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 빈센트 반 고흐 전기, 혹은 그를 찾는 여행의 기록
프레데릭 파작 지음, 김병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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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고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가난한 삶의 고통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주로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글이었는데, 살아있는 고흐가 느껴져 감동적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간절한 마음에 이 책과 만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의 삶의 일부만 알 수 있는 편지글과 달리, 온전히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기회라서 기대가 컸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화가인 프레데릭 파작의 고흐에 대한 전기이며 프랑스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우선 책 속에는 그림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림으로 예술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여유와 더불어 고흐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어릴 적 빈센트는 어떤 아이였을까.

‘말을 잘 듣지 않는 자손심이 강한 아이’였다. 역시 예술가의 자질이 보인다. 화를 내어도 눈에 띄게 크게 터뜨렸고 외로운 아이였다. 틈만 나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히스가 무성한 들판이나 시냇가에서 풍뎅이를 잡기도 하는 등 자연에서 큰 위안을 삼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기를 바랐고, 데생과 수채화를 가르쳤다. 딸들은 피아노를 배우며, 온 가족이 손에 악보를 들고 노래를 했다. 화목한 가정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은 딱 여기까지였다. 부모님은 열한 살 빈센트를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느 기숙학교의 건물 계단에 내려놓고 가버린다. 비 내리는 날 그 도로를 따라 멀어져가던 부모님의 뒷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된다. 물웅덩이에 비친 자동차의 노란 빛. 회한의 색깔이 되었다. 기숙학교 이전은 천진함과 헌신적인 어머니와 주의 깊은 아버지의 애정, 가족의 따뜻한 화목이었다면, 기숙학교 이후는 온통 ‘고독’이었다.


 빈센트 특유의 남과 어울리지 못하는 우울한 성격은 학교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결국은 열다섯 살에 학교를 완전히 떠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빈센트는 무신론자임을 선언하면서 가족과 갈등이 시작된다. 뭔가 일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어떤 일이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화랑을 운영하는 그의 삼촌의 힘을 빌려 구필 화랑 헤이그 지점으로 보낸다. 판매원으로서 훌륭한 실적을 보이며 잘 적응하는 듯 보인다. 그러는 동안 그림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그러던 중 런던 지점으로 전근을 통보받고, 군복무 문제 등(병역의무는 대체복무로 해방된다.) 이 나오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된다. 런던을 떠나 파리로 파견되고, 갑자기 프랑스인 목사 미망인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내가 돼 달라고 간청을 하지만, 거절을 당하고 굴욕감에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때 통찰력 있는 테오는 데생 화가나 화가가 되라고 형을 격려한다. 하지만, 목사가 되겠다고 한다. 성직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경멸하면서도. 기숙학교에 격리된 트라우마로 인해 ‘사랑’을 받고 싶다는 애착이 자리한 것일까. 수습 선교사 자리를 얻지만 신경질적인 태도, 화술부족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다시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시작했지만, 결국은 열다섯 달 만에 부모님 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내 인생 최악의 시기였다”(P50)고 말 한다.


 끊임없이 ‘실패자’라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던 빈센트는 아브라함 피터르선 목사와의 만남으로 그의 삶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끈기를 갖고 계속 그림을 그리라고 빈센트를 격려한다. 비로소 예술가의 소명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빈센트는 자신을 학대한다. 소나기에도 쏟아지는 눈 속에서도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채 때에 전 시커먼 얼굴로 황야를 돌아다닌다. 먹거리는 빵껍질에 얼어터진 사과만 허용한다. 모두 미치광이 취급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아마도 자신의 열정을 실험해 본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이 절대 고독으로 이어지고, 성격으로 형성된 것은 아닐까. 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으니, 돈이 없고 굶주림과 노숙 끊임없이 떠도는 생활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미 가족에게 그는 “도무지 감당 안 되는 수상쩍은 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의 예술적 야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 부모님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자 퀴엠으로 도망친다. 그림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발산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울분이 그의 온 몸을 타고 흘렀다. 그 광기어린 표정이나 모습을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말할 때 흔히 ‘광기’를 떠올리지만, 그 이전에 자연에 가까운 순수함이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으며, 항상 초조했다. 갚아야 할 부채와 완수해야 할 과업을 고민했다. 어떤 학파의 환심이나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솔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가난하고 추한 노동자, 농부 등이 주인공인 회색빛이던 그림은 나중에 강렬한 원색으로 바뀐다. 그 추함을 ‘소름끼치게’ 잘 그려냈다고. 자청해서 요양원에 구금되기도 하고 남프랑스에서 북프랑스로 옮겨 다니는 등 여전히 불안하고 분주하다. 화가들과 교류를 통해 잠시나마 활력을 찾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의 그림에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도 생기지만, 팔리지는 않는다.


