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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번던스 - 혁신과 번영의 새로운 문명을 기록한 미래 예측 보고서
피터 다이어맨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권오열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당신이 만일 공학도라면, 그것도 로켓 공학도라면 누구보다 빨리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안자이 X- 프라이즈 프로그램에 응모하는 것이다. 안자이 X- 프라이즈 프로그램은 X-프라이즈 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민간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우주 여행 공모전으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NASA와 달리 그렇게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사람을 우주 여행시킬 수 있는 방법을 실제적으로 찾아내는 이들에게 상금을 수여하는데 그 상금이 무려 천만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10월 4일. 버트 루탄과 그의 투자자들은 스페이스 쉽 원으로 주최측이 요구하는 대로 2주 사이에 62마일 상공을 두 차례 비행함으로써 천만달러라는 상금을 획득했을뿐 아니라 민간 로쳇으로 최초로 우주여행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 X-프라이즈 재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피터 다이어맨디스이다.
이 책, '어번던스'를 보았을 때 그래서 난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하나는 물론 공학계에서는 유명한 X-프라이즈 재단을 이끌고 있는 피터 다이어맨디스의 책이라 놀랐고 다른 하나는 이 책 역시도 미치오 카쿠의 '미래의 물리학'처럼 낙관적인 미래관을 보여주는 책이라 놀랐다. 과학계에서 이름 높은 이 두 사람이 비슷한 성격의 책을 냈다는 것은 바야흐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어쩌면 '어번던스'에 우러난 낙관적인 미래관은 안사이 X-프라이즈 프로그램에 비추어 볼 때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 공모전 자체가 추구하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우주 여행이 가능하다는 생각 아래에는 테크놀로지 앞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신념이 분명 바탕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 '어번던스'도 바로 다가올 눈부신 테크놀로지의 발전 앞에서 우리가 우려하거나 비관해야 할 것은 그리 없을 것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제목 그대로 풍요의 미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바라보는 풍요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저자의 말을 직접 빌어와 본다면 그들이 바라보는 풍요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치스러운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가능성의 삶을 제공하는 문제다 (...) 모든 사람이 아등바등하며 그날그날 연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꾸고 행동하는 데 자신의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세계다.(P. 35)
'어번던스'는 바로 이러한 풍요로움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성들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그러한 가능성들의 풍요로움이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는 우리에게 찾아왔거나 앞으로 찾아올 기술들이 어떻게 우리를 무한의 가능성으로 충만한 세계로 인도할지 이 책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말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현실을 고려하자면 미래는 더욱 더 비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한 장을 할애하여 우리에게 각인된 인지 편향에 대해 설명한다.
인지편향이란 우리가 바깥의 어떤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향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한다. 쉽게 말해 이미 존재하는 우리 내부의 선입견을 스스로 진실이라 믿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왜 이러한 인지편향이 생겼냐 하면 그건 우리가 단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 인간은 좀처럼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하며 모든 결과를 알 수도 없다. 설사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전체 데이터를 분석할만한 시간적인 유연성도 신경학적인 능력도 없다. 오히려 우리의 결정은 제한적이고 종종 믿을 수 없는 정보를 기초로 내려진다. 더 나아가 뇌의 처리 능력 부족이라는 내적인 한계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외적인 한계의 방해를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상황을 위한 문제 해결 도구로 '어림법(HEURISTICS)'이라는 잠재의식적 전략을 개발했다.(P.59)
바로 이러한 쉽게 말해 우리 무의식에 존재하는 어림잡아 사물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인해 인지편향이 생기게 되었다. 여기서 인간들이 가장 많이 드러내는 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즉 자기의 선입견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찾거나 해석하는 것이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는 우리에게 널리 유포된 미래에 대한 비관론은 바로 이러한 대표적인 확증편향에 불과하다고 본다. 여기엔 두려움과 공포를 심어주어 대중을 통제하에 두려는 권력과 미디어의 역할까지 더해져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테크놀로지들이 정말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 그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번던스'는 그러한 우리 눈에 '편향'으로 씌어져버린 콩깍지를 벗겨내어 기술이 가져다 줄 미래의 참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미치오 카쿠의 '미래의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의료와 교육 분야 더하여 민주주의까지 특히 어떤 혁신들이 우리에게 찾아올지 자세히 보여준다.
읽으면서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은 교육 분야였다. 거기서 나의 편향을 깨뜨렸던 것은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는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언어학자 제임스 지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는데 제임스 지는 게임을 통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당당히 이렇게 주장한다.
"게임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진지하고 깊은 학습을 시간낭비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P.298)
왜냐하면 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관찰해 본 결과 그 과정이 그대로 학생들이 오래도록 어렵고 복잡한 학문을 배우는 과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도 잘 알듯이 똑같은 과정인데도 학습에 있어서 아이들은 쉽게 지치는 반면 게임에 있어서는 전혀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지는 게임이 주는 이러한 학습의 유용성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게임은 암기 위주의 구식 교육이 줄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위기 대처 능력이나 어떤 것을 경영하고 기획하며 전략과 전술을 짜는 능력 그리고 창의력과 혁신능력까지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비단 제임스 지의 주장만은 아니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는 미국 내에서 이런 교육방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신시내티주의 데이스쿨을 비롯하며 많은 학교들이 이미 그 방법을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학교들에게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게임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어릴 때 부터 부모와 학교로 부터 형성된 인지편향이 어쩌면 게임이 가지고 있을 긍정적인 측면까지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바로 여기에서 피터 다이어맨디스가 왜 첫 머리부터 자기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이러한 인지편향에 대해서 설명했고 그 인지편향을 후반의 여러 사례들을 통하여 부수어나가는지 그 이유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피터 다이어맨디스는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나날이 좀 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진보의 발자국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아버린 인지 편향으로 닫혀진 마음 때문이며 바로 그 마음을 열어야 그 발자국들을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임을 말이다. 문제는 우리의 눈이요 마음이다. 피터 다이어맨디스가 풍요를 무엇보다 가능성으로 정의한 것도 현명했다. 수전노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독재자 역시 아무리 자신에게 권력이 많아도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언제나 만족할 줄 모르며 끊임없이 "좀 더!"를 외친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수전노는 오로지 돈 그리고 독재자는 오로지 권력 그렇게 획일적으로 오직 하나이며 다른 가능성들은 닫혀있다. 그들이 끊임없이 굶주림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닫혀진 가능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눈으로 세상과 타인을 볼 수 없기에 언제나 남아있는 간극만을 느끼게 되며 그 모자람 때문에 끝없는 허기를 가지는 것이다. 결국 풍요란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의 문제다. 보다 다양한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보다 다양한 가능성들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나날이 풍요로울 것이다.
결국 풍요란 것도 알고보면 파랑새처럼 우리 곁에 있었다. 다만 닫혀진 우리의 마음이 그것을 보지 못하게 했을 뿐...
알고보면 '어번던스'를 읽고나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