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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을 하면서 한가지 좋지 않은 점은 여행 중에도 갑자기 이렇게 기한이 생각나 새벽에 느닷없이 이렇게 신간 추천을 쓰게 되는 일인 것 같다.
아무튼 5월에 나온 인문 신간중 가장 눈에 번쩍 뜨인 책 중의 하나는 존 힐의 '켄 로치'였다.
페이지가 무려 560 페이지인데다 부제가 '영화와 텔레비젼의 정치학'인 것을 보면 켄 로치의 감독 경력 전부를 소개하고 있는 듯 하다. 더구나 켄 로치하면 영국국영방송에서 텔레비젼 감독을 하던 초창기부터 영화를 정치적 문법으로 만들어온 감독으로서 감독들 중 가장 정치적인 감독이라고 하여도 무방한데 영화를 통해 아일랜드 정치 문제를 심도있게 분석한 존 힐이라면 켄 로치의 뿌리라 할만한 이런 정치 문제를 잘 다룰 듯도 보인다. 예전 '케스'를 아주 감동 깊게 보았고 아주 최근에 나온 것과 텔레비젼 시절의 몇몇 작품들을 빼고는 거의 다 본 감독으로써 그의 감독 경력을 모두 망라하여 조망하는 이런 책은 아무래도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에이젠쉬타인 이후로 그림자처럼 강하게 결부되었던 영화와 정치에 대해서 한 감독을 통해서 차분히 엿볼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 같다.
여행을 와서 그런가 음식에 대한 책이 눈에 들어오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여행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그 지방의 향토 음식을 경험하는 것일텐데 그런 음식들을 접하다보면 거기에 담겨진 그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음식 또한 문화적 풍토의 산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음식 분야가 아닌 영국의 미디어 연구자들이 공저했다. 그만큼 음식을 문화를 매개하는 미디어의 한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5장 이후이다. 음식에 담겨진 국가정체성과 음식의 지구화. 한 번쯤 깊게 읽어보기를 기대했던 내용이다. 이 책이 문화로서의 음식에 대해 보다 풍부하게 들려주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저자 김성도는 우리나라에 기호학이라는 것을 가장 처음 알렸던 학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도 그의 '기호학이란 무엇인가'로 기호학을 처음 접했던 것 같다. 데리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그레마톨로지'도 그가 번역했다.
오래도록 기호학을 연구해온 그가 본격적으로 도시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저번 달엔 데이비드 하비의 '반란의 도시'로 정치경제학적으로 바라본 도시를 한 번 경험해 본 터다. 그래서인지 기호학적으로 바라본 도시의 의미는 또 어떻게 다가올지 호기심이 동한다. 인문학적 측면에서 도시가 가진 거의 모든 의미들을 방대하게 다루고 있는 듯 하다. 인문학적 지평으로써의 도시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상으로 6월의 새벽에 느닷없이 호출되듯 박차고 나와 써야했던 5월의 신간추천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