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기쁨의 발견 -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마지막 깨달음
달라이 라마 외 지음, 이민영 외 옮김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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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오래 전 어릴 적 부터였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모습을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서 본 것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에, 티베트의 망명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겨우 두 살 때 달라이 라마의 현신으로 발견되어 부모님과 헤어져 일반인과 다른 영역에서 성장하였음을 알았다.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평등, 정의, 평화, 인종의 화해를 위해 일생을 바친 정신적 지도자다. 공동저자인 더글러스 에이브람스는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사에서 종교 분야 편집자로 9년간 일하기도 했으며, 데스몬드 투투의 공동 저자, 편집자로 10년 이상 함께 협력해왔다.


 달라이 라마가 80번째 생일을 맞아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와 만나 대화를 나눈 일주일간의 통찰과 기록이다. 단 3일 동안 받은 질문이 무려 천 개가 넘었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가’였다고 한다. 이를 볼 때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와 생활 속에서 살아가지만, 많은 사람들의 고민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대주교는 자신이 결코 성인이라고 내세운 적이 없었고,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단순한 수도승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70억 인류 가운데 하나일 뿐’ 이라고. 위대한 두 성인의 겸손함에 놀란다. ‘달라이 라마와 대주교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억압한다 해도 그에 대한 답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갈 수 없다’(들어가며(더글러스 에이브람스)p20)고 했다.


 이 두 성인의 만남은 대주교의 친구의 장례식과 두 사람의 건강과 국제 정세로 인해 두 번이나 재조정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이루어진 만남이기에 어쩌면 두 사람이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다. 더구나 종교를 초월한 만남이어서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귀한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다.

"행복의 궁극적인 원천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돈도, 권력도, 지위도 아닙니다.”(p27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는 “슬프게도 우리는 기쁨과 행복을 갉아먹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p27)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재앙에서 오는 고통은 충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두 성인은 유머와 농담 섞인 대화로 웃음을 선사 해준다. 친밀감과 진한 우정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대주교의 세상을 뜬 절친한 친구의 이야기다.

“그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당신이나 저보다 키도 훨씬 컸어요. 그가 들어간 관도 정말 거대하더군요.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나저나 저는 천국에 갈 텐데, 당신은 어디로 갈까요?”(p187) 라는 대주교의 물음에, "아마도 지옥이겠죠.”라는 달라이 라마의 대답이다. 하지만 고통의 이야기를 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인정과 연민’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내면의 가치’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해졌지만, 일상이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다. 그것은 외부에 치중하고 물질주의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너의 고국이고, 사랑을 받는 곳이라면 그곳이 너의 집이다.‘(p55)는 말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에 오랜 망명생활에도 불구하고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가지 관점으로만 보면 나쁘고 슬프게만 생각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진심으로 배려’(p80)하면 신뢰를 얻게 되고 그럼으로써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혼자서 살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사랑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고 한다. 생후 몇 주 동안 충분히 안아주는 것이 아기의 두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p94) 이것은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닌 생물학자 고(故) 로버트 리빙스턴(Robert Livingston) 이야기다. 히틀러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 클라라 히틀러는 아주 헌신적이었는데, 그에 반해 아버지는 폭력적이었다고 한다.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낳고, 좌절로 이어져 분노로 발달하고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고.


 달라이 라마와 대주교의 주장은 고통을 줄이는 비결이 바로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했고, 달라이 라마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지나친 기대나 야망에서 옵니다.”(p119)라고 말했다. 대주교는 종교 지도자에게 기도와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경제활동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기도와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열린 의학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의 학회에 참석한 일화는 흥미롭다.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일인칭 표현을 쓰는 사람들, 즉 ‘나는, 내가, 나를, 내 것은, 나의’ 하고 계속 말하는 사람들에게 심장마비가 올 위험이 훨씬 높다고 한다.(p155) 이는 자기 자신을 타인들과 분리하지 말고, ‘우리’에 염두를 두며, 타인을 인정하고 연민을 가져야 결코 외롭지 않다는 말과 상통한다.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분’(p191)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최대 수명을 백 년 정도로 생각하더라도, 삶은 짧은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온 ‘손님이며 잠시 머무르는 방문객’이니 다른 이들을 위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현명하게 보내야 한다고 달라이 라마는 이야기 하고 있다.

