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처럼. - P7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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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24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 할 텐데, 이 책이 나오고 열해가 넘었더군요 지난해가 열해째였어요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다니... 더워도 시간은 가고 팔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모나리자 님 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5-08-26 21:58   좋아요 0 | URL
소설은 써 두면 언젠가 평가를 받게 되는군요. 시간은 정말 빠르죠.
오늘 비가 내리더니 저녁 온도가 달라진 것 같아요.
희선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래요.^^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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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에픽테토스가 남긴 지혜의 말씀을 읽었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그의 강의와 대화를 엮어 대신 집필한 것이다. 원제는 엥케이리디온(Enchiridion)이며, ‘손에 들고 다닐 만한 작은 것이라는 뜻으로 에픽테토스 철학의 정수만을 담은 요약집이다. 노예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당대 최고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로 알려진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이후 자유인으로 해방되었다. 그 후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93년경 도미티아누스가 철학자 추방령을 내리자 니코폴리스로 건너가 학교를 세우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철학을 가르쳤다. 에픽테토스의 철학 사상은 몽테뉴, 데카르트, 애덤 스미스, 칸트에게 삶의 지침을 준 불멸의 고전이며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본문에는 53가지 철학적 지혜가 담겨 있다. 원문에는 제목이 없었는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부에서 추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얘기가 주옥같은 얘기지만 그중 몇 가지 문장을 소개해 보겠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라

 

세상에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충동과 욕망과 혐오는 자아에 속한 것이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만, 질병과 부와 명예는 자아에 속한 것이 아니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P25)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일일이 마음 쓰며 살 수 없다. 코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기도 바쁜 일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충동, 욕망, 혐오는 우리 마음속에서 들끓는 흔한 감정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반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외부의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것은 껍데기일 뿐, 보이는 것이 실체가 아니야.”(P27)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자신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보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멈춰야 한다는 얘기다.

 



당신을 화나게 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다

 

우리가 모욕을 느끼는 것은 누군가의 욕설이나 폭력이 아니라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 때문이다.’(P62)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위의 문장을 보면 다른 건 문제가 아니고 오로지 우리의 마음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전에 마음공부를 하면서 반야심경 강의를 들은 적 있다. 마음은 실체가 없는데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며 괴로워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기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과연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상대의 모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닌데 그걸 받아들여서 나를 괴롭히는 모습이라니. 이처럼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라고 핑계 대기 바쁘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하여 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괴로워하지 말라

 

저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명예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살게 되겠지요.”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 괴로워하지 마라. 명예가 없는 것이 악이라면 타인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P69)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부자로 살고 싶고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고 명예로운 위치에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노력해서 원하는 위치에 오른다면 좋겠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가지려고 한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작은 성취를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당신이 자신을 칭찬하고 인정해 주면 된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력을 얻을 것이다.

 



결코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지금이다

 

최선의 것을 당신만의 규칙으로 삼으라. 결코 위반해서는 안 된다. 고통과 쾌락이, 혹은 영광과 치욕이 당신 앞에 드리워져 있는 이 삶 자체가 전투 중인 전쟁터이다. 결코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지금이다. 올림픽 경기를 앞둔 선수처럼 당신의 성공과 실패가 단 하루, 단 하나의 행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라.‘(P134)

 



성공과 실패가 단 하루, 단 하나의 행위에 달려 있다는 말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참으로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런 긴장감이나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차일피일 미루기 마련이다. 오늘만 날이냐 내일이 또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선의 것을 찾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 그런 적극적인 행동만이 원하는 나로 바꾸어 줄 것이다.

 



왜 지금 에픽테토스를 읽어야 할까. 오늘의 현대인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피로한 사회를 살고 있다. 성공한 인생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가운데 타인의 눈치를 보며 휘둘리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먼 데서 찾으려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진리는 평범함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에픽테토스는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스토아 철학을 삶의 원리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남에게 휘둘리는 인생은 진짜 인생이 아니다. 내가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나아갈 때 진정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스토아주의의 이론과 실천이 함께 제시된 이 핸디북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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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8-15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내용이 엄청 많네요.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모나리자 2025-08-15 18:02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에픽테토스는 차신의 철학을 삶의 원리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에 맞게 지혜의 말씀을 썼기에 확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겠지요.^^

희선 2025-08-16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픽테토스가 좋은 말을 많이 했군요 그런 걸 생각하고 에픽테토스는 그대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일을 더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기도 하는군요 그게 괴로운 일일 텐데... 결국 자신을 괴롭게 하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네요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군요 자신과 잘 지내야 할 텐데 싶습니다

모나리자 님 어느새 주말이에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모나리자 2025-08-21 16:50   좋아요 0 | URL
네 에픽테토스는 그랬겠지요. 보통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많이 힘들게 하는군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군요. 그래서 좋은 지혜의 말씀을 들으면 좋은 쪽으로
변화가 오는 거지요.

