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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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 한 마디가 아버지처럼 큰 힘과 용기를 줄 때가 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한 줄의 글귀가 어머니처럼 큰 위안과 위로를 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말과 글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 속에 새겨두거나 시작노트 한 귀퉁이에 메모해두곤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마음 속에 새기거나 읽으면서 제 인생의 소중한 물과 밥으로 삼았습니다.

 

-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 중에서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란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이러한 고백은 비단 정호승님 만의 고백은 아닐 것이다. 우리 역시도 살아가는 어느 한 순간, 마치 자기 혼자 세상을 짊어지고 있는 듯 힘겨울 때 마음 어디엔가 새겨진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에 위로를 얻고 격려를 느꼈던 때가 있을 것이다. 한없이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기만 했던 말 한마디가 문득 '해님달님'에 나오는 호랑이의 손에서 오누이를 구해 주었던 동앗줄처럼 그 어떤 것 보다도 더욱 튼튼히 날 지탱해주고 힘차게 끌어올려 줌을 느낄 수 있는 때가 말이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그냥 괜스레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땐 정말 그 정도의 가치도 충분히 가질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그런 느낌과 체험을 한 이들이 많았기에 시대마다 나라마다 여지껏 격언이나 금언의 형태로 '한마디'들이 그리도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7년만에 다시 만나보는 정호승님의 에세이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는 그러한 한마디의 힘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한마디의 말로 응축되는 글들은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만큼이나  여전히 아픈 배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과도 같아서 삶이 가져다준 실패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장벽 때문에 용기와 의지를 잃어버린 영혼을 따스한 위로로써 어루만지고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다시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그야말로 지금 무언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겐 진 웹스터의 소설에서 주인공 주디에게 있어 '키다리 아저씨'가 그랬듯이 더없이 의지가 되고 더 높은 곳으로 활짝 날아오르기 위한 도약대가 되어 주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정호승님의 글들은 모두 세 개의 묶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론 그 말들의 대상이 각각 다 다른 것 같다. 그러니까 첫 묶음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 는 뭔가를 하려고 마음은 먹었으나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아마도 그 때 용기를 갉아먹는 이유들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우려, 제대로 못해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식의 불안 등등.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에 모여있는 글들은 바로 그러한 것들을 겪고 있는 자들을 위한 정호승님의 귀한 조언이다. 현실적인 문제로 걱정하는 이들에겐 '광활한 우주의 시각에서 지금의 현실을 볼 것'과 '모든 벽은 문이다'라는 말로 현실에 가로놓인 장벽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준다. 그리고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식의 불안에 대해서는 정호승님 자신도 해마다 실패 기념일을 만들어 기념한다는 일화를 통해 '실패는 기념함으로써 비로소 성공의 싹을 틔우니' 오히려 실패에서 배울 것이 더 많으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견딤이 쓰임을 결정합니다. 내게 견딤이 있어야 귀하게 쓰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p. 49) 

 

 

생각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 것인가가 걱정스런 이들에겐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어라'는 성철 스님의 말처럼 진정한 성과는 오로지 많은 시도와 노력 끝에 얻게 되는 법이니 시도와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바로 우리의 삶으로 여기라 말한다. 더구나 삶에 있어 모든 공부란 '눈을 짊어지고 우물을 메우듯' 아무리 눈을 져다 부어도 우물은 그저 우물로서 존재하는 법이니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 모든 것들은 본디 '나'라는 자아 속에 고귀한 자산으로써 남아있을 것이니 무가치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걱정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일단 무조건 용기를 가지고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꽃이 보고 싶은 순간에 꽃씨를 뿌리면 이미 늦었다고 아예 뿌리지 않는다면 보고 싶은 꽃은 영영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꽃을 볼 수 없지만 일단 꽃씨를 먼저 뿌리는 게 중요합니다.(p. 41)

 

  인간은 목적을 달성하는 이에게 관심을 갖지만, 신은 열심히 노력하는 이의 과정을 소중히 여깁니다. 목적은 결과일 뿐, 목적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목적이 중요할 수록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목적에 몰두하되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목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그 목적에 이르게 됩니다.(p. 171)

 

 두 번째 묶음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 는 이미 실패를 경험하고 용기가 꺾여진 이들을 위한 글 모음이다. '엎질러진 물 때문에 울 필요는 없다'는 말로 실패의 원인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의 곤경을 해결할 생각부터 할 것이며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기듯' '진주조개가 스스로 이물질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진주를 만들어 낼 수 있듯' 실패 역시도 성장하는 과정중에 뒤따르게 마련인 성장통인 것이니 거기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 것을 일러준다 중요한 것은 화살이 자신이 떠나온 활 시위를 생각하지 않듯이 뒤를 돌아다 보는 것보다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엔 오늘 내가 느끼는 부정(negative)을 오히려 긍정의 계기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준다.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입니다.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면 미래는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미래가 더 불안하게 됩니다. 내 노력과 준비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여러 개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래서 '미래학은 예언이 아니라 선택의 미학'이라고 합니다.(P. 285)

 

 세번째 묶음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는 첫번째처럼 머뭇거리는 사람이나 두번째처럼 실패로 방황하는 사람 모두가 나아감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모아놓은 글 모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걸음 가운데 우리의 시야를 어디에 둘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는 나의 보폭을 어느 정도로 결정할 것인지 그 모든 것을 행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내 마음의 중심은 또한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자애롭게 들려주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이 산문집은 맨 앞에 인용한 그의 말처럼 정말로 용기가 필요한 순간, 또는 다시금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물과 밥이 되는 책이다. 여기엔 참으로 새겨두고 싶은 한마디의 말들이 많다. 그래서 어쩐지 제 느낌엔 그 말들 하나하나가 다들 깃털 같다. 하나로 모이면 날개가 되어 날아오르게 해 주는 그런 깃털들 말이다. 아니, 정말로 그런 것 같다.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공명해 왠지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마치 그대로 날아오르려는 듯 발돋음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많이 느끼게 되니까. 그렇게 지금 이 순간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분들은 분명 이 책을 통해 적잖이 위로와 힘을 받으시리라 생각된다. 벽이 더 이상 벽이 아니라 바로 문 이라고 보게 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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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3-0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매했답니다.
정호승님의 산문집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부록으로 손바닥 반만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책이 왔어요. 제가 요즘 노안이 오는 중이라, 흐흐, 이 책 절대 안 보여염... 출판사에서도 알아주었으면! 에휴휴.

ICE-9 2013-03-12 18:19   좋아요 0 | URL
와! 달여우님 저랑 너무 비슷하세요^ ^ 저 역시 정호승님의 산문집을 좋아하는지라 바로 구해 읽게 되었거든요^ ^ 저도 그 작은 책 있어요. 저는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문제점도 있겠군요. 아무튼 정말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