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왕 미스터리 소년추격전 1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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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얘기할게요.

 재밌습니다. 몰입도도 상당하구요.

하지만 결말이 조금 맥빠집니다. 띠지에 나와있는 것 처럼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에 얽힌 세 소년의 통쾌한 한판 승부!'가 되기엔 2% 정도 부족해 보여요.

문구는 뭔가 박력있는 활극이나 엄청난 반전 같은 것을 기대하게 하는데 그런 게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태식이 좀 어정쩡하게 끝난다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데 아쉬움이 좀 많이 남네요.

 

 결말까지 치달아가는 동안 이야기가 정말 재밌었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하긴 '성적은 밑바닥이고 싸움은 못하고 얼굴도 그저 그런, 선생님에게 무시당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주눅 들고 껌좀 씹고 침 좀 뱉는 아이들이 부탁하면 빵과 우유를 사다 줘야 하는' 어쩌면 그저 이 땅의 90% 중의 하나인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한 주인공이 세상과 아무리 맞짱 뜬다고 해도 얼마나 바꿀 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실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네, 그게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면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온라인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 세계를 잘 몰랐는데 이 소설을 통해 온라인 게임이 가진 적나라한 모습을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 참 이 소설은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을 주 소재로 하고 있어요. 간혹 언론을 통해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이 어떤 폐해를 가지고 있는지 보거나 듣긴 했지만 소설에서 묘사하는 대로 그만큼이나 집요한 인간의 욕망들로 범벅이 된 곳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소설을 읽으니 거꾸로 왜 게임을 하다가 죽는 사람이 생기는지 혹은 간혹 게임을 하느라 아기를 방치한 끝에 죽게 만드는 부부들도 생기는지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새삼 돈이란 게 정말 무섭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은이가 온라인 게임을 이렇게 소설의 주 무대로 가져온 이유는 분명했어요. 그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들의 삶의 적나라한 모습을 나타낸 것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이를테면 태식이 느꼈던 바로 이런 세상이라는 것을 말이죠.

 

 이건 인생이구나.

 잘나야 대접받고, 위로 올라가려면 싸워야 하고, 다치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하는 진짜 인생.

 학교에서는 성적과 주먹으로 서열이 결정된다면 게임에선 레벨과 아이템으로 결정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p.39)

 

 소설은 주인공인 고교생 '태식', 온라인 게임의 사장 '중경' 그리고 온라인 게임의 최고 강자지만 게임을 단지 게임이 아니라 알바나 길드원들을 부려 돈을 버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인투더레인'  이렇게 세 명이 돌아가며 자기 이야기를 펼쳐놓는 가운데 진행이 되는데 아무리 온라인 게임속 최고강자라 해도 또한 아무리 그 온라인 게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창조주라 해도 그들이 느끼는 인생이란 게 태식이 느끼는 인생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말하자면 지은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어느 자리에 있든 결국 가지게 되는 삶의 모습은 똑같다고 말입니다. 지은이에게는 그렇게 생각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보이는 세계가 화려할 수록 기반은 허약하고 몰락은 거대하기 때문이죠(p.20)

 

 한 마디로 이 세상은 거센 파도를 바로 눈 앞에 둔 모래성과도 같으니 어디에 서 있든 다들 위태위태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 소설의 진짜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군요. 발 밑으로 소리없이 모래가 쓸려 나가는 그 위에 우리가 서 있음을 알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여행을 위한 소설입니다.

 결말이 말처럼 제대로 통쾌함을 주었다면 정말 만족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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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4-1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 헤르메스님 이 책을 읽으셨군요. 전에 한 번 봐두고는 재밌겠다, 입맛다시고는 '일단 꼭 읽고 싶은 책만 사자'하는 저의 가난한 마음으로 치워버린 작품이어요. 헤르메스님의 서재는 도서관 수준이겠습니다... 후후

ICE-9 2012-04-18 21:57   좋아요 0 | URL
하하! 늘 책에 치여살긴 합니다.^ ^
굳이 사지 않더라도 도서관 같은 곳에 신청해서 빌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이진님 또래의 얘기라서 읽으면 저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던데... 아무튼 이런 소설 읽을 때 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 암울한 현실 밖에는 물려주지 못한 우리 기성세대가 참으로 미안해집니다.