연일 더운 날씨네요. 마음만은 시원하게 보내세요. 희선님.^^
 

삶은 예술의 한 형태다. 각자의 삶은 독특한 예술 작품이 - P77

고 그 작품을 창조한 사람은 개인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가치, 열정, 의미를 바탕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 P78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 P78

타인은 나의 고통에는 관심을 두지않으며, 나 역시 타인의 고통에는 겉으로만 연민할 뿐, 실은온 마음을 다해 그를 측은하게 여길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저 홀로 강해져야 할 뿐, 나의 고통은 내 몫으로 온전히 주어진 것이니 묵묵하게 이겨내야만 할 뿐이다. - P82

가치 없는 불평불만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바엔, 그 분노와 열정의 방향을나의 내면으로 전환시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나를 채찍질하자.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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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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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이라는 엔도 슈사쿠를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슈사쿠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며 그의 첫 작품 침묵을 능가하는 엔도 문학의 집대성이자 최고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슈사쿠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사후에는 그의 유언대로 이 두 작품은 관 속에 넣어졌다.

 


선과 악이 혼재한 인간의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신의 모습을 그린 역작!’

 


소설은 크게 13장으로 되어있는데 주된 내용은 이소베, 미쓰코, 누마다, 기구치 네 사람이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나 각자의 사연과 어우러지며 스토리는 무르익는다. 이소베는 말기 암을 선고받은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다. 이소베의 아내는 세상 어딘가에 다시 태어날 테니 자기를 꼭 다시 찾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아내와 살면서 거의 일밖에 모르는 무뚝뚝한 남편이었다. 아내가 죽기 전에 쓴 일기나 유품들, 이소베에게 일상생활을 알려주는 메모를 발견하고 점점 아내가 없는 현실을 실감한다. 이소베는 왜 인도 여행을 갔을까. 환생하는 아내를 만날 수 있을까.

 



나루세 미쓰코는 대학에서 불문과를 다니던 시절 친구들에게 모이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강의 텍스트였던 쥘리앵 그린의 소설 모이라(Moira)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모이라는 자기 집에 하숙한 청교도 학생 조지프를 장난삼아 유혹한 아가씨다. 여기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펼쳐진다. 촌스럽고 수동적인 성격의 오쓰라는 철학과 학생이 있는데 후배들은 그를 한번 구워삶아 보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개방적이고 활달한 미쓰코에겐 오쓰가 너무 촌스럽고 답답하기만 했다. 미쓰코는 순진한 오쓰를 장난으로 유혹하다 차버렸고 그 일은 미쓰코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게 된다. 그 오쓰가 신부가 되어 인도의 수도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미쓰코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누마다는 동화작가다. 그는 유년시절을 일본의 식민지였던 만주의 다롄에서 보냈다. 부모님의 불화에 괴로워했고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는데 그때부터 누마다는 검둥이나 새한테 비밀을 털어놓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구관조를 키우게 되었는데 투병 생활 중 수술을 하고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구관조는 죽어 있었다. 혹시 내 몸을 대신해 준 건가 누마다는 생각하며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개와 새 등 살아있는 존재들이 얼마나 지탱해 주었는가를 느끼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5장 기구치의 이야기는 태평양 전쟁 때 미얀마 정글에서 겪은 전우 쓰카다와의 처참했던 죽음의 기억을 떠올린다. 알콜 중독자인 쓰카다가 기구치에게 취직을 부탁하자 당시 죽어가는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갚는다 생각하고 지인에게 소개한다. 쓰카다는 도쿄로 올라와 일자리를 얻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한다. 어쩌다 알콜 중독자가 되었을까. 미얀마 정글에서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게 된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았다는 것을 기구치도 뒤늦게 알게 된다. 도마뱀 고기인 줄 알고 먹었지만 인육이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고 훗날 그 죽은 동료의 아내와 아들과 눈을 마주친 이후 술을 마시지 않고는 하루하루를 버틸 수 없었다고 오열을 한다.

 



이처럼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저마다 고통스러운 사연을 품은 채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렀고 인도 여행을 왔다. 온갖 악취가 풍기는 거리와 깡마른 잿빛 소들이 걸어 다니는 거리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를 만나는 등 맨살 그대로의 인도를 경험한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가난한 사람이든 귀족이든 할 것 없이 누구나 갠지스강 물에 몸을 담그고 죄를 씻는다. 그리고 그 시신의 재를 강에 흘려보내면 윤회로부터 해방된다고 믿는다. 기구치는 이 광경을 보며 미얀마의 죽음의 거리를 떠올린다. 한편 이소베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주 아내를 떠올렸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생활이나 보잘것없는 광경이었다. 흔해 빠진 무미건조한 대화였지만 이소베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시크교도와 힌두교도가 다투다가 격화되어 수상이 살해당하고 복잡한 국면으로 치닫지만 관심이 없다. 오직 아내에 대한 추억이 가치 있게 생각되었고 무관심했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사무쳤다.