외국어 한 가지를 배우면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건 외국어뿐만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몰랐던 분야의 인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그가 속한 나라와 그 배경을 알게 된다. 그가 겪은 일을 알게 되면서 거기에 연결된 역사적인 사실도 알게 된다. 이 또한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사고의 폭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국을 잃고 56년이 넘는 망명 생활, 인종차별과 억압, 건강상의 문제,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커다란 고통을 맛보았던 두 성인이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며 고통을 준 이를 용서하는 아량을 베풀었음에 있음을 알았다. 이제 정규 교육이 보편화되었으니, 제도권 교육에 연민과 기본적인 윤리에 대한 가르침을 넣어야 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씀은 요즘같이 점점 메말라가는 시대에 깊은 공감을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많은 고귀한 말씀을 리뷰에 모두 언급할 수 없음이 아깝다. 삶에서 고통에 부딪히거나, 스트레스, 불안, 분노 등이 고개를 불쑥 쳐들 때 마다 우리에게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매일 눈을 뜰 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살아 있어서 행운이다. 나는 소중한 삶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요.”(p278)-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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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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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사노 요코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생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염소의 이사』를 펴내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주요 그림책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의 우산』 『내 모자』 등이 있고,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시즈코 상』 등의 수필을 썼다. 『내 모자』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수필집『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받았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활자를 좋아했을 것이라는 저자는 굉장한 독서가였다. 그 당시 화장실 휴지는 신문을 재생하여 만들었는데, 거기서 희미한 활자를 발견하고 읽는 기쁨을 느낄 정도였다. 이미 중학교 때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고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다고 한다. 소세키의 책을 읽을 때는 독서대 앞에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앉아서 읽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모르는 게 많다고.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여 교양이 쌓이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너무 어려서 읽은 책은 이해하기도 힘들어서 시간낭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다 맞는 말이겠는가. 어릴 적부터 읽은 내공으로 끊임없이 독서할 수 있는 힘이 생겼겠지. 별다른 취미가 없고 너무 게을러서 운동이나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책만 읽었다고 했다. 어릴 적에는 동생을 업고, 결혼해서는 아이를 업고, 요리할 때도, 전철에서도. 그저 학생들이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며 하듯이 자신의 책읽기도 습관화된 배경음악 같은 것이었다고 토로한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에서 만남은 쉽지만, 관계 청산에는 10년의 세월을 허비했다는 그녀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이 보인다. 항상 허약했던 오빠의 이른 죽음이 엄마와의 관계를 힘들게 했을까. 그 엄마가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의 해제에서 그나마 애증이 풀어졌다는 대목을 보면 참으로 큰 아픔이었겠다.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너무 깊어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몹쓸 엄마였다는 고백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공감한다. 자녀는 자녀 나름대로의 생각과 뜻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순간 관계는 어긋날 수도 있으니.


 이런 일화도 있었다. 얼마 전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을 읽었었다. 그녀는 그 저자 가와이 하야오와 오타루 시의 카바레 ‘현대’에 갔던 이야기를 해 준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카바레’인 이곳은 60세가 넘은 호스티스, 춤추는 할아버지들, 밴드 멤버도 모두 노인이었다.

그것을 보고 ‘마음’ 전문가 가와이 하야오는 그저 아이처럼 놀라기만 했다. 어설픈 인텔리처럼 아는 척하거나 하찮게 여기지 않는 그의 넓고 깊은 인격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무엇에든 놀라는’ 것은 ‘젊음’의 유지에 필요한 것이라 한다. 별로 놀랄만한 일이나, 즐거운 일이 없다고 의기소침해 하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후회는 남을 테니까. 이 책 <문제가 있습니다> 처럼 문제가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문제 있는 삶을 살아간다. 어쨌든 우리의 삶이 한정돼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선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삶에 따를 일이다.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본문 중에서-


 그렇다고 모두 빈둥빈둥 느긋하게 살 수는 없다. 바쁜 가운데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의 일상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조금은 만족스런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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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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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소설로 동시에 등단한, ‘천재’라는 칭찬을 들은 소설가 김연수는 80년대 초 학교에서 백일장에 나갔으나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하고 ‘나에겐 글쓰기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계속 자책하며 살았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에 다니면서 소설이 아닌 글쓰기는 직업상 계속하게 되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글쓰기를 8년 동안의 실험으로 몇 권의 책이 출판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면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란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지난 팔 년 사이에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사람이 되어갔다는 점이라고 한다. 소설가로서보다 인간으로서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됐다고. 그것은 전적으로 매일의 글쓰기 덕분이라고.



