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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
장정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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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 넘어 새삼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우선 내 무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극단으로 가기 위해, 확실하게 편들기 위해, 진짜 중용을 찾기 위해!”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서문-)고 말하는 『장정일의 공부』대한민국 10만 인을 공부시킨 우리 시대 인문학 고전이며, 출간 10주년 개정판이라고 한다. 늦게라도 자신의 ‘무지’를 되새기며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다. 우리에게 흔한 말이 된 ‘중용’이라는 단어를 대충 편하게 와전시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를 들면, 모를 때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말로 합리화시키면서 말이다. 어찌 보면 그냥 모르는 것을 시인하기 싫어서 감추기 위한 장치로 둔갑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많은 그의 저서들이 나왔지만, 왠지 강한 인상의 얼굴에 선뜻 다가서는 것이 쉽지 않아 처음 읽게 되는 장정일 작가의 책이다. 역시 입담이 세다. 거침없고 후련하다고 할까. 우리가 이미 겪은 IMF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생각지 못한 쪽의 시선으로 파헤쳐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박노자(귀화한 러시아인)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불편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이라고 한다. 그는 '난 한국인'이고, 그가 귀화한 것은 스스로 한국사회에서 국적, 또 외국인과 내국인이라는 장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을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실험정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흔히 사이비 종교로 치부하는 여호와 증인들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살인을 하지 마라든가 종교적인 이념의 실천(?)으로 수감 중인 사람이 60년 건국 이래 1만 여 명이었다는데. 국민의 4대 의무에 속하는 병역의무에 대한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옳다는 것을 어떤 원리로 설명할 것인가, 궁금해졌다. 또 ‘군대 문제는 사회 문제다’는 사안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체복무의 문제, 복종과 폭력으로 규제된 군대를 개혁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박노자는 “한국 지배층이 그래도 징병제를 신성시하고 성역화 하는 것은, 그들이 ‘노동력의 질’보다 ‘노동력의 충성심과 맹종’을 더 중시”(『당신들의 대한민국』)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군대에서는 전쟁을 치르지 않는데도, 연간 수백 명씩의 장병이 죽는다. 2000년도 국정감사에 의하면 매년 300여 명이 사망하고 그 중 100여 명이 자살했다. 매년 사고사, 의문사, 자살, 구타와 정신병으로 죽거나 다치는 숫자가 소규모 전쟁터에서 죽는 숫자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자료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도 잊을 만하면 들리면 군인의 사망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

이러한 국가주의의 전횡을 당연시하는 한국인의 속성과 함께 그가 한국에 와서 받은 충격 가운데 하나는 유럽 사회나 러시아 지식인들이 당연시하는 비판적인 사회의식을 가지려면, 이 나라에서 ‘운동권’이라는 일종의 ‘반란자’ 대열게 속해야만 한다는 낯선 현실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우리 사회에 익숙하게 젖어들어 외면하거나 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관점이 오히려 정확하게 정곡을 찌르는 점에 놀라기도 한다. 어쩌면 저자가 서문에서 꺼낸 ‘중용’이라는 것에 타성적으로 빠져 사는 건 아닌가 싶다. 정작 잘 모르거나,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무신경함으로써 중용을 지키는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다양한 책을 읽은 독후감의 소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단순한 주제만은 아니다. 교육, 군대문제, 조선 최고의 당쟁가 송시열, 세계대전에서 프랑스의 군사적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레지스탕스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의 입을 빌어 “이 세상은 새로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추억에 집착하는 나른한 사고방식에서, 프랑스의 군사적 패배가 야기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부르주아와 노동 계급의 반목, 정치에 대한 반감도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개인들의 의식의 합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묻는 ‘심성’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 국가에 대한 더 깊은 사유로 안내한다. 이렇게 사회 구성원의 ‘심성’을 만드는 수단은 “가치 체계의 합리적 변화”로 이끄는 교육이 자연스럽게 도마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왕조시대에 약소국들의 일상이었던 ‘조공’이 지금도 행해지는 것을 알고는 놀라웠다. 바로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행태이다. 미국이 참전하는 각종 전쟁에 군비를 각출하기, 미제 무기구입하기, 아랍의 석유 생산 지역을 미국의 통제권에 맡기고 미국의 다국적 석유 기업의 지위 인정하기, 달러를 세계의 기축 화폐로 인정하기 등이 전 세계로부터 거둬들이는 현대판 ‘조공’이라는 것이다. 외부 세계에 대한 정치적 지배를 통해서 안정적인 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사회, 문화, 정치적 현상의 분석을 통해서 사회를 알아야 할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철학자 하이데거는 왜 나치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은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을 안겨준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모르고 넘어갈 뻔 했던, 조봉암을 둘러싼 이승만 정권의 권력을 위한 암투가 지저분하게 얼룩진 우리의 정치 현대사도 알게 되었다. 수동적으로 알았고 세뇌되었던 고정관념을 깨주는 통찰력 있는 시각에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언어학자로 알고 있던 촘스키가 실천하는 양심의 지식인이면서 이름난 반미주의자라는 사실도 경이로웠다. 진정한 공부란, 진정한 책읽기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로부터 시작하여 세상으로 시야를 넓혀주는 공부다.