 



네 명의 인물 중 가장 의아하게 생각된 사람은 미쓰코였다. 가난도 겪지 않았고 당당한 자신감 그 자체로 보였던 미쓰코는 삶에는 좀 회의적인 태도가 보였다. 공감 능력도 별로 없어 보였다. 기구치가 전우 쓰카다가 동료의 인육을 먹고 평생 고통스러워했다는 이야기나 임종 때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미쓰코는 별로 동요되지 않는다. 미쓰코는 오쓰가 카톨릭 신자가 되어 종교에 귀의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도만이 아니라 이란 이라크의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신이 살아있다 한들 이런 증오의 세계를 해결하지 못하니 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싶었을까. 하지만 카톨릭 신자인 오쓰가 갠지스강의 화장터로 시신을 나르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렴풋이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엔도 슈사쿠의 이 작품은 일흔의 나이에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써낸 작품이라고 한다. 그때의 개인적인 체험이나 전기적 사실들을 이소베, 미쓰코, 누마다, 기구치, 오쓰라는 등장 인물에게 자신의 분신처럼 그려놓았다. 만주 다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 투병 생활을 하던 당시 구관조의 죽음, 테레즈 데케이루에 대한 심취와 랑드 지방 여행은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의 경험이다. 종교적 색채가 많이 묻어나는 작품이지만 그의 열린 종교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오쓰가 좋아했다는 이 말에서 엔도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P290)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엔도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제각기 고통의 시절을 보냈던 등장인물들은 치유의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선과 악이 혼재하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며 인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나누고 위로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데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미쓰코의 닫혔던 마음이 바뀌는 걸 보면서 신이란 권위적인 절대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미처 깨닫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주제를 인도의 갠지스강을 모성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그 속에 녹여낸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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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14 0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종교가 있지만 끝은 거의 같을 텐데, 종교가 다르다고 싸우기도 하는군요 종교도 사람이 만들어 낸 거기도 한데... 신이 있다 믿는 사람한테는 있는 거고 없다고 여기는 사람한테는 없는 거겠지요 종교가 없다 해도 무언가 자신이 믿는 게 있기도 하겠습니다 그것 또한 끝은 같을지도... 사람 마음엔 하나만 있지 않겠지요 선과 악이 다 있고 악보다 선하게 살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악에 물들 때도 있겠지만...


희선

모나리자 2025-08-15 17:54   좋아요 1 | URL
종교가 있는 이유는 서로 싸우라고 있는 건 아닐 텐데 지구상에서는 끊임없이 종교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군요. 내 종교는 옳고 상대방의 종교는 옳지 않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똘똘 뭉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정치도 다르지 않군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
인 것 같아요.

무더위가 아직 한참 남았나 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님.^^

페크pek0501 2025-08-14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나셨군요. 좋은 일이죠. 애정하는 책이 생긴다는 것에 기쁨을 느껴요. 가끔 완독한 뒤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모나리자 2025-08-15 17:57   좋아요 0 | URL
네 처음 읽는 작가의 작품인데 인간의 내면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네요.
이 작가의 책 <사무라이>도 사 두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어요. 꽤 두꺼운 책이라 더위가
좀 가시면 시작할 것 같네요.
건강하게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페크님.^^
 

 단순히 책장만 넘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게읽은 책은 100권이 있어도 무의미하다. 그저 양만 늘어나고 - P34

책을 읽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책장을 넘기는 것은 행위일 뿐이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대답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의 소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성찰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습득한 지식을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충분한 사유가 필요하다. - P35

우울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인간은 자신의삶을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울함과 어려움을 통해 인간은 더 강해지고 자아를 발견하며,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우울함에 빠지거나 자신을 포기하기보단,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삶을 즐기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까. - P45

왜 그렇게까지 관계에 집착하는 걸까? 단순하다. 그저 영혼이 고독해서 그렇다. 그리고 그 고독의 원인은 자신의 안에 다른 것은 다 있어도 정작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내가 충만하지 않으니 나를 닮은 다른 사람들을 무리해서라도 주변에 끌어들여 함께하려고 하는 것이다.  - P51

그러므로 진정으로 위태롭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선, 친구를 원하기 전에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안에•나를 충만하게 채워둔 후에 사람을 만나는 게 옳은 순서다.
그런 상태에서 맺는 관계야말로 비로소 과하지도 덜하지도않은 건강한 모양을 갖출 것이다. - P52

남을 비난할수록 내가 미운 사람이 되는 역설이 있다. 내생각대로라면 분명 그 사람이 징벌을 받고 내가 비난이라는징벌을 내렸으니, 나는 분명 사람들로부터 칭찬받고 존경가득한 시선을 받아야 할 텐데, 생각과는 반대로 나마저도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P57

시작하는 일의 천재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넓은 사랑을 갖고 맞서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 됐든, 그것을 사랑하고자 하면 마음속에서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랑은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기에, 새로움으로부터 오는 주저함과 두려움을 자연스레 이겨내게 되는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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