 빈센트에게 참으로 다행인 것은 그를 믿어주고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테오가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불평불만과 짜증을 다 받아준 테오. 그들의 형제애가 아름답다. 어쩌면 부모노릇을 온전히 해낸 동생이 아닐까. 물론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에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반면 그의 어머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신이 가진 약간의 재능으로 데생이나 수채화를 가르쳐 준 사람인데, 장남이 그림과 광기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두고두고 후회했을까.


 살아생전에 딱 한 점 팔렸다고 한다. 한 여인이 구입한 <붉은 포도밭>. 평생 가난했고, 사랑을 갈구했으며, 그러나 항상 고독했던 빈센트는 테오와 나란히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누워있다. 빈센트의 열정과 테오의 희생이 빚어낸 혜택으로 우리의 눈앞에 그의 그림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열정은 많이 부족하다. 광기로 점철된 삶이라고 하지만, 더 속 깊은 빈센트의 내면과 그림에 대한 열정, 작품세계와 그 변화를 알 수 있는 감동적이고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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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클래식 - 김용택의 필사해서 간직하고 싶은 한국 대표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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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시와 가장 친했던 적은 중고교 학창시절로 기억 한다. 그 시절에는 시 몇 수씩은 기본으로 암송을 했었다. 국어시간에 한 사람씩 암송 테스트를 하기도 했고, 전체 낭송을 하기도 했다. 시든 산문이든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는 소리 내어 읽으면 숨어있는 깊은 뜻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방학숙제로 자기만의 애송시집을 만들어오라는 미션을 완성하고 상위점수를 득점하고 뿌듯했던 기억. 나만의 그 시집은 어디로 갔을까. 시와 관련된 가장 생각나는 추억이다. 그 후부터는 이상하게 시와 많이 멀어졌다. 의도적으로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없으면 친해지기 쉽지 않은 것이 시 인 것 같다. 왜냐하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의미가 응축된 시는 산문과 달리 차분히 생각하며 읽어야 하니까. 요즘처럼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서는 시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추억이 깃든 시절에 배운 시에 마음이 간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쓴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 <맑은 날>, <누이야 날이 저문다> 등 다수의 시집을 냈고, 방송과 강연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시인이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113편의 명시를 감상할 수 있고 필사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윤동주, 한용운, 김소월, 백석, 이용악, 박용래, 김영랑, 신석정, 이병기, 박목월 시인의 주옥같은 시들을 만날 수 있고, 그 외에 김용택 시인이 아끼는 12편의 시도 감상할 수 있다.

 

김소월 시인의 <먼 후일>이다. 몇 번이고 연습해 보고 썼는데 평소보다 예쁘게 안 써진다.

사진을 올려야 하는 중압감이 작용한 듯...

 

 짝사랑의 기억인가.