 “나이 50 이전까지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 대자 나도 따라 짖어 댄 것일 뿐, 왜 그렇게 짖어 댔는지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는 『분서』(焚書)의 저자이자, 중국 사상사 최대의 이단아 이탁오의 「성인의 가르침」이라는 이 짧은 글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는 장정일 작가. 우리 대다수도 멋모르고 남을 따라 휩쓸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 지 돌아다 볼 일이다. ‘왜?’라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다지며 살아가는 태도와 자세가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의미 있는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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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칠웅
리산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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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전국시대, 중국 역사상 ‘대분열’과 ‘대통합’을 아우르며 나아가는 과정이며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때보다 거의 40년 전 진나라와 조나라의 장평(長平) 전쟁까지의 시기를 담고 있다. 춘추시대에는 모두 140여 개의 제후국이 있었는데, 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몇 개의 약소국을 비롯한 일곱 개의 큰 나라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 진(秦) 이 패권을 두고 겨루는 형국이 된다. 기원전 5세에서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시기다. 지금으로 보면 참으로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이 시기는 중국 2천여 년의 정치와 사회, 경제와 문화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에 ‘중요’하고, 중국 역사적으로 다른 시기와 비교할 때 ‘특별’함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집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시대 이전의 역사는 신권(神權)에 의지한 정신적인 힘으로 통치했으며, 부모 형제간의 기본적인 인륜이 바탕이 되었다. 그런데, 전국시대에서는 이러한 총체적인 사회 구조가 무너졌다. 전국시대는 권모술수와 속임수,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였으니 그야말로 인간지옥이었다. 또 전쟁 법칙의 변화와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전국시대의 특징이다. 춘추오패는 싸움을 벌여도 기본적인 예의(禮義)를 지켰는데, 전국시대의 원칙은 직계가 방계를 제거해야 했고, 주먹의 원칙으로 포악한 자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출신 성분이 아닌 자신의 재간을 바탕으로 집안을 일으켰던 책사(策士)들의 활략이 두드러짐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은 소진, 상앙, 오기, 장의 범저 등이다. 그들은 변법을 주관하며 군사적 투쟁을 이끌고 종횡가로서 유세를 벌이며 계책을 내놓기도 했다.

