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청년시인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이상.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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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서른을 공자는 이립(而立)이라고 했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이들도 허다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기 못 다 핀 청년시인들은 험한 세상에 태어나 저항정신과 시를 향한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서른도 못되어 요절한 시인들이다. 저마다 타고난 시대는 사람을 단련하고 성숙하게도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이들의 음성은 꽃이 되어 빛났다. 소녀의 감성을 적시던 윤동주의 시, 난해하여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이상의 시, 왠지 낭만의 대명사로 느껴지던 박인환의 시까지. 저항시인이자 서정시인 이라 불리는 이들의 시 중에서 각 41편씩 골라 총 123편이 실려 있다.


 서로 만나지도 못했다는 이들의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진 운명 또한 묘했다.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또 이상을 너무 좋아해 그를 기리는 추모회를 주선하고 사흘 내내 폭음하다 요절했다는 박인환. 무엇이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붙잡았을까. 시 뿐만 아니라 민윤기 시인이 취재한 그들의 흔적이 담긴 사진 자료라든가 각 시인들의 가까운 지인들의 추도 시 및 발문, 후기 등이 실려 있어서 시인들의 내면적인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윤동주의 서시(序詩)’, ‘별 헤는 밤은 우리가 그 시절 늘 사용하던 연습장의 겉표지에 시와 그림으로 나타나 얼마나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가. 아마도 그 시절이 시를 가장 많이 접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어머니


어머니!

젖을 빨려 이 마음을 달래여주시오.

이 밤이 자꾸 서러워지나이다.

 

이 아이는 턱에 수염자리 잡히도록

무엇을 먹고 자랐나이까?

오늘도 흰 주먹이

입에 그대로 물려있나이다.

 

어머니

부서진 납인형도 쓰러진지

벌써 오랩니다.

 

철비가 후누주군이 나리는 이 밤을

주먹이나 빨면서 새우리까?

어머니! 그 어진 손으로

이 울음을 달래여주시오.

-윤동주-(1939)(P69)


 식민지 치하에 너나없이 굶주림이 일상이 된 고통스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먹지 못하니 젖인들 잘 나오겠는가. 어린 것은 손을 빨고 있다. 어서 젖을 빨려서 이 마음을 달래어 달라고 한다. 배고픔뿐만 아니라 마음은 얼마나 허기가 졌을까. 자유를 뺏겨 힘도 없는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허기진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비마저 내리는 그 밤, 울분은 괜히 죄 없는 어머니에게 향한다. 안타깝고 간곡한 어조가 더욱 서럽다.


 말주변도 사귐성도 없었던 윤동주의 방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돈이건 시간이건 모두 내어주면서도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거부하는 일이 두 가지 있었으니, 하나는 시를 고치는 것에 대한 고집이 있었고 또 하나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렇게 친한 친구들에게도 끝내 고백하지 않았다고 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부르짖었던 윤동주는 애석하게도 19452월 조국의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천재 시인 이상의 시는 옛날에도 어려웠으나, 오랜만에 읽었어도 여전히 어려웠다. 예전부터 천재들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왜 알기 쉬운 언어로 쓰지 않는 것일까. 그 천재를 알아보고 그 시를 읽고 알아보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거다. 정말 부러운 일이다. 자주 읽다보면 좀 이해가 될까. 오감도는 그 절정이다. 13인의 아해(兒孩) 도로로 질주하는 모습, 대부분 띄어쓰기가 없이 붙여서 쓴 시들을 읽는데 역시 글자만 읽을 뿐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


육친(肉親)의 장()


나는 24. 어머니는바로이낫새에나를낳은 것이다. 성쎄바스티앙

과같이아름다운동생. 로오자룩셈불크의 목상(木像)을닮은막내누

. 어머니는우리들삼인(三人)에게잉태분만의고락을말해주었다.

나는삼인을대표하여-드디어-

어머니 우린 좀더형제가있었음싶었답니다

-드디어어머니는동생버금으로잉태하자육개월로서유산한전말

을고했다.

그녀석은 사내댔는데 올에는 19(어머니의 한숨)

삼인은서로들알지못하는형제의환영을그려보았다. 이만큼이

나컸지-하고형용(形容)하는어머니의팔목과주먹은수척하였다.

번씩이나객혈을한내가 냉청(冷淸)을극()하고있는가족을위하여빨

리아내를맞아야겠다고초조하는마음이었다. 나는 24세 나도어머니

가나를낳으드시키무엇인가를낳아야겠다고생각하는것이었다.