좋아하는 님이 있는데, 부끄러워 표현하지 못했나 보다. 상대방도 조금은 그런 마음을 눈치 챘을까. 훗날 찾아오면 잊었노라고 말 하리라. 속으로 꾸중하면 마지못해 무척 그리워하다가 잊었다고. 오매불망 그리워하면서도, 나 혼자 몰래 사랑인가 하여 속이 상하다. 그래도 좀 더 기다려 볼까. 기다려 보는 것도 늦지 않으리. 내 마음이 허락할 때까지 좋아하다가 세월이 더 흐른 뒤에 잊었노라고 당당하게 말해야지. 요즘이야 이렇게 사랑에 냉가슴 앓는 일은 없다. 무엇이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기에. 옛날에는, 특히 여자는 사랑의 감정에 수동적이었다. 좋아해도 안 좋아하는 척 튕기는 게 매력이었다. 여자 쪽에서 먼저 프로포즈라도 했다면 아마도 남자는 도망갔겠지. 김소월 시인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한국적인 정한(情恨)을 노래했다. 그 대표적인 시는 위의 시와 <진달래꽃>으로 볼 수 있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

 

 이 시는 오래전 사회초년생 시절에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문화제가 열렸는데, 이 시를 붓글씨로 써서 액자에 표구하여 작품으로 전시했던 경험이 있다. 그 추억이 있는 시라 더욱 반가웠다. 남도 지방의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 그려진다. 기나긴 나그네의 여정. 우리 마을 시골은 평야지대라서 강은 구경도 못했다. 그러니, 강나루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 당시 술은 담그는 가정이 있었던 듯하다. 내 어릴 적, 친척들이 모두 모여 찹쌀로 밥을 지어 꼬들꼬들 말려서 그것으로 술을 빚는 것을 보았다. 그런 날 아이들에게는 온통 잔칫날이었다. 술지게미라고 하는(술을 걸러내고 남은 찌꺼기? 건더기? 라고 할까) 그것을 맛있게 먹고 나서 얼굴이 빨개졌던 꼬맹이 적이 생각난다. 고모들이 얘 좀 보라며 왁자지껄 웃었던 장면들이...

 

 필사하기와 관련된 책이 한창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시나 문학작품을 필사함으로써 글쓰기에 공부가 되기도 한다. 허나 지나치면 독이 되기도 한다.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표절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야 분분하지만, 글씨를 쓰는 행위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치유의 효과도 있다. 특히 시는 짧은 언어 속에 인생과 자연, 우주의 삼라만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낭송하고, 필사하면서 그 속뜻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두툼한 재질의 종이에 파스텔톤의 단아한 여백은 시심에 젖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준다. 손글씨로 시도 적고 그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예쁜 그림도 그려 넣어 자신만의 개성만점인 명시집을 꾸밀 수도 있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 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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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의 추락, 포로 생활 그리고 귀환
조라 롬 지음, 전용우 옮김 / 이담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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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을 보고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전에 읽었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자연스럽게 겹쳤기 때문이다. 어느 고통이 더 큰지 경중(輕重)은 따질 수 없다. 저자 조라 롬은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적기 5대를 격추하여 이스라엘 최연소 최정예 조종사 칭호를 얻었다. 이 책이 한국 독자와 인연이 된 것은, 역자가 사업협의차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저자와 저녁식사 만남의 기회가 되어『독방(Solitary)』을 선물로 받게 된 덕분이다.

 

 이 이야기는 저자의 실화이다. 1969년 9월 11일 그가 탄 미라쥬기가 이집트군의 미사일 폭격을 받아 격추된다. 그리고 이집트군의 포로가 되어 3개월간의 감금과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후로 그 후유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고통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역사와 유대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만 피트 상공에서 낙하산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왼쪽 팔꿈치는 골절, 오른쪽 다리는 몸에서 떨어져 나간 채 전투비행복 지퍼에 의해 겨우 고정되어 있었다.