 

 전국시대는 삼가분진(三家分晋)과 전진찬제(田陳纂齊)라는 두 사건으로 구분 지으며, 그 기점은 기원전 453년이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비교한다면, 전자는 ‘혼란’, 후자는 ‘변화’라고 할 수 있으며, 전국시대는 ‘변화’와 ‘혼란’이 공존했다. 삼가분진(三家分晋)은 진(晋)이 한(韓), 조(趙), 위(魏) 세 나라로 갈라진 것이다. 전진찬제(田陳纂齊)는 진(陳)나라에서 제나라로 망명한 공자(公子) 완(完)은 전씨(氏)로 불렸고, 이 완(完)의 후손이 제나라 왕의 자리를 빼앗은 사건이다. 이 두 사건에 써 먹었던 수법의 공통점은 ‘큰 말로 빌려주었다가 작은 말로 되돌려 받으면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며 정권을 찬탈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환심 사기’였다. 어르고 달래고 백성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손에 쥐고 나서 그때부터 태도가 달라져 거둬들이는 것이다. 당시 공교롭게도 위나라를 거쳐, 제나라에 갔던 맹자가 본 것은 ‘들판에는 굶어죽은 이들의 주검이요, 마구에는 토실토실 살진 말’이었다 하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칠웅 가운데 첫 번째 강자로 우뚝 선 위나라를 시작으로 나머지 여섯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 과정과 그에 기여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위문후(魏文候)는 신용을 중시했으며, 현명하고 덕망 있는 사람을 예의와 겸손으로 대했다. 공자의 제자인 복자하를 스승으로, 자공의 제자인 전자방을 친구로, 단간목을 예(禮)로써 맞았으니 나라는 잘 다스려졌고 자신은 한가하고 편안했다는 구절이 『여씨춘추』에 기록되어 있다. 제일 먼저 훌륭한 통치로 위세를 떨치던 위나라의 패업은 70년 간 계속되는데, 달도 차면 기울듯이 위무후(魏武候)에 이어 손자 양혜왕(梁惠王) 때에 이르면 상황의 반전을 맞는다. 위무후(魏武候)때 오기는 초나라로, 상앙은 진나라로 가버렸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던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붙들어서 잘 썼다면 역사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을까.


 영웅적인 군주였던 제위왕은, 재위 30여 년 동안 제나라를 최고의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명하고 덕망 있으며, 음악에도 정통한 추기는 거문고의 대현과 소현을 군주와 대신들의 비유로 치국(治國)의 이치를 설명한다. ‘온화하고 듬직함’은 군주의 덕목이고 ‘깨끗하고 맑으며 예리하여 그 분명함’은 대신들의 덕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에도 이렇게 음악을 깊이 이해할 줄 아는 관리가 지도자에게 현명한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좀 더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또 고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사전문가인 손빈(孫臏)이 있다. 손빈은 위나라 양혜왕 밑에서 동창인 방연과 함께 있다가 방연의 시기와 미움을 사서 폐인이 된다. 질투는 사사로운 개인 간에도 불협화음을 부르지만, 국가 중대사가 걸린 문제 상황에서는 패망을 부르기도 한다. 폐인이 된 손빈은 인재를 알아보는 제위왕에 의해 신임을 얻어, 자신의 변법으로 방연을 죽이고 위나라의 패업을 끝장을 낸다.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는 역사의 이야기 참 재미있고도 안타까운 일이 많다.