-이상-(P110)


 24세의 어머니가 를 낳고 그 내가 24세가 되었나보다. 여동생은 성 세바스티앙도 닮고 혁명가 로자룩셈부르크도 닮은 모양이다. 형제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들에게, 죽 둘러앉아 오래전 남동생을 유산한 사연을 전하는 어머니. 수척한 어머니를 보면서 어서 아내를 맞아야겠다고 초조해 했지만 병약한 몸으로 서른도 못 살고 간 이상 시인의 비애. 육친의 정이 느껴지는 이 시가 짠하게 다가왔다. 어려운 시들이 가득한 가운데서 이 시는 가장 내밀한 이상의 시라고 해야 할까.


 천재시인이자 소설가, 빼어난 건축가였으며 그림 솜씨가 뛰어났고 훌륭한 편집디자이너이자 명수필가였던 이상의 죽음을 듣고 김기림은 한국문학이 50년 후퇴했다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이상 특집으로 이상의 생애에 특별한 장소열 곳을 소개한다. 사직동 생가 등 운명의 여인 금홍을 만났던 제비다방, 일본 도쿄역과 마루노우치 일대, 긴자의 과자점 센비끼야 까지. 폐결핵이 악화되어 동경제국대학부속병원에서 267개월 삶을 마감하고 화장된 유해는 미아리공동묘지에 안장하였지만 지금은 주택가로 재개발되어 무덤들은 흔적이 사라졌다 한다. 이상의 묘소 역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니,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중략)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후략)

-박인환-(P210)

 

 학창시절 자주 접했던 이 시를 외우면서도 버지니아 울프를 알지 못했다. 왠지 외국어 명칭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왠지 멋져만 보이던 기억이다.세월이 가면과 위의 시로 박인환 시인의 전부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이제는 그 밖의 시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인환 시인의 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낯익은 시가 이 두 편 밖에 없다니. 이제 고통을 짊어지고 순수를 노래했던 세 시인의 시를 알게 됐으니 한 편 한 편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대표적인 시 몇 편만 알고 있었는데 많은 시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삶을 마쳤지만 이 시인들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영원한 청년시인으로 남아있다. 험난한 시절에 태어나 조국의 자유를 찾기 위해 저항하고 고통을 무릅쓴 숭고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시를 향한 열정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았을까.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했던 이들의 육성이 소중한 시로 남았으니 다행이다. 우리는 이제 그들의 시를 읽으면서 소통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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それでも僕は夢を見る (單行本(ソフトカバ-))
文響社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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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고 있는 일본어 원서 만화가 꽤 많은데 아직까지 읽어본 것은 거의 없었다. 좀 더 공부한 다음에 읽어야지 했었는데, 책장을 들춰 보다가 읽으면서도 공부가 될 것 같아 붙잡게 되었다. 커다란 그림도 들어있고 여백이 많아서 읽을 만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아니 중년들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에 대한 이야기다.

 

한 청년이 나온다. 아니 학생이다.

첫 장면에 대학 합격자 명단이 나오는데 제 1지망에서 떨어졌다.


はいつも裏切(꿈은 언제나 나를 배신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실의에 빠진 그. 그가 좋아했던 여자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하고 싶었던 일을 잡지도 못했다. 그냥 적당한 곳에서 일하기로 했나.

그래도 은 항상 내 옆에 있었다.

이란 녀석은 괜찮다며 경박한 를 격려해 주었다. 그 여자 너한테는 별로야.

다음 인사이동 때는 확실히 빠지지 않을 거야. ‘은 그렇게 찰싹 붙어서 다독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거절을 당한다. 기획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상사의 태도...

만원버스에 시달리고 피곤에 절은 모습, 녹다운 된 채 침대에 엎드려 있다.


 


꿈은 기필코 이루어지니까.

ずかなうから


라며, '꿈'은 같이 파이팅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너무 지쳐 너랑() 같이 있는 것도 싫다며 이제 꿈을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은 시들시들 늙어가고 세월이 흘러 중병에 걸리고 병상에 누워 있다.

의사는 이제 3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친족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는데 아무도 없는 모양이라는 간호사의 말...

 

,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어떤 심정이 될까.

자신의 인생을 돌아다본다.

꿈에 악전고투(惡戰苦鬪)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루지 못한 꿈이었는데도

그 날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꿈을 버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꿈은

 

나는 항상

너의 옆에 있었단다.

