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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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절엔 서른이란 나이에 접어들 무렵이면 모두 결혼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서른을 넘겨도 결혼하지 못한 총각 처녀들은  '노'라는 딱지가 붙어 노총각, 노처녀란 타이틀을 가슴에 달고 시시때때로 수덕거리는 가족과 친적들로 부터 갖은 수모를 견뎌야만 했다. 내 시절엔 나도 결혼을 제법 늦게한 셈이라 은근한 걱정과 눈치를 한몸에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부터 서른은 꼬마 수준에 불과했다. 이제 서른을 맞은 사람에게 '노'처녀 '노'총각이란 표현을 쉬이 갖다 붙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거기다 경제 불황까지 겹쳐 캥거루족, 삼포세대, 사포세대니 하는 온갖 신조어로 청춘들을 희롱하고 조롱하는 세상이 되었다. 장성한 자식이지만 경제능력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거나,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천명관 저자의 책 『고령화 가족』을 통해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였다.

 

언젠가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도 이런 사회현상이 낯설지 않다. 사와무라 시로라는 70세를 맞은 아버지와 사와무라 노리에 라는 69세의 엄마 그리고 사와무라 히토미 라는 40세의 딸의 평균 연령 60세. 장성한 자식이 출가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면서 그려지는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는 일본 만화가 미스다 미리의 책이다.

 

아버지의 나이 70. 어느새 삶보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진 나이에 스스로 영정사진을 준비하는 모습과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며 도전하려는 모습을 교차시킨다. 삶과 죽음에 순응하며 살아있는 동안에 스스로의 삶을 꾸준히 가꿔나가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엄마 나이 69세. 여전히 질투심 많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소녀 같은 순수함에 엄마도 사랑을 알고, 그리움을 알고 자식이 늘 함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갈등하는 순박한 마음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히토미에겐 결혼, 인생, 직장이란 이야기들이 변주된다. 자신처럼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들과 만나 꼴불견 직장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발렌타인데이에 서로 초콜릿을 교환하거나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사주거나 결혼에 대한 인생관들의 이야기들로 40대만의 문제들을 세세히 그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고, 어릴적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부모님들에 대한 단상들을 읽으며 오묘한 끌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엔 특별히 강하거나 묵직한 선을 넣지 않았다. 정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 한번쯤 부딪쳐 봤을 순간들의 이야기가 일상의  무뎌진 감정들을 일깨운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 인생, 부모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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