 상앙은 야심 많은 진효공을 만나서 좌서장에 임명되고 상앙의 변법은 시작된다. 상앙의 변법을 요약하면 ‘이출일공(利出一孔)’ ‘구농귀전(驅農歸戰)’이다. 백성이 부귀를 얻고 토지를 얻으려면,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방법 단 한 가지만 있다는 뜻이다. ‘구농귀전(驅農歸戰)’은 소농(小農)을 중시하고 상공업에 타격을 가하여 세원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얼마나 주도면밀하고 빈틈이 없었는지 아무도 그 제도를 빠져나갈 수 없었다. 2단계 변법은 사람의 머리수대로 세금을 걷는 인두세(人頭稅)였다. 적의 목을 벤 공훈을 앞세웠던 ‘잔인한 나라’라는 심각한 역사적인 결함을 갖게 되었다. 잔혹하고 인정사정없는 이상(理想)으로 진나라를 강성하게 만들었지만, 최후에는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혓바닥’만 있으면 된다는 장의는 초나라를 속이고, 소진은 연나라 연왕의 원수를 갚아주기 위해 제나라를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지혜가 넘쳤던 전단(田單)은 화우진(火牛陳)으로 죽어가는 제나라를 되살린다. 상대방의 성격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지닌 책사들은 온갖 계략을 동원하여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목숨을 부지했다. 가족마저도 지위나 재산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소인배였으니, 살아남기 위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나라 조무령왕의 ‘호복기사’를 추진하여 군사강국으로 되는 과정은, 적절한 개혁이 국가의 성장에 기반이 되는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재상 인상여의 대담한 용기와 속 깊은 재치를 알게 된 염파 장군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이다. 국익을 위해 관리들 간의 화합은 필요하다는 것도. 하지만, 속 좁은 염파는 ‘입과 혀’로 공을 세우는 인상여를 시샘하였고, 소통능력이 없었다. 조효성왕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자기 계책만 좇다가, 지위를 박탈당하고 조나라 병사 40만은 포로로 잡혀 생매장되는 비극을 부르게 된다. 장군이 훌륭하면 국가가 안전하지만, 장군이 훌륭하지 못하면 국가는 재앙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전국 칠웅』은 리산 교수의 중국 CCTV-10 <백가강단> 최고 인기강의라고 한다. 강의 를 듣는 것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와 번역의 글맛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매끄러운 문장이었다. 변화무쌍한 격동의 전국시대를 살다 간 다양한 인물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드라마를 본 것처럼 생생하다.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재현되고 있는 인물 군상(群像)의 이야기다. 개인, 나아가서는 국가 통치자의 처세와 소통, 적재적소의 인재등용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어떻게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인생의 덧없음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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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 -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질문의 힘 아우름 23
모기 겐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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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대개는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선생님이 수업을 마칠 무렵이면 항상 하는 말씀, “질문 있는 사람” 하고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다. 성인이 되어 회사에서 각종 교육을 받게 될 때에도 어김없이 그런 풍경이 벌어진다. 일단 질문을 하면 ‘나는 잘 모른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질문하기를 주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뇌 과학자이자 이학박사인 모기 겐이치로는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자기혁신을 이루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자, 하는 것을 목표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질문력이란 무엇인가,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 질문과 뇌의 영향, 질문력을 끌어올리는 8가지 행동,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질문의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나온 데이터를 맹신하여 늦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P99)

흔한 질문 중에 예를 들면, ‘영어는 몇 살부터 공부하는 게 좋은가?’라고 묻는다. 고정관념으로는 아주 어릴 적부터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환경이나 여건을 가질 수는 없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스무 살 이후에 처음 영어를 접하며 꽤 늦게 영어공부를 시작했지만, 영어로 소설을 쓰게 되었으며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인 『암흑의 핵심』은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정해진 통계 정보가 아닌 자신이 ‘배우겠다’고 결심한 시점이 적기라는 것이다.


 질문은 타인에게든 자신에게든 필요하다. 좋은 질문은 자신과 타인에게 신뢰감을 주며 성장으로 이끌어준다. 타인에게 질문할 때는 우선 상대방과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뇌가 타인의 마음을 생각하는 회로에는 ‘공감’과 ‘논리’의 질문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공감회로는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감정이고, 논리로 질문하는 것은 타인의 마음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타자의 마음을 추론하기 위해서는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감정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마음 챙김 mindfulness'은 자신이 속한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중요한 것은 ’좋다/나쁘다‘는 판단이 아니라 일어난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즉시 판단하는 것을 멈추면, 뇌의 체험치가 높아져서 타인은 물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지각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나쁜 점을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하지만 타인에게는 여실히 보인다’(P147)