 

하지만 꿈의 목소리는 옛날처럼 힘차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꿈도 늙어서 병약해졌겠지.

 

나는 이 세계에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남겨 놓고 싶었어.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어

재능도 없었어.

나는 이대로

없어지는 것이 무서워

무엇이라도 남기지 않은 채

나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무서워.’

 

이 말을 들은 은 아직 시간이 있다고 한다.

노트와 연필을 갖다 주며 뭔가를 써서 남기라고 한다.

떨리는 손을 뻗쳐 연필을 겨우 잡았지만 떨어뜨리고 만다.

 

無理むりだよ(무리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はいつもそうだった(넌 언제나 그랬어)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잘 될까 안 될까를 가늠하느라고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최후의 최후까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 말에 뜨끔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눈물 젖은 손으로 다시 펜을 잡고 수신인 없는 편지를 쓴다.

 

누가 받을지 알 수 없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하찮은 인생이라도, 살아서 한번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고 친구와 술을 마시며 웃고 싶다고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고 한다. 좋아하는 여자가 뒤돌아 보아주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상처뿐인 것으로 끝나도 좋다고 한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시간을 한번 맛보고 싶다고 한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싶다고.

그가 편지를 써서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다.

 

きること, そのものが, かがやきでした(, 그 자체가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것으로 기본 바탕은 준비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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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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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보면 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운동할 틈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아니, 사실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확실히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둔해지고 체중이 금세 늘어있다. 여러 공부에 관한 책에서는 운동이 필수라는 말을 하고 있다. 뇌를 활성화시켜서 더욱 효율적인 공부가 되기 때문이란다.


 체력이 필수라는 걸 절실히 느낀 것은 최근 도쿄 여행을 통해서였다. 여행이라는 것이 휴양의 목적도 있겠지만 관광의 목적이 더 강하기에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다. 물론 평소에 겨우 삼십 분 정도의 운동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어쨌든 힘들어도 발에 물집이 생겨도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걷게 된다. 거의 매일 2만보 이상, 어떤 날은 4만보 이상도 돌아다녔다. 평소에 체력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했더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도쿄에서 본 할머니들은 자전거를 잘 탔다. 꼿꼿한 허리를 하고 잘도 걸어 다녔다. 심지어 흰 머리 섞인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어 멋을 부린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할머니들의 모습을 본다면 추하다느니 말이 많았을 거다. 전혀 추하지 않고 멋지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 책이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된 것을 일본 여행을 막 시작한 날 알게 되었는데 어서 읽고 싶어서 혼났다. 도대체 어느 정도 되어야 마녀 체력일까 궁금했다. 그러면 그렇지 트라이애슬론을 뛰는 정도는 되어야겠지. 30대에 고혈압 진단을 받은 자칭 저질 체력에 책을 만드는 에디터로 25년 간 살아가면서 마흔에 운동의 세계에 발을 딛고 운동 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녀의 일과 운동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참 재밌게 읽었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보니 어느새 끝나 있었다. 바쁘다면 엄청 바쁜 직장인으로 엄마, 아내로서 어떻게 그런 시간을 내어 운동을 연습하고 대회를 출전할 수 있을까 감탄이 나온다. 자전거는커녕 수영도 못해서 해수욕장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 부러웠다.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 어떻게 그런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의 몸과 정신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자는 건강 에세이도 되지만 강력한 자기계발의 동기도 부여해준다.


 전부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중병에 걸리면 쉽게 이전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기적 같은 회생도 간혹 있지만. 우리는 무엇이든지 빨리 효과를 보려는 마음에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빠른 성과를 바라지만 하루아침에 체력이 강해지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P127)

적어도 3일 이상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없도록 하자(P128)


 이러한 소박한 목표가 그녀의 오늘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단기간에 몇 킬로그램의 체중을 빼야지 하는 것보다는 규칙적이고 소박한 계획을 실천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 같다. 이것은 비단 운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책읽기, 자격증 시험공부에도 모두 연결할 수 있다.