 

 적국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오른쪽 다리는 보철기안에 왼쪽 팔은 완전히 석고 깁스로 끼워지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으로 옮겨진다. 물을 마시기 위해 칠흑 같은 어둠의 공간에서 30분을 넘게 버둥거리며 이동해야 했다. 끊임없이 이스라엘군의 기밀 정보를 캐내려고 신문하는 자들과 입씨름 하며 계속 거부했지만, 그들이 우선 몸을 치료하고 나서 협조할 것을 제안하자 그에 응한다.

 

 1961년 4월, 홀로코스트에 대해 아직 몰랐던 군(軍) 기숙학교 11학년 때, 학교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을 라디오로 듣게 된다. 이스라엘 존속에 있어 군 복무는 필수적인 것이며 진정 명예로운 조직이었고 어떤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또한 그는 처음부터 직업군인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글에서 조국에 대한 진한 사랑과 사명감이 절절히 느껴졌다.

 

 특별한 사명감과 조국애로 무장한 그가 군사기밀을 털어놓는 것은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는 나름대로 가공의 세계를 구축한다. 거짓말임이 들통 나고, 그들은 그를 독방에 수감시킨다. 석고 깁스 안에 몸이 끼워진 채로. 이중의 감옥이었다. 창공을 누비던 비행기 조종사에게 독방 수감이라니...두려움이 엄습한다. 할 수 있는 것이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었다. 생명같이 여기고 있는 군사정보를 모두 불고 쓸모없는 인간이 되면 어쩌나.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끔찍한 구타도 ‘나는 살아 있다’를 되뇌며 견디어낸다. 또 하나의 시련을 이겨낸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신체적 고문보다 힘든 것은 외로움, 굴욕, 완전한 불확실성, 외부 세계와의 끝없는 단절, 포로생활이 끝날 날이 하루하루 멀어져 가는 것 같은 느낌들이라고 했다. 이것이 사람의 핵심적인 부분을 서서히 파괴한다고.

 

‘한 손에는 임무의 완수가 있고, 또 한 손에는 소중한 생명의 손실이 있다.

이것이 전쟁이라는 짐승의 본색이다’(p102)

 

 아마도 30년 같지 않았을까. 3개월 동안의 감금 생활 뒤에 양국의 포로교환으로 조국 이스라엘 땅을 밟게 된다. 억류된 경험이 이제는 악몽으로 나타난다. 밤마다 끊임없이 쫓기면서 막다른 골목에 갇혀 어쩌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형편없이 망가진 몸. 왼쪽 팔은 구십도로 꺾여 있고, 다리 한 쪽은 짧다. 생환된 조종사를 만나려고 각계각층의 방문자들은 줄을 이었다. 치료를 받으면서, 방문자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털어 놓음으로써 마음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러나,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시 한 번 우뚝 높게 솟는 것이 목표였다. 날아가는 전투기를 바라보는 것도 고통이다. 이것을 치료하는 최고의 약은 비행이다, 고 생각한다. 여러 번의 수술을 거치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면서 다시 비행기를 탄다. 이집트에서 돌아온 지 13개월 만에 미라쥬기를 타고 단독비행을 하면서, 아드레날린이 불끈 솟는 기쁨을 느낀다. 천상 공중의 영웅이었다.

 

 외로운 비행의 경험, 공중에서 위기의 상황에 처한 심리 등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결국 악몽같은 트라우마를 치료한 최고의 약은 비행이었다. 포로 경험이 있는 조종사가 다시 비행에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한다. 그만큼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뿌리뽑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인간이 일으킨 전쟁으로, 동료나 친구가 포로가 되고 전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비애가 절절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한숨과 턱 막히는 무기력과 환호가 교차했다. 차분함을 잃지 않은 유려하면서도 위트,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문체는 감동이었다. 한 편의 감동적인 소설 느낌도 난다. 강인한 정신력은 그를 다시 하늘의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위대한 인간승리였다. 어느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자포자기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며 차분하고 냉철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 경쟁사회에서 무기력해지는 마음을 다잡는데 더없이 좋은 책이다. 학생, 군인은 물론 모든 한국인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역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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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의 누구나 쉽게 사진 잘 찍는 법 - 사진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
우승문(에인트) 지음 / 북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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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우리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는 가장 보편적인 대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행복한 순간이나 의미 있는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음식이든 자연이든 여행을 하면서 본 대상을 사진으로 남긴다. 필름 카메라가 주춤해지면서 디지털 카메라가 인기를 끌었고, 그 후엔 휴대폰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면서 폰카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사진을 올릴 일이 많은데, 생각만큼 잘 찍히지 않아 불만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 정말 반가운 마음이다.