우리는 우리의 약점을 감추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신감 없는 행동은 은연중에 모두 나타나게 된다.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감추지 말고 ‘그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인정해 두면 상대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오히려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가 불안감을 떨치고 마음 편하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것에 금세 익숙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오래된 습관을 고수하는 것은 뇌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뇌에 관한 다른 책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뇌를 활성화 시킨다고 했다. 질문력은 누구나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자신을 냉정히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다. 말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결과적으로는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이나 행동과 사고를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질문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 자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하며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질문을 멈추게 되면 그 삶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질문에도 정답은 없다고 했다. 모두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조금씩 나아간다. 경쟁시대에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이기려고 하면 비교의식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기쁜 마음으로 노력을 지속할 수 없다. 어제의 나와 경쟁을 하라고 했던가. 어제의 나와 비교하여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1년 후, 5년 후에는 전보다 한껏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질문이 뇌의 가능성을 확장해 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질문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8가지 행동 중에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동료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면서 가벼운 담소를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단다. 일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하거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이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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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의 작은 도덕경 - 하루 한 장 나를 깨우는 지혜의 말
노자 지음, 오강남 옮김 / 현암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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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처음 만나게 된 책이다. 공자의 논어처럼 제목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해 보니,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로 노자편이 나와 있다. 어머니가 62년 동안 임신해 있던 상태였고, 그때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하며, 이미 태어날 때 늙어진 모습이어서 노자(老子)라고 불렸다고 나온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까 하면서 흥미로움이 생긴다. 전체 글은 5,00081장으로 되어 있다. 200자 원고지로 25매 정도라니 정말 짧은 글이다. 도덕경에 대해서는 흔히 도덕이나 윤리를 뜻하는 것으로 알았었는데, ‘도와 덕에 대한 경전이라고 한다. ‘는 우주의 궁극실재(窮極實在)’ 혹은 근본 원리(Principle)'를 말하고, ‘이란 도가 구체적인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때 얻어지는 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기본 원리인 의 흐름을 체득하고, 그 흐름에 따라 살아감으로 참다운 자유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을 보라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사실 사상가의 철학을 짧은 시간에 소화하기에는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오강남의 작은 도덕경>은 친절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처럼 편안하다.  저자가 2010년 현암사의 <도덕경>에서 우리말 번역문과 한문 원문과 영어 번역문만을 따로 떼어서 모은 것이라 한다. 한 손 안에 들어올 정도로 앙증맞은 사이즈다. 잠들기 전이나 외출할 때에도 휴대하여 자주 볼 수 있는 이점이 있겠다. 경전이지만, 시처럼 느껴진다. <도덕경>은 번역하기 어려운 책으로 유명하단다. 그런데도 영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며, 헤겔이나 철학자의 거장인 하이데거, 대문호 톨스토이 같은 작가가 노자를 읽었다고 하니 <도덕경>의 어떤 내용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각 장마다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13장을 감상해 보자.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

-지도자의 요건, 자기 비움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함이라 합니다.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내 몸이 있기 때문,

내 몸 없어진다면 무슨 고난이 있겠습니까?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가히 세상을 떠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P52~53)

 

 부제로 지도자의 요건이라고 되어 있다. 남에게 수모를 겪었다고 해서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좋아하고’ ‘귀하게여기라고 한다. 거만하지 않고 낮아짐으로 해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난을 당한다는 자체는 내 몸이 있기 때문이며 내 몸이 없다면 아무런 고난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살아있기 때문에 슬픔, 고통을 겪는다는 현대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마지막 연의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맡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을 바라다보면 어디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가, 묻고 싶다. 지도자뿐만 아니다. 평범한 개인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직시하고 수모와 고난을 단지 삶의 숨결처럼 느낄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의 본문이다.(한, 중, 영 세가지 언어로 표기되어 있다.)