 이미 십삼 년째 트라이애슬릿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올해에는 스위스의 몽블랑에서 트레킹을 한다고. , 감히 쳐다볼 수 없는 경지다. 운동을 하고 건강한 몸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운동을 하고 강해지는 몸의 변화를 바라보는 일은 행복한 일 일 것이다. 소극적인 성격도 활발하고 긍정적으로 바뀌어간단다. 당연하겠지.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많이 회자된 마라톤을 하는 하루키는 그렇다 치고, 자전거를 타다가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는 아인슈타인, 67세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는 톨스토이 등 많이 알려진 작가들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놀랍다. 계속해서 작품을 낼 수 있는 힘은 체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하는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다. 컴퓨터와 운전은 할수록 는다고 했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 아닐까. 운동도 공부도 중단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다보면 누구나 고수가 된다. 고수가 되기 전에 멈추니까 평생 고수들을 부러워하며 사는 것이다. 인생의 반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반전을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될 때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키워라는 그녀의 말이 자꾸 뇌리에 맴돈다. 나는 일본어공부를 마무리한 후에 일본 열도를 여행하는 것이 꿈이다. 그렇다면 일본어공부도 중요하지만, 구석구석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체력이 더욱 중요하겠지. 좀 더 움직여 걸어야겠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마녀체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원의 도움 없이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성공이지 않겠는가.


운동이 단순히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라는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나이듦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넋 놓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분발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P250)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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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엄마라는 이름의 나의 구원자
사카모토 유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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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드라마 <마더>65회 더텔레비젼드라마 아카데미상 각본상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는 대본이다. 그동안 읽던 책과는 완전 색다른 느낌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기분? 바로 그것이다.


 내가 일드를 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일본어 듣기 공부를 위해서였는데, 그 시작은 <최고의 이혼>이다. , 이런 파격적인 제목의 드라마도 하는구나, 놀랐었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까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리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의 세계. 일본의 드라마는 대개 10화나 12화로 짧게 구성되어 있는 점이 신기했다. 두 쌍의 부부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빚어지는 애환을 다루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였다. 어느 가정이나 고민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 중 하마사키 부부 쪽이 좀 더 비중 있게 나오는데,(내 생각인지는 몰라도) 남자는 영업직 회사원이고 엄청 깔끔하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신발이나, 세수하고 난 뒤의 엉망인 세면대 등을 그냥 못 본다. 자신이 다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털털한 아내에게 투덜거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로 말다툼을 하던 어느 날 홧김에 이혼하자는 말이 나와서 그러자고 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차일피일하며 시간이 흐른다. 그러던 중 여자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짐을 정리해 놓고 남편이 귀가해서 먹을 음식을 만들어 놓고, 편지를 쓴다. 편히 잠들었던 침대, 따뜻한 밥을 같이 먹었던 극히 소박한 일 등에 대해 고마웠다고 편지지에 쏟아낸다. 편지를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다가 울컥해져서 결국은 못쓰고... 이 장면이 7화였다고 기억하는데, 아마 일고여덟 번을 봤을 것이다. 그 장면이 배경음악과 함께 애잔한 감동을 주어 결국은 눈물을 떨구면서도 그렇게 좋았다. 보통 이혼을 다룬 드라마라면 막장을 치달리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장면이 아니던가. , 나라는 달라도 감동의 정서는 비슷하구나. 왜 이렇게 다른 작품을 길게 언급 하느냐 하면, 작가의 프로필을 읽다가 놀랍게도 이 작품을 썼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운으로 남았기에 <마더>로 다시 만난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로란 마루야마 초등학교 1학년 임시 교사였던 나오가 학대를 당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자 미치키 레나를 구하고 지키기 위해 유괴범이 된 이야기다. 선생님들에 의해 레나의 몸에서 멍과 상처투성이를 발견하게 되고 학대를 받는 정황을 아동상담소에 의뢰도 했으나, 명쾌한 대답이 없이 흐지부지 하게 되고 추운 겨울 날 버려진 레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기사로 접했던 유괴 사건이라면 돈을 요구하거나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생명을 빼앗기도 하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이유를 들어볼 것도 없이 흉악한 범죄로 말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유괴 사건의 전면에 가려진 다른 방향의 시선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지만. 부모가 낳아서 키우는 것만으로 아이에 대한 양육의 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래로는 자녀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위로는 엄마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어린 시절에 받은 따뜻한 사랑과 추억이 성장하면서 진정한 인격을 지닌 어른이 되는 밑바탕 일 텐데, 학대를 당하다니. 그것을 견디면서 자라기도 전에 일그러진 자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가.


