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이랍니다"p157

참된 지식이란 사랑을 동반한 지혜겠지요. 반면 죽은 지식이란 메마른 이론이며 공허한 사변이고요p135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생각에서 말이 나오고, 말에서 습관이 나오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을 이룬다p88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언하러 오신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원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러 온 것입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행복합니다p22

밤이 되어야 별이 빛나듯이 물질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