 

 짧은 글이지만 읽을수록 여운이 느껴진다. 소리를 내어 시낭송을 하듯이 읽어보았다.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깊은 의미로 마음에 다가온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노자의 금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조금씩 느리게 읽어도 되고,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자주 반복적으로 읽다보면 심신(心身)을 다스리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피로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울림과 편안한 안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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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 세계사 2 - 14세기부터 21세기까지 대세 세계사 2
김용남 지음, 최준석 그림 / 로고폴리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부분의 역사가 영웅을 위주로 서술되어 있으며 그에 유리하게 기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약소국가, 소수민족, 여성의 역사는 생략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왜곡되었거나, 묻혀버린 이들의 업적을 알리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여 그에 기준을 두고 서술하였음을 서문에서 엿볼 수 있었다.

 

 보통의 세계사는 한 나라의 왕조의 형성을 시작으로 어떤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고, 어느 나라의 침입으로 멸망에 이르렀다는 과정으로 나온다. 오래전 학창시절에도 왕조 이름에 노래곡을 붙여 순서를 외우는 방식의 수업이 생각난다. 이 책은 각 장을 세기별로 구성 하였다. 14세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이다. 거기에 주요국의 동서양 역사를 통합하여 다루고 있는 점은 더욱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내용을 완전히 설명하는 형식의 지루한 방법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사의 전문가들의 대화 형식을 택하여 김경제, 이정치, 박문화, 사회자 이렇게 네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 점도 참신하다.

 

 역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물론, 잘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각 장마다 <연표로 보는 세계사> 코너나 주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재미있는 일러스트도 들어있다. 각 장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연표를 먼저 훑어보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

 

 ‘인간의 역사는 약탈로 시작되었다.’는 말을 최근에 어디선가 접하고 과연, 하고 공감했는데 이 책을 읽다가도 ‘호모사피엔스가 닿는 곳은 어김없이 살육이 일어난다.’는 문장을 만났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동물들을 무차별 사냥을 단행하는 인간의 잔혹함은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기존의 상식을 깨는 놀라움도 있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최초의 인물은 콜럼버스라고 배웠지만, 이것은 원주민을 무시하는 유럽 중심의 관점이라고 한다. 오래전에 세계사 시간에 공부했던, 점점 잊혀져 조각조각 흩어졌던 역사적 사건의 단어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아, 그런 사건들이 있었지 하고 반가움에 무릎을 치게 된다.

 

 역사만이 아니라, 문화, 생활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대화에 어느새 푹 빠지게 된다. 현재 멋쟁이 여성들의 신발인 하이힐은 오래전 프랑스 루이 14세가 신었고, 처음엔 남성의 신발이었다는 데서는 의아함과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돌고 도는 역사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아이러니도 참 재미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이 오스만제국의 도움으로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슬람 국가들과 갈등이 심하다는 점. 그 뿐이 아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짓느라 빚은 계속 늘어나고 국민의 생활을 말 할 수 없이 피폐해진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늘리면 참다못한 시민들에 의해 혁명이나 전쟁으로 이어진다. 절대 권력을 위해 지은 그 궁전은 오늘날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되었으니 그것 또한 아이러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 최초’라는 역사적 사실에는 과장되거나 미화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행기를 최초로 발명했다는 라이트 형제라든가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등 수 많은 예가 그렇다. 그 이전부터 연구했던 업적을 점차 발전시켜 종합적으로 쌓아올린 결과로 후광을 입었다는 점이다. 통계학 교수 스티글러는 이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해 보였는데, 이를 스티글러 명명법칙(Stigler's Law of eponymy)이라고 한다. 이 주장 또한 최초가 아니라는 사실. 이렇게 고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일깨워 주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역사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무척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은 세계사 과목의 성적을 높이는 결정적인 도구로 삼을 수 있고, 일반인에게는 거미줄처럼 엮인 지구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세계 역사에 대한 훌륭한 교양도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각국의 여행이나, 역사가 가미된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이 책을 읽은 배경지식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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