 주로 여성이 나오는 여성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육아라고 하면 부부 공동의 책임으로 이루어져야겠지만, 아무래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긴 만큼 드라마의 반영도 그럴만하다. 나오를 입양하고 자신의 두 딸과 함께 키운 엄마 도코, 나오를 버린 친엄마 하나, 아이를 잉태한 나오의 동생 메이, 레나를 버린 히토미 이렇게 다섯 명의 여성의 모성을 각기 다른 빛깔로 보여주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듯이 여러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이 낳은 아이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하나, 히토미 같은 엄마가 있고, 입양을 해서 친딸보다 더 잘 대해주면서 키우는 도코 같은 엄마도 있다. 히토미는 자신이 일하러 나가 사이에 애인 우라가미가 레나를 학대하는 것을 눈치를 채면서도 당당하게 따지지 못한다. 부잣집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메이의 태도와 히토미와 겹친다. 아이를 버리고 유괴하는 것 모두 도덕적으로 정당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아픔을 알아차리고 나면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나약한 인간의 단면이라고 할까. 그러한 사건이 터지기까지 일조한 남자도 있기 때문이다.


 나오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도 왜 레나를 데리고 도망쳤을까. 레나를 보면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 말고는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 레나는 쓰구미가 되고 도망의 여행길에 하나를 만난다. 낯선 여인에게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무한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정신없이 레나를 구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엄마 역할을 해 주고 싶었고, 이제는 진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민들레 홀씨를 불면서 까르르 웃다보니 엄마가 사라졌다는, 헤어지던 날의 기억을 또렷하게 이야기하는데 듣는 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압권은 단연 레나의 좋아하는 것 노트. 해바라기 씨를 먹는 스즈의 모습, 눈 밟는 소리, 밤하늘의 구름, 크림소다, 회전의자, 구부러진 언덕길, 목욕탕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는 것, 깨끗하게 깎은 밤, 비에 젖은 길, 자전거의 뒷자리, 엄마가 토닥토닥 해 줄 때...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안 되고, 좋아하는 걸 계속해서 생각해야 된단다. 좋아하는 것을 얘기하면 즐거워진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꾸만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얼마나 힘든 고통을 참아내며 그것을 썼을까, 이겨내기 위해 한 단어 한 단어를 떠올리며 적어나갔을 레나가 가여워서 목이 메어온다. 학대를 당한 아이라고 볼 수 없는 명랑함이 느껴져 더욱 짠하다. 아기의 생명을 구해주는 우체통이 있다면서 일곱 살짜리도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 얼마나 절실하면.


 참 희한한 일이다. 사람은 나는 저렇게 안돼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인생을 살면서 힘든 건 거의 사람과의 관계이다. 가족도 사회도 모두 그렇다. 갓난아기였던 레나를 키우던 시절, 방송에서 아동 학대 사망사건을 보도하는데 히토미는 저건 부모도 아니라며 혐오감을 나타낸다. 훗날 자신이 그렇게 될 줄은 모르고. 세상일은 법과 규칙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정황이 다는 아닐 것이다. 사건의 정황은 무시하고 법적인 잣대로만 매도하는 행위는 항상 있어왔다. 나오는 방관하는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 일로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범죄자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되기를 응원하며 읽었다. 여러 개의 드라마틱한 반전과 감성어린 맛깔난 대사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삶에 있어 자녀와 부모,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세상에는 학대하는 사람과 학대당하는 사람이 있고 그 몇 배나 되는 방관자가 있다는 나오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쓰구미: 엄마, 있잖아.....

히토미: ?

쓰구미: 레나는 하늘나라에 갔어.

히토미: (깜짝 놀라며).....

쓰구미: 레나는 이제 없어. 천국에 갔으니까.

 

히토미: 레나, 엄마 좋아하잖아? 왜 엄마는 안 썼어?

쓰구미: 있잖아.....

히토미: 엄마 좋아하잖아? 엄마 싫어?

쓰구미: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이제 엄마가 아니니까.

히토미: (아연샐색하면서)..... (P471)

 

쓰구미: 엄마!

나오: 미안해..... 미안해!

쓰구미: 보고 싶어요!

나오: 미안해!

쓰구미: 엄마..... 한 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

나오: !

쓰구미: 한 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P583)

 

나오 목소리 혹시 알고 있나요?

                철새가 어떻게 해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새들은 별자리를 이정표로 삼지요.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등,

                새들은 그런 별들에 의지하여 북쪽으로 가는 거예요.

                새들은 어렸을 때 그걸 배워요.

