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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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잃시찾5권을 읽고 나서 너무나 피로해진(?) 머리를 식힐 겸 힐링을 받고 싶어서추석 연휴 전에 준비해 둔 이 책을 읽게 되었다이 책 나왔을 때 대단하신 할머니구나마음이 괜히 설렜다예전에 읽었던 타샤 튜더 할머니도 생각났고 이웃들의 리뷰로 읽었던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도 생각났다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셨다고 했다다른 건 몰라도 일본어는 끝내주게 잘하시겠구나싶은 마음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일제 강점기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고생을 했다는 얘기를 여러 책을 접하고 알았다그 예로 대표적인 분은 영원한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지식인 강상중 선생이고알려지지 않은 비화는 얼마나 많을지열여덟 살에 한국으로 가족이 건너오게 되어 한국어를 말할 줄도 쓸 줄도 몰랐다는 김두엽 할머니는 평생동안 온갖 고생을 하면서 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80세가 되어서란다그런데 그림들은 어찌 그리 밝은지물감을 쭉 짜서 바로 옮겨 놓은 듯 선명한 원색이 캔버스에 수놓아진 그림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그림 사이사이 살아온 세월의 궤적들은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과 함께 먹먹한 감동을 주었다.

 



 

38쪽 사진<백설공주>, <매화>, <푸른 화분>, <춤추는 소녀들>

39쪽 사진<장미동산의 집>, <매화 화분>, <춤추는 사람들>(앙리 마티스의 <모작), <화분>

 


 꽃 그림이 참 많았다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원근법과 명암을 무시한 독특한 그림이지만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아마도 화가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그림에 추억과 희망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쭉쭉 뻗은 꽃가지며 나뭇가지그림의 선이 선명하고 대담해서 힘이 느껴진다.

 


 

52쪽 사진<황금 들녘>, 53쪽  <동네 드라이브>, <바닷가 마음>

 


 정겨운 시골의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닭과 강아지가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데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화가인 아들 이현영 화가의 하얀색 차도 자주 나오는데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애틋함이 뭉클하다.

 


 

140<꽃밤 데이트>

 


너무 예뻐서 캡처사진도....

 

 

 늦게 맞이한 며느리는 단번에 이 그림을 보더니, “어머니이 그림은 꽃밤 데이트예요라는 말에 그림 제목이 되었단다소녀 시절 단추공장에 다닐 때 사장님과 그 아들이 좋아해서 결혼하게 될 줄 알았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별하게 되었다하양과 핑크빛 꽃만 보고 있어도 첫사랑의 두근두근 설렘이 화사한 꽃 그림 속에 그대로 전해오는 듯하다아무리 늦게 작가가 된다 해도 평생의 경험은 두고두고 글 속에 나타난다더니역시 화가는 그림으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구나서로 다정한 아내와 남편으로 살지 못했다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하소연이 있었는데이 그림을 보니 더욱 애잔하게 다가왔다그런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살갑게 대해 준 시어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162쪽 사진<가족>

 


 열여덟 살에 한국으로 와서 얼굴도 모르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지만전혀 다정하지 않았고 아기를 안아주는 법이 없었다어느 날수탁의 꾸꾸대는 소리에 나가보니 암탉과 병아리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걸 보았단다. ‘닭들도 저렇게 다정한데...’ 이런 화가의 마음은 화폭에 닭 <가족>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김두엽 할머니는 가끔 다정하고 가정적인 사람과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그래도 고단한 삶이 남긴 아픔은 그림을 그리면서 어느 정도 아물지 않았을까글쓰기도 그림도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174쪽 <장미와 나비>, <나리꽃>, <노란 꽃>, <무궁화>, <장미와 나비>, <도라지꽃>

175쪽 <언니와 나>

 


 

나는 뭘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에요그림도 재미있으니 그렸지 다른 건 하나도 몰라요화가가 되겠다거나 그림으로 뭘 해보겠다는 마음은 가져본 적도 없지요그냥 하다 보니까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네요(웃음). (채널예스 기사)

 

 


 어느 날 종이에 사과 그림을 그리고 아들에게 칭찬을 받고 매일 그림을 그리다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당신이 그림을 시작한 83세가 그림을 그리기 딱 좋은 나이라고 했다꼭 뭐가 되고 싶다는 목표와 계획도 좋지만 이런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그냥 재미를 느끼고 그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힘 말이다무엇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은 때때로 스트레스를 부르기도 한다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의 루틴을 계속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무엇을 시작하기에 나이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는 것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매일 무언가를 하는 힘의 위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나 지친 일상을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겠다화사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동화 속 이야기가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다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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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25 1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그림의 색감도 감성도 너무 좋네요! 꽃밤 데이트는 연서를 써도 좋을 엽서그림 같고, 개인적으로는 황금들녁이 정이 가네요! 좋은 그림 소개 감사해요!ㅎ

모나리자 2021-09-25 21:51   좋아요 4 | URL
네.. 정말 그림이 예뻤어요. 평생 고생한 일도 추억이 되었다면서 지금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셔서 뭉클한 감동이었어요. 그림 그리는 분이라 그런지 해마다 그림을 그려서 손자 손녀에게 연하장을 쓰기도 하시고요. 꽃밤 데이트는 정말 감탄!이네요.
공감해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 막시무스님.^^ㅎ
주말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막시무스 2021-09-25 21:58   좋아요 3 | URL
연하장 선물까지!ㅎㅎ 즐건 주말되십시요!

모나리자 2021-09-25 22:01   좋아요 2 | URL
넵!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9-26 0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박! 그림 너무 예뻐요~ 저도 챙겨 봐야겠어요~ 괜시리 옷 만들었음 넘 잘했을 거 같은 엄마 생각이 나네요.. 뒤늦게나마 자신이 원하는 거 할 수 있어서 참 좋으실 거 같아요~

모나리자 2021-09-26 09:52   좋아요 2 | URL
정말 예쁘죠~ 툐툐님 어머님이 옷 만드는데 솜씨가 있으셨군요.
이분도 농사일을 하다가 늦게세탁 기술을 배워 세탁소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솜씨가 좋아서 손님이 많았대요. 늦게 그림을 그렸지만 손재주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뭐든 즐기는 사람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행복하시다고 해서 다행이고 좋았어요.^^

새파랑 2021-09-26 0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시찾의 피로감이란 😅
그림이 다 예쁘네요. 원근법을 무시한게 더 멋져보여요. 집보다 큰 닭이라니 ㅎㅎ

모나리자 2021-09-26 09:55   좋아요 2 | URL
네.. 그 피로감..ㅎ 잘 풀었습니다.
그쵸. 어디서 배운 적 없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린 그림이죠. 처음 그린 사과 그림을 보고 화가인 아들이 칭찬해 주어서 너무 좋아서 그리다보니 화가가 되었다고..
그림이 예쁘고 선명해서 동화를 보는 느낌이에요.^^

그레이스 2021-09-26 0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이 지닌 감성과 재능을 표현하고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나리자 2021-09-26 09:56   좋아요 3 | URL
맞아요. 뭐라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오는 것 같아요.
남은 주말도 행복한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