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스라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제목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법정스님의 추모 주기에 맞춰 출간하려던 최인호 작가님의 그리운 마음이 담긴 책이다. 오랫동안 <샘터>에서 연재했던 두 분의 인연으로 <샘터>400회를 맞아 최인호 작가님이 묻고 법정스님이 답하신 대담집을 묶어 펴내게 되었는데 출간 준비중 지병이 악화되어 작고하신 최인호 작가님의 사연과 절묘하게 어울어져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서문에서 최인호 작가님은 자신은 묻고 법정 스님의 대답을 기록 했기에 대담집이라 했지만, 서로 허물없이 나누는 대화속엔 인생의 풍화를 견디며 삶속에서 길어 올린 통찰들이 깊고도 진한 사향처럼 전해진다.

 

 

행복과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족과 인연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나에게 이르는 길은 무엇이며, 참 지식과 죽은 지식은 무엇인가, 고독, 베품과 용서 와 용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총 11개의 화두로 구성되었다.

 

 

모두다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이였지만 특히나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앤디 앤드류는 '미움이란 자기 자신이 독약을 먹고 상대방이 죽기를 기다리는 일이다『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생각을 빌려 행복이란 자신에게 보약을 먹이고 건강한 삶을 기대하는 일이 될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보약이될 행복은 쉬이 오지 않으며 쉬이 찾을 수 없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테니. 그런데 법정 스님은 행복이란 '자기 자신'에게 있다며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신다.

 

 

불일암이란 암자에서 홀로 기거하시는 스님은 새벽마다 찾아온 기침 때문에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새벽마다 찾아오는 기침에 화가났지만, 기침 덕분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차를 한 잔 마시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음을 행복하다 이야기 하셨다. 그러니 모든 행복은 밖에 있는게 아니라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면 행복이되고 불행으로 받아들이면 불행이 된다 이야기 하신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것을 갖고도 만족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이야기처럼 작은것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낄때 비로소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중국 선사 중 한 명인 바보 스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주인공아 주인공아 속지 마라, 속지 마라"라고 외친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인데 대부분 세속적인 것들에 이끌려 조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떤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히 되돌아 보게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탐욕, 편견, 위선,들이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진실로 소중히 지켜야 하는 진아(眞我), 나의 진면목을 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슬러건으로 가족들을 시시때때로 괴롭혀온 나이기에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는 깊은 성찰을 갖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과 고독을 즐길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삶이 무뎌진 사람이기에 인생을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외로움은 스쳐가는 마른 바람과 같은거라서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여러 쾌락적인 환경에 숨어 인생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회피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에게 가장 큰 불안이자 고통이 될 테니. 하지만 고독과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순간 한뼘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상처가 깊던 마음에 연고가 되어 위로를 전해준다.

 

 

 

 현 시대를 진단한 대표적인 이야기로 간디의 '우리를 파괴하는 일곱가지 증상'이 인상적이다. 일하지 않고 얻은 재산, 양심이 결여된 쾌락, 성품이 결여된 지식, 도덕이 결여된 사업,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원칙이 없는 정치, 희생이 없는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터져나오는 끔찍한 사건사고들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이야기들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생각들로 가족간에, 친구간에 타인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들,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생산해내는 기업들로 사회는 더욱 침체되어가고 불합리하며 불안정한 시대 속에 놓여졌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 할때 불변하는 본연의 자세를 잃지 말고 스스로 깨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지성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다독인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말처럼. 스스로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퍼 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는 지성인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길 마음속에 담아 보았다.

 

 

.모든것을 달관하신 법륜스님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소홀히 살았다는 이야기라며 누구나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생명의 현상이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결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그 말씀처럼 스님은 평안하게 열반하셨을까.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셨던 최인호 작가님은 지금쯤 스님을 만나셨을까. 만나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실까. 성찰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못내 더 들려주실 이야기들이 궁금하고 아쉽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나지 못한 시간들도 아쉽다. 지금이라도 한 권씩 찾아 뵈며 방황했던 시간들을 다잡아야 겠다.

 

주님 저에게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 일 수 있는 평온을 주소서.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p169 - 폴그로델의 기도

신념 덕담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저보고 그러시더라구요 " 최선생 이 세상에서 제일 먼 여행이 뭔지 아시오?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이랍니다"p157

참된 지식이란 사랑을 동반한 지혜겠지요. 반면 죽은 지식이란 메마른 이론이며 공허한 사변이고요p135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생각에서 말이 나오고, 말에서 습관이 나오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을 이룬다p88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언하러 오신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원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러 온 것입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행복합니다p22

밤이 되어야 별이 빛나듯이 물질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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