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작에서 다소 복잡한 설정과 미흡하게 보였던 결말이 말끔하게 해소된 느낌이었달까요. 아무래도 정서적인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안나가 천식이 있는 것으로 나왔어요. 천식도 있고 학교 친구들과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워하던 요리코가 친척인 오오이와씨댁으로 안나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영화에서 펼쳐지고 있는 배경은 일본 훗카이도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강가를 배경으로 수채화풍 영상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네요^^


영화의 줄거리를 살짝 언급하자면, 고아로 자란 안나가 자신을 입양한 가정에서 보조금을 받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굳게 닫은 후 외톨이로 지내게 됩니다. 거기에 천식까지 있고요. 의사의 권유로 오오이와씨네 집에서 지내게된 안나는 그곳에서 신비의 소녀 '마니'를 알게되고 마니가 받은 학대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훌쩍 마니가 사라지자 안나는 마니가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 속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던중 사야카를 통해 마니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마니가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강가에서 저택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히사코씨를 통해 마니가 유모들에게 학대받고 부모들에게서 버림받아 외톨이로 살았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서 마니를 좀 더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요리코가 찾아와 안나를 키우며 보조금을 받았던 사실에 용서를 구하고 입양 당시 손에 들고 있었다는 엽서를 전해주게 됩니다. 엽서를 받아든 안나는 그 엽서가 바로 강가의 저택이며 마니가 자신의 외할머니인 사실을 깨닫게 되고 모든 아픔을 정리한 후 요리코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원작에서는 강가의 저택으로 이사온 린제이 부인을 통해 이 모든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다지 뭉클하지 않았는데 영화에서는 이 모든 사실을 엄마인 요리코가 전달하므로서 엄마의 품을 느낄 수 있게했고 또 원작에서는 페그부부의 부족한 모습을 영화에서는 오오이와 부부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씨로 그려져 따스함이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아줌마라고 부르던 요리코를 엄마라고 불러서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요. 이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화면을 다시보는데도 눈물샘이 콸콸~~ 저 정말 나이 먹었나봐요 ㅜ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도움을 받았던 히사코씨에게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며 안나가 '엄마'라고 요리코를 소개하자 히사코씨에게 인사를 하던 요리코가 놀라서 더 깊이 인사를 하며 감동받아 하는 모습은 보고 또 봐도 뭉클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원작과 영화를 함께봤더니 감독님의 탁월한 안목에 감탄하게 되었어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던 원작의 내용을 축소시키고 정서적인 측면에 안정감을 주면서 이끌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을 더이상 만날 수 없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수채화풍의 멋진 영상미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도 또 지브리스튜디오만의 디테일한 표현을 (낡은 건물들)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아쉬워서 당분간 <추억의 마니>에 빠져 지내게될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