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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데 아파트 관리소에서 긴급 방송이 흘러나온다.

  "아파트 전기 관리부입니다. 지금 당장 에어콘 사용을 중지해 주세요. 전력이 과부하 상태입니다. 위험합니다. 당장 에어콘을 꺼주세요."

  몇 번이나 말한다. 에어콘을 꺼달라고...

 

  오늘의 현실도 이런 절박한 경고가 필요한 것 같다.

  특히나 UPPER CLASS들에게...

  그들의 탐욕, 독선, 거짓과 협잡 그리고 오만으로

  시스템이 잔뜩 과부하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들끓고

  과부화된 시스템은 그 하중을 견뎌낼 여력이 없다.

  이러다 곧 블랙 아웃이 올지 모른다.

 

  이번의 신간 추천은 특히나 그런 경고를 담은 작품들을 골라본다.

 

 

 

 피에르 르메트르가 돌아왔다. 

 이미 신간평가단으로 두 번이나 만나본 작가이기도 하다.

 그간 소개된 '알렉스'와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는

 그가 현재 생존하는 유럽 스릴러 작가들 중에서 재미와 깊이

 두 마리 토끼를 가장 잘 잡고 있는 작가로 여기게 해 주었다.

 그는 특히 동시대의 현안들을 스릴러로 잘 버무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더욱 이번에 나온

 '실업자'에게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현재 전 지구를 뒤덮고 있는 가장 불길한 그림자는 '실업자'이다.

 해마다 높아지는 실업률, 그만큼 더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는

곳곳에서 갈등의 폭발을 불러 일으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실업자'는 바로 그 시한 폭탄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그것도 정면으로.

이 소설은 유럽미스터리소설대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그 심사평이 인상적이다.

"직장인들이 겪는 절망과 위기감, 그리고 그들의 삶을 잔혹하고 지독하게 묘사해냈다" "소름끼치는 것은 주인공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는데 앞서 만났던 두 작품에서 르메트르의 심리 묘사가 얼마나 치밀한지 여실히 맛보았기 때문에 이런 말은 이 작품에 더욱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어쩌면 피에르 르메트르가 보내는 절박한 경고일지도 모를 이 소설을 다시금 만나고 싶다.

 

 

 신간평가단 파트장이 하는 일중 하나는 월초에 이루어지는 신간 추천을 집계하는 일이다. 이 페이퍼를 쓰기 전에 이미 한 번 집계를 내봤는데 한국 문학쪽에선 유독 두 작품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나는 구병모 작가의 '파과'이고

 다른 하나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두 소설엔 공통점이 있다. '파과'는 60대의 여성 청부살인업자를 다룬 이야기이고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은퇴한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구나 그 처지 역시 비슷하다. '파과'의 여성 청부살인업자는 한 때 킬러계의 대모라고 불리었으나 지금은 제목 그래도 남들에게 팔 수 없는 '파과'의 존재이고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인공 역시 알츠하이머로 전성기 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다. 노쇠와 결함으로 전성기 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한국 자체의 알레고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으론 이건 이번 대선으로 전면에 드러난 이 땅의 50대 이상에 대한 조롱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얼핏 스친다. 아무튼 동시에 이렇게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게 내겐 심상치 않게 보인다. 딱히 팔릴만한 이야기라서 나온 건 결코 아니다. 생각해보면 징후는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니까 MB 이후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맹공으로 부터 우리의 살이가 심각하게 격침당한 뒤로 한국 문학은 과격한 경향을 때때로 노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이제 여유롭게 사회의 현실을 담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 때부터 난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의 단면을 문학이 예리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왔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보자면 현 시대의 소통법이란 폭력이고 생존법은 살인이니까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 작품 모두가 다 내 관심 대상이다. 이미 '파과'는 가지고 있기에 이번 신간 추천에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올린다. 

 

 

 새로나온 책 리스트에서 '개의 심장'을 봤을 때,

 난 이 책이 가장 압도적인 추천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을 뒤지면서 오매불망 찾았던 책,

 그토록 새로 발간되기를 기다렸던 책 중 하나였으니까.

 (설마, 나만 목빠지게 기다린 건 아니겠지?...)

 

 예상만큼의 추천수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현재 순위가 4위니

 역시나 나만큼 이 책을 기다린다는 사람들이 있었던 셈이다.