 

저자 우승문은 6년 연속 네이버의 파워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무려 3만 명이 넘는 동호인이 방문한다. 미러리스나 DSLR이 대중들에게 많이 보급되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고 멋지게 사진 담는 법을 알려주는 글을 쓰고 있다.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일반인들이 어려워할 만한 카메라의 매뉴얼 구조 등의 설명은 없다. 책의 제목과 같이 ‘누구나 쉽게 사진 잘 찍는 법’을 핵심만을 골라서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사진 촬영법은 많은 사람들이 예술행위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배우고 익히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PARTⅠ에서는 기본적인 사진 용어가 나온다. 이 용어는 DSLR, 미러리스, 디카, 폰카 등 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있다. PARTⅡ는 인물사진 잘 찍는 법, 스냅사진 잘 찍는 법, 여명․일출․일몰․ 노을 사진 촬영법 , 매직아워, 야경사진 촬영법, 시간을 담아내는 다양한 장노출 촬영법, 역광을 활용한 실루엣 촬영법, 꽃 사진 촬영법을 PARTⅢ는 사진 파일의 활용과 폰카로 사진 잘 찍는 법을 다루고 있다.

 

인물사진은 주로 가족, 연인, 아이들의 사진을 담기 위한 가장 대중적인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중에서 역광, 사광, 실루엣을 활용한 인물 촬영법이다. 순광 역광, 사광이 있다. 순광은 촬영자가 해를 등 뒤에 지고 있는 구조, 역광은 촬영자가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조, 사광은 빛이 측면에서 쏘여질 때를 말한다.

 

위의 사진은 <극단적인 실루엣>으로 캘빈갑(K값)을 오토가 아닌 극단적으로

9천 대로 올려서 찍은 사진임.(p57)

 

스냅은 스냅샷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직역하면 손목을 말하는데,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순간을 포착해서 찍는 사진을 스냅사진이라고 한다. 조리게 우선모드인 A모드나 P모드로 찍어야 한다.

 

위의 사진은 <구름을 담는 스냅사진-4>으로 F9 정도의 조리개로 설정하여 담은 것임.(p85)

 

일본 후쿠오카 키타규슈의 고쿠라 성의 모습이다. 작년 여름 무더운 8월에 2박 3일로 아들과 함께 후쿠오카를 다녀왔는데, 그때 가 보았던 곳이 사진으로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우리는 너무 덥고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지는 않고 좀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였다.

 

위의 사진은 강원도 양양 낙산사 해수관음상을 담은 일몰, 노을 사진의 모습이다.(P179)

 

2016년 12월에 낙산사 해수관음상을 폰카로 찍은 사진임.

겨울임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맑았다.

밝은 낮에 거의 정면에서 찍은 사진이다.

 

꽃사진 또한 카메라에 많이 담아내는 자연물이다. 군락을 이루는 꽃들도 아름답지만, 꽃송이의 예쁜 모습을 담고자 접사로도 많이 찍는다. 비싼 렌즈가 아니어도 표준렌즈와 망원렌즈로도 잘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삼각대가 있다면 삼각대를 놓고 F16에 ISO는 100으로 고정해서 A모드 상태로 촬영하면 된다고 한다.