 ‘날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자신을 비난하는 일을 그만두고 가장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일을 매일 연습한 셈이니까.’ ‘그 연습의 결과, 나에 대해 나의 꿈에 대해, 나의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던 습관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날마다 읽은 소설 중 49편을 골라 글쓰기의 기쁨과 어려움, 문득 돌아본 나날의 기억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생에 비추어 들려주는 작가의 추억과 인생 이야기를 해 주는 산문집이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자신에게 말하고, 그건 생각으로 들리고 눈으로 읽힌다. 날마다 우리가 쓰는 글은 곧 우리가 듣는 말이며 우리가 읽는 책이며 우리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쓰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읽으며,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잔인한 고통의 말을 쓰고, 듣고, 읽고 생각하겠다고 결정하지 말기를.’


 ‘……뭔가 선택해야만 한다면, 미래를 선택하기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 뒤에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말들을 쓰고, 듣고, 읽고, 생각할 수 있기를. 그러므로 날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재능이란 지치지 않고 날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게 아닐까? 평생 그런 재능을 발휘하고 산다면, 우리는 그를 천재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므로 쓰라.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작가로서 쓰지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라. 비난하고 좌절하기 위해서 쓰지 말고,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라. 고통 없이, 중단 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계 안에서 지금 당장, 원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



 작가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응원과 위로가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읽는 것을 넘어 자신의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감히 어떻게’ 라는 생각의 장벽에 부딪혀 생각을 중단하곤 한다. 작가처럼 8년간 글쓰기를 계속하는 사람도 드물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놓는다. 문제는 항상 미련으로 남아서 괴롭힌다. 작가도 천재는 아니었는데 노력으로 재능을 키운 것이라고 했다. 완전히 믿고 싶지만, 겸손의 말도 들어 있겠지. 이제 작가의 말처럼 자꾸 자신을 부정으로 몰아가지 말고 긍정으로 무장하고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하여 읽고 써 보자. 꼭 작가가 목표가 아닌, 다른 분야의 꿈을 갖고 있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참으로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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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5 - 두 명의 왕비 조선왕조실톡 5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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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의 역사속의 정치 이야기와 만화의 만남이다. 이 책은 제 5권으로 '현숙경패밀리'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정치란 그리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이권이 개입된 권력 다툼의 지루한 양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이 책은 역사에 좀 흥미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생활필수품인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의 대화창을 도입한 만화라서 친근하고 누구라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 지은이 무적핑크는 서울대 미대 디자인과에 재학 중이다. 2009년~2014년에 걸쳐 <실질객관동화>, <실질객관영화>, <경운기를 탄 왕자님>을 네이버 웹툰에 연재했다. <조선왕조실톡>은 2014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려 독자들의 큰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아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고 있다. 아직 학생임에도 이렇게 참신한 발상의 책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게 생각된다. 내용과 형식에서 탁월한 역사 콘텐츠로 인정받아 책, 드라마,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로 확대 개발 중이라 한다.

 

 

 

 

<실록 돋보기>코너에서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자세히 해설하고 있다.

 

 

 

 

<실록에 기록된 것>코너에서는 당시 실록에 기록된 사실을 항목별로 나열하고 있다.

 

 

'톡'하는 대화창을 살린 만화 부분이다. 

 

 

 1부 현종편에서는 예송논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조의 둘째 아들 17대 왕 효종이 죽은 후 ‘옷 입는 방법’ 때문에 생긴 논쟁이다. 효종이 적장자라면 자의대비는 3년 동안 상복을 입어야 하는데, 서자나 둘째 이하 아들의 경우에는 1년 동안 입어야 했다. 역대 왕들을 살펴보면 세종대왕은 셋째 아들, 세조는 둘 말할 것도 없고, 성종은 예종의 둘째 조카였다. 선조도 셋째였고 광해군도 둘째였다. 이렇게 볼 때 정치적인 배경이 이유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1년을 주장하는 서인 세력과 송시열에 패한 윤선도는 20여 년을 유배생활을 하게 되고, 그의 편을 든 권시 등 관료들도 탄핵 당한다. 그 후 현종의 어머니 인선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다시 상복 문제로 2차 예송논쟁이 벌어진다.