                어렸을 때 본 별의 위치가 새들이 살아가는 이정표가 되는 거죠.(P630~631)

                           -스물 살의 레나에게 나오가 쓴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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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미야시타 나츠는 <양과 강철의 숲>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 작품의 잔잔한 감동과 좋은 기억 덕분에 이 책을 무척 읽고 싶었다. 그 작품은 소설이고 감성적인 느낌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에세이 이며 담담하고 활달한 문체라고 할까. 편리한 도시 생활에 젖어 살던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를 많이 포기해야 하는 산촌에서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일단 해 보자는 도전으로 똘똘 뭉쳐 있지 않으면. 가족 단위보다는 혼자가 더 수월하겠지만, 이 작품은 가족끼리 함께 한 1년의 산촌 일기다.


 서점까지 60킬로미터, 마트까지 37킬로미터, 휴대전화는 3개 통신사 모두 불통, 텔레비전은 난시청 지역이다. 홋카이도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남편의 제안과 의외로 쉽게 세 아이들이 찬성하면서 다이세쓰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도무라우시로 이사를 간다. 그 곳에서 경험한 일들을 계절에 따라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되면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산촌유학생용으로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간 집이다. 미야시타의 가족이 살게 된 집은 예전에 진료소였다가 장례식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딸이 갑자기 무서움을 타는 바람에 화장실이나 욕실을 사용할 때는 노래 부르면서 지켜주는데 자신도 악몽을 꾸다가 잠을 깨기도 한다. 좀 오싹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해 간다. 아마도 이웃의 관심과 따뜻한 정, 혼자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 속에 놓인 환경 덕분이겠지 싶다.


 학생들이 있는 가정은 교육에 관한 것이 가장 관심사다. 이곳에서는 보통의 도시의 학교에서의 수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교복도 없고 편안한 츄리닝 차림에 시험도 숙제도 없다.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천국인가.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세, 네 시간을 할애하는 미술 시간, 기술이나 가정시간도 요리를 실습한다. 시간에 쫓기며 하는 암기식 공부가 아니다. 직접 만져보고 직접 만들어 본다. 낚시터에 나가 계류낚시를 하고 수영장에서 카누를 배우기도 한다. 여름 방학에는 등산을 하는데, 그 훈련을 위해 하이킹을 하고 캠프, 등산으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일련의 수업과정을 즐기는 모습이다. 성적의 경쟁에 절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은 전혀 떠올릴 수 없다.


 9월의 가을 축제는 참 이색적이다. 작가는 포장마차를 이런 산속까지 끌고 오느냐고 걱정했는데, 각 가정에서 한 가지씩 맡아서 가게를 여는 거란다. 다코야키, 크레이프 굽기, 금붕어 낚시 등. 이웃이 모두 참여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도시 학교의 삭막한 풍경이 무척 대비된다. 또 흥미로운 건 순견학습(巡見學習)이다. 차로 산 속 오지로 들어가, 그 지역을 돌며 지리와 지형을 확인하거나 지층을 조사하는 지역 풍토를 배우는 수업이란다. 이런 수업이야말로 현지에서 사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디서든 큰 곰을 마주칠 수도 있는 이런 산촌에서 말이다.

 

 어떤 곳에서 일 년을 산다는 것은 현지인에 대한 이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도시에서는 경쟁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면서 경험 할 수 없는 긴밀한 시간을 갖는다. 참관수업, 학예회, 가장행렬, 운동회 등에 모든 이웃들이 참여한다. 함께 소도구를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은 평화롭게 느껴진다. 바삐 서두르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홋카이도는 정말 추운 곳으로 기억되며 눈 축제가 있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 정도였다. 가끔 일드로 보았던 눈보라 치는 장면은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읽었다. 6월이 끝날 무렵 기온이 8도 뻐꾸기가 울고, 전국이 찜통더위라고 보도하는 8월의 기온이 17, 휘파람새가 우는 장면을 보면서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울 온천에서도 머리를 감으면 그대로 얼어붙는 만큼의 추위이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고 이웃과 관계 맺으면서 그 속에 동요되는 모습이 놀랍다. 의젓하고 활달하게 바뀌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되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정든 곳을 떠나는 장면은 짠하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벗어나서 어떻게 살아갈까, 살 수 있을까 울적해 한다. 사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사진 한 컷 없었던 점은 좀 아쉽다. 또 하나는 자연 현상, 문화, 지역의 특색 등 테마 별로 구분하여 썼더라면 좀 더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어쨌든 보통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언제나 똑같은 쳇바퀴 같은 삶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하겠다. 각박한 도시에서 맛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대자연의 품에서 찾을 수도 있으니까.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여유를 온전히 누리는 시간,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삶이기도 하다.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깝다는 그 눈물겹도록 아름답다는 그 풍경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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