 

<강원도 홍천강변 금낭화>(P322)

 

저자의 많은 장소를 누비며 촬영한 경험과 오랜 내공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일상을 담아내는 기술을 배우는데 훌륭한 안내자가 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좋은 작품을 바라는 욕심은 금물이다.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해 놓고도 잘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론적인 방법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많이 찍어보는 것. 그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틈틈이 찾아보고 활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취미활동으로 활용하다가 사진 전문가로 우뚝 서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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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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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세계적인 훌륭한 미술품 감정사로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며 코르시카 섬의 명소로 꼽히는 아작시오 미술관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술사학자로서 미술품 감정사와 학예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 책은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안목’을 어떻게 키웠는가의 삶의 여정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미술사학자와 음악학자, 문학사학자는 풍부한 도서자료와 방대한 이미지 저장소를 활용하는 정도로 만족하는데 비해 ‘안목가’라고 불리는 ‘미술품 감정사’는 모든 작품을 두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게다가 작품 감상을 토대로 자기 나름의 견해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미술의 세계를 탐험하는’ ‘작은 콜럼버스’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미(美)를 찾는 일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발 벗고 뛰어다녀야 하고 그러한 삶의 태도를 사랑하고 즐겨야 할 부류의 직업인 것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프랑스 남부 니스의 해안가 지역에 살고 있는 외조부모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증조 외할아버지는 화가 르누아르의 주치의였고, 외할아버지도 의사였다. 미(美)에 관심이 깊었고 미술관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할아버지와 전시를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어머니와 같이 지내려고 간 파리에서 명작들을 접하며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미적 안목을 키우는데 엄청난 문화적 혜택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안목이란 보고 듣는 체험을 통해서 키워지는 것이다. 흔히 어릴 적 경험이 토대가 되어 천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에 대한 내공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많은 경험과 강한 열정이 더해 질 때 훌륭한 ‘안목’이 생기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줄리오 카밀로는 고대 로마의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 키케로를 열독했던 수사학자다. 그는 제자를 시켜『극장의 이데아』라는 소책자를 완성했는데, 이를 통해서 ‘기억 극장’이라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인지과학의 주요 이론인 ‘기억구조론’과 관련해 상당한 영감을 얻고 닮은 부분도 상당히 발견했다고 한다. 미술사학자의 두뇌에는 그림에 대한 기억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되어 있다고 한다. 세기, 유파, 화가에 따라 또는 화가의 화풍을 시기별로 구분한다거나 하는 사고과정이 반영된 곳이 ‘사진 자료관’이라는 것이다. 놀라운 부분이다. 역시 예술가의 두뇌 회로는 일반인과 차별화된 건 아닐지.

 

 미술품 감정을 하는 일에는 천재성은 요구되지 않는다고 한다.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미적 감각, 인내심이 우선이었다. 현장을 돌아보고 미술품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반복적인 일을 통해서 ‘보는 눈’이 키워진다고 했다. 최근에는 과학 분석도 활용하는데, 이것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한다.

 

 미술품을 복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복원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복원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수집가의 과욕으로 인해 위조품이 활개를 치기도 한단다. 여기서 유명한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관으로 모두 간파할 수 있다고 했다. 원작자를 판별하는 전문가라면 ‘힐끗 한번만 쳐다보고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으며, 그 다음 촉각적 요소들을 ‘직접 만져봄으로써’ 그 판단의 확실함을 증명한다고 한다.

 

 이렇게 미술품 감정사의 시선으로 말하는 ‘안목’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세상살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 사회, 경제의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도, 인내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

 (브론치노, 1540~1545년, 브장송 미술관)(P21)

 

 미술품의 위작 논란이 심심찮게 거론 되고 있다. 미술품 감정사의 고도의 안목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예술품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먼저임을 말 할 것도 없다. 인간의 삶에서 자연이 없다면 건조하고 삭막한 이 세상을 어떻게 견딜까. 미술, 음악을 비롯한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예술품을 남긴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거장들의 발자취인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찾아주는 일은 후세에서 할 일이다. 이 책은  미술품 등 예술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안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혀 줄 것이라 믿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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