 

 2부 숙종편에서는 왕들이 기거했던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에 대한 이야기와 궁녀 출신으로 왕비에 등극한 장희빈의 이야기가 나온다. 숙종은 장희빈에게 빠져 조광지처인 인현왕후를 폐비에 처한다. 식량마저 주지 않았다 하니, 참으로 매정한 사람이었다. 이 황당한 처사에 서인 남인 모두가 숙종을 말렸지만, 불같은 성미를 막지는 못한다. 꽤 다혈질에 성미도 고약했던 모양이다. 남인들과 권세를 누린 장희빈은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고, 훗날 숙종은 쫓아낼 때처럼 신속하게 다시 인현왕후를 중전으로 되돌린다.

 

 3부 경종과 연잉군편에서는 신데렐라 같은 삶을 살았던 장희빈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대목이 나온다. 5년 만에 인현왕후는 다시 중전으로 복귀하고.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은 참 비극적인 삶을 산 인물이다.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숙종은 세자에게 “장희빈이 낳은 자식이라 그렇다” 라는 폭언까지 퍼붓는 등 사랑을 받지 못했다. 신변에도 언어장애, 주의력결핍, 분노발작, 성기능 장애, 요실금, 경미한 지적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두 왕비를 두었지만 자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리하여 후계자는 동생인 연잉군에게 넘어간다. 왕가의 대를 잇지 못하는 굴욕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역사속의 이야기를 엿보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한 편 옛 사람들의 삶을 보면 측은하기도 하다. 더욱이 평범한 사람보다는 왕가에서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살아온 삶은 더욱 더. 지루하고 어려운 역사에 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나이어린 학생들도 볼 수 있을 만큼 새롭고 흥미로운 구성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며, 25대 임금이 다스린 472년 동안의 방대한 기록이다. 이렇게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성공적으로 출간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 가지 좀 아쉬운 것은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가 많다. 물론 재미를 위한 설정임을 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제대로 된 어휘를 배울 수 있도록 바른 표기가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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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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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음악과 삶을 시인 박시하의 작품으로 조명해 보는 알마 출판사의 산문집이다.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검반을 상징하는 것처럼 책 속의 삽화도 흑과 백으로 표현되어 있다. 음악가를 다룬 책을 읽고 쓰는 리뷰인 만큼 유투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로 쇼팽의 여러 곡들을 들으면서 쓰고 있다. 에튀드, 마주르카, ‘영웅’이라는 이름이 붙은 폴로네즈 6번, 녹턴, 협주곡 1번 발라드 등. 얼마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인지. 아련하게 떠오르는 귀에 익은 반가움. 클래식 음악은 평소에 자신이 의식하지 않으면 잘 듣게 되지는 않는다. 어떤 계기가 되었을 때 듣게 되는 특별함 같은 의미가 부여되기에.


 잘 알다시피 쇼팽은 예민하고 수줍고 섬세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도 했다. 건강면에서도 평생 기침, 각혈에 시달렸다. 사랑하는 여동생 에밀리아를 폐결핵으로 잃은 것을 시작으로 인생에 커다란 상실을 경험한다. 연인이었던 콘스탄치아, 마리아 보진스카, 조르주 상드와도 사랑의 좌절을 겪는다. 그 중 조르주 상드는 쇼팽을 아들처럼 생각할 정도의 모성과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보는 생활이 10여 년 이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파국을 맞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건강은 더욱 악화되어 짧은 인생 39세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조국 폴란드도 러시아에 함락되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평생을 고국을 향한 그리움에 젖어 살았다. 음악을 들으면 그 명성에 걸맞게 시적이다. 감미롭고 우아하다. 때로는 밝으면서도 그 속에서 섬세한 슬픔이 느껴진다. 병약한 인생, 사랑의 끈으로 이어지지 못한 인생에 대한 애잔함인가. 그의 심장은 고국의 바르샤바 성십자가 교회에 묻혔으며, 그의 몸은 파리의 페르 라세즈 묘지에 안장되었다.


“쇼팽은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한다. 그가 딱 잘라 말하는 일은 거의 없다.”(p19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

위의 문장은 쇼팽과 그의 음악의 이미지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불우한 삶에서 한시도 놓지 않았던 음악. 그 위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의 숨결과 고뇌를 느낀다. 음악에서만은 불우하지 않았다. 수많은 명곡 속에 그의 사랑, 기다림, 이별에 대한 고통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의 음악에 매료된 것은 아니라는 저자는 조금씩 알게 될수록, 쇼팽을 들을수록 그의 음악이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읽는 동안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픔, 어둠, 슬픔, 고통, 우울, 밤 등. 모든 것이 회색빛이었다. 시인인 저자가 감상에 너무 도취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쇼팽을 다룬 책을 읽은 덕분에 그의 음악은 전보다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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