 아무튼 미하일 불가꼬프의 이 걸작은 개에게 사람의 생식기와 뇌를 이식한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개가 점점 사람으로 각성하는가 싶더니 나중에 가서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갈등을 일으킨다.

 

 개에게 사람의 생식기와 두뇌를 이식한다는 것은 이념 주입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고 그 개가 사람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서 대립관계가 되는 것은 혁명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작품을 통해 늘 소비에트 사회를 풍자함으로써 독재로 나아가는 사회에 경고를 보냈던 그이니만큼 이 작품엔 어떤 그의 목소리가 투영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부터 가장 보고 싶었던 책이니 당연 추천이다.

 

 

 현재 집계에서 외국문학쪽 선두는 바로 이 책이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여름, 거짓말'

 시공사에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데 이 책은 '사랑의 도피'에 이은 두번째 단편집이다. 개인적으로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장편보다 단편을 더 좋아한다. 어떤 평론가는 그를 두고 '감정의 고고학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 내재해온 인간 보편의 감정들을 잘 파헤치고 복원해낸다는 의미다. 난 그런 섬세한 발굴과 복원의 붓 터치가 단편에서 더 잘 드러난다고 느낀다.

 그래서 단편을 더 좋아한다. 아직 국내에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그러므로 당연히 관심 대상이다. 앞서 말한 그 인간 보편의 감정들 중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이 대표적으로 형상화하는 건 죄와 책임에 대한 것이다. 사실 그의 소설들은 바로 그것을 중심으로 늘 공전하는 궤도라 할 수 있다. 그는 아주 어릴 때 소포클레스의 '오디이푸스'를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범 국가 독일인이라면 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감각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시점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 좀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시대란 죄는 있으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무리들로 가득한 시대가 아닌가.

 일본의 아베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저 UPPER CLASS들 하며...

 남들에겐 준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만 예외가 되려는 존재들을 칸트는 '악마'라고 단적으로 정의내렸다. 정말 그런 악마들이 너무나도 많이 출몰하는 세상이다. 참으로 진저리날 정도로...

 이런 시대적 상황이 다시 한 번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들을 호출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읽고 싶다.

 

 여기까지 저녁에 썼고

 지금은,

 

 새벽 세시가 좀 넘었다.

 덥고 덥고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앉은 의자의 절반을 고양이가 누워서 차지하고 있다.

 지금 난 엉덩이를 거의 의자에 살짝 걸친 채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까부터 계속 자판 위로 돌아다녀서 쓸 수 없게 만들더니

 (제발 손가락은 깨물지마! 발가락도!...)

 이제는 이렇게 아슬아슬한 포즈로 글을 쓰게 하는구나...

 

 다시 신간평가단 활동이 시작되었다.

 늘 시작할 땐 이번엔 진짜 제대로 활동해보자 마음먹는데

 끝날 때 되새겨보면 항상 도루묵이었던 것 같다.

 이번엔 그렇게 안되도록 좀 채찍질을 매섭게 가해봐야겠다.

 

 

 아무튼 13기 소설 신간평가단 여러분들 정말 반갑고 환영합니다.

 앞으로 더불어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마음으로 노래 하나를 선물할까 합니다.

 좀 오래된 밴드인 RENAISSANCE의 'CLOSER THAN YESTERDAY'란 노래입니다.

 

 

 

As morning leaves the night
Opening my eyes
I feel that you are close to me
And yet your heart is time away
But I can't hold a dream
That sleeps within my yesterdays
And so coming very close now
I see my destiny
Is to make you part of me
And to hope that you might be
Pure and free

[Chorus:]
Leave memories on the wind
To spend moments in endless flight
Held over by all you mean
I feel you nearer the darkest night
Closer now, than yesterday

Hoping for a chance
To find you loving me
In the distance searching there I'll be
In time

you may come to me
To fall into the world
That once we left so far behind
To learn

with each passing moment
As tomorrow comes for me
In the shadow of my life
For eternity to find
The light I see

 

[Refrain]

Make believe, Life is just a story.

you may live in wonder,

Of all that's been before

You are all, all that I believe in,

All I really need,

Inside for ever more.

 

 가사에 나오듯이

 이 신간평가단 활동을 통해 인생의 그늘에서 영원히 찾아 다니던

 그 빛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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